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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이쪽  이미지

유리창 이쪽
이태수 시집
문학세계사 | 부모님 | 202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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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내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지성적 관조로 자아와 세계의 조화로운 합일을 꿈꾸는 시세계를 펼치는 중진시인 이태수의 열여섯 번째 시집.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 <내가 나에게>에 이어 역시 1년 만에 펴냈으며, 신작시 73편을 실었다.

순수한 인간 정신의 불멸성과 삶의 이상적 경지를 추구하면서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심화된 서정시들을 담고 있는 이 시집은 우주적 신성성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형이상학적 지향과 현세적 욕망 저편에 자리 잡은 신비로운 절대 세계에의 꿈꾸기로 현상적 초월에 다다르려는 길 찾기에 무게가 실려 있다.

  출판사 리뷰

내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지성적 관조
자아와 세계의 조화로운 합일 꿈꿔


등단 46년을 맞은 중진시인 이태수의 열여섯 번째 시집 『유리창 이쪽』은 신작시 73편을 담고 있으며, 내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 지성적 관조로 자아와 세계의 조화로운 합일을 꿈꾸는 시세계를 펼쳐낸다. 근년 들어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2018), 『내가 나에게』(2019)에 이어 해마다 시집을 낼 정도로 정력적인 활동을 벌이는 그는 한결같이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을 추구하면서 삶의 이상적 경지를 지향하는 형이상학적인 서정시를 심화해 보인다.
시인은 첫 시집 『그림자의 그늘』 이래 일관되게 존재자의 실존적 방황과 영혼의 초월을 꿈꾸면서도 완만한 변모를 거듭해왔다. 이번 시집에는 담담하고 담박한 바라보기와 꿈꾸기로 현상적 초월에 다다르는 길과 우주적 신성성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내적 성찰이 두드러져 있다. 시의 행과 연의 앞뒤 흐름이 대칭 구조를 이루도록 시각적 형태미도 강화해 보이며, 때로는 현세적이고 때로는 내세적인 혼의 지향을 통해 철학적 사유의 깊이가 돋보이는 정결하고 지적인 서정시들을 보여준다.
시인 조창환은 해설을 통해 “그의 시는 명상과 관조, 정화와 화해를 읊고 있지만 내면에는 깊은 고독과 고통의 흔적을 지니고” 있으며, “자아의 내적 성찰을 바탕으로 멀리 있는 다른 세상을 향한 꿈을 펼쳐 보이는 지성적 관조자의 모습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수 시의 초월에 대한 감수성은 현세적 욕망 저편에 자리 잡은 신비로운 절대세계가 있음을 긍정하는 자세에서 우러난다. 그것은 현상적 존재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며 자아와 세계의 조화로운 합일을 꿈꾸는 동양적 정관의 세계와 상통한다.”고도 평가했다.
이태수의 시에는 “보다”라는 동사가 자주 등장하며, 주된 “보다”는 “바라보다”이다. 이 어휘 속에는 무심하게, 담담하게, 편안하게 대상을 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대상에 대한 대결이나 투쟁의지를 지니지 않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동양적 정관의 자세, 평온한 관조의 자세라 할 수 있다.
시인이 서 있는 자리는 “유리창 이쪽”이다. 시인의 의식 안에는 유리창으로 분할되는 투명한 경계선이 항상 존재한다. 그 투명한 경계는 넘을 수 없는 벽이어서 절대적 지표인데, 동시에 투명하므로 안과 밖을 이어주기도 한다. 유리창 이쪽은 실존의 공간이며 생활과 생존의 공간이어서 현실적 주체의 터전이다. 유리창 저쪽은 초월의 공간이며 비현실의 공간이어서 주체가 꿈꾸는 이상의 세계다. 그것은 육체를 벗어난 영혼의 공간이며 현실을 넘어선 초현실의 공간이고 존재자의 현상적 한계를 극복할 초극의 공간이다.
그는 열네 번째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에 실린 「유리창」이라는 시에서 “유리창은 투명하고 견고한 벽”이어서 “이쪽과 저쪽을 투명하고 견고하게 갈라놓고 말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시의 마무리는 “분할된 안팎을 아우르는 꿈에 / 안간힘으로 날개를 달아본다 / 유리창 이쪽 마음의 빈터에 나무를 심고 / 새들의 노랫소리도 불러 모은다”라고 되어 있어 시 전체의 의미의 초점은 유리창 이쪽에 있는 주체의 태도에 관계된다. 시인은 유리창 너머를 동경하지만 유리창 이쪽의 현실에 충실하다.
거울은 반영의 매개체이며 유리창은 투시의 매개체다. 거울의 반영에 집착하는 사람은 자아에 관심이 있고, 유리창 투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자아로부터 벗어나기를 꿈꾼다. 그는 양쪽 모두에 관심이 있어 보인다. 시인은 자아의 내면을 응시하면서, 동시에 내면을 구속하는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런 강한 자의식은 이태수 시의 기저에 흐르는 정서적 색채를 결정한다. 유리창으로 상징되는 자의식의 한계에 발목이 잡혀 있으면서도 거기서 벗어나 비상하기를 꿈꾸는 욕망은 그의 시에 중첩된 두터움을 덧칠해준다.

산 넘으면 산이,
강을 건너면 강이 기다린다
안개마을 지나면 또 안개마을이,
악몽 벗어나면 또 다른 악몽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듯이
잠자도 깨어나도 산 첩첩 물 중중,
아무리 가도 제자리걸음이다

눈을 들면 먼 허공,

그래도 산을 넘고 강을 건넌다
안개 헤치며 마을을 지나 마을로
악몽을 떨치면서 걸어간다
무명 길을 간다
-「무명(無明) 길」 전문

이 시의 바탕이 되는 것은 정서적 폐쇄감이며 주체를 감싸고 있는 어둠에 대한 자각이다. 이 같은 무명(無明)의 길 걷기는 그의 시 도처에서 산견된다. 시인은 “바탕과 배경이 어둠인 별은 / 캄캄해질수록 영롱하게 빛나건만 / 나는 안팎이 어둠으로 가득하네”(「별과 나」) 라고 읊조린다. 별들의 배경은 어둠이지만 어둠이 짙을수록 별들은 더욱 영롱하고 찬연하게 빛난다. 반면 나는 안팎에 둘러싸인 어둠에 질식할 듯한 갑갑함을 느낄 따름이다. 별은 내게 보내줄 빛을 지니고 있지만 나는 거기 화답할 빛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에게 끌리어 다녔는지
내가 나를 끌고 다녔는지
내가 나를 만나지 못해 나를 내가 찾아 헤맸는지

또 하루해가 서산을 넘어가고
하루해가 또 동녘을 물들이고
또 하루해가 서산을 넘어간다

내가 나를 찾아다니다가 나를 내가 잃어버렸는지
내가 나를 못 만나 이런지
내가 나에게 밀려나서 이런지
-「부재중」 전문

부재의식은 이 시인의 시를 비극적으로 만드는 동인이 된다. 시인은 타인의 부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부재를 말한다. 그것은 “내가 나를 찾아다니다가 나를 내가 잃어버”린 상태이며, 내가 나를 끌고 다녔는지 내가 나에게 끌려 다녔는지 분간이 안 되는 모호한 상태이다. 이러한 태도에서 우리는 그의 시에서 형이상학적 사색의 중후감을 느끼게 된다.
이 시인에게 있어 삶이란 “잠깐 꾸는 꿈”(「잠깐 꾸는 꿈같이」) 같은 것, 희미한 박명의 빛 속으로 보이는 그림자나 그늘 같은 것이어서 자아의 부재가 절대적 허무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지거나 절망적 좌절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바라보면서 절대적 존재나 영롱한 황홀에 대한 꿈꾸기를 계속한다.
이태수 시의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는 ‘길 걷기’이다. 그는 그의 앞에 닥칠 어둠과 안개와 악몽을 미리 알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는 “안개를 헤치며”, “악몽을 떨치면서” 어둠〔無明〕의 길을 간다. “가다”라는 동사 또한 “보다”라는 동사와 함께 그의 시 도처에서 산견된다.
‘간다’는 행위들의 공통점은 특정한 목적지를 향한 적극적 움직임이 아니다. 그의 길 걷기는 어둠 속을 헤쳐 가는 갑갑한 길이며, 꿈속인가 싶으면 꿈밖이고 꿈밖인가 싶으면 꿈속인, 경계가 흐트러진 지점에서의 움직임이다. 현실과 환상, 실재와 허구, 꿈과 현실이 안개 속처럼 희미하게 뒤섞여 있는 상황 속에 위치한 시인은, 그러나, 그 상황에 순응하거나 굴복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투쟁하지는 않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이 ‘길 걷기’의 특징이다.
시인의 시선은 항상 자신의 내면을 향하고 있으므로 고독하고 고요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시인의 시선은 고요를 넘어 적막을 지향한다. 그가 지향하는 적막은 기억의 저편에서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회상이 모습이기도 하고, 현상적 자아의 깊은 속에 감추어진 내밀한 알갱이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찾은 옛집,
적막이 적막을 껴입고 있다
바람소리 낮게 스쳐 지나갈 뿐
옛 기억은 먼 아지랑이다
-「옛집, 적막」 부분

눈을 감으면 보인다

떠돌던 내가 내게 돌아온다

내가 보이지 않던 나를 들여다본다

지난날의 나는 보이지 않고

작아질 대로 작아진 내가 우두커니

적막에 갇혀 나를 바라본다
-「눈을 감으면」 부분

시인이 느끼는 적막은 아득한 평화, 안온한 휴식을 제공하는 기억의 공간이다. 오랜만에 찾은 옛집에서 회상하는 아지랑이 같은 기억들은 퇴락해버린 지붕과 함께 적막을 껴입고 있지만, 시인은 그 적막을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왜소해지고 범상해진 현재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회한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그러한 현재의 모습을 초라하다고 느끼거나 불행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는 적막에 갇힌 채 우두커니 과거를 회상할 따름이다.
그가 적막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시 속에 간혹 등장하는 “적멸보궁”이라는 단어가 환기하는 정서적 분위기에서도 느낄 수 있다. “깊은 산속은 적멸보궁 같다”(「심산행(深山行)」)라든지, “적멸보궁 위로 내려앉는 저녁놀에 / 번지는 풍경소리, 새소리”(「적요(寂寥)」)와 같은 시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동양적이고 고전적인 아름다움의 감정은 그의 시에 명상적인 분위기를 덧입혀준다. 이러한 심리상태는 그의 시에서 담담하고 은은하며 안온한 분위기의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평화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태수의 시간관은 막연하거나 모호하고, 입체적이면서 포괄적이다. 그는 시간 속에서 회상되는 과거의 기억들을 평온한 심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남겨진 갈등과 고독과 동경의 기억을 다독거리고 끌어안고 사랑한다.

담담해지고 싶다

말은 담박하게 삭이고
물 흐르듯이 걸어가고 싶다

지나가는 건 지나가게 두고
떠나가는 것들은 그냥 떠나보내고

이 괴로움도, 외로움도, 그리움도
두 팔로 오롯이 그러안으며

모두 다독여 앉혀놓고 싶다
이슬처럼, 물방울처럼

잠깐 꾸는 꿈같이
-「잠깐 꾸는 꿈같이」 전문

담담하고 담박한 수채화 같은 풍경화가 시인 이태수의 내면 모습이다. 그는 철학적 사유를 드러내어 겉멋을 부리거나 현실비판이나 풍자에 관심 있는 시인이 아니며,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사색과 명상의 흔적을 진솔한 언어로 형상화하는 순정한 서정시인이다. 외로움이나 그리움이나 괴로움도 그를 흔들지 못한다. 시인은 그러한 감정들을 애틋하고 아련하게 쓰다듬고 다독거려서 맑게 길들인다. “이슬처럼, 물방울처럼”이라는 표현 속에는 정결함과 투명함을 동경하는 정서적 평정상태가 있다. 이 잔잔하고 평화롭고 깨끗한 심리상태를 그는 “잠깐 꾸는 꿈” 같다고 말한다. 그 잠깐 동안의 몽롱한 체험을 그리워하면서 시인은 시를 쓰고 자신의 내면을 정화시킨다.
시인을 에워싸고 있는 허무와 암흑의 세계인식은 실존적 비극이지만, 그는 이 실존적 비극을 극복할 통로를 마련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그림자는 그림자끼리 / 어둠은 어둠끼리”(「불빛과 그림자」) 가깝게 뭉쳐서 “발길을 재촉하는” 인간적 연대감이며, 두 번째는 별을 향한 고독한 꿈꾸기의 자세다. 시인은 “꿈속의 별나라, 끌어안을수록 / 더욱 따스해지는”(「사랑나라, 별나라」)이라는 표현에서 암시하는 바처럼 별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을 지니고 살고 있다. 그에게 별은 “신비와 경이의 / 상징”(「별에 대한 몽상」)이기도 하다. 이 첫 번째 통로가 사회적이고 외향적인 것이라면, 두 번째 통로는 명상적이고 내향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태수 시의 주된 서정성은 명상과 사색, 관조와 성찰 쪽에 기울어져 있다. 고독한 단독자의 시선으로 그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과 허무를 바라보며, 동시에 거기서 벗어나 어둠 속에 빛나는 별에 다가가기를 갈망한다. 그는 “나는 내 안에서 쉰다 /……/ 그 신비의 품에 깊숙이 든다”(「고도(孤島)?또는 고독」)라고 말한다. 그의 고독은 ‘외로운 섬 / 고도(孤島)’에 갇혀 있는 존재가 느끼는 호젓함이다. 그는 고독 때문에 절망하거나 방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휴식과 평정과 안온한 너그러움을 느낀다. 같은 시에서 그는 “어떤 크고 부드러운 손이 / 내 어깨를 토닥이더니 그러안는다”라고 말한다. 고독 속에서 신을 느끼는 태도이다.
‘신성성을 지닌 말 찾기’와 같은 태도는 이태수 특유의 종교적 세계관의 표현이다. 그의 인격적 바탕을 형성하는 종교적 가치관이나 초월적 명상은 특정 종교에서 가르치는 교조적인 도그마에 얽매여 있거나, 이를 전파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는 단지 꿈꿀 따름이다.

당신이 여기 있어 나도 여기 있네

그러므로 이젠 더 바랄 것이 없네

당신이 빚으면 내가 듣는 이 고요
-「당신과 나」 전문

진지하고 깊은 고요 속에서 만나는 신성성의 체험이야말로 인간이 지상에서 겪을 수 있는 천상적 감정이다. 시인은 하늘에서 내리는 흰 눈을 보면서 “꿈결이듯 아니듯 그대 오고 / 축복같이 은총과도 같이 / 눈이 내리네”(「눈이 내리네」) 라고 읊는다. 천상적 신성성을 갈망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지상의 평범한 일상적 현상도 신적인 은총이며 신적인 사건임을 깨달을 수 있다. 그의 많은 시편들 가운데서 별에 관한 몽상, 별에 관한 그리움, 별을 향한 향수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지상의 육체가 천상의 영혼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가 꿈꾸는 천상계는, 그러나, 문자 그대로의 기독교적 천국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우주적 질서, 우주적 신비, 우주적 합일을 지향하는 넓은 개념의 천상계다.

숨을 들이쉬면
바깥이 내 안으로 숨을 내쉰다
내가 숨을 내쉬면
바깥이 어김없이 나를 들이쉰다

나와 우주는 들숨날숨의 관계,
이 관계를 모르고
나는 속절없이 애태운 것일까

우주와 내가 하나인 줄 모르고
헤매기만 한 걸까
바깥에서도 안에서도 언제나
겉돌아온 걸까
-「우주와 나」 전문

시인은 여기서 우주와 내가 이분법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융합체라는 것을 설파한다. 내가 숨을 들이쉬면 바깥이 내 안으로 숨을 내쉬고, 내가 숨을 내쉬면 바깥이 나를 들이쉬는 관계, 이 융합된 들숨날숨의 관계는 마치 회전문과도 같다. 늘 열려 있기도 하고 늘 닫혀 있기도 한 회전문, 안이면서 밖이고 밖이면서 안인 관계, 이 둘이면서 하나인 관계가 우주와 나의 관계라는 것이다.
그는 “오늘도 너와 나는 함께, 그러나 따로 / 꿈밖에서 꿈길을 더듬어 나서보지만 // 불이의 바깥 길, 헤매고 맴도는 것을”(「불이(不二)의 바깥 길」)이라고 읊은 바 있다. 그는 너와 나는 꿈속과 꿈밖처럼 절대적 분리 상태에 놓여 있어 결코 융합되거나 일체화되지 못하리라는 것은 알면서도 하나가 되기를 갈망한다. 시인은 닿을 수 없는 아득한 세계를 향한 실현 불가능한 꿈을 꾸지만, 그 두 세계는 우주적 질서에서 보면 둘이면서 하나인 관계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자아와 세계의 대립적 분별을 지양하고 동양적 합일을 지향한다. 바라보기에서 꿈꾸기에 이르는 과정을 통하여 현상적 초월에 다다르는 길, 그 길 위에서 시인은 속절없이 애태우고, 하염없이 헤매고, 언제나 겉돌아 왔음을 깨닫는다. 지성적 관조자의 모습을 지닌 이 시인이 우주적 신성성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자세는 이토록 진지하고 성실하다. 수행자나 구도자의 자세가 아니라 담담하고 담박한 응시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내면을 형상화하는 이태수 시의 진정성이 귀하고 가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태수
1947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197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자유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그림자의 그늘』(1979), 『우울한 비상의 꿈』(1982), 『물속의 푸른 방』(1986),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1990), 『꿈속의 사닥다리』(1993), 『그의 집은 둥글다』(1995), 『안동 시편』(1997), 『내 마음의 풍란』(1999), 『이슬방울 또는 얼음꽃』(2004), 『회화나무 그늘』(2008), 『침묵의 푸른 이랑』(2012), 『침묵의 결』(2014), 『따뜻한 적막』(2016), 『거울이 나를 본다』(2018), 『내가 나에게』(2019), 시선집 『먼 불빛』(2018), 육필시집 『유등 연지』(2012), 시론집 『여성시의 표정』(2016), 『대구 현대시의 지형도』(2016), 『성찰과 동경』(2017), 『응시와 관조』(2019) 등, 미술산문집 『분지의 아틀리에』(1994), 저서 『가톨릭문화예술』(2011) 등을 냈다. 매일신문 논설주간, 대구한의대 겸임교수, 대구시인협회 회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대구시문화상(1986), 동서문학상(1996), 한국가톨릭문학상(2000), 천상병시문학상(2005), 대구예술대상(2008) 등을 수상했다.

  목차


무명(無明) 길
별과 나
별에 대한 몽상
사랑나라, 별나라
어떤 환상
불빛과 그림자
부재중
색즉시공(色卽是空)
불이문(不二門) 앞에서
불이(不二)의 바깥 길
눈을 감으면
어떤 길
글썽이다
우주와 나
잠깐 꾸는 꿈같이
중심
당신과 나
고도(孤島)
시간은 오늘도


남풍(南風)
옛집, 적막
봄 전갈?2020 대구 통신
매화 지는 밤
봄, 꿈
와락
봄, 기다림
바람의 무늬
오고 가고
후투티
버들개지
산문(山門) 점묘 1
산문(山門) 점묘 2
한여름
불볕 대낮
한여름의 천사
개울가 물푸레나무
황혼에
불빛 하나


페튜니아
가을 한나절
황혼 길
늦가을 한때
심산행(深山行)
청단풍
산그늘
범종소리
적요(寂寥)
코 없는 돌부처
금상첨화(錦上添花)
원장현의 대금산조
눈이 내리네
빈 하늘
한겨울 점묘
폭설(暴雪) 뒤
강, 강물
계단


먼 풍등(風燈)
돌탑
어떤 광장
안개나라
마차가 말을 끌듯이
잘못에 대하여
미망(迷妄)
오른쪽에서
바르게만
망연자실(茫然自失)
빗소리, 빗길
옛집에서의 하룻밤
잣나무가 소나무에게
로베르, 드망즈…
너도 가고 그도 가고
요즘 꿈길
바람이 분다
해설 / 조창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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