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사카, 니자, 시키. 가정이 있는데도 이 근방에 사는 예전 여자친구들. 아오토 역시 이 근처에서 자라고, 일하며, 늙어가고 있는 무리 중 하나였다. 스도와는 병원 매점에서 다시 만났다. 중학교 시절, 사귀자고 했다가 차인, 심지 굵은 전 여자 친구다.
출판사 리뷰
"너, 그때, 무슨 생각했어?"
"꿈 비슷한 거. 꿈 비슷한 걸 꿨어, 잠깐."
아사카, 니자, 시키. 가정이 있는데도 이 근방에 사는 예전 여자친구들. 아오토 역시 이 근처에서 자라고, 일하며, 늙어가고 있는 무리 중 하나였다. 스도와는 병원 매점에서 다시 만났다. 중학교 시절, 사귀자고 했다가 차인, 심지 굵은 전 여자 친구다.
50년을 살아온 남자와 여자에게는 늙은 가족과 과거도 있고, 그렇게 위태로우면서도 조용한 세계가 연연히 흘러간다. 마음의 빈틈을 메우는 감정의 굴곡을, 서로를 원하는 열정을, 삶의 슬픔을 압도적인 필치로 묘사한, 어른들의 연애소설.
병원이었다. 점심때가 지났었다. 배가 고파 주먹밥이나 먹을까 생각했다. 주먹밥이나 과자 빵, 초밥 같은 것을 사려고 매점에 들렀는데, 그 친구가 있었다. 바로 눈치 챘다. 어라? 스도? 하고 불렀더니, 그 친구가 목에 건 명찰을 흘낏 보며, 내가 스도 맞는데,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스도 맞는데, 그게 왜? 하는 듯한.
깊이 호흡을 했다.
입가를 닦고는, 아오토야, 하며 집게손가락으로 가슴을 가리켰다.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몸짓이었다.
6월 11일 월요일. 아오토 겐쇼는 꽃집에 있었다. 역 앞의 아담한 꽃집이었다.
담배를 피우듯 호흡하며 아오토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며 천천히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아오토의 기운을 북돋워 주려다 보니 정말 건전한 기분이 됐어."
고마워, 하며 고개를 원래대로 돌렸다. "나야말로." 반사적으로 대꾸하고 아오토는 무릎 위의 점심 패키지와 김말이로 눈길을 떨구었다. 스도의 목소리가 귀에 와 닿았다.
"아오토."
"응?"
"서로 기운 나게 해 주는 놀이 하지 않을래?"
아오토는 눈을 들어 스도를 가리키다가 다음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우리 집 가지 않을래?"
스도의 얼굴을 보았다. 그냥 한번 말해 본 것뿐이야, 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그건 좀 그런데."
"이 나이에도?"
"오히려 더 그렇지."
"왜?"
"나이 쉰에 그런 유혹은 여러 모로 힘겨워."
"그런 유혹이 뭔데?"
"집에서 마시기. 남자와 여자가. 게다가 단 둘이. 즉흥적인 학생 시절이라면 몰라도 분별이 생긴 어른이 할 짓은 아니야."
"분별이 생겼으면 별로 문제될 거 없잖아."
"사람들 이목이 있잖아. 그리고 내 눈도. 난 사귀지도 않는 여자와 단 둘이 집에서 술 마시고 있는 나를 보고 싶지 않아. 얌전히 소꿉놀이만 할 것 같은 나도, 호시탐탐 눈을 빛내는 나도, 갈 데까지 한번 가볼까 하고 여유만만인 나도, 상상만 해도 싫어."
성가셔, 이제는 더욱, 이라는 말에는 웃음이 담겨 있었다. 스도 역시 입을 하하하 하고 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아사쿠라 가스미
1960년 홋카이도 출생. 2003년 〈고마도리 씨의 문제〉로 홋카이도신문문학상, 2004년 〈간, 태우다〉로 소설현대신인상, 2009년 《다무라는 아직인가》로 요시카와 에이지문학신인상을 수상. 2017년 《만조》가 야마모토 주고로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9년 《평지에 뜨는 달》로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하였고, 나오키상 후보에도 오름. 이밖에 작품으로 《로코모션》 《데라사후》 《처녀의 집》 《나는 아침해》 등이 있다.
목차
1 '살짝, 꿈 비슷한 걸 꿨어.'
2 '아주 기분 좋게 행복해져.'
3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로 아오토는 참 좋아.'
4 '아오토는, 왜 나를 '너'라고 해?'
5 '원통해.'
6 '일본에서 제일 독한 년 보는 듯한 눈으로 보지 마.'
7 '그런 말 하면 안 돼.'
8 '아오토, 의외로 끈질기네.'
9 '볼 면목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