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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로 작은 그릇
천년의시작 | 부모님 | 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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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시작시인선 328권. 구재기 시인의 시집. 시인은 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 시선집 <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 외 다수를 출간하였다. 이에 문단으로부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충남도문화상, 시예술상본상, 충남시협본상, 한남문인상, 신석초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 <제일로 작은 그릇>은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뜨려 궁극적으로 존재의 근원을 탐색한다. 구재기 시의 핵심은 세계를 불교의 연기를 통해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인은 삼라만상을 원인인 인과 조건인 연의 상호 관계를 통해 바라본다. 이처럼 인연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는 불교의 연기설에 따라 시인은 우주의 생성과 소멸이 "인연"에 의해 작동한다는 섭리를 깨닫게 된다.

한편 그의 시에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과 애틋함이 깃들어 있으며, 이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이어진다. 이에 해설을 쓴 차성환 시인은 시집 <제일로 작은 그릇>에 대하여 "구도자와 같은 자기 수행의 결과물이자 사라지는 존재들에 대한 씁쓸하고 애틋한 마음의 연서"라 평했다.

요컨대 이번 시집은 억겁의 시간 속에서 찰나와 같이 짧게 명멸하는 모든 존재를 위무하고 애도하는 헌시라 할 수 있다. 구재기의 시는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에 대해 짐짓 초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듯하지만 결코 탈속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외려 자신을 타자화하여 삼라만상과 존재의 근원을 밝히 드러내 보인다. 이때 시를 통해 드러나는 삶의 희로애락과 대상에 대한 연민과 사랑은 시인의 오랜 문학적 수행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구재기 시인은 불교적 사유를 기반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사물의 진리를 꿰뚫어 보는 자이다. 그렇다고 그의 시가 탈속脫俗의 세계에만 머물러있다는 뜻이 아니다.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이 무한히 반복하는 이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우리 존재가 가진 의미를 밝히 드러내 보이려 한다. 그가 볼 때 이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움직이는 힘은 ‘인연因緣’에 있다. 이를 깨닫기 위해서는 그가 걸어온 수행의 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구재기 시인의 시집 『제일로 작은 그릇』은 구도자求道者와 같은 자기 수행의 결과물이자 사라지는 존재들에 대한 쓸쓸하고 애틋한 마음의 연서戀書이다. 그는 “정념情念의 액즙”(「수박」)으로 혼탁한 이 세상의
“분별할 수 없는 인연因緣” 속에서 “진여眞如한 내 사랑”(「연꽃 사랑」)을 찾는다. 모든 ‘인연’ 속에 숨어있는, 타인을 향한 무한한 ‘사랑’을 마음의 눈으로 헤아린다.
나라는 존재가 죽음에 의해 한순간에 흩어지듯이 내가 마주하는 모든 인연들도 억겁의 시간 속에서 찰나와 같이 짧게 명멸하는 존재들이다. 이 세상의 물성이 가진 생의 허무를 감지하는 마음.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작동하는,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그리움과 애틋함을 감히 불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구재기 시인은 “돌부처”와 같이 삶과 죽음에 초연한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그의 몸은, 조금은 생의 아름다움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해설 중에서

태산목꽃 피던 날

태산목 하얀 꽃을
그리도 덩달아 좋아하더니
무슨 까닭으로 돌아간 것일까요
아침에 불던 맑은 바람처럼
눈부신 햇살 품은 이슬처럼
잘 웃던 웃음조차
함께 사라져버린 오후
텅 빈 뜨락에 서서
태산목꽃 홀로 피고 있으니
차라리 그 향기에나 묻혀야겠네요
장지문으로 다가서는
한낮의 허기진 구름 무리
웃다 울다 지쳐버린 눈물 자죽처럼
메말라 붙어버린 가슴속 아픔을
한 올 한 올 꺼내 보아도 되겠지만
이제는 정말
싸늘히 아름다워지던
뒷모습이나 그려볼 수밖에 없네요
향기 아슴아슴 피워 올리는 태산목
꽃잎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면
젖은 눈조차 감은 채로
저절로 자라나는 슬픔이나
아낄 대로 아껴가며 살아야겠네요

  작가 소개

지은이 : 구재기
충남 서천 출생.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모시올 사이로 바람이』, 시선집 『구름은 무게를 버리며 간다』 외 다수. 충남도문화상, 시예술상본상, 충남시협본상, 한남문인상, 신석초문학상 등 수상. 충남문인협회장 및 충남시인협회장 역임.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야생화 이름

계절에 대하여 13
종심從心을 맞으며 14
수박 15
돌부처 16
염화染化 17
눈 쌓인 밤에 18
나무 밑에서 20
인연因緣 22
세간世間 23
야생화 이름 24
꽃잎 25
달빛 26
쌀 27
업보業報 28
물방울 하나 29
반신욕半身浴 뒤에 30
열매 1 32
비 갠 한낮 33

제2부 조용한 마을

정기 검진 37
열매 2 38
이른 아침 40
기다란 오후 42
거리에서 44
버스 정류장에서 45
시간은 굴뚝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46
통로 47
잠깐! 48
걸레질을 하며 50
해수욕장에서 52
조용한 마을 54
그릇들 56
백자청화 초화문 요강에 부쳐 57
돼지가 웃었다 58
찜찜한 외출 59
빈자리 60
팽이를 치면서 62

제3부 빈집 감나무

비로소 67
객쩍은 잠 68
양파를 까며 69
입춘立春 날에 70
안부 71
빈집 감나무 72
살 74
쳇바퀴 돌리기 75
틈 1 76
틈 2 77
무서리 내리던 날 78
빈집 80
하산下山을 하며 81
와니스varnish의 시대 82
쓴맛 단맛 84
고목枯木 85
소나기가 지난 뒤 86
겨울 산행山行 88

제4부 풀씨 한 알

눈 쌓인 날에 93
태산목꽃 피던 날 94
노을 앞에서 96
시의 향기 98
연꽃 사랑 100
항아리 101
문門 102
거울 104
허기虛飢 106
비 그친 뒤 107
가을 길을 걸으며 108
홍시紅柿 109
풀씨 한 알 110
가을꽃 112
밤 보리밭 113
늦가을 오후 114
복수초 115
가을로 가는 길 116

해설
차성환 인연의 힘으로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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