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시작시인선 341권. 이나명 시집. 시인은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으로 <금빛새벽> <중심이 푸르다> <그 나무는 새들을 품고 있다> <왜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 등이 있다.
시집 <조그만 호두나무 상자>에서 시인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무위자연의 세계를 지향하며, '자연'의 질서 안에서 세계의 모든 이분화된 경계를 무화시키는 화해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이나명 시의 화자들은 낭만적 자연 세계로의 탈주를 감행하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벌어진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한편 시인은 '나'에서 '타자'로 옮겨가는 주체의 이동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기성의 틀을 제거하고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을 꿈꾼다. 가령 세계와 자아의 일대일 대응 관계를 허물고 나와 타자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시 쓰기 행위는 기존 법칙들이 설정한 구획과 경계를 지워냄으로써 낡은 세계의 재편을 가능케 한다. 나아가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개인과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과 불평등의 경계를 지우려 함으로써, '나'와 '타자'의 연대를 도모한다.
출판사 리뷰
이나명 시인의 시집 『조그만 호두나무 상자』가 시작시인선 0341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으로 『금빛새벽』 『중심이 푸르다』 『그 나무는 새들을 품고 있다』 『왜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 등이 있다.
시집 『조그만 호두나무 상자』에서 시인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세계를 지향하며, ‘자연’의 질서 안에서 세계의 모든 이분화된 경계를 무화시키는 화해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에 따라 이나명 시의 화자들은 낭만적 자연 세계로의 탈주를 감행하며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벌어진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한편 시인은 ‘나’에서 ‘타자’로 옮겨가는 주체의 이동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기성의 틀을 제거하고 새로운 세계로의 도약을 꿈꾼다. 가령 세계와 자아의 일대일 대응 관계를 허물고 나와 타자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시 쓰기 행위는 기존 법칙들이 설정한 구획과 경계를 지워냄으로써 낡은 세계의 재편을 가능케 한다. 나아가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개인과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과 불평등의 경계를 지우려 함으로써, ‘나’와 ‘타자’의 연대를 도모한다.
해설을 쓴 이병철(시인, 문학평론가)의 말에 따르면, 이번 시집은 “치유와 회복의 언어, 아날로지의 구체적 방법론이 완성되는 순간”을 그려내며, “자연에게로, 타자에게로 나아가려는 관성과 지향성을 끝내 독자의 심장에까지 가 닿”게 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갈수록 교류와 연대를 꿈꾸기 어려운 시대이지만, 시인은 상처를 기꺼이 감내하면서 무관심과 개인주의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대상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고투한다. 요컨대 이나명의 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지배 혹은 피지배의 프레임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상생과 조화를 염원하며, 궁극적으로 대상과의 합일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서정시 본연의 문법을 충실히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분열된 자아와 관계를 치유함과 동시에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인과 개인 사이 침엽수림이 견고해 갈수록 교류와 연대가 힘겨워지는 시대이지만, 상처를 기꺼이 감내하면서까지 무관심과 개인주의의 숲으로 들어가 새소리 물소리를 내고 오솔길을 열어 간극을 좁힐 때 세상이 보다 아름다워진다고, 이나명은 믿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끊임없이 타자에게로 나아간다. …(중략)… 그리고 그때, 이나명의 시는 자연에게로, 타자에게로 나아가려는 관성과 지향성을 통해 끝내 독자의 심장에까지 가 닿으며 우리들 “안에 둥글게 들어와 안기는 소리”(「그러니까 뛰어 봤자」)가 된다. 나는 이 “단단한 평안”(「너를 본다는 건」)을 “따뜻이 녹여 가며 천천히 천천히 아껴 먹고 싶을 뿐”(「늦게 와도 괜찮아,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이다.
―해설 중에서
조그만 호두나무 상자
그날 고양이가 조그만 호두나무 상자 속으로 숨어들어 갔어요.
올해로 열여덟 살이었는데요. 한 며칠 허공을 딛는 듯 휘청휘청하더니
밥 대신 물만 조금조금 먹더니 몸을 아주 가볍게 만들더니 어둠 속에서
눈만 훤히 뜨고 나를 향해 무어라 무어라 마른 입술을 달싹였는데요.
나는 알아듣지 못하고 그만 잠이 들고 말았어요. 다음 날 새벽이 되어서야 보았지요. 애들이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너간다지요. 그날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지개다리가 어딘가 떠있었나 봐요. 그렇게 가벼워졌으니 새처럼 훌쩍 날아올랐겠지요. 그리고 벌써 넉 달이 지나갔네요. 앞으로도 넉 달이 지나가고 또 넉 달이 지나가고 또 넉 달이 지나가겠지요. 무지개다리
아래로 위로 여전히 시간은 흐물흐물 흘러가겠지요. 꼭꼭 숨어서 숨소리도
안 들리는 고양이는 저 있는 곳으로 제가 좋아하는 햇볕은 잘 불러들이고 있는지, 그곳으로도 제가 다닐 만한 길을 만들어놓고 겁도 없이 혼자 잘 돌아다니고 있는지, 나는 다만 이곳에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는 저쪽 세상에
귀를 기울이다가 어쩔 수 없이 고양이와의 모든 기억을 곱게 빻아 담은 조그만 호두나무 상자를 안방에 있는 유리 책장 안에 책들과 나란히 넣어두었어요. 나는 또 가끔씩 그 기억들을 꺼내 들고 고양이 이마를 비비듯 내 뺨에 가만히 비벼 보겠지요.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결국, 그러니까
바로 내가 그 조그만 호두나무 상자라는 걸 깨닫게 되겠지요.
날이 갈수록 반질반질 닳아서 마침내 흔적 없어질 기억 상자라는 걸.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나명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시집 『금빛새벽』 『중심이 푸르다』 『그 나무는 새들을 품고 있다』 『왜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 출간.대산창작기금(1995) 수혜, 한국시문학상(2007) 수상.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하산 13
조그만 호두나무 상자 14
구름아파트 1902호 16
늦게 와도 괜찮아,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18
병 속의 토끼 20
블랙홀 22
비 오는 소리 23
허공에 묻다 24
나는 내가 오래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26
새벽이 훤해진다 27
해 지기 전 28
연인들 30
첫사랑 31
담비를 찾아서 32
꿈을 꾸었다 34
Moon 36
제2부
한없는 자리 39
투명 고양이 40
늙은 매미 42
바람호수 44
개화開花 46
나는 내가 무섭다 47
응답 48
나무 의자 50
병꽃 피었다 52
숲 사잇길 53
너를 본다는 건 54
강아지와 하루 56
새 한 마리가 57
산보 간다 58
그러니까 뛰어 봤자 60
제3부
경계를 지우다 65
바람하고 노는 법 66
고양이의 하늘 67
하얀 밤 68
약속 69
구름낙타 70
구름코끼리 71
슬픔은 어디서 오나 72
집으로 가는 길 74
더없이 달콤하고 더없이 쓰디쓴 75
한 소식 76
물의 이름 77
까마귀 울음소리 78
사이가 좋다 79
생각하는 집 80
제4부
나를 실감하다 85
몸살 86
새 87
겨울, 천변 88
모자 89
슈퍼 문 90
세상에서 이쁜 짓 91
불면 92
수평선 93
동지 일기 94
그 흰빛 95
횡재 96
낮과 밤 97
고구마 줄기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98
꽃불 100
해설
이병철 경계를 지우려 가는 시, 지우고 오는 시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