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어린이시 전문 출판사 ‘어린이시나라’에서 두 번째로 출간한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어린이 85명이 쓴 136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이 시는 시인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최종득 선생님이 20여 년 동안 어린이와 함께 시공부를 하면서 펴낸 학급시집에서 가려 뽑은 것이다.
『그럼 전 언제 놀아요』는, 어린이의 말이 시가 되고 어린이의 삶이 시가 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시들로 가득하다. 어린이 독자 또는 어른 독자가 자신한테 필요한 시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수록시 한 편 한 편마다 ‘제재의 범주’, ‘화자의 정서’ 그리고 ‘주제의 성격’에 관한 열쇳말을 붙여 놓았다.
출판사 리뷰
어른과 다르게 어린이들이 느끼고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
어른들은 어린이를 다 아는 것처럼 대할 때가 많다.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 어릴 때를 떠올리며 쉽게 해결해버리려고 한다. 어린이들이 사는 세상도 어른들이 사는 세상만큼 복잡하고 생각할 것이 많다. 다행히 어린이들은 어른들과 달라서 남을 속이거나 거짓으로 자기를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 할 말을 할 줄 안다.
『그럼 전 언제 놀아요』에는 어린이들이 생활하면서 얻은 생각이나 느낌을 솔직하게 말한 시로 가득하다. ‘내가 놀다가/엄마 립스틱을 뿌셨다./내 손에 깔려 뭉개졌다./엄마한테 들켰다./내 손을 때렸다./엄마는 내 손은 걱정 안 한다./립스틱 걱정만 한다.//’(임규원,「립스틱」전문)는 아파하는 자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뭉개진 립스틱만 걱정하는 엄마를 비판하는 시다. ‘엄마는 학교 갔다 오면/수학 문제부터 풀으라고 한다./다 끝나고 나갈려고 하면/해가 졌다고 추워서/안 된다고 한다./그럼 난 언제 놀으라고요.//’(서예담,「그럼 전 언제 놀아요」전문)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밖에서 놀지 못하게 하는 엄마에 대한 원망과 속상함이 잘 드러나 있다.
이런 솔직함은 어른들이 쓸 수 없는 시를 쓰게 한다. ‘코감기에 걸렸다./코를 확 떼버리고 싶다.//(최예진,「코감기」전문)는 코감기에 걸렸을 때 답답하고 짜증나는 자기 마음을 한 줄로 깔끔하게 나타낸 시다. 어른이 ’코감기‘라는 제재로 시를 쓴다면 어떻게 쓸까? 모르긴 몰라도 이 시처럼 간단하면서도 정확하게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코감기에 걸렸을 때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 예진이의 말처럼 코를 확 떼버리는 것밖에. ’시장에서 자꾸만 깎아 달라는/울 엄마.//’(김도솔,「시내 한가운데에서 춤추는 것보다 부끄러운 것은?」전문)는 본문 시보다 제목이 다섯 글자가 더 많다. 어른들은 시의 안정감을 위해 제목보다는 본문 시를 더 길게 쓴다. 그러나 어린이는 시의 형식을 생각하지 않고 거침없이 쓴다. 이 시는 긴 제목 덕분에 궁금증이 생기고 다양한 상황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제목에 따른 본문 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모습을 그려 독자를 놀라게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도솔이만의 직관이 멋진 시를 탄생시켰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라는 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이처럼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거침없이 말할 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자기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면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말한다. 「헤어진 뒤」(이혜지)는 오 년 동안 전화 한 통 없는 엄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나타낸 시다.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이 ‘그렇게 흘러간 오 년이라는 세월/가슴이 사무치도록 아프다.//’로 터져 나왔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기 이야기를 오랫동안 품고 살아서 자연스럽게 시가 되었다.
순간 든 생각이나 느낌,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시로 쓰면서 어린이들은 조금씩 성장한다. 자기가 사는 세상을 시로 말하면서 자기 삶을 확장해 간다.
아빠 얼굴
김설미(거제 제산초 5년)
아침에 거울을 보았다.
이제 사진에서 본
아빠 얼굴이 가물가물하다.
엄마가 아빠 사진을
다 버려서 볼 수도 없다.
그래서 거울을 본다.
난 아빠를 많이 닮았으니깐.
한 번씩 거울을 보며
아빠 얼굴을 생각해 본다.
아빠가 보고 싶지만 아빠 얼굴이 생각 안 난다. 아빠 얼굴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도 없다. 그러다 거울을 보면서 누군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아빠를 많이 닮은 자기 모습에서 아빠 얼굴을 그려보는 아이의 모습이 시에 잘 나타나 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인데도 좌절하기보다는 자기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의 모습이 담담하게 전해진다. 자기 삶이 힘들다고 포기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자기 안에서 해결하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다.
『그럼 전 언제 놀아요』는 어린이들이 느끼고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가 솔직하고 당당하다. 때로는 가슴 아프기도 하다. 그런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수만 있다면 어린이들이 사는 세상과 어린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이 더 많이 행복할 것이다.
목차
12학년
아빠 서종민 외
34학년
마늘을 나르는 손 김민규 외
56학년
아빠 얼굴 김설미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