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실천문학》 통권 137호가 발간되었다. 이번 호 '특집'은 '평범한 이웃의 두 얼굴'이라는 주제로 꾸려졌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서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과연 우리 곁에 있는 얼굴은 어떤 얼굴인가 하는 질문에서 이번 특집이 마련되었다.
박윤영 평론가는 '여성' 혹은 '모성'이라는 이름이 가진 두 얼굴에 대해 탐구함으로써 돌봄 노동에 희생된 여성이 "퇴행적이고 모순적인 방식"들을 넘어설 수 있는 문(門)을 찾는다. 정재훈 평론가는 "하나의 얼굴이지만, 어떤 표정을 짓고 또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이 '얼굴'을 둘러싼 문제는 우리 앞에 놓인 갈림길과도 같은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진석 평론가는 "이웃은 그 자체로는 적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다. 하지만 이웃이라는 모호한 타자는 적대와 동시에 우정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아직은 어느 쪽도 아닌 그토록 모호한 경계의 출렁임, 이웃에 대한 무지와 그 불가해한 타자성이야말로 적대의 공포만큼이나 우정의 기쁨을 우리에게 던져 줄지 모를 일이다."라며 '미지'에 대한 열린 태도와 기대야말로 지금의 암울함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제언한다.
어느덧 27회를 맞이한 《실천문학》 신인상의 주인공과 그 작품들도 이번 호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시 부문 당선자인 신준영은 "결 고르게 뛰어난 감각과 예리한 사물 인식이 돋보였다"는 점에서, 소설 부문에 당선된 권혜영은 "(주인공을) 둘러싼 사회의 방조나 폭력, 혹은 성 소수자 가족의 상처로까지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고, 역시 소설 부문에서 공동 당선된 도현우는 "코로나19를 과감하게 소설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점,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고립된 인간의 공포와 삶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점"에서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출판사 리뷰
《실천문학》 통권 137호가 발간되었다. 이번 호《특집》은 ‘평범한 이웃의 두 얼굴’이라는 주제로 꾸려졌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서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과연 우리 곁에 있는 얼굴은 어떤 얼굴인가 하는 질문에서 이번 특집이 마련되었다.
박윤영 평론가는 ‘여성’ 혹은 ‘모성’이라는 이름이 가진 두 얼굴에 대해 탐구함으로써 돌봄 노동에 희생된 여성이 “퇴행적이고 모순적인 방식”들을 넘어설 수 있는 문(門)을 찾는다. 정재훈 평론가는 “하나의 얼굴이지만, 어떤 표정을 짓고 또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이 ‘얼굴’을 둘러싼 문제는 우리 앞에 놓인 갈림길과도 같은 것”이라고 강조하며, 최진석 평론가는 “이웃은 그 자체로는 적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다. 하지만 이웃이라는 모호한 타자는 적대와 동시에 우정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아직은 어느 쪽도 아닌 그토록 모호한 경계의 출렁임, 이웃에 대한 무지와 그 불가해한 타자성이야말로 적대의 공포만큼이나 우정의 기쁨을 우리에게 던져 줄지 모를 일이다.”라며 ‘미지’에 대한 열린 태도와 기대야말로 지금의 암울함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제언한다.
어느덧 27회를 맞이한 《실천문학》 신인상의 주인공과 그 작품들도 이번 호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시 부문 당선자인 신준영은 “결 고르게 뛰어난 감각과 예리한 사물 인식이 돋보였다”는 점에서, 소설 부문에 당선된 권혜영은 “(주인공을) 둘러싼 사회의 방조나 폭력, 혹은 성 소수자 가족의 상처로까지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고, 역시 소설 부문에서 공동 당선된 도현우는 “코로나19를 과감하게 소설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점,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고립된 인간의 공포와 삶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점”에서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강제이주가 시작되었던 라즈돌리노예역 앞 벤치에 앉아 맨발을 주무르던 걸인과 눈이 마주쳤다 너희들이 온 곳을 알고 있다 갈 곳도 안다는 듯 동요가 없는 눈, 팔십 년 전에도 저 자리에서 우리를 주시하던 바로 그 눈이다 그때 나는 푸른 비늘을 가진 소년이었다 울컥함이 오려 할 때 비린 바람 냄새를 먼저 보내오듯 소금기를 앞세운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신준영, 「블라디보스토크」 부분(시 부문 당선작)
남자는 빤히 도일을 보더니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도일이 다가가자 도일의 이마를 겨냥하여 체온계를 들이댔다. 도일은 바짝 얼어붙었다. 삼십육 점 영 도. 그는 체온계를 도일의 얼굴 앞에 들이대 연두색 바탕의 숫자를 보여 주었다. 신분 증명을 요구했다. 도일이 휴대전화의 큐알코드를 단말기에 찍자 건강 상태를 알리는 초록색 사인과 도일이 속한 단지의 주소, 관할 보건소 직원인 장리원의 이름과 연락처가 떴다.
-도현우, 「모두의 안녕」 부분(소설 부문 당선작)
그동안 숱하게 이 집 저 집 다녀 봤어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자의 물건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당혹스러웠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형은 일기장을 본래 있던 자리에 집어넣고 재빨리 방을 나섰다. 허겁지겁 운동화를 구겨 신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순간이었다. 한 할머니랑 정면으로 마주쳤다. 할머니는 진영 형을 보자마자 손을 움켜잡았다.
“현우니?”
“아뇨, 저 현우 아닌데요.”
진영 형은 주눅 든 목소리로 부인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손주로 착각한 듯했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두 손으로 열여덟 진영 형의 젖살이 오른 볼을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권혜영, 「들개들의 트랙리스트」(소설 부문 당선작)
이 외에도 탄탄한 서사와 긴장감 있는 이야기, 현재의 문단 상황을 날카롭게 묘사하며 허를 찌르는 유머까지 두루 갖춘 문진영·이은정·장성욱 소설가의 단편들과 권성훈·김승해·김진·안은숙·윤유나·이병철·이정록·이철경·장문석·정춘근·최영랑 시인의 신작시가 풍성하게 가을호를 채운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까만 발바닥이 말발굽처럼 갈라졌다
나는 노새가 되어 머나먼 여름 정원으로 달려갔다
장미를 실을 빈 수레에 흰 촛농이 소복소복 쌓였다
-이병철, 「촛불의 왈츠」 부분
우리 엄마도 착한 사람이에요. 노래방 도우미라고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청소하고 과일만 깎는대요. 저도 날라리가 아니에요. 현장 취업 1호는 저에게 주세요. 월급이 적어도 괜찮아요. 선생님이 제 인생에 마지막 담임이에요.
-이정록, 「아빠」 부분
철썩철썩, 가위질 소리인가 하면 바느질 소리
그날 저녁, 그는 손수 마름질한 비단옷 한 벌 지어 입고 수평선을 넘어갔다
밤새도록 등대가 불을 밝혔다
-장문석, 「꽃지 노을」 부분
《산문》에서는 김도연·조시현 소설가가 코로나19 이전의 삶들을 상상하며, 지금 이곳에서 어떤 삶을 살며 ‘다음’을 상상해야 할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편집 후기
* 마스크, 비대면, 거리두기, 재택근무… 같은 단어가 일상이 된 시절에 실천문학 통권 137호를 펴낸다. 이 암울한 시대에 문학이 없었다면 얼마나 더 끔찍했을까. 끔찍한 상황을 위로하듯 제27회 실천문학 신인상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시 부문 당선자인 신준영은 “한 편 한 편에서 결 고르게 뛰어난 감각과 예리한 사물 인식이 돋보였다”는 점에서, 소설 부문에 당선된 권혜영은 주인공을 “둘러싼 사회의 방조나 폭력, 혹은 성 소수자 가족의 상처로까지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고, 역시 소설 부문에서 공동 당선된 도현우는 “코로나19를 과감하게 소설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점,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고립된 인간의 공포와 삶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점”에서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세 주인공 모두 때 묻지 않은 감각과 패기로 한국문학의 장(場)을 꿋꿋이 걸어갈 것이라 기대한다.
* 이번 호《특집》은 ‘평범한 이웃의 두 얼굴’이라는 주제로 박윤영·정재훈·최진석 평론가가 함께했다. 마스크로 얼굴의 아랫부분을 가리면서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과연 우리 곁에 있는 얼굴들은 어떤 얼굴인가 하는 질문,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 끝에 이번 특집이 마련되었다. 박윤영 평론가는 ‘여성’ 혹은 ‘모성’이라는 이름이 가진 두 얼굴에 대해 탐구함으로써 돌봄 노동에 희생된 여성이 “퇴행적이고 모순적인 방식”들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을 찾는다. 정재훈 평론가는 “하나의 얼굴이지만, 어떤 표정을 짓고 또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이 ‘얼굴’을 둘러싼 문제는 우리 앞에 놓인 갈림길과도 같은 것”이라고 강조하며, 최진석 평론가는 “이웃은 그 자체로는 적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다. 하지만 이웃이라는 모호한 타자는 적대와 동시에 우정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아직은 어느 쪽도 아닌 그토록 모호한 경계의 출렁임, 이웃에 대한 무지와 그 불가해한 타자성이야말로 적대의 공포만큼이나 우정의 기쁨을 우리에게 던져 줄지 모를 일이다.”라며 ‘미지’에 대한 열린 태도와 기대야말로 지금의 암울함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제언한다.
* 탄탄한 서사와 긴장감 있는 이야기, 허를 찌르는 유머까지 두루 갖춘 문진영·이은정·장성욱 소설가의 단편들과 권성훈·김승해·김진·안은숙·윤유나·이병철·이정록·이철경·장문석·정춘근·최영랑 시인의 신작시들이 풍성하게 가을호를 채운다. <리뷰> 지면에서는 김연희 소설가가 정세랑의 소설 『시선으로부터,』를 흥미롭게 소개하며, 박혜정 시인은 이세기의 시집 『서쪽이 빛난다』가 지닌 생명성과 서정성에 주목하고 있다.
* 《산문》에서는 김도연·조시현 소설가가 코로나19 이전의 삶들을 상상하며, 지금 이곳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여기를 위해 이토록 애쓰고 노력한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머리로는 알아도, 체감하는 것은 좀 더 나중의 일이 됐을지도 모른다. 내가 지구의 얼마나 많은 것을 착취하고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조시현)라는 말처럼, “코로나는 이제 그만 도서관에서 나와 세상의 다른 곳을 찾아가라고,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내 등을 떠미는 듯하다. 되돌아가는 길이 없는 게 인생인 모양이다.”(김도연)라는 인식처럼,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불행만을 안겨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불행을 넘어서는 연대와 힘은 바로 우리 안에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실천문학편집위원회
<실천문학 83 - 2006.가을>
목차
권두언
이순원 | 그의 태생과 그의 삶, 결국은 ‘나의 이야기’로서의 문학
긴급 기고
하창수 | 김유정문학상, 이대로 두어야 하나?
시
권성훈 | 더 믹스한 짬뽕 외 1편
김승해 | 매직아워 외 1편
김 진 | 자가격리 외 1편
안은숙 | 엉망진창을 보았다 외 1편
윤유나 | 꽃 사진 찍기 외 1편
이병철 | 촛불의 왈츠 외 1편
이정록 | 아빠 외 1편
이철경 | 밤 열차 외 1편
장문석 | 꽃지 노을 외 1편
정춘근 | 대마리31 외 1편
최영랑 | 누군가 들락거리고 있다 외 1편
단편소설
문진영 | 나비야
이은정 | 울고 간 소란
장성욱 | 분노의 피망
제27회 실천문학 신인상
시 부문 당선 _ 신준영 | 블라디보스토크 외
당선 소감 및 심사평
소설 부문 당선 _ 권혜영 | 들개들의 트랙리스트
도현우 | 모두의 안녕
당선 소감 및 심사평
특집 | 평범한 이웃의 두 얼굴
박윤영 | 엄마의 자리에 서서 : 돌봄과 자기윤리
―황정은, 김유담, 김초엽의 소설을 중심으로
정재훈 | 지금 당신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습니까
최진석 | 이웃, 적대와 우정 사이의 모호한 타자
산문 | 코로나19 이전을 기억하다
김도연 | 2020, 사라진 도서관에서 끄적인 기록들
조시현 | 돌아갈 수 없다면
리뷰
김연희 | 사랑이 빠진 제사상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세랑, 『시선으로부터,』(문학동네, 2020)
박혜정 | 바다의 모성성과 무궁한 신비가 낳은 시편들
-이세기, 『서쪽이 빛난다』(실천문학사, 2020)
편집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