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숨을 쉴 수가 없어."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에 목이 짓눌린 흑인 플로이드는 이 같은 비명을 지르다 숨졌다.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였다지만 경찰의 과잉진압과 가혹행위에 대한 시민의 항의 물결이 미 전역을 휩쓸었다.
8월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흑인 여성인 카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지명되자 일각에서 '흑인성' 논란이 제기됐다.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를 아버지로 둔 해리스를 과연 '흑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었다. 이들 사례에서 보듯 미국에서 인종 차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재미 사회학자인 지은이가 이 '뜨거운 감자'를 파고들었다. 다양한 사료와 최신 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인종차별의 역사와 실태를 꼼꼼히 살피고, 그 허구성을 파헤쳤다. 여기에 한국인의 시각을 더했으니 가히 인종차별 연구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착취와 차별을 위한 가장 위험한 ‘신화’
인종은 근대에 ‘발명’되었다
“숨을 쉴 수가 없어.”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에 목이 짓눌린 흑인 플로이드는 이 같은 비명을 지르다 숨졌다.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였다지만 경찰의 과잉진압과 가혹행위에 대한 시민의 항의 물결이 미 전역을 휩쓸었다.
8월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흑인 여성인 카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지명되자 일각에서 ‘흑인성’ 논란이 제기됐다.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를 아버지로 둔 해리스를 과연 ‘흑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었다. 이들 사례에서 보듯 미국에서 인종 차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재미 사회학자인 지은이가 이 ‘뜨거운 감자’를 파고들었다. 다양한 사료와 최신 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인종차별의 역사와 실태를 꼼꼼히 살피고, 그 허구성을 파헤쳤다. 여기에 한국인의 시각을 더했으니 가히 인종차별 연구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200년이 채 못 되는 인종 구분의 역사
지은이에 따르면 인종과 인종 혐오의 역사는 짧다. 고전 문학과 고대 언어에는 ‘인종’에 상응하는 낱말이나 개념이 없었다. 중세 이전에는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기준은 신체적 특징이 아니라 문명과 종교였다. 이집트그리스로마초대 기독교의 문학과 미술에 나타난 ‘흑인 이미지’를 낱낱이 살핀 프랭크 스노든은 고대 사회에서 검은 피부가 차별의 토대가 된 예가 없다고 주장했다(169쪽). 그러던 것이 16세기 대항해시대 이후 신대륙의 낯선 사람들을 접하고, 착취를 위한 논리적 근거를 위해 외모의 차이가 기준이 되었다. 결국 ‘인종’은 17세기부터 19세기 초반에 걸쳐 인간이 임의로 만들어낸 발명품이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1680년대 후반 아메리카 식민지 전역에서 ‘백인’이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든가 남아공에서는 흑인을 구분하기 위해 머리카락에 연필을 찔러 넣는 ‘연필 테스트’ 등 흥미로운 이야기도 소개한다.
미국의 비백인 차별, 그 뿌리와 실태
책은 미국사는 흑인 차별과 더불어 진행됐음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실증한다. ‘제헌의회’는 흑인의 ‘몸값’을 백인의 5분의 3으로 계산했다. 그렇게 인구수를 따져 각 주의 하원 의석을 배정했다(57쪽). 그렇다고 흑인만 차별한 것이 아니었다. 이탈리아그리스 이민자들은 한동안 흑인 학교에 배정되거나 백인 전용 카페 출입이 금지되는 등 ‘앵글로 색슨족’이 아닌 동남부 유럽인들은 2등 백인 취급을 받았다. 1676년 흑인과 백인 노동자가 연합해 일으킨 ‘베이컨 반란’을 계기로 백인 노동자 회유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증조부모 대까지 흑인 한 사람만 포함되어 있어도 흑인으로 간주하는 ‘8분의 1 혈통분수법’, 비백인과 결혼한 백인 여성은 시민권을 박탈하는 버지니아주의 ‘인종 보전법’ 등 위세를 부렸다. 나아가 흑인 피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흑인으로 간주하는 ‘피 한 방울의 법칙’은 1910년 테네시주에서 입법된 이래 1967년 위헌 판정을 받을 때까지 인종 판정의 유일한 기준으로 효력을 발휘했다. 미국의 ‘흑역사’다.
종교과학법이 합작한 흑인 차별 역사
미국의 인종차별은 제도적사회적으로 이뤄졌고 이를 법은 물론 종교와 과학이 이론적 뒷받침을 했음을 지은이는 여실히 보여준다. 교회는 백인은 신에 의해 ‘생래적 주인’으로 점지되었으며 “검둥이는 인간과 다른 별도의 존재”라고 설파해 흑인 노예를 인간이 아닌 ‘사유재산’으로 취급하는데 이바지했다. 과학은 인류의 복수기원설을 내세웠다. 흑인은 동물 바로 위라는 ‘존재의 대사슬’에서 흑인은 동물 바로 위라는 이야기였다. 이는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노예해방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1830년대 미국에서 꽃을 피웠다. 법은 말할 것도 없다. 독립 초기 노예법이나 인종 간 금혼법, 귀화법, 그리고 ‘인종 전제조건’ 사례는, 결국 인종 분류가 사회적 구분임을 보여주고 있다. 법원 판사는 판결을 통해 인간 겉모습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인종 ‘창안’에 기여했다(278쪽). 그러나 지난 220년 동안 실시된 미국 인구조사에서 인종 범주가 24번이나 바뀐 사실은 인종의 구분이 얼마나 자의적인지 보여준다.
‘모범 소수인종론’에 포섭된 한국인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한국인의 시각에서 인종차별 문제를 접근한 것이다. 열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가 제1차 세계대전에도 미군으로 참전했으나 미국 시민권이 거부된 차의석 사건(114쪽)은 여느 인종차별 연구서에서는 만나기 힘들 터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하와이 한국인은 계엄령이 해제되는 1944년 말까지 신분증 지참, 예금 인출 제한, 부동산 매매 금지, 통행 금지, 단파 라디오 소지 금지, 군사 당국 허가 없는 주소직업 변경 금지 등 적국 출신 국민에게 적용된 모든 제약을 감내해야 했던 사실(135쪽)은 어떤 책에서 만날 수 있을까. 한국인이 일본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분투한 과정, 중국인일본인과 더불어 흑인보다는 우수한 인종이라는 ‘모범 소수인종론’에 포섭되기까지의 힘든 역정을, 지은이는 촘촘하게 드러낸다.
인종과 인종주의는 미국을 이해하는 키워드라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그러면서 인종과 인종주의는 더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국에도 이미 미국식 ‘인종 질서’가 뿌리를 깊게 내린 채, 개개인의 인간관계와 세계관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지 인종이라는 ‘딱지’가 계층성학연이나 지연국적장애 등으로 치환될 수 있는 만큼 미국의 인종 담론이 우리 사회의 인종 혐오나 갑질문화를 이해하는 데 통찰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의미 있고 유익하면서 흥미롭기까지 하다.
노예제는 분명 미국이 내세운 이상과 상충하는 제도였다. 미국은 흑인의 예속을 설명해야 했다. 궁여지책으로 미국은 ‘인종’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 미국 지배집단은 흑인은 본래부터 열등하게 태어났다는 설화를 유포했다. …… 흑인의 지적 수준은 인간과 짐승 중간쯤에 위치하기에, 흑인은 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노라고도 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인간 유전자의 99.9퍼센트가 서로 같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종’에 상관없이 인류가 유전적으로 아주 동질적이라는 의미다. 이 기념비적 연구는 사람을 몇 개의 특정 인종으로 유형화하는 일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보여줬다.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인류를 백인과 비백인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백인을 ‘앵글로’와 ‘색슨’족으로 좁게 정의했다. 그는 아예 ‘앵글로’와 ‘색슨’족만이 지구상에서 “가장 중추적인 백인”이라 단언했다. 프랭클린의 눈에는 독일인이나 프랑스인, 스페인, 스웨덴인, 아일랜드인은 그저 피부가 “가무잡잡”한 종족일 뿐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진구섭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KBS America(당시 KTE)의 저널리스트로 근무했다. 이후 캘리포니아 주립대(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에서 인종관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존스홉킨스대 사회학과와 비교미국문화 프로그램, 미시간대 사회학과 초빙 조교수로 재직했다. 지금은 맥퍼슨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학생과 교수가 뽑은 ‘올해의 최우수 교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30여 년간 미국 인종관계와 사회 불평등, 이민과 초국가주의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에 매달려 왔다. 특히 아시안 아메리칸 등 소수인종의 역사, 그리고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 문제를 꾸준히 탐구해 왔다. 또한 미국의 인종주의와 한국의 혐오 표현이나 갑질 현상 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해, 이를 아우르는 글을 쓰고 있다. 《누가 백인인가?》는 이런 시도의 첫 결과물이다.
목차
들머리: 인종주의, 미국사의 응달
1부 만들어진 인종
1장 인종 혐오와 차별은 미국의 전통
이야기 1. 두 보이스의 일갈: “바보야, 문제는 인종이야”
인종화된 미국|인종 패러다임의 대전환
2장 백인 만들기: 누가 백인인가?
이야기 2. 교도소 습격 사건: 미 역사상 최악의 린칭
누가 백인인가?|백인 인종 변천사|마침내 ‘온전한 백인’이 되다
3장 흑인 만들기: 흑인 감별 잔혹사
이야기 3. 타잔과 킹콩, 그리고 백악관 원숭이
미국 헌법과 흑인의 ‘몸값’|전통적 흑인 감별법|피 한 방울 법칙|흑인 민족주의와 흑인의 인종 정체성|누가 ‘흑인’인가?
4장 황인종 만들기: 황색 노예와 명예 백인 사이
이야기 4. 록 스프링스 중국인 학살 사건
아시아인 노동자와 반아시안운동|아시아인의 인종화|황화론과 ‘모범 소수인종론’ 사이|‘아시안 아메리칸’이 되다
5장 한국인의 인종화와 인종차별
이야기 5. 살구농장 한인 노동자 봉변기
한국인의 인종화|연방 인구조사와 한국인의 인종 분류|일본인과 한국인 배척동맹|한국인 박해 사례|한국인, 미국의 ‘적국 국민’이 되다
6장 히스패닉 만들기: 민족집단인가, 인종집단인가?
이야기 6. 멕시코인 대추방 작전
미국에서 가장 몸집 큰 소수집단|스페인 식민통치와 세 개의 전쟁|‘히스패닉’ 혹은 ‘라티노’ 범주 만들기|히스패닉의 맷집과 몸집
2부 인종, 약자 억압의 이데올로기
7장 인종, “인류의 가장 위험한 신화”
이야기 7. 히틀러의 성경책
너희가 인종을 아느냐|인종의 ‘제작 연대’|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인종의 수|편견, 혐오, 차별, 인종, 민족집단
8장 인종의 파란만장한 이력서
이야기 8. 담배와 인종의 뒤얽힌 운명
기원 논쟁|초기 버지니아주: 인종이 없던 사회|흑인의 증가와 신분의 변화|인종 ‘제조’의 촉매제: 베이컨 반란|노예제 수립과 인종‘발명’|‘인종 뇌물’: 유럽계 노동자, 백인이 되다
3부 인종 굽기: 목사와 유사 과학자와 판사
9장 교회, 성경을 비틀어 인종을 짜내다
이야기 9. 남침례교 교단의 참회록
중남미 인디언 홀로코스트|인종을 둘러싼 16세기 ‘종교 논쟁’|대서양 노예무역|북미 인디언, 백인의 발명품|남부 교회, 노예제의 대변인이 되다|‘함의 저주’와 함의 흑인화 |왜곡된 성경 해석 비판
10장 과학, 인종 서열을 지어내다
이야기 10. 아가시와 흑인의 첫 상견례
미국에서의 과학적 인종주의|‘존재의 대사슬’|미국 발 복수 기원설|‘과학적 인종주의’의 3인방|복수 기원설의 유산
11장 눈먼 법, 인종 울타리를 세우다
이야기 11. 조선 청년의 미국 시민권 도전기
인종은 법의 산물|비판적 인종이론 등장|법, 인종 울타리를 짓다|시민권 취득 ‘인종 선행조건’ 판례 |미국 시민권이 뭐길래
끝머리: 혐오와 차별 허물기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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