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제민숙의 시조를 읽으면서 인간의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지에 대해서는 방향을 잡지 못해 흔들리는 경우를 목도한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 현재에 대한 불신과 불안, 미래의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빠져들기도 한다. 행복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며, 가치관에 따라 삶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시인은 예지적 존재이다.
자신을 주체적으로 성찰하는 윤리적 존재이며, 행동과 삶의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창조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얼마를 살았는가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한가를 확인하면서 자신이 속한 사회 규범과 그 가치를 내면화하여 조직의 구성원이 되어가는 사회화를 체득한다.
출판사 리뷰
“온화하고 밝고 투명한 심성을 보여주는,
신뢰가 바탕이 된 정신세계와
아름다움의 밑거름이 되어,
돌올한 시조세계를 탐미하는, 제민숙 시집 『아직 괜찮다』”
제민숙의 시조를 읽으면서 인간의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인지에 대해서는 방향을 잡지 못해 흔들리는 경우를 목도한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 현재에 대한 불신과 불안, 미래의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빠져들기도 한다. 행복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며, 가치관에 따라 삶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시인은 예지적 존재이다. 자신을 주체적으로 성찰하는 윤리적 존재이며, 행동과 삶의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창조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얼마를 살았는가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한가를 확인하면서 자신이 속한 사회 규범과 그 가치를 내면화하여 조직의 구성원이 되어가는 사회화를 체득한다.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면 보여요
적당한 간격 두고 그렇게 살다 보면
못 보던
모습들까지
한눈에 다 보여요
가까우면 찔릴까
너무 멀면 잊힐까
키워온 그리움도
억눌러둔 아픔도
괜스레 쓰는 마음도
한눈에 다 보여요
-「배려」 전문
배려는 상대방의 마음읽기에서 출발하여 상대를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하는 심성을 의미한다. 화자는 상대의 마음도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면’ 보이고, ‘적당한 간격 두고 그렇게 살다 보면// 못 보던/ 모습들까지’ 보인다고 한다. 배려는 개인적 배려와 사회적 배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배려를 행하는 주체 역시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에 의해 행해진다. 배려는 스스로 우러나오는 마음에서 출발하게 되는데, 때에 따라 당연한 권리로 포장이 되면 불편해지는 경우도 있다. ‘가까우면 찔릴까/ 너무 멀면 잊힐까’ 우려하면서 ‘키워온 그리움도/ 억눌러둔 아픔도// 괜스레 쓰는 마음도/ 한눈에 다 보인다고 한다. 화자의 배려는 “생각이 너그럽고 두터운 사람은 봄바람이 만물을 따뜻하게 기르는 것과 같으니 모든 것이 이를 만나면 살아난다.”라는 채근담의 말을 연상하게 하면서 규정화된 사회적 배려와 달리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시인의 배려를 보여준다.
제민숙의 시조는 그가 함의한 내면세계가 따뜻하고 아름다운데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배려와 절제가 몸에 배인 그가 시조로 들려주는 삶과 사유방식은 울림이 크다. 배려와 절제는 인간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삶의 덕목이며, 긍정적 사고에 대한 가늠자가 된다. 화자가 주는 배려와 절제는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고 더 아름다운 세상,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삶의 가치 기준이 되며 척도가 된다. 그는 자신이 그려낸 시조에서 온화하고 밝고 투명한 심성을 보여줌으로써 공감을 사고 있다. 신뢰가 바탕이 된 정신세계와 아름다움의 밑거름이 되는 화자의 돌올한 시조세계를 탐미하는 일은 자못 흥미롭다.
- 김복근(한국문협 자문위원·문학박사)
부부
우리 집 기울기는 각도가 늘 다르다
어떤 날은 좁혀졌다 어떤 날은 벌어졌다
예각과
둔각 사이를
질정 없이 넘나든다
오래된 나사처럼 녹이 슬면 닦아주고
헐겁고 무뎌지면 조였다가 풀었다가
때로는 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그런 사이…
그래도 따뜻하다
통째 바다를 건지는
저 작은 손놀림
둥글게 말린 새우등
불룩한 시간 위로
더디게 가을은 오고
홀쭉한 여름이 간다
밀린 집세와 독촉장 고지서가
온종일 머릿속을 쓸어갔다 밀려오는
찰방댄 하루가 터져 방파제를 울린다
늦은 밤 찾아드는 밥처럼 따뜻한 집
검푸른 바다를 머리맡에 놓아두고
보이지 않는 약속을 주렁주렁 매단다
나비처럼 날고 싶다
송두리째 갉아 먹힌 푸른 날의 상처는
한평생 날 흔드는 진실 감춘 덫이었다
허공을 떠도는 그 말
나비처럼 날고 싶다
끝끝내 듣지 못한 사과의 말 뒤로 하고
차마 눈 감지 못한 김복득 할머니의 한
구멍 난 생의 시간을
그 누가 기워줄까
*나비처럼 날고 싶다: 고 김복득 위안부 할머니가 하신 말
목차
1부
부부·12
그래도 따뜻하다·13
나비처럼 날고 싶다·14
손·15
아직 괜찮다·16
가을·18
말을 본다·19
따뜻한 이름·20
웅크린 봄·21
어부·22
도마·23
잇다·24
한글 공부·25
무소식·26
2부
지친 나의 발에게·30
비빔밥·31
오래된 골목·32
세상을 걷다·33
길에게 말을 걸다·34
비싼 세상·35
봄날은 간다·36
배려·37
오늘도 자란다·38
여백·39
금요일의 파도 소리·40
갈증·42
푸른 우포·43
온 앤 오프·44
3부
봄날·48
어머니의 발·49
바람의 집·50
뿌리·52
오월을 업다·53
훈장·54
혼자 먹는 밥·55
이순耳順에 들며·56
안경·57
아버지·58
어머니·59
봄을 훔치다·60
모자·61
4부
그날·64
꺼지지 않는 불꽃·65
다솔사·66
사월·67
바람이 분다·68
남산 길·69
스며드는 일·70
칸나, 지다·71
휴식·72
허수아비가 노래하다·73
어쩌자고·74
상추쌈을 먹다가·75
표정 짓기·76
5부
꽃은 피었는데·78
등짐·79
파도·80
억새·81
살면서 한 번쯤은·82
세상 읽기·83
달집·84
달빛사냥·85
버스에서·86
꽃이 나에게·87
마른 오후·88
거울 앞에서·89
실직·90
해설 | 김복근_배려와 절제, 그 신뢰가 주는 아름다움·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