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의사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 수련의 과정만 마치면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어엿한 의사가 된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이 시기의 청춘들은 절대 수련의를 중단하지 않는다. 그런데 하필 이 중차대한 시기에 남극행을 결정한 사람이 있다. 관광 목적도 아니다. 1년 동안 세종과학기지에서 살면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무슨 절실한 이유가 있었을까?
‘남극’을 콘텐츠로 다루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극지라는 환경적 특수성에 포커스를 맞춰 기후와 생태계, 나아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의 모습을 담아내거나 혹은 이 험난한 곳으로 탐험에 나섰던 영웅적 인물들의 생애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가 하나요, 극한적 환경에 닥친 사람들의 감춰진 본성이나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소설이나 영화 같은 픽션물이 또 하나다. 그리고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방식인 과학적 탐구 대상으로서 남극이 있고, 마지막으로 최근 더 이상의 새로운 여행지를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뜨겁게 부상하는 관광지로서의 남극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묘한 지점에서 남극을 바라본다. 저자는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대원이 되어 남극을 경험하지만 그는 과학자가 아닌 의료대원이었고, 단 며칠만 머물고 떠나는 관광객이 아니라 그곳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나야 하는 생활인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지금까지 남극을 다루었던 시각들과 달리 ‘남극의 일상’이 주된 소재가 된다. ‘평범한 사람’을 자처하는 저자의 눈에 남극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출판사 리뷰
남극에 1년씩이나? 네가 왜?의사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 수련의 과정만 마치면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어엿한 의사가 된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이 시기의 청춘들은 절대 수련의를 중단하지 않는다. 그런데 하필 이 중차대한 시기에 남극행을 결정한 사람이 있다. 관광 목적도 아니다. 1년 동안 세종과학기지에서 살면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무슨 절실한 이유가 있었을까? 저자 서동경은 30차 월동대를 뽑는 면접 상황에서 ‘적절한 답변이 아닐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이렇게 대답한다.
의료대원 채용 면접 때도, 면접관은 세종기지 지원 동기가 무엇인지 물었다. 항상은 아니지만 중요한 순간에 발휘되는 진심의 힘을 믿고 있었던 나는 태어나서 가장 솔직한 자세로 면접관에게 대답했다.
‘그냥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본문 중)
이런 남극, 처음이야‘남극’을 콘텐츠로 다루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극지라는 환경적 특수성에 포커스를 맞춰 기후와 생태계, 나아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의 모습을 담아내거나 혹은 이 험난한 곳으로 탐험에 나섰던 영웅적 인물들의 생애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가 하나요, 극한적 환경에 닥친 사람들의 감춰진 본성이나 갈등 상황을 보여주는 소설이나 영화 같은 픽션물이 또 하나다. 그리고 우리가 익숙하게 접하는 방식인 과학적 탐구 대상으로서 남극이 있고, 마지막으로 최근 더 이상의 새로운 여행지를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뜨겁게 부상하는 관광지로서의 남극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묘한 지점에서 남극을 바라본다. 저자는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대원이 되어 남극을 경험하지만 그는 과학자가 아닌 의료대원이었고, 단 며칠만 머물고 떠나는 관광객이 아니라 그곳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나야 하는 생활인이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은 지금까지 남극을 다루었던 시각들과 달리 ‘남극의 일상’이 주된 소재가 된다. ‘평범한 사람’을 자처하는 저자의 눈에 남극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세종과학기지에서의 1년의미론에서는, 모든 말은 관계망에서만 의미를 가질 뿐 아니라 관계망이 달라지면 의미가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저자 서동경이 도착한 세종과학기지는 남극반도 끝의 킹 조지 섬에 위치하는데, 이곳은 북반구와 계절만 다른 게 아니다. 해가 뜨는 시각과 지는 시각도 극단적으로 바뀐다. 지구의 자전속도도 늦춰진다. 문명권의 시간관념도 사라진다. 밤과 낮이 뒤섞인다. 풍속 56킬로미터 이상의 바람, 블리자드는 수시로 불어 외출뿐 아니라 시야까지 가로막는다. 해가 뜨는 날은 맑은 공기를 관통하는 직사광선과, 설원에서 반사된 햇빛이 두 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시정이 좋은 날은 멀리 남극 내륙까지 보이지만 너무 많은 광량 때문에 시각은 원근감을 잃게 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그림자도 흰색’이다. 달은, 밤하늘의 거대한 외계행성처럼 떠오른다. 여기에 이상하게 걷는 펭귄과, 펭귄을 쫓는 스쿠아, 그리고 떠다니는 얼음 위에 몸을 누인 수많은 해표들과 거대한 몸짓으로 다가오는 고래도 있다. 지구상 유일하게 어떤 국가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만든 이곳 남극은 그래서 인류가 유일하게 손님으로 찾아오는 곳이고, 문명권의 논리가 아니라 남극 생태계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단 하나의 대륙이다. 다쳐도 문명권의 치유를 기대하기 힘든 곳, 남극이다.
두 번째 남극행 - 남극 내륙 탐사대아마도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킹 조지 섬이 남극에서 조금은 변방 지역에 속했기 때문일까? 그래서 ‘제대로 된 남극을 경험한 것 아니다’라고 생각한 것일까? 1년간의 세종기지 생활을 마친 저자는 다시금 남극 내륙 탐사대원에 지원한다. 이번에는 고정된 기지 내에서의 생활이 아니었다. 케이루트라고 명명된 내륙 탐사 팀과 함께 아직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남극 내륙으로 진입한다. 그곳은 ‘평범한 사람’에게 또 어떤 경험을 선사할까? 이 책, <그냥 남극>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남극을 택한 평범한 사람의 평범치 않은 남극 체험기다.

그 와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왜?’였던 것 같다. 네가 무슨 연구를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영감이 필요한 예술가나 작가도 아닐뿐더러, 그 긴 시간 동안 관광할 목적도 아닐 텐데 도대체 왜 가느냐는 수많은 물음표들. 물론 워낙 경험하기 힘든 곳이니 ‘짧은 기간이라면 다녀올 수도 있겠다’고 단서를 달아 수긍해주는 분들도 있었지만 문제는 그 1년이었다. 도대체 1년씩이나 투자하며 남극행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도전 정신, 진귀한 경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세상의 끝이 주는 환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의 낭만, 국가에 대한 헌신, 멋진 경치, 깜찍한 펭귄,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블리자드, 몽환적인 극야와 오로라, 거대한 보석처럼 빛나는 유빙……. 이밖에도 수많은 이유나 동기를 나열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내 경우에게 이 모든 이유는 한 가지에서 파생된 곁가지에 불과하다. 그 이유란 ‘그냥 가고 싶으니까’. (Intro)
블리자드가 몹시 불던 날, 통신대원이 대기관측동으로 가려고 길을 나섰다가 엉뚱한 건물에 도착했나 보다. 그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돌아와서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외국 기지발 일화도 있다. 눈폭풍 속에서 길 잃은 대원 하나가 사망했다. 그런데 그가 사망한 곳은 기지 건물에서 불과 수십 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지어낸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남극의 겨울 풍경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거대한 눈폭풍이 기지를 집어 삼킬 듯이 불어올 때는 기지 밖은커녕 건물 밖으로도 나가기 싫었다. (기지 안과 밖)
작가 소개
지은이 : 서동경
2011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서울 시내의 대형병원에서부터 태백산맥 끝자락 오지마을인 봉화군까지, 또 일본의 북단 홋카이도에서 지구의 남단 남극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근무했다. 남극에는 2017년 세종기지 30차월동대 의료대원으로, 2019년 4차 케이루트 내륙탐사 팀 팀닥터로 근무했다.
목차
서울까지의 거리 17,240
국기 게양대
세계일주를 떠나던 날
기지 안과 밖
돈은 소용 없다
남극에 필요한 극지의료 전문가
남극에서 질병과 치료에 임하는 자세
왜곡된 지각부터 두려운 감정까지
크레인으로 건져 올린 유빙 넣고 건배
골디락스 존
환자 사진을 보여주며
내가 하는 일이 꼭 눈 치우기 같구나
엑스레이 차폐장치를 한국에서처럼 설치해보기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허 내어
자외선을 본다는 것
1년 성장의 길이, 1밀리미터
해질녘의 풍경
보급선이 오는 날
삶의 증거
겨울을 나는 능력
미니멀리즘
파블로프의 개와 시그널 송
뜻밖의 선물, 달
낯선 방문자
타인의 불행에 기대어 살아간다는 것
남극을 정의하는 5가지 방법
트래버스와 카라반
대작가와의 문답
두 번째 남극행
두 번째 남극을 준비하며
가도 가도 설경
남극의 중심으로
남극에 내리는 검은 보석을 찾아서
사라진 시간과 공간
현대 애국의 한 형태
잠재력
두 명의 대장 1
두 명의 대장 2
궂은 날의 한가한 이야기들
섀클턴을 생각하며
쇄빙선상에서의 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