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나도 회사의 대변자 노릇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조직의 문제는 차고 넘친다. 직장인은 주변 동료를 만날 때면 늘 회사나 사장에 대해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매년 반복되는 연봉 문제, 이해할 수 없는 평가, 비합리적인 업무 지시 등 직장인 모두 회사 조직의 부조리함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동료를 만나 회사 문제를 이야기하다가도 어느새 다른 동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누구는 야근도 안 하더라, 누구는 회의 시간에 한마디도 안 하더라, 일처리가 더디더라. 다른 직장인을 비난하는 내용은 회사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저자는 여기에 주목했다. 직장인이 같은 노동자인 동료를 편들지 않고 비난하는 이유는 뭘까? 왜 회사 편인 듯한 직장인이 많을까? 왜 회사의 입장에서 이야기할까?
이 책에서는 저자와 주변 동료의 경험을 통해 직장인이 회사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이유를 찾는 과정을 담았다. 그 과정 속에서 조직 문제를 파헤치고, 조직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왜 회사의 언어로 이야기하게 되었을까?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떠나라,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해라, 어제의 너보다 오늘 더 성장해라, 끊임없이 경쟁하라, 눈에 띄는 성과를 내라!’ 회사에서 직장인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회사에는 이익이 되지만 직장인에게는 전혀 이득이 없는 언어가 모두에게 스며들었다. 회사의 언어인 동시에 직장인의 언어가 되었다. 왜 그런 걸까?
회사에서 일은 상급자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타율적 영역과 스스로 성과를 찾아가는 자율적 영역이 공존한다. 우선 타율적 영역을 보자. 타율적 업무가 강조되는 조직은 보통 수직 구조가 굳건하다. 회사 대표부터 말단 사원까지 선후배 관계가 명확하고 감히 후배가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지시, 이행’으로 일이 이루어지다 보니 수직 구조의 상층부에 올라가지 못한 직장인은 객체로 일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실무는 대부분 아래 있는 직원이 진행하는데, 권한은 없지만 책임은 떠안아야 한다. 직장인은 위로 올라서고 살아남기 위해 사내 정치에 참여하거나 회사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자율적 영역에서는 어떨까? 최근 들어 많은 회사가 직장인에게 창의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자율성을 보장하지만 문제는 스스로 성과를 내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경영학에서 제시한 평가 시스템을 받아들인 회사는 직장인에게 목표를 잡고 성과를 내어 그에 맞춰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의 항목은 객관적이고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기에 가시적인 성과에만 매달렸다. 게다가 성과뿐만 아니라 개인 역량까지 중시되면서 직장인은 강의를 듣고 어학 공부를 하는 등 자기계발에도 목을 맸다.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회사는 경쟁을 강조했다. 다른 동료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직장인은 언제든지 잘릴 위험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와 회사가 경쟁하는 게 아니라 회사 내의 팀과 팀의 경쟁, 개인과 개인의 경쟁으로 내몰렸다. 직장인은 살아남기 위해 동료와 끊임없이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회사가 원하는 대로 주인 의식을 갖고 스스로를 착취하면서 일해야만 했다.
조직의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조직의 문제가 해결되려면 직장인 모두가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모두가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직장인 간에 평등한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여전히 많은 남성주의 조직에서는 여성을 차별한다. 여성을 일 못하는 직원으로 규정하고 비가시적인 업무만 할당한다. 회사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직급이 같더라도 업무에 따라 차별하기도 한다. 특히 단순 업무나 잡무를 맡은 직장인이 다른 동료보다 낮은 연봉을 받고 불안정함 속에 회사를 다녀야 했다.
조직 구성원 간에 평등하고 차별 없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필연적(타율적) 일을 분배하는 거다. 누군가는 사무실을 청소하고, 냉난방기, 복사기, 프린터 등 사무용품을 관리해야 하고, 회사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야 한다. 이런 필연적 일이 바탕에 깔려야 직장인이 자율적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필연적 일만 하는 직원을 두거나 막내들이 이런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다. 필연적 일을 하는 직장인은 자율적 일을 할 수 없을뿐더러 회사에서 차별을 받는 거다. 자율적인 노동 주체들이 필연적 일을 공평하게 분배해서 행할 때 비로소 평등한 길이 열릴 것이다.
또 하나는 계급의 단순화다. 회사에는 너무도 많은 계급이 존재한다. 직급, 직책, 나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너무도 많은 계급은 조직의 수직 구조를 공고히 하고 수평 구조를 만들 수 없게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회사에서 자본가와 노동자만 구분되는 일이지만,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니 계급 구조를 조금이라도 단순화하라고 권한다. 가령 ‘실무자(팀원)-중간 관리자(팀장)-관리자(본부장)-관리자의 관리자(이사급)’의 구조에서 중간 관리자와 관리자를, 적어도 중간 관리자를 실무자로 돌리는 거다.
이제 구조를 바꾸었다면 개인들이 나설 차례다. 나부터 사장과 후배를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지 않는다면 좀더 동등한 관계 속에서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흔한 직장인의 경험이 이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출판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문제를 다뤘다. 듣는 것을 좋아해 자신의 경험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의 경험도 책 속에 넣었다. 나만의 서사가 아니라 다른 직장인의 서사도 섞여들면서 모든 직장인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1장에서는 회사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을 통해 조직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를 시작하고, 2장에서는 타율적 영역에서의 조직 문제, 3장에서는 자율적 영역에서의 조직 문제를 다룬다. 4장에서는 앞에서 이야기한 조직 문제가 팀 안에서 어떻게 벌어지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간다. 5장에서는 조직 문제를 풀 실마리를 던졌다. 구조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개인도 넋 놓고 있지 말자는 바람이 담겼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논리로는 조직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외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뿐더러 더욱 문제를 야기한다. 그런 논리에는 ‘사람 이야기’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기업조직을 구성하는 건 개개의 사람들인데, 경영 담론에서는 직장인을 엑셀 안 수치로 표현할 수 있어야 객관적인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고 착각하고 있다.
내가 다닌 회사에서 회계팀원을 뽑을 때 회계팀장의 마음에 들었던 구직자를 본부장이 면접에서 떨어뜨린 일이 있었다. 회계팀장이 “일 잘할 것 같은데 왜 떨어뜨렸냐”고 묻자, 본부장은 “걔 인상이 별로야. 말 잘 안 들을 거 같아”라고 했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시키는 일이나 똑바로 할 사람을 찾는 거지 인재 따위를 찾는 게 아니다. 그러면서 ‘인재 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는 일이 틀어졌을 때 비로소 “넌 인재야. 인재 한 명이 잘못하면 회사에 얼마나 큰 손실이 생기는지 알지? 그러니 이번 일은 너의 책임이 커”라며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