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꿀벌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은 과학책많은 사람들이 ‘벌’ 하면 먼저 ‘꿀벌’을 떠올릴 거예요. 또 대부분의 벌들이 꿀벌처럼 가족을 이루어 크고 복잡한 집을 짓고 살며, 꿀벌처럼 꽃에서 꿀과 꽃가루를 따 와 벌집에 저장하고, 적이 나타나면 꿀벌처럼 침을 쏜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런데 실제로는 꿀벌처럼 무리 지어 사는 벌보다는 단독 생활을 하는 벌이 훨씬 더 많습니다. 더구나 3만 마리에서 많게는 8만 마리까지 하나의 벌집에 모여 사는 벌은 꿀벌밖에 없어요. 그리고 13만 종류가 넘는 전체 벌 중에서 70퍼센트 정도는 꿀을 따지 않고 육식을 하거나 다른 동물의 몸에 기생해서 살아가죠.
꿀벌은 왜 이렇게 다른 벌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생활을 하게 되었을까요? 꿀벌은 어떻게 수만 마리가 하나의 벌집에 모여 살면서도 일사불란하게 꽃을 찾아 꿀을 모으고, 모양도 특이한 벌집을 만들어 오랫동안 유지하며, 단 한 마리뿐인 여왕벌이 수많은 알을 낳는 걸까요? 꿀벌은 언제부터 꽃에서 꿀을 얻어 살아가기로 했을까요? 꿀벌과 꿀벌이 좋아하는 꽃들은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을까요?
꿀벌이 진화한 역사와 생태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은 물론 지구의 생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강한 생물이 약한 생물을 제압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을 진화의 기본 원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꿀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사소한 꿀벌책》에서 그 모습들을 하나하나 만나 보세요.
꿀벌은 참 대단해!꿀벌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모든 먹이를 꽃에서 얻는다는 점과 엄청난 대가족이 모여 산다는 점이지요. 먼저, 꿀벌은 온몸에 털이 나 있어서 꽃가루를 잘 모을 수 있어요. 꽃가루가 많이 달라붙도록 머리와 가슴에는 긴 털이 나고, 먹이를 찾아다니는 일벌이 여왕벌이나 수벌보다 털이 훨씬 많은 것도 그런 이유랍니다. 그 밖에도 빠는 입과 씹는 입을 모두 가지고 있는 입 구조, 애써 모은 벌꿀을 훔쳐 가려는 천적들과 맞서기 위한 독침 등도 모두 꽃꿀을 모아 살아가는 꿀벌의 특징이지요.
꿀벌은 또한 엄청난 대가족을 이루고 살아요. 보통 한 벌집 안에서 알을 낳는 여왕벌 한 마리와 짝짓기를 기다리는 수벌 1000여 마리, 그리고 벌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을 하는 일벌 수만 마리가 살아갑니다. 크고 복잡한 조직인 벌집을 문제없이 유지하기 위해 꿀벌은 서로 할 일을 나누고, 저마다 맡은 일을 하지요. 특히 일벌은 벌집을 짓고 관리하며, 먹이를 구하러 다니고, 새끼들을 새로운 일벌로 길러 내고, 여왕벌을 돌보는 등 늘 바쁘게 일합니다.
일벌들은 벌집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결정할 때 서로 상의를 합니다. 이는 꿀벌만의 아주 특별한 의사소통 방식 덕분에 가능하죠. 꿀벌은 몸 전체에 있는 여러 분비샘에서 신호 물질인 페로몬을 내뿜고, 더듬이와 온몸에 나 있는 털로 서로의 페로몬 냄새를 맡으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생각을 전달하거든요. 또 날개나 몸을 떨어 윙윙 소리를 내거나 춤을 추어서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꿀벌의 춤’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대화 방식은 놀랍도록 구체적이고 정확해서 사람도 이 춤만 보고서 꽃밭을 찾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해요.
지구의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수많은 벌 중에서 대규모 가족이 모여 살고, 겨울에도 살아남는 벌은 꿀벌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꿀벌의 진화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꿀벌은 육식을 하던 말벌에서 진화했습니다. 중생대 초기에 처음 나타난 원시 벌은 나뭇잎을 먹고 살았어요. 이후 나무줄기를 먹고, 다른 곤충의 몸속에 기생하고, 다른 곤충을 사냥해 먹는 순서로 진화를 했지요. 중생대 말에 이르러 지구상에 꽃이 생겨나자 말벌류 중 일부가 육식을 포기하고 꽃에서 꿀을 먹으면서 꿀벌이 생겨난 거예요.
지금은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꽃으로 벌이나 나비가 날아와 꿀을 따면서 자연스럽게 꽃의 수분을 돕고, 꽃은 다시 열매를 맺어 자손을 남기는 과정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지구에 꽃식물이 나타나기 전에는 상황이 아주 달랐습니다. 어떤 식물이든 자손을 번식하려면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해야 하는데, 꽃이 없던 때라 곤충도 찾아오지 않았죠. 결국 바람을 이용했는데, 이 방법으로 꽃가루를 원하는 곳까지 옮기려면 꽃가루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했고, 성공 확률도 높지 않았어요.
하지만 꽃을 피우는 꽃식물이 지구에 처음으로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뒤바뀌어 버립니다. 이제는 바람이나 물을 이용하지 않고도 스스로 찾아오는 곤충 덕분에 손쉬우면서도 높은 확률로 꽃가루를 옮겨 자손 번식에 성공할 수 있게 되었지요. 물론 꽃에서 먹이를 구하는 곤충들은 꽃 덕분에 살아갈 수 있게 되었고, 꽃식물 또한 곤충들 덕분에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식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꿀벌과 꽃의 생태에는 서로의 존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꿀벌과 꽃처럼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하는 것을 ‘공진화’라고 합니다. 또한 공진화의 여러 행태 중에서 꿀벌과 꽃처럼 서로 돕는 관계를 ‘공생 관계’라고 해요. 오늘날 꽃식물은 육지 식물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면서 식물 생태계를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꽃에서 먹이를 얻는 딱정벌레, 나비, 벌 등은 전체 곤충의 80퍼센트를 차지하며, 지구의 어떤 동물보다도 종 수가 많아요.
그러고 보면 꽃과 꿀벌의 관계를 둘만의 문제로 볼 수는 없어요. 작은 곤충을 먹고 사는 육식 곤충이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 역시 모두 먹이 사슬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풀이나 콩과 식물을 먹고 사는 소나 젖소, 다시 그들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까지……. 결국 지구에 사는 생명체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꿀벌이 지구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지구에서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은 단 하나도 없으니까요. 작은 꿀벌 하나하나, 작은 들꽃 하나하나, 모두 소중하게 여기며 따뜻하게 살펴보아야 하지요.
“우리, 모두, 다, 같이, 함께, 살아요!”
그림책처럼 아름답고 동화책처럼 재미있는 과학 논픽션!《사소한 꿀벌책》은 김은정 작가가 《사소한 구별법》과 《사소한 질문들》, 《사소한 거미책》에 이어 네 번째로 펴낸 과학 논픽션입니다. 작가는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내용에 사실적이고 멋진 그림을 더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과학 지식을 더욱 실감 나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상식과 지식이 차곡차곡 쌓일 뿐만 아니라 멋진 그림책 한 권을 감상한 듯한 즐거움과 감동까지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