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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탁월한 취향
홍예진 산문
책과이음 | 부모님 |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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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살고 있는 소설가 홍예진의 첫 산문집. 떠나온 저쪽과 발이 닿은 이쪽 사이에 드리워진 다리를 하염없이 왕복하는 작가는 오래전부터 줄곧 쓰던 펜을 손에 쥐고 다양한 인간 군상이 맞부딪치며 만들어내는 관계의 갈등과 상처, 애정과 연민에 주목한다. 때로는 아득한 기억 저편에서 때로는 지극한 현실에서, 오늘도 누군가 무심히 흘려보내는 일상의 사건을 꼼꼼히 곱씹고 들여다보는 작가의 세심한 스케치는 매우 탁월한 취향처럼 우아하면서도 섬세하고,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울림을 전해준다.

  출판사 리뷰

특별할 것 없는 삶의 사소한 풍경에서 전해지는
매우 탁월한 취향


지금 사는 집의 창. 침실 바깥으로 보이는 나무들 사이로 사계가 오고 또 간다. 이 창의 어떤 표정이 기억에 저장될지 지금은 모르겠다. 늘 지나간 뒤에야 알게 된다. 남아 있을 것들에 대해서는.
-〈창 너머의 시간〉 중에서

삶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관계의 단면을 우아하고 섬세한 언어로 포착해내는 소설가 홍예진의 첫 번째 산문집. 작가는 정교하게 고른 어휘를 통해 내면의 기억과 인물 사이의 갈등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게 표현해낸다. 《매우 탁월한 취향》이 묘사하는 것은 대개 사소한 풍경들이다. 이를테면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다닌 건물 꼭대기층의 작은 화실, 신혼 시절 산책하는 도중 우연히 지나친 주택가, 뉴잉글랜드 바닷가에 세워진 작은 도서관,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이십 대 시절 마시던 에스프레소 한 잔……. 그러나 빛바랜 기억의 페이지 곳곳에 남은 이야기는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 자리에 남아 우리가 떠나 온 것과 두고 온 것에 대해 나직하게 속삭인다. 그 속삭임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바라보았던 숱한 창 너머의 기억을 소환해낸다.

한없이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인간에 대한 이해


아들은 영어 억양을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엄마아아, 엄마가 가끔 미국 사람처럼 굴지 않을 때, 영어 하다 실수할 때, 지적하고 불퉁거린 거 미안해요.”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럴 때 우는 거 너무 클리셰잖아. 참아. 삼키라고. 간신히 평정을 찾은 나는 오른손을 뒤로 뻗었고, 아이가 내 손을 잡았다. 손을 핸들로 되돌리고 나서 조금 있다가 내가 말했다. “문학의 힘이란 그런 거야. 인간을 이해하는 거.”
-〈여름밤의 아이스크림〉 증에서

작가는 고백한다. “상투적이게도, 글이 나를 구원했다”라고. 내면의 기갈을 해소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향수에 휘둘리는 호흡에 무게를 덜어주기 위해, 글 쓰는 사람으로 살기 위해, 작가는 펜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설가로서 그는 문학이 가진 보다 근원적인 힘을 믿는다. 읽히지 않고 외면받는 문학이라 하더라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그것은 그 자체로 유용하다. 평론가 김현의 말처럼 문학은 유용하지 않기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고, 실제 삶이 인간을 얼마나 기만하고 있는지 잘 드러내주는 까닭이다. 《매우 탁월한 취향》에 등장하는 사람들 또한 그러하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사연과 배경은 그 자체로 다채롭고 따뜻하며 더러는 뾰족하긴 해도 동시에 애처롭다. 각각의 인물은 서로의 세상과 충돌하며 비명을 지르지만 그들은 또한 세상과 타협하며 서로를 이해한다.

외롭고 쓸쓸하게 살아가는 존재에게 건네는
적당하고 안락한 위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남과 진정으로 감정을 나눈다는 게 가능할까. 비관을 수혈받고 싶어 하는 이는 없다. 타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어 하지만 서로 받아주는 듯싶다가도 힘겨울 땐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었다고 투덜거리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로가 되는 것은 공감밖에 없기에 인간은 마음을 응시해주는 대상을 만날 때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며 잠시나마 덜 외로워진다.
-〈공허를 여과하지 않은 예술가들〉 중에서

이방의 경계와 삶의 중심점 사이에서 유영하는 작가는 서울의 비좁은 골목길에서, 파리의 허름한 대학가에서,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것들에 따뜻한 위로와 공감의 시선을 던진다. 이 위로와 공감은 혀에 박힌 언어로 대화할 수 없었던 시간을 견뎌낸 작가 자신과 지금도 숱한 편견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방인을 위한 것이며, 또한 상처를 보듬고 토닥여주는 소리를 나 자신과 낯선 타인에게 들려줄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작은 바람이기도 하다. 때로는 아득한 기억 저편에서 때로는 지극한 현실에서, 오늘도 누군가 무심히 흘려보내는 일상의 사건을 꼼꼼히 곱씹고 들여다보는 작가의 세심한 스케치는 매우 탁월한 취향처럼 우아하면서도 섬세하며,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울림을 전해준다.




비가 오는데 날씨가 좋다니, 기이한 반응이었다. 비가 오면 기분이 좋아지시는 거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은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말로 대답했다. “비가 와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게 아니라, 비 오는 날이 좋은 거야.”

나는 내 향수의 더듬이가 한국을 향해서만 뻗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청춘의 나를 무수히 깨뜨리고 새로 태어나게 했던 이국의 도시들도 그리워하고 있던 거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홍예진
소설을 쓰고 주변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경희대학교 산업디자인과, 프랑스 파리 ESAT(?cole Sup?rieure des Arts et Techniques) 무대미술과를 졸업한 뒤 아트디렉터로 활동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2014년 단편 〈초대받은 사람들〉로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문학공모에서 대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앤솔러지 《소설 뉴욕》에 단편 〈미뉴에트〉를 발표했으며, 재미 작가 프란시스 차의 〈살아가는 동안〉을 우리말로 번역했다. 2021년 가을 장편소설 《소나무 극장》(폴앤니나) 출간을 앞두고 있다. 태어나 자란 한국의 서울과 경기, 프랑스 중부와 남부와 파리, 미국 뉴욕과 보스턴과 미시간을 거쳐, 지금은 코네티컷의 바닷가 마을에 정착해 살고 있다. 남편과 두 아들이 있고, 바닷가 산책하기, 다운타운 어슬렁거리기, 장화 신고 가드닝하기를 좋아한다.

  목차

프롤로그

PART 1 유한한 시간의 여행

첫사랑이 된 소설 / ‘적당히’가 안 되는 심장 / 재즈가 흘러나오는 집 앞에서 /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 아팠거나 아프지 않았거나 / 에스프레소 타임머신 / 어떤 기억은 냄새로부터 / 꿈에서 걸어 나온 뒤


PART 2 매우 탁월한 취향
지중해의 재봉틀 소리 / 바다를 지키는 도서관 / 천사들의 네일살롱 / 해저 깊은 곳 그리운 사람 / 두 얼굴의 신성 / 바이 바이 블랙버드 / 루돌프 스웨터를 입은 이웃

PART 3 낯선 타인의 위로
잔디의 속사정 / 유쾌한 실직자 / 핼러윈 데이의 이방인 / 빨간 리본이 달린 봉투 / 우리에게 백인이 필요하다니 / 비겁함의 대가 / 오래된 악기들의 호텔 / 뉴욕행 기차를 타고

PART 4 인간에 대한 믿음
푸른 눈동자에게 / 무의식의 습관 / 담담하거나 세련되거나 / 배를 타고 온 라푼젤 / 여름밤의 아이스크림 / 공허를 여과하지 않은 예술가들 / 가끔은 인어가 되어 / 선택하고, 살아내고, 후회하고 / 어쩌면 나 또한 그렇게 / 창 너머의 시간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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