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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이 어찌 강물뿐이랴
학이사(이상사) | 부모님 |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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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우리가 태어날 때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태어나지만 세상을 떠날 때는 너나없이 주먹을 펴고 맨손으로 떠난다. 거지와 갑부, 대통령과 평민, 장군과 졸병에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모두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떠나는 것이다. 그들에게 남는 게 있다면 그들의 행적, 그것도 ‘나는 이렇게 살고 떠난다.’가 아닌 ‘그는 그렇게 살고 떠났다.’가 남을 뿐이다.

모든 문학작품이 ‘하소연’이라 풀어놓은 누군가의 말처럼 이 책은 저자가 종착역이 가까워진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삶의 이력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써내려간 글을 모은 것이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생각에 삶의 슬픔을 이야기 삼아 털어놓았지만 끝은 자기성찰로 마무리되며 철든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미래를 꿈꾼다.

  출판사 리뷰

어릿광대의 옹알이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라고들 한다. 한 편의 영화, 한 권의 소설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든 인생이라는 무대에 오를 때 자의든, 타의든 한 사람의 역할을 맡고 오른다. 거기에는 뭇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주연도 있을 것이고, 다방 모퉁이에 앉아 찻잔만 들고 있다가 퇴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행인 A, B, C처럼 관중들 눈에는 보이지도 않게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은 저마다 자기의 역할이 있는 배우들이다. 우리들 개인의 삶 또한 자기 딴에는 최선을 다한다.
저자 장진수는 『흐르는 것이 어찌 강물뿐이랴』에서 자신의 무대를 되돌아본다. 인생의 종착역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은 삶의 곡절을 다시금 곱씹어보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6.25 전쟁에서 전사하고 어머니는 집을 떠나 할머니 손에서 자랐던 어린 시절은 다사다난했다. 할머니의 당부에 굳이 어머니를 찾아 나서지 않았으나 갑작스러운 동복 남매의 편지를 받게 된다. 그렇게 반세기가 훌쩍 지나 어머니와 재회하게 됐지만 운명이 만든 세월의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한다.

30여 년을 함께한 아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후의 감정도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늙거든 조그만 별장을 하나 지어놓고 오순도순 노후생활을 보내자고 약속하며 오르내렸던 곳에 아내를 묻어놓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평생을 몸담았던 kt에서 퇴직 후 서글프고 적막한 자유천지 속에서 즉흥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저자는 여생에 대한 고민으로 여행에 고개를 돌렸다.
70개국을 여행하기로 목표를 세우고는 틈나는 대로 떠났다. 바쁜 일정 탓에 남미나 아프리카 쪽은 하루 만에 한 나라를 지나쳐 오기도 했으며, 중국 북경이나 필리핀 한인사회, 미얀마의 담마마마까 선원 같은 곳에서는 한 달 이상 머무르면서 그쪽 사람들과 어울려 지냈다. 남미를 돌아보며 “나는 누워서 죽지 않는다.”란 좌우명을 남기며 죽는 날까지 열정적인 삶을 살아간 헤밍웨이의 삶을 돌아보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냈다. 아프리카에서는 ‘돈이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작은 진리를 깨달았고, 인도에서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보면서 삶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그렇게 인생 2모작을 시작하려는 시점에 암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투병 생활은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나 기운을 내야 되겠다는 생각에 병상에서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다듬었다. 저자는 수난의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대화의 힘과 친구의 의미를 되새기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지는 해도 아름다워라

“백범일지도 한번 읽어봤지만 별 거 아니더라구. 김구 선생이 썼으니까 그만큼 유명한 거지. 혹시 또 알어, 나중에 우리 이야기가 이 나라 문화사에 어떤 보탬이 될는지.” 농으로 던지는 말이라지만 뼈가 들어있다. 어디 흐르는 것이 강물뿐이겠는가. 퇴직 후 동우회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모두 한때는 한 시대의 주역으로, 그 중심에서 활동했었다. 해방 전후라는 이 나라 여명기에 태어나 전후의 가난과 설움, 격변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그 무지와 열등을 헤어나겠다고 온갖 발버둥을 다 치며 살아왔다. 그러한 시대를 거쳐 온 저자의 기록에는 그 시절을 살아낸 삶의 태도가 그대로 담겨 있다.

희망으로 솟는 해야 당연히 아름다울 수밖에 없지만 산전수전의 일생을 열심히 살다 고단한 몸으로 잠자리에 드는 해도 아름답다. 자식, 배우자, 부모로 살아온 삶은 힘든 만큼 성숙해지게 만들었고 허둥지둥 낭비로 살아온 지난 삶은 퇴비가 되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에 인생의 슬픔을 나눠 후련해지고 싶어 쓴 글은 또 다른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기도 했다. 인생의 종착역이라 여겨지는 시기도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 지는 해도 뜨는 해만큼이나 빛난다. 궁팔십달팔십, 팔십 년을 가난하게 살다 정승이 되었다는 강태공 이야기처럼 인생의 황금기는 80에라도 올 수 있는 일이다.

[머리말]

우리는 곧잘 주연보다도 빛나는 조연을 이야기한다. 조연의 한 마디가 그 연극을 살리기도 하고 망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조연도 혼신의 힘을 다 쏟아 연기를 하는 게 운명이듯, 우리들 개인의 삶 또한 자기 딴에는 최선을 다한다.
〈비나리〉는 우리들 인생살이의 애환이, 그 가운데서도 먹고살기 위해 떠돌아다니는 걸립乞粒패들의 삶이 잘 풀어지기를 기원하면서 부르는 가락이다.
딴에는 열심히 살았는데도 지내놓고 돌아보니 모두가 하나같이 엉거주춤이고, 오락가락이며, 어리바리하게 보낸 것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엄벙덤벙 돌아다닌 삶이라 남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 마냥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다.
〈비나리〉의 사연을 몰랐을 때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는 예사로 듣고 넘겼는데 그 사연을 알고 들으니 마치 내가 그 가운데 있는 것 같아 너무 마음이 무겁다.
무대에 오를 때는 애드리브로 적당히 메우고 내려가면 되려니 싶더니만, 막상 올라와서 보니 연습도 제대로 못 하고 올라온 게 부끄럽고 창피하다. 엉성한 풋내기 배우의 엉거주춤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꼴이 되고 만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무대를 내려와 거울 앞에서 화장을 지우면서 생각해 본다. 관중들은 나를 어떻게 보았을까. 무난하다는 사람, 그냥 갑남을녀甲男乙女로 보는 사람, 별종으로 보는 사람 등, 관객들의 취향에 따라 여러 가지가 나올 것이다. 그들 가운데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는 사람도 분명히 있으리라 본다.
그들의 그런 모습들을 보기 위해, 그리고 그들이 쏟아놓은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 여기에 그동안의 삶을 풀어놓는다. 남은 삶을 그들의 표정을 거울로 삼으며 살아 보련다고 옹알이로나마 다짐해 본다.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30여 년을 나와 함께 살아온 아내가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손가락을 꼽아보니 정확하게 31년 7개월 24일을 같이 살았다. 꿈같은 세월, 파란만장한 세월이었다. 아내의 지병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았을 때, 이런 날이 불원간 나한테 찾아오리란 걸 이미 예측은 했었지만 그날이 너무 일찍 찾아온 것이다.
우리가 결혼식을 할 때 주례는 우리 두 사람을 앞에 세워놓고 사회자가 일러주는 순서에 따라 맞절을 시키면서 이런 말을 했다.
“지금부터 이 주례가 하는 얘기를 잘 들으세요. 옛날에는 부부간에 세배도 했다고 하는데, 요즘 우리 문화로는 부부간에 절을 잘 하질 않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이 맞절은 두 사람이 살아생전에 하는 절로는 처음이며 마지막으로 하는 절이 됩니다. 그만큼 서로가, 나는 당신한테 정성과 예절을 지켜 사랑하고 존경하겠다는 뜻을 담아 해달라는 거지요. 무슨 뜻인지 잘 알겠지요. 자, 신랑신부 경례.”
그렇게 절을 시켜놓고 나서도 주례는 고개를 더 숙이라고, 일생일대에 한 번 하는 절을 이런 식으로 해서 되냐며, 더, 더, 더 숙이세요. 주문을 해서, 예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놓은 일이 있었다. 오늘 식순에 따라 빈소에 놓여있는 아내 사진에 절을 하려고 드니 문득 그 생각이 떠오른다.

- 2부, ‘아내를 먼저 보내고’ 중에서

나한테 아버지의 존재는 처음부터 없는, 기억의 어느 골짜기를 헤매 봐도 찾을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할머니가 간직하고 있는 낡은 명함판 사진이 한 장 있긴 하지만, 그마저 저 사람이 네 아버지라니까 그런 성싶을 뿐 나한테는 딴 사람이다.
아버지는 6.25 때 강원도 현리전투에서 전사했다. 내가 다섯 살 때 징집으로 전장에 투입되었고, 전쟁이 끝난 뒤 아무런 유품 한 점 없이 전사통지서란 종이 한 장으로 돌아왔다. 물론 모두 이야기로만 들은 나한테는 하나의 전설일 뿐이다. 어린 나에게는 엄청난 비극이었다.
비극은 그것으로만 끝난 게 아니다. 가난한 시골 살림살이에 남편 없는 생활이 힘들었던지 어머니마저 이내 어디론가 떠나버려, 그날 이후부터 나는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서럽게는 전쟁고아요, 좋게 받아들면 6.25 전몰장병 유자녀가 된 셈이다. 그렇다 보니 나에게 부모에 대한 기억은 전무했고, 그런 상태로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그날, 친구를 기다리며 시간 죽이기 삼아 바라본 그 가마솥이 나를 70여 년 전으로 데려다 놓아, 잃어버렸던 아버지와 나와의 부자유친의 관계 하나를 복원시켜 준 것이다.
어느 날인가, 한 남자가 철무리기 나를 데려다가, 쇠죽을 쑤어낸 가마솥 여열에다 물을 데워, 그 속에 나를 넣어 목욕을 시켰던 일 하나가 아슴푸레 떠올랐는데, 그 남자가 우리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게 그것이다.

- 4부, ‘아버지와 가마솥’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장진수
·경북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kt 기술분야 근무·중·고생을 위한 통일교육 인문학 강사(통일부 소속)·매일신문사 논픽션 「흐르는 것은 강물뿐이랴」 입상·지식텔링 강사 및 프리랜서 활동·세계 70여 개국 순방여행

  목차

프롤로그_어릿광대의 옹알이

1. 내일은 어제와 다르기를 바라며
‘엄마의 나라’에서 만난 어머니 / 또 다른 이별

2. 세월아, 네가 먼저 가거라
아내를 먼저 보내고 / 미망迷妄의 세월 속에서

3. 또 하나의 나를 찾아 떠난 여행
선진국 문화 탐방 / 부처님의 흔적을 따라서 / 주마간산走馬看山의 남미 여행기 /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를 엿보다 / 지중해에 빠지다 / 자연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곳 / 세계의 고원에 서다 / 백야白夜와 함께 / 대항해시대를 연 나라 / 자연이 나를 부른다 / 중국 대륙을 기웃거리다 / 여름의 나라 동남아 / 숨겨진 보물을 찾아서

4. 액자 속에 나를 담는다
대견사大見寺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다 / 울타리 / ‘흠’ 이야기 / 계단을 오르며 / 책갈피 속에서 다시 만난 사람 / 우리 마을 ‘큰 바위 얼굴’ / 아버지와 가마솥

5. 노을 진 들녘에서 나를 보다
암을 극복하면서 잃은 것과 얻은 것 /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 / 흐르는 것은 강물뿐이랴

에필로그_나는 언제쯤 철이 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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