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75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삶과 내면을 차분히 천착하는 그만의 문체미학으로 한국문학사의 고유한 자리를 일구어온 작가 김채원의 대표 중단편들이 묶였다. 초기작 「자전거를 타고」(1977), 「얼음집」(1977), 「초록빛 모자」(1979)부터 대표작 「겨울의 환」(1989)을 거쳐 근작 「쪽배의 노래」(2014)에 이르는 열두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김채원의 소설은 떠나온 유년의 풍경에 대한 감각적인 회상과, 작가의 개인사와 밀착된 분단 현실의 경험, 여성의 삶에 대한 탐구와 성찰을 아우른다. 작가의 근원이라 할 유년 소설의 세계는 초기작 「얼음집」으로부터 「애천」(1984)으로 변주되어 「쪽배의 노래」에서 정점에 이르고, 「자전거를 타고」와 「아이네 크라이네」(1981), 그리고 「바다의 거울」(2004)은 분단의 상처에 대한 문제의식을 그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나직하지만 치열하게 들려준다. 이는 「겨울의 환」과 「서산 너머에는」(2002) 등에서 드러나는 여성의 삶에 대한 자각과 깊은 성찰과 어우러져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중요하게 곱씹어야 할 그의 고유한 전언으로 다가온다.
출판사 리뷰
1975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삶과 내면을 차분히 천착하는 그만의 문체미학으로 한국문학사의 고유한 자리를 일구어온 작가 김채원의 대표 중단편들이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29권 『초록빛 모자』로 묶였다. 초기작 「자전거를 타고」(1977), 「얼음집」(1977), 「초록빛 모자」(1979)부터 대표작 「겨울의 환」(1989)을 거쳐 근작 「쪽배의 노래」(2014)에 이르는 열두 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김채원의 소설은 떠나온 유년의 풍경에 대한 감각적인 회상과, 작가의 개인사와 밀착된 분단 현실의 경험, 여성의 삶에 대한 탐구와 성찰을 아우른다. 작가의 근원이라 할 유년 소설의 세계는 초기작 「얼음집」으로부터 「애천」(1984)으로 변주되어 「쪽배의 노래」에서 정점에 이르고, 「자전거를 타고」와 「아이네 크라이네」(1981), 그리고 「바다의 거울」(2004)은 분단의 상처에 대한 문제의식을 그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나직하지만 치열하게 들려준다. 이는 「겨울의 환」과 「서산 너머에는」(2002) 등에서 드러나는 여성의 삶에 대한 자각과 깊은 성찰과 어우러져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중요하게 곱씹어야 할 그의 고유한 전언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초록빛 모자』는 “관념어의 사용을 자제하고 오로지 일상어만으로 마음의 무늬를 고스란히 찍어내는 이 고요한 마법의 세계”를 선사하는, “무엇을 그리건 그만의 그림으로 만드는 우리의 작가”(신형철, 해설)라는 표현이 들어맞는 한 작가의 문학을 풍성하게 접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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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은 유년을 향해, 분단에 의해, 여성에 대해 써왔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초록빛 모자」 「겨울의 환」 「쪽배의 노래」 같은 명편을 읽는다. 사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작은 아니어도 꾸준히 빛을 발해온 이 작가의 고유한 문학세계는 지금보다 더 깊이 논의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을 쓰는가’보다는 ‘어떻게 쓰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는 작가들이 있고 김채원이 바로 그렇다. 관념과 수사(修辭)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일상어로 된 묘사만으로 마음의 무늬를 고스란히 찍어내는 이 고요한 마법의 세계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단 말인가. _신형철(문학평론가, 조선대 문예창작과 교수)
그녀, 김채원은 그리고 그녀의 소설 속 여자들은 곧 ‘나’였다. (…) 삶이 퇴색해가는 것을 너무 일찍 보아버린 그 여자, 성인이 되고 난 후 어린 날 집이 쪽배가 되어 정처 없이 밤 속을 흘러가는 것을 본다. 결국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 찬찬한 관찰의 내용들을, 삶의 크고 작은 숨결들을 털어놓을 곳은 문학밖에 없으므로. 그 여자는 그렇게, 소설을 쓴다. (…) 허무한 열정에 모든 것을 내어주고 텅 비어버린 그 여자, 망연자실한 그 여자에게 또다른 그 여자가 말을 건다. 사랑이란 ‘상처받을수록 타오르는’ 것이라서 파멸의 위험을 안고 있지만, 심신이 파국으로 달려갈 때 그것을 구원하는 것 역시 사랑이라고.
_문헤원(문학평론가, 아주대 국문과 교수)
어딘가에 바다가 있을 것 같다. 이 길은 그대로 바다로 이어질 것만 같다. 아무런 변명 없이 그냥 이렇게 달려서 스물여덟의 흐름 속으로 영원히 흘렀으면 싶었다.(「자전거를 타고」)
그때의 아이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이 소리 없이 스러졌듯 청춘도 어느새 스러지고 차가운 세상을 이제껏보다 더욱 통째로 피 흘리듯이 맞고 있을까. 그러나 너희들 또한 차가운 세상을 만드는 한 일원이리니. 아이들이여 지금 너희는 어디에 있는가. 어떤 일이 너희에게 일어났고 어떤 미래가 너희에게 찾아드는 것일까. 이 세상이 한 개의 거대한 얼음집이더라도 어린 시절의 그 얼음집을 간직해다오. 얼음 속을 잘 들여다보면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듯하며 그 안에 파란 풀잎이 자라던 것을……(「얼음집」)
어떤 최악의 경우라도 죽는 것보다는 살아가는 것이 낫다. 낫다기보다는 그래야만 할 거다. 죽음 쪽에서 바라본다면 하다못해 유행가에 귀기울여보는 작은 기쁨 하나라도 목숨과 되바꿀 만하지 않을까.(「초록빛 모자」)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채원
1946년 경기도 덕소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1975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밤 인사」가 추천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삶과 내면을 차분히 천착하는 그만의 문체미학으로 한국문학사의 고유한 자리를 일구어왔다. 1989년 중편소설 「겨울의 환幻」으로 “인간의 운명적 쓸쓸함, 어쩔 수 없는 삶의 허망함”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단편소설 「베를린 필」로 현대문학상을, 같은 해 소설집 『쪽배의 노래』로 “삶을 구성하는 풍경 하나하나가 얼마나 풍성한 의미와 내면적 깊이를 간직하고 있는지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일깨운다”는 평과 함께 형평문학상을 수상했다.소설집 『초록빛 모자』 『가득찬 조용함』 『봄의 환』 『달의 몰락』 『가을의 환』 『지붕 밑의 바이올린』 『쪽배의 노래』, 중편소설 『미친 사랑의 노래』, 장편소설 『형자와 그 옆 사람』 『달의 강』, 장편동화 『장이와 가위손』 『자장가』, 자매 소설집 『먼 집 먼 바다』 『집, 그 여자는 거기에 없다』가 있다.
목차
자전거를 타고 _007
얼음집 _035
초록빛 모자 _055
아이네 크라이네 _081
가득찬 조용함 _112
애천愛泉 _158
오후의 세계 _198
겨울의 환幻 _276
자정 가까이 _355
바다의 거울 _420
서산 너머에는 _474
쪽배의 노래 _507
해설|신형철(문학평론가)
유년을 향해, 분단에 의해, 여성에 대해?김채원의 중단편 _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