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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이 내 몸에 이르신 이여
다할미디어 | 부모님 | 202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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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다할시선 8권. 남도문화의 숨결과 고전 계승을 담은 토속적 시편들 . 민속학자이자, 판소리와 무가를 구성지게 풀어낼 줄 아는 소리꾼 이윤선의 첫 시집이다. 진도 출신으로서 성장 과정에서 남도의 원형적 삶을 직접 체험하고 그 문화를 몸으로 지니고 있는 그는, 남도의 인적 문화적 자산으로서도 소중한 가치가 있다. 이 시집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 역시 전라남도 방언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남도 정서와 문화적 숨결을 잘 드러낸 것을 들 수 있다. 남도 가락, 설화와 전설, 시가 등 고전을 차용 또는 인유한 시편들을 많이 선보이는데, 이는 전통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시인 송기원은 특히 이윤선의 근원적 기억에 해당하는 가족사가 드러난 시편들에 대해 “일자무식으로 평생을 살아낸 늙은 아버지와 일찍이 홀로 되어 세 남매를 거느리고 선창의 주모 노릇을 하다가 씨받이까지 된 어머니, 그 씨를 받아 금이야 옥이야 소중하게 길러낸 큰어머니, 배다른 누이들이며 뼈 다른 형들까지, 시에 나오는 이들 모두가 나에게는 하늘에서 쫓겨 온 적선(謫仙)들이며 그이들이 만든 신화였다”며 ‘들판에 숨은 야생화 같다’고 언급, 시인의 진솔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출판사 리뷰

한 깊은 시인의 숨결에 묻어나는
삶의 성찰과 인문학적 상상력


이윤선의 이번 시집에는 “고전과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에 깐 우주적 상상력과 초연한 삶의 태도”가 엿보이는 시 63편이 실려 있다. 시인이라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가족사의 기억에서 출발해 지금껏 살아온 삶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남도의 정서적 숨결과 앞으로 남은 생에 대한 성찰을 고스란히 담았다.

머슴살이 버신 돈으로
깽이 삼도추 돔배 사서 사래 긴 밭 일구실제
단지 송쿠죽 암만 떠 넣으셔도
그라고 배가 고프셨답니다
일자무식 우리 아부지
예순여섯 고부랑 나이에사
씨받이 내 어미 보셔 나를 낳으시곤
내 걸음걸이도 하기 전부터 성화셨답니다
달력이며 거름포대며 종이만 보면 주워 오셔

아무 글자든 쓰거라

_ <아무 글자든 쓰거라> 중에서

출생 내력과 성장 환경이 기구하지만 그가 시 속에서 소환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누이 등 가족은 결핍이 아닌 애틋함과 그리움의 대상이다. 특히 <아무 글자든 쓰거라>를 비롯해 아버지를 대상으로 쓴 시가 8편이나 되는데, 가족사를 결코 감추고 싶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자신의 근원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시집에서 가족사 다음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전의 차용 혹은 인유이다. 고전 민속을 전공한 그답게 고전 시가의 율격과 말투를 충실하게 따르며 탄탄한 기본기를 드러낸다. 예스러운 한계를 지니지만, 전통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진도’라는 남도의 문화적 원형이 살아 있는 지역 환경에서 성장하며 그 문화적 자질을 습득한 이윤선은 진도의 소리, 설화, 사투리 등을 형상화한 시편도 다수 소개했다.
이윤선이 시로 풀어내고 있는 남도의 설화는 주로 ‘섬’에 집중돼 있다. <내 삶의 마지막 여행지> 는 고향 진도의 부속 섬들의 탄생 설화를 자세히 들려주면서 자신도 마지막엔 그 근원으로 돌아가 섬이 되고 싶은 소망을 드러낸다.

세상의 모든 해 받아 안는 낙조의 땅
어느새 솟대새들 무리지어 음(陰)의 정점 태궁으로 오르는 시간이다
애통할 필요 있겠는가, 그저 붉은 노을 실려 그윽하게 스며들 수 있다면
언제였던가 아득한 꿈결 같은 구백아흔아홉째 날
오늘이 그날이다 매혹의 장엄 위에 몸 산산이 뿌릴
나는 비로소 북새의 유혹받아 섬이 된다

_ <내 삶의 마지막 여행지> 중에서

‘낙조의 땅’ 진도 셋방에서 ‘세상의 모든 해’가 빠져 죽듯이, 천일기도를 완수하지 못해 천지신명으로부터 노여움을 받은 수도승의 몸이 벼락을 맞아 산산조각이 나서 섬이 되었듯이, 자신도 ‘북새의 유혹’을 받아 섬이 될 수 있다면 애통할 필요가 없다는 삶의 자세, 이른바 물아일체?자연합일의 서정적 세계관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천지개벽과 만물 생성의 이치를 노래한 <그윽이 내 몸에 이르신 이여>, <마당밟이>, <비로서>, <윤슬>, <가을 북새> 등 창세 신화, 주역, 노장사상 등 인문학적 지식과 무속신앙 등 종교적 지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시편들에서도 광대무변하고 심원한 시의 넓이와 깊이를 알 수 있다.
우주의 순환과 조화의 원리를 노래하는 시 면면에서, 신의도 의리도 저버리고 제 이익을 위한 변신을 일삼는 자들이 판치는 작금의 세상에서 진실한 선비의 길이요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 예인의 길을 가는 시인의 삶이 오버랩 된다.
이 같은 내용의 시 비평은 목포대 교수이자 시인 김선태의 해설로 권말에 수록됐다.

  목차

1부 함께 앉았던 그때처럼

아무 글자든 쓰거라/ 불일암 고목/ 고목에 대한 명상/ 그윽이 내 몸에 이르신 이여/ 벙어리 바람/
늦감자를 캐며/ 해와 달이 된 어미/ 산누에나방/ 아버지/ 감자엿/ 돼지감자/ 가을 북새/
눈 아니 내린 겨울/ 눈길/ 띠루리리 띠루리리/ 빨랫줄/ 뚜부/ 가을 마당에 서서

2부 안단테, 안단테

귄/ 계면조 서설/ 겨울 맹감/ 화전을 부치며/ 안단테/ 영산강/ 마당밟이/ 콩대를 태우며/ 달래무침/ 관채형 집에 들르다/ 안개비/ 춤을 추자 카나리아 다 마타/ 막걸리 따르는 법/ 비로서/ 옥잠화

3부 어느 숲의 목청 높던 노래들

꼬까비/ 매미의 사랑/ 동백/ 연리목 사랑/ 땅 속의 봄/ 낙엽 아래서/ 진도홍주 따르는 법/꼭두닭/ 봄날/ 명발당에서/ 증심사(證心寺)에 올라/ 예찬(倪瓚)의 족자를 걸며/ 초록바위/ 차씨를 심으며/
운주사 불사바위/ 운흥의 가을/ 거름포대기에 쓴 유서

4부 바다 끝에 들다

섬/ 윤슬/ 적금도 밥무덤/ 갯벌/ 자운토방에서/ 안개/ 내 삶의 마지막 여행지/ 유달산 목란 마을/
비양도의 여름/ 가거도/ 새벽 그믐달/ 아침/ 동짓달에/

해설 | 고전의 계승과 남도문화의 숨결_ 김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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