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과거에는 모든 가축들이 비록 그 최종 쓰임새가 인간의 식재료일지언정 온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주어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저마다의 생을 충분히 누리며 살았다. 하지만 산업과 자본이 장악한 오늘날, 가축들은 우유와 달걀과 고기를 제공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으며, 이용 가치가 끝나는 대로 참혹하게 폐기처분된다. 오랫동안 사람과 함께 살아온 닭들에게, 닭의 역사를 통틀어 지금처럼 끔찍한 시기가 또 있었을까?
낮은산에서 출간된 『암탉, 엄마가 되다』는 닭 하면 프라이드치킨이나 치킨버거부터 떠올리는 요즘 아이들에게 나 아닌 다른 생명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일깨우고, 무관심해서 몰랐던 동물 사회의 내부를 탐색하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닭 친구’ 지수와 ‘닭 의사’ 희야 아줌마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어린이 독자들은 자기 주변의 동물들과 입장 바꿔 생각해 볼 수 있는 관점을 갖게 될 것이며, 알을 품고 병아리를 낳아 기르는 암탉들의 모습에서 부모 독자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느꼈던 경이와 신비를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3년여에 걸쳐 관찰하고 기록한
개성 강한 닭과 병아리들의 좌충우돌 일상!『암탉, 엄마가 되다』는 시골집 닭장 안에서 벌어지는 닭과 병아리들의 일상사를 3년여에 걸쳐 섬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닭 생활보고서이자 리얼 다큐멘터리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닭과 병아리의 미시 생활사를 동화가 아닌 ‘실화’로, 그림이 아닌 ‘사진’으로 접근한 책으로, 동물에 대한 간접경험의 질감이 이제까지의 책들과 전혀 달라 새롭다.
각기 다른 외모와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닭과 병아리들이 엮어 가는 예측불허의 사건들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이 아니라면 결코 포착하지 못했을,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수도자처럼 알을 품고 헌신적으로 새끼를 돌보는 어미닭의 모성, 어미 품에서 자란 병아리들이 다시 어미닭이 되어 베푸는 내리사랑, 자연스럽게 늙어 가는 할머니닭의 주름진 얼굴과 새로 태어난 어린 병아리들이 겪는 다사다난한 사건 사고들, 그리고 닭장 안에서 조용히 만들어져 가는 우정의 하모니와 기적 같은 관계의 변화……. 신기하고 놀랍고 가슴 찡한 닭과 병아리들의 생활사는 3년 동안 꼼꼼히 기록한 생생한 현장 사진과 함께 초등학생 아이의 내레이션을 통해 재미있게 펼쳐진다.
동화책이나 그림책으로는 많이 접해 봤지만 실제로 닭과 병아리를 볼 기회가 별로 없어 닭이 어떤 생활 습성을 갖고 있는지, 병아리 한 마리가 자라기까지 얼마나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지 등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대다. 이 책은 병아리 암수 구별법, 닭들의 짝짓기와 포란, 닭들의 겨울나기 등 우리가 잘 몰랐던 닭들의 생태 보고서로도 자연스럽게 읽히며, 냄새 없는 닭장 관리하기, 포란하는 어미닭의 격리, 아픈 닭 치료하기 등 닭을 키울 때 부닥치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 경험과 정보도 곳곳에 녹아 있다. 이윤을 극대화하느라 생명의 온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개발해 낸 대규모 공장식 사육방식과 그 안에서 고통 받는 생명들에 대한 아픈 우려도 함께 담았다.
이 책을 쓴 김혜형 작가는 2006년, 오래 몸담아 온 직장과 도시를 떠나 가족과 함께 시골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먹거리를 자급자족하고 손수 만든 닭장을 관리하면서 “자연 안에서 배우는 기쁨에 눈을 떴다”고 한다. 실제로 아들 지수와 함께 닭과 병아리를 키운 경험을 담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는 닭과 병아리들이 생활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과 다름없는 경험이 된다. 동그란 달걀에서 어린 병아리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다시 엄마닭 아빠닭이 되는 과정을 보면서, 어린이들은 물론 부모 독자들도 달걀 한 알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사람의 입맛을 위해 식품 재료로 존재하기 이전에 자기에게 주어진 생애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모든 생명에게 있다는 걸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암탉들이 행복하면 우리도 행복해진다고?
닭은 본래 사회성이 강한 동물이다. ‘쪼기 서열’로 사회적 위계질서를 확립하고, 무리를 지어 한 집안을 이루며, 가족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한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과 함께 살아오면서 달걀을 낳아 주고, 고기까지 주는 고마운 동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최대한 빨리 많은 양의 달걀과 고기를 얻어내기 위해 몸을 돌릴 수도 없는 비좁은 공간에 닭을 가두고는, 과다 약물 투여와 부리 자르기의 고통, 강제 털갈이와 잔인한 도살을 선물로 돌려주고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엄마가 되는 본능조차 잃어버린 암탉들은 평생 햇빛, 흙과 단절된 채 기계처럼 무정란을 낳다가 고통스럽게 죽어 간다.
다른 생명에게 고통을 주고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물을 이루는 하나의 그물코일 뿐이다. 우리가 이 생명의 그물에 저지르는 일은 곧 우리 자신에게 저지르는 일”이라고 일갈한 시애틀 추장의 연설을 굳이 끌어오지 않아도, 다른 생명의 운명은 우리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암탉, 엄마가 되다』에 등장하는 닭들의 평화로운 삶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것이 우리의 삶이고 일상인 것처럼 즐겁고 따스한 느낌을 받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일 것이다. 자연의 시간 안에서, 타고난 본성과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닭과 병아리들의 행복감은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암탉들이 포실포실한 엉덩이를 흔들며 두 발로 흙을 헤집는 모습이나 햇볕 아래 병아리들이 오종종종 뛰어다니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휴식이 된다.
이 책은 어린이책이지만 성인 독자들이 읽어도 얻고 느낄 점이 많다. 시골집에서 닭과 병아리를 키우며 생명의 경이로움에 눈떠가는 책 속 화자 ‘지수’의 맑은 생각과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보면, 아이들이 잘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이 꼭 거창한 교육 시스템이나 환경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생명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들을 더 많이 발견하고, 자기 자신의 삶까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큰 가르침이 있을까?
‘엄마’가 되는 일은 모든 생명에게 가장 특별한 사건
특히 『암탉, 엄마가 되다』를 읽는 ‘엄마’ 독자들은 온 정성을 다해 알을 품고 병아리를 기르는 암탉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느꼈던 기쁨, 놀라움, 두려움 등의 감정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까칠하고, 철없던 암탉들이 너그럽고 의젓한 ‘엄마’로 거듭나는 과정은 깊은 감동을 전할 뿐만 아니라, ‘엄마’가 되는 일의 숭고함은 짐승이나 사람이나 매한가지임을 깨닫게 한다.
엄마가 된 암탉들은 수탉만큼이나 용감해요. 평소엔 ‘바스락’ 소리만 나도 깜짝 놀라 달아나는 겁쟁이들이지만, 일단 엄마만 되면 모든 게 바뀌어요. 알이나 새끼가 위협을 받을 땐 아무리 힘센 상대라 해도 날개깃을 세우며 무섭게 대항해요.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해도 새끼를 버리고 도망가진 않아요. 제 몸보다는 새끼가 최우선이거든요. 나와 엄마는 닭을 키우며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했답니다.
-「암탉들의 우정」에서
병아리가 어미닭과 첫 눈맞춤을 해요. 조그만 부리로 톡톡 엄마 부리를 건드리면, 엄마는 한없이 따뜻한 눈으로 지그시 아기를 바라보지요. 제 몸 밑에서 아기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꽃순이는 바깥출입을 일절 삼가고, 배고프고 목마른 것도 꾹 참고, 아기들이 온전히 깨어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했어요.
-「새봄의 꽃병아리」에서
엄마는 꽃순이의 품이 ‘치유의 품’이래요. 날갯죽지가 뻐근하도록 아이들을 한 품에 다 껴안고 지그시 눈 감고 앉아 있을 때면, 성모님 보살님이 따로 없다고요. 엄마는 엄마라서 같은 엄마의 마음을 잘 아는가 봐요. 엄마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꽃순이의 저런 모습을 보면 괜히 가슴이 뭉클해져요. 꽃순이는 정말 ‘큰 엄마’라는 생각이 들어요. 몸집은 새처럼 작지만 마음은 바다처럼 큰 엄마.
-「치유의 품」에서
자연에 대한 저자의 겸손하고도 애정 어린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한 생명 한 생명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 그리고 생명을 낳고 품는 세상 모든 '엄마'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가슴 뭉클해질 것이다. 책을 다 읽고 ‘꼬꼬닭장 가족들’ 사진을 하나하나 살피며 에피소드들을 다시 떠올려본다면 감동의 여운이 더 오래갈 것 같다. ‘치유의 품을 지닌 흑자보 ’꽃순이‘, 놀기 좋아하는 닭장 넘버원 ’얼룩이‘ 겁이 많아 횃대 위에서 내려오지도 못하는 ‘귀여니’, 앞머리를 바짝 곧추세운 신세대 닭 ‘오골이’, 뒤늦게 닭장에 합류해 호되게 텃세 구박을 당하는 ‘재수’, 육계로 키워졌음에도 아픈 병아리를 품으면서 기적처럼 엄마가 된 ‘꽁지’,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거뜬히 살아난 불사조 닭 ‘꼬질이’…….
지수네 닭장 식구들과 진심으로 교감한 독자라면, 책의 말미에서 ‘가능한 한 행복한 닭들이 낳은 행복한 달걀을 먹어 달라’는 저자의 당부를 실천에 옮기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이 더 많은 암탉들이 엄마가 되는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작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귀여니는 행동이 굼뜨고 소심해요. 이른 아침이면 다른 닭들은 죄다 횃대에서 내려와 먹을 것을 찾고 돌아다니는데 귀여니만은 한 시간 가까이 횃대 이쪽저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발만 내렸다 올렸다 해요. 그걸 보고 있노라면 정말 재밌어요. 날개를 벌벌 떨면서 발만 허공에 허우적거리는 거예요.
닭장 안 둥우리에는 매일 암탉들이 낳은 달걀이 놓여 있어요. 엄마가 닭 모이와 물을 갈아 주면 나는 달걀 거두는 일을 해요. 막 낳은 달걀을 둥우리에서 꺼낼 때 손에 닿는 감촉은 얼마나 따스한지 몰라요. 닭의 체온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달걀의 온기가 나는 참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