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일반적인 상식과 통념은 물론 과학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언제나 어린이다운 발상과 상상력으로 ‘따뜻함’과 ‘희망’을 전해주는 박방희 시인의 열한 번째 동시집이다. 2018년 열 번째 동시집 <판다와 사자>를 발표한 이후, 3년 만에 새롭게 출간하는 동시집으로 총 6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저는 한 사람의 시인이지만 시나 시조보다 동시 쓸 때가 제일 즐겁고 행복합니다. 그것은 순진무구한 어린이 마음으로 사물과 현상을 접하고 직접적으로 오는 느낌과 감각으로 쓰기 때문입니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이 동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하나같이 순수하고 맑은 동심의 세계를 노래하고 있다.
자연과 일상 속 풍경을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재치 있게 노래한 작품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배열해 놓았다. 또한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주는 내용의 작품이 많다. 여기에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가지꽃의 삽화가 더해져 더욱 밝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출판사 리뷰
어른과 어린이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인식하는 태도나 방식이 다르다. 이는 지식과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어린이는 어른과 달리 일반적인 상식과 통념은 물론 과학적인 사고에 의지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주요한 심리적 특성인 물활론 또는 동화적 사고에 기대어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본다.
땅속의
전기를 뽑아 올려
이른 아침을
환하게 켜는
호박꽃
- 「호박꽃」 전문
이 동시는 그 대표적인 것으로 호박꽃을 노래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이른 아침/환하게” 피어난 호박꽃을 보고, 그것이 어떻게 피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곧 “땅속의/전기를 뽑아 올려” 호박꽃이 피었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아마도 화자는 땅 위에 길게 늘어진 호박 덩굴에서 ‘전깃줄’을, 노란 호박꽃에서 ‘전등’을 연상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하늘에 전기가 흘러 번개가 치듯, 땅속에도 그와 같은 현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처럼 이 동시는 어린이다운 발상과 표현 방식을 활용해 재미를 준다. 비록 5행의 짧은 시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저문 날
아빠를 기다리면
두둥실 떠오르는 달
아빠가 사 오시는 달빵이라네.
저벅저벅
걸어오시는 등 뒤로
둥둥, 풍선처럼 띄우고
아빠가
노란 달빵을 사오시네.
달빛으로 묶어
환하게 끌고 오시네.
- 「달빵」 전문
표제작인 이 동시는 저녁 무렵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둥근달을 ‘빵’에 비유한 것도 재미있지만, 원근법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저문 날/아빠를 기다리면/두둥실 떠오르는 달”에서 보듯이, 이 작품에서 ‘달’은 중의적으로 사용됨으로써 시적 효과를 배가하고 있다. 즉, 단순히 지구의 행성인 ‘달’을 지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빠를 기다리는 화자의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또한, 퇴근길 아빠가 화자에게 주려고 사 오시는 ‘빵’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노란 달빵”을 “달빛으로 묶어/환하게 끌고” 오는 아빠의 모습과 그런 아빠를 기다리는 화자의 모습이 참 아름답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걸어오는
아빠 탑에
목마 탄
2층 탑
쪼그마한
아기 탑
동글동글
웃는 탑
- 「웃는 탑」 전문
이 동시는 「달빵」과 마찬가지로 가족 간의 사랑을 노래한 작품이다. 아빠가 아기를 목마 태우고 걸어오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아빠 탑”과 “아기 탑”에서처럼 아빠와 아기를 탑에 비유하여 정겹고 사랑스러운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데, 읽을 때마다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준다. “쪼그마한”, “동글동글”과 같은 음성상징어를 사용하여 시적 대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점도 눈에 띈다. 급격한 사회의 변화로 가족해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겨울나무는
안테나
앙상한 가지
허공으로 뻗고
남쪽으로
타전되는
봄소식
기다린다.
- 「겨울나무」 전문
이 동시는 겨울나무를 노래한 것으로, 이 동시집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흔히 겨울은 소멸과 상실, 죽음의 이미지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겨울은 오히려 그 반대이다. “겨울나무는/안테나”, “남쪽으로/타전되는”, “봄소식/기다린다.”에서 보듯이, 이 작품에 등장하는 겨울나무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벌써 두 해째 그 어떤 겨울보다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굳이 이 동시를 동시집의 맨 끝에 배치한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박방희의 동시는 어린이다운 발상과 표현으로 발랄하면서도 신선하다. 또한, 전반적으로 밝고 따뜻하다. 그런 만큼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암울한 현실을 묵묵히 견디고 있을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함’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방희
1946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1985년부터 무크지 《일꾼의 땅1》과 《민의》, 1987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참새의 한자 공부》, 《쩌렁쩌렁 청개구리》, 《머릿속에 사는 생쥐》, 《참 좋은 풍경》, 《날아오른 발자국》, 《우리 집은 왕국》, 《바다를 끌고 온 정어리》, 《하느님은 힘이 세다》, 우화동시집 《가장 좋은 일은 누가 하나요?》, 《박방희동시선집》과 청소년시집 《우리는 모두 무엇을 하고 싶다》가 있으며, 동시조집 《나무가 의자로 앉아 있다》, 《우리 속에 울이 있다》와 여러 권의 시집과 시조집과 철학 단상집 《측간의 철학 시간》과 소설집 《달로 가는 남자》 들이 있습니다. 푸른문학상, 새벗문학상, 불교아동문학작가상, 방정환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사)한국시조시인협회상(신인상), 금복문화상(문학), 유심작품상(시조), 박종화문학상(시)을 받았습니다. 한국동시문학회 부회장, 한국아동문학학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대구가톨릭문인회장으로 있습니다.
목차
목자
시인의 말
1부
봄봄
봄날
버들강아지
파
호박꽃
튤립 목욕탕
줄장미
뽕나무
바람옷
하지아침
미루나무
담쟁이
2부
처음 보는 풍경 -코로나 봄 2020
달마중
북
틈틈이
징검돌
바람
수군수군
소문놀이
한 생각
구두에게 물어봐
별
유성우
3부
참방참방 물소리
개구리밥
벌 나비 공부
무당벌레
달팽이 우체국
까치 식탁
쥐
백로 할아버지
거미
일기 쓰는 파리
힘센 매미
애벌레
4부
웃는 탑
아빠는 나쁘기 쉽다
그 말 믿었다
주름을 입다
갈매기
할머니 편지
달빵
길 찾기
잠든 집
비 오는 날
나무속의 점 하나
병뚜껑 속의 길
5부
하늘에도 지퍼가 있다 -비행기구름
운동회 날은 해가 빨리 진다
응원하는 바람에
고구마 캐기
호박과 할머니
고추 따기
팥죽 먹는 날
고드름
까치 신문
눈 온 날
손님
겨울나무
나의 동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