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21년 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21세기 에드거 엘런 포, 셜리 잭슨.보르헤스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은,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소설집. 대체불가능한 독보적 스타일의 소유자인 엔리케스는 정치적, 역사적, 실존적 차원이 뒤섞인 공포와 두려움을 독특한 메타포로 구성하고 평온해 보이는 우리의 삶을 불확실성이라는 극단으로 끌고 가는 작품을 쓴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서는 현대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고통과 두려움, 교착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불러와 고딕 스릴러 특유의 차갑고 끈적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이국적이면서도 섬뜩한 거리 묘사와 그곳을 배회하는 유령들을 덤덤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활자 위에 살려내 부조리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공포’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이 책에는 작가가 특별히 한국 독자들을 위해 보내온 「한국어판 저자 후기」가 수록되어 있으며 집필 배경 및 작품 설명을 덧붙였다. 12개의 이야기가 모두 끝날 때쯤이면, 신체가 절단된 너덜너덜한 유령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지독한 가난의 냄새 그리고 인간성을 잃은 영혼의 무망함임을 알게 될 것이다.
출판사 리뷰
2021 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작
전 세계가 열광한 공포 단편 소설집
2016 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자 한강이 만난 작가
라틴아메리카 환상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엔리케스의 대표작
불평등, 아름다움, 부패의 고딕 초상화
한 층 한 층 덧쌓인 유령의 잔해들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진다
“고독하고 환상적인 이야기”_소설가 편혜영
“독자를 ‘읽는’ 자가 아닌 ‘몰래 듣는’ 자로 만드는 소설”_시인 이소호
2021년 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21세기 에드거 엘런 포, 셜리 잭슨.보르헤스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은,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소설집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가 ㈜오렌지디에서 출간되었다. 대체불가능한 독보적 스타일의 소유자인 엔리케스는 정치적, 역사적, 실존적 차원이 뒤섞인 공포와 두려움을 독특한 메타포로 구성하고 평온해 보이는 우리의 삶을 불확실성이라는 극단으로 끌고 가는 작품을 쓴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서는 현대 아르헨티나를 배경으로 고통과 두려움, 교착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불러와 고딕 스릴러 특유의 차갑고 끈적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이국적이면서도 섬뜩한 거리 묘사와 그곳을 배회하는 유령들을 덤덤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활자 위에 살려내 부조리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공포’란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2017년 셜리잭슨상을 수상한 편혜영 소설가는 “타는 냄새도 없고 불에 덴 자국과 잿더미도 남지 않는 아름다운 불길, 세계를 그은 자리에 출몰하는 기이한 존재들, 그들이 저지른 방화는 실로 고독하고 환상적”이라고 평했으며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이소호 시인은 “이 책은 독자를 ‘읽는’ 자가 아닌 ‘몰래 듣는’ 자로 만든다”며 “이보다 더 생활과 판타지 사이에 불행을 밀착시켜 놓은 글은 본 적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 책에는 작가가 특별히 한국 독자들을 위해 보내온 「한국어판 저자 후기」가 수록되어 있으며 집필 배경 및 작품 설명을 덧붙였다. 12개의 이야기가 모두 끝날 때쯤이면, 신체가 절단된 너덜너덜한 유령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는 것은 지독한 가난의 냄새 그리고 인간성을 잃은 영혼의 무망함임을 알게 될 것이다.
호러라는 장르로 폭력에 맞서다
가장 안온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가장 불온한 이야기
“내가 어둡고 음울한 소설을 쓰는 이유는
괴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엔리케스의 작품 세계는 주로 공포와 두려움, 집착과 광기, 폭력과 죽음, 그리고 주술과 저주 등 어둠의 그림자로 뒤덮여 있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는 과거 고딕소설의 전통을 계승한 것처럼 을씨년스럽고 기괴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텍스트의 속살을 파고들다 보면 그와는 다른, 조금 더 깊은 세계가 열린다. 「슬픔에 젖은 람블라 거리」는 유명 관광 도시를 배경으로 국가 권력에 짓눌려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이민자, 육체노동자, 성노동자, 소매치기의 영혼들이 등장하고 「죽은 자와 이야기하던 때」에서는 10대 소녀들이 위저보드를 통해 과거 활동가, 정치가들의 행적을 좇는다. 우리의 4.19, 광주의 실종자를 떠올리게 하는 이 이야기는 작가 본인이 어린 시절 직접 겪은 독재정권 시절의 불안감, 철저하게 가려져 있던 공포를 직접 끌어내 녹였다고 한다. 「쇼핑카트」는 가난한 외부인을 배척해 집단 저주가 내려진 마을의 이야기이고, 「돌아온 아이들」에는 어른들의 폭력으로 집에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서늘한 그림자가 담겨 있다. 불평등한 현대사회에 만연한 가난에 대한 두려움, 가정 폭력(특히 여자와 아이들), 정상성에 기댄 차별과 혐오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회적, 역사적 공포를 복합적으로 그려낸 이 이야기들은 나아가 공포의 정체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게 한다.
영어가 아닌 언어를 쓰는 여성 작가가 그려낸
남쪽 세계의 공포 그리고 다양한 여성들의 삶
이 책에는 10대 청소년부터 혼자 사는 노인까지 각 세대별, 계급별 다양한 여성의 삶이 등장한다. 심장 소리에 집착하게 된 여성의 사랑 이야기(「심장이여,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좋아하는 최애 뮤지션의 시체를 먹고 일체가 되고자 하는 오컬트적인 10대 청소년들의 팬덤 문화(「카르네」), 세상살이에 뒤처져 침대에 파묻힌 여성의 꿈(「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등 사회적 규범과 제도에 억눌려 발현되지 못한 여성의 권리와 욕망, 억압으로부터 탈주하는 섹슈얼리티를 있는 그대로 표출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기록한다.
이외에도 모계 대대로 내려오는 불운의 기운을 담은 이야기(「우물」), 이름도, 사연도 없이 죽어버린 고모할머니(「땅에서 파낸 앙헬리타」), 실제 전해지는 도시 전설에서 모티프를 얻어 소녀들의 질투심과 증오심을 주술의 세계로 그려낸 뻔뻔하고 통쾌하게 그려낸 이야기(「호숫가의 성모상」) 등에는 작가가 나고 자란 라틴아메리카의 기운과 냄새가 가득 배어 있다. 실제 거리와 지명, 전설, 인물들을 사용하며 그녀가 보고 느낀 남쪽 세계만의 공포를 만들어 냈다. 작가는 자신이 느낀 공포를 여실히 드러내기 위해서 자신의 ‘언어’와 ‘여성’으로서의 삶을 깊게 인지하고 고민해야 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 공포를 마주하고 이겨낼 용기를 얻는 것이야말로 다른 소설이 아닌 공포 소설을 쓰는 이유라고 밝혔다. “공포 소설은 저주받은 집과 같다. 그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연 이상, 발길을 되돌릴 수는 없다. 우리 모두 과감하게 발걸음을 내디디며 문턱을 넘어가야 한다.”
실비아는 임대 아파트에 혼자 살았다. 그 집 발코니에는 키가 150센티미터나 되는 마리화나가 자라고 있었고, 커다란 방에는 매트리스만 깔려 있었다. 그녀는 교육청에 개인 사무실이 있었고 월급도 꼬박꼬박 받았다. 칠흑처럼 검게 염색한 머리에, 소매 폭이 손목 부분으로 갈수록 점점 넓어지고 햇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은실로 수놓아진 인도산 셔츠만 입었다. 그녀는 올라바리아 출신인데, 멕시코를 여행하다가 감쪽같이 사라진 사촌도 있었다. 그녀는 우리의 어른스러운 친구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녀가 약해지고 망가져서 완전히 무너져 버리기를 바랐다. 그건 실비아가 언제나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_ 「호숫가의 성모상」
“다 이 빌어먹을 카트 때문이야. 그 망할 비렁뱅이의 카트 때문이라고.”
그는 몇 시간 동안 고래고래 악을 쓰다가, 또 몇 시간 동안 남의 집 대문과 창문을 주먹으로 치면서 돌아다녔다.
“그 카트 때문이야. 모든 게 그 늙은 거지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말이야. 자, 어서 그놈을 찾으러 가야 해. 그 똥싸개 말이야. 빌어먹을 그놈이 우리한테 마쿰바의 저주를 내린 거라고.”_ 「쇼핑카트」
“얘야, 그들은 자기들만 살려고 했던 거야. 네 언니도 마찬가지고.” 그녀는 마리엘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주 어린아이였지만, 무서울 정도로 영악했지.” 호세피나는 숨을 참고 다리에 다시 힘을 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야.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발 저 우물로 달려가 그 안에 고인 빗물 속으로 몸을 던질 때까지만 버텨줘. 조금만 더 힘을 내. 그래서 끝도 없는 바닥으로 떨어져 사진과 배반을 품고 물에 빠져 죽으면 좋으련만._ 「우물」
작가 소개
지은이 : 마리아나 엔리케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언론인. 1973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라플라타국립대학에서 언론학과 사회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그는 현재 아르헨티나 일간지 《파히나/12》의 문화 및 예술 섹션 부편집장으로 일하며, 미국 《뉴요커》 등에 단편소설을 기고하고 있다.어릴 적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라누스에서 할머니에게 전설과 주술, 그리고 북부 지방의 의식儀式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유년시절을 보낸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가족과 함께 라플라타시로 이주한 이후 문학과 펑크 문화를 접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되었다. 고전문학과 대중문화라는 대립적인 두 요소는 후일 엔리케스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하는 밑거름이 된다.엔리케스는 스물한 살 나이에 첫 장편소설 『내려가는 것이 최악이다』(1995)를 발표하며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젊은 작가’로 문단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완벽하게 사라지는 방법』(2004)에서 그동안 아르헨티나 문학이 외면해온 가정 내 성폭력, 아동 및 여성 학대 등의 문제를 다루었고, 『우리 몫의 밤』(2019)으로 그해 에랄데상을 수상했다.세계 문단에서 엔리케스에게 주목한 것은 첫 소설집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면 위험한 것들』(2009)이 소개되면서부터이다. 이 책은 고전 공포소설의 규범을 충실히 따르되 현대적인 목소리로 재창조된 이야기로 꼽히는데, 이어 소개된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2016)은 여기서 더 나아가 현대 아르헨티나 사회 이면에 도사린 어둠이자, 세계인이 공감하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공포로 풍자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 밖의 논픽션으로 독특한 무덤 여행기 『누군가 네 무덤 위를 걷고 있다』(2013), 실비나 오캄포 전기 『여동생』(2014) 등이 있다.엔리케스는 공포와 환상이야말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리 일상의 미스터리를 반영하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메타포라고 말하면서, 이 장르를 자신의 언어로 삼아 불가사의한 세계를 이야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목차
땅에서 파낸 앙헬리타 … 10
호숫가의 성모상 … 28
쇼핑카트 … 54
우물 … 74
슬픔에 젖은 람블라 거리 … 104
전망대 … 136
심장이여,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 158
카르네 … 178
생일, 영세식 사절 … 194
돌아온 아이들 … 216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 302
죽은 자들과 이야기하던 때 … 314
한국어판 저자 후기 … 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