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아동 문학계의 거장, 원유순 작가가 전하는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참된 의미한국 대표 아동문학 작가이자, 100여 권의 동화로 아이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원유순 작가의 기대작 《바람의 소리를 들어라》가 출간되었다. 원유순 작가는 오랫동안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생각해 왔고, 어른들이 혹은 우리 아이들이 그릇된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꿈과 희망이라는 달콤한 희망 고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보다 쉽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동화를 선택했다. 화자는 길고양이를 내세웠지만, 단순히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느 날 문득, 내가 그물 안에 갇힌 물고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대체 나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 걸까.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정말 옳은 것일까.
목표를 다 이루면 과연 행복할까. 참 행복이란 무엇이며,
참 자유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이러한 나의 깨달음을 동화로 엮어 보고 싶었어요.
오랜 고민 끝에 길고양이 ‘미르’가 만들어졌어요.
미르는 참 영리하고, 재주가 많은 고양이에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끈질긴 집념도 지니고 있지요.
만일 미르가 인간의 품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는 반려묘로 태어났다면
참 행복과 자유에 대해 의문을 가졌을까요?
이 책은 길고양이 미르가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지만,
한 인간의 여정이기도 해요.” _ 작가의 말 중
인간의 품에서 참된 행복을 느꼈던 미르의 엄마, 정해진 길 없이 떠돌아다니는 삶을 택했던 아빠, 동네 이곳저곳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마트, 여자의 품에서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한 삶을 누리는 밍키, 여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서슴지 않는 미르….
각각 다른 삶의 지향점을 두고 나름의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는 책 속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분명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비록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고,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지만 어느 것 하나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그 답을 찾아 나가고,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방향을 조금씩 틀어가며 스스로에게 맞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다. 미르는 여자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재주 고양이가 되고자 온갖 노력을 하고 여자의 품에서 살게 되지만 결국 바람처럼 살아가는 것을 택한다. 단순히 시간과 노력을 허비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고 그 과정 속에서 느낀 쾌감과 만족감은 앞으로 정해진 길 없이 살아갈 미르에게는 분명 큰 에너지가 되어 줄 것이다.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진정한 자유를 택한 미르의 이야기는 남들이 정해 놓은 목표를 향해 가느라 앞만 보고 허둥지둥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어른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불어 위험천만한 길거리 생활에서 매일같이 생존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길고양이들이 미르와 같이 진정한 자유를 선택한 고양이일 수도 있으니,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바람처럼 살아갈 미르의 앞날에 잔잔한 응원도 함께.

내가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순전히 엄마 때문이었다.
엄마는 원래 고귀한 페르시안 태생으로 주인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살았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엄마는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온 집안 식구들이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몰라. 특히 미주는 나를 정말 사랑했어. 그 애는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었지. 뮤즈라는 뜻이 뭔지 알아? 음악의 여신이야. 내 이름이었지. 미주는 나를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해 주었어. 아, 그 달콤한 선율을 다시 들을 수 있다면!”
엄마가 나른한 추억에 젖을 때마다 아빠는 입을 비쭉였다.
“흥, 그런 사람들이 왜 당신을 바닷가에 버렸겠어?”
“버린 게 아니라니까. 내가 길을 잃었다고 몇 번이나 말해?”
엄마는 아빠가 빈정댈 때마다 날카롭게 반응했고, 아빠는 체념한 듯 입맛을 다셨다.
“미르, 내 털을 봐. 눈처럼 하얗지?”
엄마의 털은 때에 절어 꼬질꼬질했고 볼품없었다. 아무리 봐도 꼬질꼬질한 털이 눈처럼 새하얗게 바뀔 것 같지 않았다.
“인간의 사랑만 얻어 봐. 단 한 번의 샴푸질로 눈처럼 새하얀 털을 되찾을 수 있어. 음! 그 향기로운 냄새라니. 또 인간이 해 주는 마사지는 얼마나 시원하다고.”
나는 엄마의 말이 꿈처럼 들렸다. 향긋하다는 샴푸는 어떤 것이며, 시원하다는 마사지는 어떤 기분이며, 포근하다는 잠자리는 어떤 느낌인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밤하늘처럼 까만 털의 아이가 여자의 품에 안겨 있는 걸 보았을 때, 비로소 나는 꿈이 아니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자고 있던 마음의 눈이 확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