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스무 살 문학청년이 나이 60이 되어 시집을 처음 펴냈다. 동국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사범대 국어교육과 윤재웅 교수. 윤 교수는 고등학생 시절 ‘만해 탄생 100주년 기념 제1회 만해백일장(1979)’에서 대상을 받아 일찍이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어쩌라구’는 선방의 수좌들이 참구하는 ‘이뭣고’ 이상으로 사바세계의 난감한 문제를 충격적으로 들이밀었다. ‘이뭣고’는 불교 화두의 독특한 언어지만 ‘어쩌라구’는 보통사람 누구나 마주칠 수 있는 일상의 어려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훨씬 현대적이고 보편적이라고 보았다. 그러자 그간 내면에 쌓여 있던 온갖 목소리들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3개월 동안 60편의 시가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출판사 리뷰
“불교 시문학의 묵직한 화두와 세심한 성찰이 돋보이는 시집”
40년 곰삭여 온 문학의 간절한 목소리 꽃 피워
문학평론가이자 작가인 동국대 윤재웅 교수 신작 시집
스무 살 문학청년이 나이 60이 되어 시집을 처음 펴냈다. 동국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사범대 국어교육과 윤재웅 교수. 윤 교수는 고등학생 시절 ‘만해 탄생 100주년 기념 제1회 만해백일장(1979)’에서 대상을 받아 일찍이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 인연으로 동국대학교에 진학, 좋은 스승과 쟁쟁한 선배들 밑에서 문학을 배웠지만 정작 시는 많이 쓰지 않았다. 은사(恩師) 서정주의 시를 읽고 절망하고, 아무리 잘 써도 서정주를 능가하긴 어렵다고 판단되자 대학원에 진학을 해서 문학 연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평론으로 등단을 하고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안에도 시 창작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 그가 60이 되자 갑자기 시심(詩心)이 샘솟기 시작했다. 연구차 유럽을 다녀온 이후 출간한 <유럽인문산책>(2020)을 쓰면서 젊은 시절의 시적 감수성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불꽃을 피운 게 또 있다. 2019년 11월, 자승스님(전 조계종총무원장)을 비롯한 아홉 명의 스님이 3개월간 천막에서 혹독한 수행을 이어간 한국 불교계의 획기적 사건 ‘상월결사(霜月結社)’가 펼쳐졌는데 그 결사가 시인에게 큰 화두를 던졌다.
3개월의 결사 후, 천막 안에서의 혹독한 수행 과정을 듣던 와중 시인은 ‘어쩌라구’라는 문장을 발견했다. 묵언 수행 스님들이 의사소통을 위해 활용하는 화이트보드 위에 적혀있던 ‘어쩌라구’. ‘바나나를 많이 드셔야 한다’는 메모 끝 마지막에 쓰여있던 ‘어쩌라구’ 이 한 문장이 시인에게 ‘동지섣달 꽃처럼’ 달려들었다고 한다.
‘어쩌라구’는 선방의 수좌들이 참구하는 ‘이뭣고’ 이상으로 사바세계의 난감한 문제를 충격적으로 들이밀었다. ‘이뭣고’는 불교 화두의 독특한 언어지만 ‘어쩌라구’는 보통사람 누구나 마주칠 수 있는 일상의 어려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훨씬 현대적이고 보편적이라고 보았다. 그러자 그간 내면에 쌓여 있던 온갖 목소리들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3개월 동안 60편의 시가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불교 소재를 문학적으로 바꾸는 시도 아닌 불교의 심오한 내용을 문학적으로!”
감동적인 이야기 구조가 불교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
21세기 한국 불교문학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
시집 전체는 불교 색채로 가득하다. 초기불교 경전인 『니까야』를 통독하고 동국역경원 〈불교성전〉을 50년 만에 재출간하는 과정에 전체 윤문을 맡는 등 평소의 불교공부가 밑바탕이 되다 보니 말뚝신심이 생겼다. 생로병사의 고통, 윤회의 아픔, 깨달았으면서도 지상에 남아 중생을 구제하는 대승보살의 발원 등이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 이야기체 형식, 전통 서정시 양식, 한 줄 시 등 다양하다.
“깊숙한 절간 처마 밑 제비둥지에 새끼 제비 세 마리, 매일 배고파 웁니다. 어미 아비 제비가 정신없이 먹거릴 나르는데 오늘 아침 새끼 제비 한 마리가 그만 오두방정을 떠는 바람에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툭 하고 떨어져 내립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중살이를 해 본 배추흰나비 애벌레. 모든 중생의 자유가 그렇듯 아주 짧은 순간입니다. ∥ 잠시 뒤 떨어진 애벌레 주변으로 배고픈 개미새끼들이 새까맣게 몰려나와 커다란 애벌레를 즈이들 개미굴로 밀어 올립니다. 아기 주먹만 한 도톰한 흙 언덕 경사인데 그것도 경사라고 올라가다 미끄러지곤, 올라가다 미끄러지곤 합니다. 굼틀굼틀 떼굴떼굴, 희고 부드러운 살덩이는 시시포스의 바위처럼 제 한 생애를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어쩌라구? 알머리가 아직도 파르스름한 어린 스님이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두 눈에 눈물방울 그렁그렁 매달고 내려다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눈물방울>
시인은 팔만대장경의 높은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쉽게 번역이 되지 않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한국불교의 발전이 ‘좋은 번역’에 있음을 곳곳에서 암시한다.
“착하게 살자.”
-<팔만대장경 5천만 글자를 다섯 자로 줄여보니>
세월호 사건을 불교적 시각으로 해석한 연작시도 예사롭지 않다. 소를 찾아가는 10개의 장면을 다루는 <십우도>처럼 10가지의 주제를 다루면서 우리사회 전체에 위로와 성찰을 던져주고 있다.
“마당가의 모란꽃이 꽃몸살 세게 하면서 꽃 피우려 애쓰고 있어요. 제 눈엔 집 나간 딸이 돌아오는 몸짓편지 비슷해서요, 얼치기 시인연습으로 읽어보는 중이에요. ∥ 꽃 피는 건 집 나간 딸이 돌아오는 거예요. ∥ 모쪼록 그렇게 생각하세요. ∥ 봄 오는 건 봄 찾으러 나간 딸이 돌아오는 거예요. ∥ 모쪼록 그렇게 생각하세요. ∥ 꽃 피고 봄 오는 건 집 나간 딸이 돌아와 아빠를 방생하는 거예요. ∥ 모쪼록 그렇게 생각하세요.”
-<돌아온 딸을 다시 낳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윤재웅
1961년 통영에서 태어났다. 용산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등학교 때 제1회 만해백일장 대상을 받았는데 그 인연으로 동국대학교에 진학했다. 199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으로 등단했다. 평론집 『문학비평의 규범과 탈규범』(1998)을 냈고, 소설 『판게아의 지도』(2002)와 여섯 권의 동화책, 그리고 여행 에세이 『유럽인문산책』(2020)을 출간했다.현재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어쩌겠습니까 006
어쩌라구
한세상 019
모르는 척 020
사랑의 슬픔 022
너의 시간에도 혹 내가 비치는 때 있거든 긴 편지나 다오 024
사람으론 다시 안 살고 시퍼라우 026
개 행자 028
프러포즈 030
아홉 스님 뒤에 032
나도 내가 너무 많아 어리둥절해요 034
세상에서 가장 큰 눈물방울 036
옛이야기
난초꽃 040
만해 스님께서 젤 잘하신 일은 042
아무래도 이게 아니네 044
나란히 046
일연스님 모자 행장기 048
홀로서로 050
세병관 052
나무싯다르타 054
맨발의 부처 056
떠돌이 부처 059
사바사바
애기단풍 065
크고 깊은 숲 066
자화상 068
사바사바 070
묵묵먹먹 072
겹겹첩첩 074
저녁소풍 076
단풍경전 078
가을 물 080
얼굴 없는 부처 082
집 나간 딸
딸에게 배우다 086
딸이 집을 나가다 088
딸의 흔적을 찾다 089
딸 찾으러 길을 나서다 090
ᄄᆞᆯ 친구에게 딸 소식을 듣다 091
딸을 바다에서 놓치다 092
집으로 혼자 돌아오다 093
집 나간 딸이 돌아오다 094
돌아온 딸을 다시 낳다 096
다시 낳은 딸에게 다시 배우다 098
허공은행
뼈도 힘줄도 없이 달리는 물 102
내가 내 그림자를 추월할 수 있을까 103
나는 왜 A4 용지처럼 생겼나 104
가장 어려운 논술문제 105
달팽이는 왜 부동산에 가지 않는가 106
그래도 허공은행이 있지 않나 107
팔만대장경 5천만 글자를 다섯 자로 줄여보니 108
혹시 조폭이세요? 109
똥 묻은 헌 헝겊 주워 모아 지은 옷, 여자 노비가 입다 공동묘지에 내다버린 옷 110
나무 아래서 뭐하세요? 111
인간부적
인간 부적 115
그녀의 뒤 꼭지 116
잠깐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요? 117
폐허의 사랑 118
생강 120
뭐가 다르겠습니ᄁᆞ 122
우하下文 서정태 시인 묘소에서 124
황혼길 126
그걸 알고 제가 미리 128
어쩌라구語齟喇狗가 무엇입니까?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