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남들보다 작은 목소리를 가진,
수많은 어린이를 응원하는 책!『한밤중 달빛 식당』, 『꽝 없는 뽑기 기계』, 『깊은 밤 필통 안에서』 등을 통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해 온 비룡소의 저학년 동화 시리즈 「난 책읽기가 좋아」의 신간 『소곤소곤 회장』이 출간되었다.
강인송 작가는 첫 동화집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에서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재능을 이번에도 한껏 발휘했다. 여기에 『한밤중 달빛 식당』의 윤태규 작가가 풍부하고 유머러스한 표정과 사랑스러움을 가득 담아 그려 낸 장면들이 흐뭇한 미소를 한가득 안겨 준다.
◆ 소심쟁이, 회장으로 뽑히다조영이는 목소리가 작다. 매일 보는 아빠도(아빠는 목소리가 엄청 크다.) 조영이 말을 한 번에 못 알아듣고 “뭐라고?” 하고 되물을 때가 많다. 반 아이들도 조영이를 잘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 그런 조영이가 임원 선거에 나가겠다고 손을 들었다. 사실은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려 했지만 선생님 귀에는 잘 들리지 않았고, 조영이도 왠지 모를 용기가 솟아 “저도 선거에 출마하고 싶어요.”라고 말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내 조영이는 솔직하게 말할걸, 하고 후회한다. 자기를 모르는 아이들도 많은 데다, 당장 아이들 앞에서 소견을 발표하는 것부터가 큰 난관이었다.
“조금만 더 크게 말해 줘!”
조영이는 입술을 한 번 축이고 다시 말했어요.
“작은, 작은 소리에도…….”
“더 크게!”
선생님의 큰 목소리에 조영이도 덩달아 조금 더 큰 소리로 말했어요.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회장이 되겠습니다!”
반 아이들은 몇 초간 잠잠했어요. 그러다 한두 명씩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어요. _본문에서
작년에 회장, 부회장을 해 봤다는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조영이는 회장으로 당선되었다. 아이들이 왜 조영이를 뽑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자신들이 뽑은 회장에게 열심히 협조할 생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선생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조금만 조용히 해 달라는 조영이의 말은 싹 무시한 채 신나게 떠들어 댈 뿐이다. 아마도 조영이는 선거가 있던 날 했던 생각을 회장이 된 뒤에도 몇 번이나 되뇌었을 것이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 거였다고 솔직하게 말할걸.’
◆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조영이가 내건 공약이 무색하게, 반에서 가장 작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조영이였다. 그리고 그런 조영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친구 역시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목청껏 떠들기만 좋아하던 반 아이들이 조용히 숨을 죽이고 무언가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벌어진다. 교실에서 “짹짹!” 새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너무 작은 소리라 어디에서 들려오는 것인지 알지 못할 때, 조영이가 나섰다. 조영이는 ‘몽자’라는 참새를 친구로 둔, 진짜로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아이였던 것이다.
조영이의 활약으로 날개를 다친 박새가 발견되고, 아이들은 한마음으로 이 작은 새를 걱정한다.
“근데 어떻게 교실에 들어온 거지?”
조영이가 열린 창을 가리키며 조용조용 말했어요.
“우연히 들어왔다가 나가는 데를 못 찾아서…….”
아이들이 조영이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계속 말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헤매다가 다친 것 같아.”
조영이 말이 맞았어요. 새는 몇 번씩 날개를 파닥거렸지만 날지는 못했어요.
조영이가 아이들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어요.
“손수건…… 누가 손수건 있으면 좀 줄래?”
“나 있어!”
우현이가 얼른 자리로 돌아가 손수건을 가지고 왔어요. _본문에서
조영이에게 “뭐라고?”, “더 크게 말해 줘!”라고만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조영이 목소리 크기에 맞추어, 박새의 조그만 “짹짹!” 소리에 맞추어 기꺼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낮추고 가만히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이들이 조영이의 애원에도 떠들기만 했던 건, 딱히 못된 아이들이기 때문이거나 조영이를 괴롭히려고 그런 건 아닐 거다. 아이들은 수다 떠는 게 즐거우니까 떠들 뿐이다. 원래 목청이 커서 무슨 말을 해도 쩌렁쩌렁 울리는 아이도 있고, 엄청 수다스럽지만 목소리가 작아서 조용하게 느껴지는 아이도 있고, 조영이처럼 목소리도 작고 말수도 적은 아이도 있다.
“병원에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될까요?”
선생님은 조금 놀란 눈치였어요.
“뭐, 박새를?”
조영이와 아이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
그러자 선생님은 조금 전보다 두 눈이 더 동그래졌어요. 아이들 모두가 선생님을 빤히 바라봤거든요. 평소대로라면 큰 소리로 떼쓰며 졸라 댔을 텐데, 박새가 놀랄까 봐 그러지도 못했어요. _본문에서
◆ 목소리의 크기로 단정할 수 없는 것들박새는 무사히 치료를 받고, ‘자몽’이라는 이름까지 생긴다. 새에 대해 어떻게 그리 잘 아느냐는 친구의 물음에, 박새를 치료해 준 일로 상을 주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조영이가 대답하는 말은 싱거운 듯하지만, 왠지 곱씹어 보게 된다.
“사실은 말이야…….”
태경이는 조영이의 입을 보며 대답을 기다렸어요.
“내가 원래 새들이랑 좀 친해.”
태경이는 두 눈을 몇 번 끔뻑였어요. 그러다 크게 웃음을 터뜨렸어요.
“너 거짓말 되게 잘한다.” _본문에서
“훌륭한 일을 해서 상을 주려고 하는 건데, 왜 그렇게 생각해?”
“그냥…… 그냥요.”
조영이가 이어 말했어요.
“그냥 도와주고 싶어서 그렇게 한 건데, 상을 받으면…….”
“응, 상을 받으면?”
“자몽이가 저를 오해할 것 같아요.” _본문에서
‘원래’ 새들이랑 좀 친해서, ‘그냥’ 도와주고 싶어서. 조영이에게 특별히 깊은 뜻이나 많은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만큼 순수한 의도가 또 어디 있을까. ‘그냥 그러고 싶어서’ 어린이가 작은 것에도 자신의 마음을 다할 때 그 진지함의 깊이는 잴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조영이는 회장 선거에 나간 걸 후회하지도, 시끄러운 친구들과의 학교생활을 힘들어하지도 않는다. 그건 조영이의 목소리가 커져서도 아니고, 아이들이 갑자기 얌전해져서도 아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누가 가르쳐 준 게 아닌데도, 아이들은 어느새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법’을 터득했고 조영이도 목소리 큰 아이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을 테니까.
‘목소리도 작아서 나중에 뭐가 될지’ 걱정했다고 아빠는 말하지만, 조영이는 나중에 뭐든 될 것이고, 무엇이 되든 목소리의 크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