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네 명의 저자가 9개월간 매주 일요일 아침에 모여 나눈 대화, 어쩌면 자기고백의 글을 엮은 책이다. 그들의 말마따나 ‘나체 해변’에서 벌거벗은 모습으로 본인의 날것을 스스럼없이 고백한 글들이다. 그래서 가장 친한 친구는 물론이고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래서 읽다 보면 굳이 이런 것까지 꺼내야 하나 싶은 이야기가 책에 고스란히 벌거벗긴 채 놓여 있다.
그들은 본인들을 호모삐딱쿠스라고 칭한다. ‘A=B’, ‘사과는 과일이다’ 같은 명제를 들었을 때 구석에서 조용히 눈알을 굴리며 고개를 조금 기울일 법한 사람들. 그래서 누군가 들으면 세상에 대한 불만이 많아 보인다고 느낄 테지만 실은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에서 비롯된 행동을 보이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소한 사실도 한 번 더 생각하다 보니 이해심도 높은 편인, 무엇보다 누구보다 여리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 호모삐딱쿠스다. 다소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지나치게 솔직한 글들은 어떤 부분에서는 웃음을, 또 어떤 부분에서는 찡함을, 또 어떤 부분에서는 공감을 선사하며, 알게 모르게 당신의 마음을 건드리고 어루만질 것이다.
출판사 리뷰
나체 해변에서 9개월간 나눈
날것 그대로의
고개가 조금 기울여져 있는
호기심 가득한 네 호모삐딱쿠스의 이야기
정말 날것 그대로인 글들
‘굳이 이런 글까지 써야 하나?’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그리고 금세 생각은 바뀌었다. 굉장한 용기구나. 정말 날것 그대로구나.
일기장이라는 이름 아래 SNS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친구들이 보는 게 싫어서 팔로우하지 않고 혼자 기록하기도 한다. 그러고는 친구들에게 그 계정이 들키는 순간 비공개로 감춰 버린다. 그런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네이버 블로그 같은 곳에 비공개로 쓰면 되지 않아요?”
그러면 이렇게 답한다.
“그래도 다른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누군가 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소극적인 글쓰기로 돌입하게 한다.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될까? 아니야, 그럴 필요는 없잖아’ 같은.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시선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는다. 특히 엄마와의 에피소드가 꽤나 강렬하다. 이런 사소한 가족 이야기까지, 그것도 긍정적이지 않은 트라우마나 다름없는 글을 내보이다니!
그래, 잘살아왔어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게 하는 이야기들
그래서인지 매주 일요일 아침, 열 시마다 줌을 통해 만난 인연들은 그들만의 시공간을 나체 해변이라 칭한다. 네 명이 모두 모이면 한 명씩 차례를 정해서 옷을 벗는다. 하필이면 이 네 명은 애매한 사이여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도 있다. 처음에는 눈치 게임을 하던 이들은 어느덧 속옷까지는 능수능란하게 벗는 단계에 이른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흐르자 속옷도 거침없이 벗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속옷까지 벗어던진 단계의 글들이 모여 책이 되었다.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타인들에게 말해야 한다는 부담감, ‘나의 나체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견디던 그들은 어느덧 타인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벗은 모습을 견뎌 낼 힘’의 문제를 인식한다. 그렇게 천천히 자신의 가장 깊숙한 곳의 곪은 상처를 더듬는다. 그렇게 옛 연인, 친구, 지인, 가족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게 된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왠지 모를 위로를 받는다. ‘이들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 나만 특별한 게 아니구나.’ 또 어떤 면은 우리와 크게 다르다. 그럴 땐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고개가 조금 기울어져 있다는 것은 크게 티가 안 난다는 것이다. 다만 속으로 생각할 뿐이다. ‘그게 맞는 걸까? 다들 그런 걸까?’ 이 차이는 글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 번 생각하고 말 일도 깊이 생각하면서 심연으로 빠져드는, 그러고는 본인만의 탈출구를 만들어 내고 마는 이야기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낯섦과 공감이 뒤섞이면서 왠지 모를 웃음이 지어지는, 그래, 잘살아왔어 하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A=B’라는, 가령 ‘사과는 과일이다’ 같은 단순한 명제를 들었을 때 구석에서 조용히 눈알을 굴린다면 고개가 조금 기울어진 사람일 확률이 높다. 이들은 자칫 미친 자처럼 보일까 싶어 쉽게 말을 꺼내지는 않지만, ‘저 사과가 실재하는 것일까?’, ‘사과가 과일이란 것은 애초에 누가 정의한 것일까?’ 같이 세상 사는 데 별 쓸모 없는 질문들에 홀로 둘러싸이곤 한다
그는 예의 바르고 겸손했다. 아니, 그는 쑥스러운 척 연기하고 있었다. 그는 매사에 당당하고 확고한 주관을 갖고 있었다. 아니, 그는 옹졸하면서도 고압적인 자세를 갖고 있었다. 그는 훌륭한 인사이트로 세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아니, 그는 그릇된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합의를 부정하는 반항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오 년 전, 나의 결혼식에는 그들 중 단 두 명만이 참석했다. 그중 한 명과는 결혼식 전에 식사라도 함께해서 다행이었다. 내가 결혼식 사회를 봐 주었던 친구는 일이 바빠 참석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본 친구들은 말끔했지만 이질감이 느껴졌다. 친구들은 짧은 축하 인사를 건넸고, 갈비탕을 맛있게 먹고 떠났다. 수백의 하객 중 그 둘은 눈에 띄지 않았고, 평범하디 평범했다. 우리의 감정은 고조되지 않았다. 우리는 마치 옆 팀 김 과장의 결혼식에 얼떨결에 참석한 것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를 바라봤다.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하지 않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위대성
사업을 한다. 경제학과 행동경제학, 자본주의를 좋아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건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을 만나면, 대화를 통해 이를 탐닉하는 것을 좋아한다. 철없이 살고자 하지만, 참 만만치 않다.
지은이 : 민수연
자유롭게 전 세계를 유랑하는 노마드를 꿈꾸지만, 현실은 만원의 지하철에 오르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틀에 박힌 삶을 싫어하지만, 정해진 규칙은 누구보다 잘 따른다. 인생에서 가장 큰 일탈은 공공기관이던 첫 직장을 퇴사한 것이다. 현재는 광고 만드는 일을 한다.
지은이 : 이인상
여러 일을 한다. 비이성적인 꿈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꿈을 심어 주겠다는 궁극의 목표가 존재한다. 때로는 지나친 사색에 빠지기도 하며,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지은이 : 이희수
“희수야 너 내 말 듣고 있니?”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귀여운 탓에 보이는 것보다 생각이 많고 깊다는 사실이 잘 어필되지 않는 것 같아서 원통하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상품 기획과 브랜딩을 한다.
목차
PROLOGUE 007
1장 고개가 아주 조금 기울어진 사람들
- 재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 민수연 017
- 부디 존경은 멀리서 하는 걸로 / 위대성 021
- 낭만적이지 않은 사랑 이야기 / 민수연 025
- 밤 산책 / 민수연 028
- 불면증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 이인상 033
- 새벽 갈증 / 위대성 038
2장 떠나간 너에 대한, 실은 지나간 나에 대한
- 나는 그의 나이가 되어서야 그와 완전히 이별할 수 있었다 / 민수연 045
- 그라나다 호텔 방에 두고 온 것 / 이희수 049
- 가을은 어떻게 마침표를 찍나요 / 이인상 055
- 첫 이별과 가지치기 / 이희수 060
- 나는 아직도 용기가 없다 / 이인상 065
- 헤어지던 그날, 우리는 분명 연기를 하고 있었다 / 위대성 071
3장 더는 애쓰지 않아도 되는
- 또 하루를 살아가게 만드는 대화 / 이희수 079
- 가든, 가든 파티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 위대성 083
- 간헐적 고독 / 민수연 088
- 거울 / 이인상 092
- 그들의 색(色), 남원에 두고 온 것들 / 이인상 096
4장 존재의 개연성
- 그렇게 딸은 또다시 엄마를 낳는다 / 이희수 105
- 엄마는 매일 나의 아침을 차려 준다 / 민수연 110
-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해 / 이인상 115
- 상처가 많은 가족입니다 / 위대성 119
- 아빠의 도쿄 메밀국수집 / 이희수 124
- 사람은 원을 그리며 죽어 간다 / 이희수 133
- 죽음에 대하여 / 이인상 142
5장 13.5 제곱미터의 서사
- 내 방 여행하기 / 이희수 152
- 창문과 보이차 154
- 옷장이 되어 버린 피아노 158
- 벽을 바라보기 싫은 책상과 의자 162
- 나의 마법의 양탄자, 나의 원목 침대 166
6장 표정 없는 농담
- 저기 선배, 혹시 어젯밤 제가 실수하지는 않았나요? / 위대성 173
- 가끔 어른 여자가 되고 싶을 때가 있다 / 민수연 178
- 오지선다형 인재 / 위대성 181
EPILOGUE 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