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 입구에 들어서면 그 어떤 고민마저도 툭! 내려놓아지는 도량모두가 하나요, 하나가 모두인 세상. 하나 속에 모두가 있고 모두 속에 하나가 있는 세상. 부처나 예수가 꿈꾸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선암사로 올라오는 길은 내려가는 길이다. 내려가는 길도 내려가는 길이요, 바로 가는 길도 내려가는 길이요, 돌아가는 길도 내려가는 길이다.
-본문 <선암사로 올라오는 길은 내려가는 길이다> 중에서
동양 최대의 재래식 화장실 선암사의 해우소에는 정호승 시인이 쓴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로 시작되는 〈선암사〉 시가 입구에 걸려 있다. 슬프고 아프고 괴로운 마음이 선암사 해우소에 와서 혼자 쭈그리고 앉아 울다 보면 풀어진다는 시가 말해주듯이, 선암사는 도량 전체가 인간의 고민을 풀어주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600년이 넘은 매화를 보기 위해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된 선암사 입구에 들어서면 그 어떤 고민마저도 저절로 툭! 떨어지는 것 같다. ‘공간적·시간적으로 속세와 성역을 가르는 분할 공간이자 완충 지역이다’라고 유홍준이 말한 숲길을 지나, 선암천 계곡에 있는 보물 400호 아치형 무지개다리 승선교(昇仙橋)를 건너 선녀가 내려왔다는 누각 강선루를 지나면 비로소 선의 세계에 이른다는 선암사. 그곳에서는 그 어떤 욕망도 욕심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많은 사찰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선암사 도량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모두 청정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하고 배려한 이유와 사연들을 등명 스님은 말한다.
굳이 길을 뚫지 않고 다리를 건너도록 설계한 이유는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건너는 불교의 핵심 사상을 설해놓은 아주 뜻깊은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리 아래 흐르는 물에는 승선교의 그림자가 잠겨 승선교와 조화를 이루며 둥글게 원만한 상을 이루고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선암사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세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삼계 즉 욕계, 색계, 무색계를 건너서 들어오라는 의미다.
-본문 <선암사 도량으로 들어오는 길> 중에서
▶ 선암사에 사는 꽃과 나무와 바람과 구름 이야기!이 책은 등명 스님이 차담과 템플스테이의 경험을 통해 풀어나간 이야기뿐만 아니라, 선암사에서 천년을 넘게 이어 내려오며 사는 꽃과 나무와 새 그리고 바람과 구름의 자연 속으로 읽는 이들을 초대한다.
‘내 마음이 가는 그곳은 당신에게도 비밀’이라는 곽재구 시인의 시 〈선암사 은목서 향기를 노래함〉처럼, 봄이면 피어나는 300년에서 600년이 넘은 50여 그루의 홍매화와 절 전체 꽃 잔치를 방불케 하는 겹벚꽃, 여름의 배롱나무, 작약, 상사화, 가을의 은목서 향기, 사시사철 하늘을 찌를 듯 빽빽하게 들어선 편백나무 숲, 야생차밭 그리고 선조와 추사 김정희 서체 등 산수와 인문이 어우러진 선암사가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긴 세월 선암사와 동고동락하며 깨우친 등명 스님의 자연을 통한 삶의 지혜도 엿볼 수 있다. 자연에서 오감으로 직접 깨달은 지혜와 진리는 오랫동안 골머리 앓아온 숙제를 명쾌하게 풀어주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선사한다. 주어진 삶에 정정당당하게 맞서는 것, 욕심을 덜고 내 자신을 바로 보아 남은 삶에 용기를 더하는 것. 선암사를 거쳐 간 많은 사람이 그러했듯 이 책을 읽는 독자 또한 그간 잊고 있던 삶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익히게 될 것이다.
그래, 매화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매화나무처럼 어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봄을 일구어 꽃을 피우는 사람이 되어야지. 무릇 그런 사람만이 매화처럼 그윽한 향기를 지닐 수 있나니……. 봄이 오면 누군들 꽃을 피우지 못하겠는가. 매화는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절대 오지 않는다. 봄은 스스로 일구어야만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진리를 가르쳐주기 위하여 오늘도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_<매화의 향을 지닌 사람> 중에서
등명 스님은 그 무엇도 나의 마음이 동요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님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모든 번뇌는 물질에 대한 삼매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설하는 비움은 여타 교훈적인 비움과는 조금 다르다. 타인을 배려하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보다 내 안의 것을 먼저 들여다보고 분별의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선암사에 머무르며 등명 스님이 깨친 분별없는 혜안의 문장은 독자에게 삶의 짐을 덜어놓도록 만드는 정겹고 따뜻한 위안으로 다가온다.
▶ 품성과 품격을 쌓는 것,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이유!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 세상에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것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서 누군가의 고민은 득이 되고 또 누군가의 고민은 독이 되기도 한다. 고민이 없는 무심의 경지에 이른 사람보다 스님은 고민이 많은 사람을 사랑한다고 한다.
“스님, 고민이 있어요.”
누군가 찾아와 물으면 스님은 이렇게 답한다.
“저도 고민이 많답니다.”
사람들이 고민을 말하면 그것이 또다시 스님에게 고민이 되는 것이다. 새벽 세 시면 일어나 단 한 번도 예불을 빠트리지 않는다는 등명 스님은 그들의 행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것도 부처의 뜻이자 스님의 소임이라고 한다. 즉 마음에 답답한 것들을 서로 고민하며 현명하게 풀어가는 것. 성장하는 것, 품성과 품격이 높아지는 것, 그래서 겸허해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 와서 더불어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에는 템플스테이 참가자와 스님이 차담을 나누며 주고받은 사연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수많은 사람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선암사의 템플스테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가족 혹은 연인 사이의 불화, 직장과 학업이 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먼 곳까지 찾아와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한다. 숨 가쁜 도심 속 생활에서는 마음을 고요롭게 할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암사의 등명 스님과 만난 이들은 곧 깨닫는다.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가짐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임을……. 등명 스님은 자연에서 깨달은 지혜가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선사한다고 이야기한다.
인생길은 누가 뭐래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비록 태산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을지라도 주저하지 말고 그 산을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인생의 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산을 넘지 않고 우회한다거나 회피하면 결코 봄을 만날 수 없다.
_<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중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 앞에 당당해야 한다. 가파른 벼랑 끝에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올려 꽃을 피우는 나무처럼, 비록 세상의 후미진 계곡에서 보잘것없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운명일지라도 자신의 운명 앞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
_<근면과 성실이라는 꽃> 중에서흔들리는 것은 바람도 아니요, 깃발도 아니요, 오직 마음이더라. 즉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바람도 불지 않고 깃발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씀. 바람 잘 날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말씀이다.
_<흔들리는 것은 마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