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증오는 평화롭고, 사랑은 늘 소란스럽지”. 네 계절처럼 순환하는 사랑의 궤도, 사랑에 관한 백여 개의 시선. 독립출판으로 <지나친 감각>, >지나친 향기>를 출간해 오로지 글의 힘만으로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던 김민욱 작가의 새 시집. 사랑이 불러일으키는 내면의 감각을 활자로 옮겼다. Side A 등의 목차명과 Vinyl, Turntable, Stylus처럼 LP 부품들을 주제로 한 제목들, 그리고 목차마다 이어지는 음악적인 요소들은 사랑의 순환 궤도를 그려낸다. 그렇게 각각의 시들은 엮여 첫 설렘과 사랑, 이별까지 담은 하나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출판사 리뷰
작가로부터
<소란스러운 평화>는 높낮이 없는 음절의 모음집입니다. 노래가 되지 못해 시로 남겨진 소란, 그리고 그에 맞서는 평화를 담았습니다. 서늘한 그늘 아래 머물다 잃어버린 평화의 꿈을 이루어 주길 바랍니다.
순환하는 사랑의 네 계절
몸의 배경은 겨울이지만, 기억은 사계를 돌며 회상한다. “여긴 온통 하얘졌다 (백야中)”, “만년설(Vinyl中)”, “거울 속 겨울(봄잎새中)”와 같은 시구들은 몸의 배경이 겨울임을 보여준다. 한편 “사계를 유영하며 (봄잎새中)”, “한여름의 품이 수줍은 장마(장마中)”, “애호하는 봄이 지나가는 계절에(신기루中)”, “가을비 내리는 창가(환절기中)”에서는 사계를 돌아 결국 여름에 머무르는 정신의 유랑을 그려낸다. “정신은 수분도 없이 … 여긴 늘 겨울이다(동상中)”, “그대 기억을 더듬다 … 지난 여름(기억은 여름에서中)”, 이렇듯 사계를 돌고 머물렀던 시간은 결국 한 사랑과 세계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감각과 인상으로 이루어진
<소란스러운 평화>의 단어들은 철저히 감각과 인상으로 이뤄져 있다. 이 시들은 낮에 잠시 잠들었을 때 꾸는 두서없는 꿈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인상들은 다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 가지 이야기로 이어진다. “꽃잎 하나를 뜯어서 (매화 中)”, “젖은 채 심은 씨앗으로 (라일락 中)”, “나의 정원에게 물을 주는 나무 (주소 中)”. 씨앗은 나무로 자라 개화한다. 정신은 사계를 넘나들며 사랑의 기억을 탐구하지만 서서히 몰락한다.
<소란스러운 평화> 후일담 中
12월 25일 정신은 사계를 일주하다 사랑의 단락을 전시해 놓은 여름에 거주했다. 다음 계절로 넘어가지 못한 달력은 사슬처럼 연결된 몰락의 시초였다. 현실로 돌아왔을 때 나는 26일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었다. 백설로 덮인 절벽에서 몇 달이 지난지도 모른 채 말이다.
12월 26일 강가에 흘려 보낸 꽃잎은 목적지 없는 심야행을 타고 젖은 채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나의 정원에게 물을 주는 나무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난지도 모른 채 말이다.
「고유와 전율에게」
구원할 수 없는 비극의 끝이 낙원이라
내딛으려 하면 미끄러지는 동그라미 같아
거대한 문마저 사랑 앞에서는 얼마나 작은가
사랑은 겸손을 몰라 고유에게 팽개치고
전율에게 외면당해 적막한 습작으로 남아있다
사랑은 허영의 결점 중 환각이라
첫눈이 좌절할 때마다 지각되는 대상이다
중력을 거부한 채 날아올라 뜬구름을 잡고
동시에 추락하여 깊은 바다에 잠기기도 한다
읽히지 못해 누적된 사연들을 보라
몰락들이 달력처럼 이어져 있다
「백사장」
파도처럼 그대는
두고 간 게 없어서
백색소음 같은
여운이라도 담았지
푸른 물살을 거슬러
거친 물결과 맞닿을 때
흰 모래였던 나는
자갈밭이 돼버렸어
증오는 평화롭고
사랑은 늘 소란스럽지
「야광별」
형광등이 나갔지만
교체하지는 않았다
약간 어두워
잘 보이지 않지만
내가 조금 더
불편하면 되니까
간혹 무뎌진 것들의
상처가 제일 아프고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이 가장 아름답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민욱
1996년 5월 12일서울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소란한 삶 속에서 평화와 공존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사랑을 구원하기 위해 틀에 갇히지 않은 단어로 발걸음을 옮기다 시를 쓴다.2019년 『지나친 감각』, 2020년 『지나친 향기』를 출간했다.
목차
시인의 말 · 9
[Side A · 절벽에서]
낙화(落花) · 16
고요와 전율에게 · 17
그림 없는 미술관 · 18
백야(白夜) · 19
Vinyl · 20
별바다 · 21
백사장 · 22
사랑돌 · 23
춘효(春曉) · 24
이념은 익사했다 · 25
불꽃축제 · 26
흐놀다 · 27
성 안의 사람들 · 28
소금꽃 · 29
나무가 첫 낙엽을 겪을 때 · 30
매화(梅花) · 31
사막의 숨 · 32
Stylus · 33
공백(空白) · 34
신기루 · 35
선인장 · 36
같은 자리의 동경 · 37
물감 · 38
LOVE · 39
오로라 · 40
절벽에서 · 41
[Side B · 바라]
유성(流星) · 44
봄잎새 · 45
녹는점 · 46
뜬구름 · 47
사랑의 계약서 · 48
불꽃 · 49
편린(片鱗) · 50
오두막 · 51
검은 모래는 하늘에서 · 52
Moon · 53
편지는 과거다 · 54
환절기 · 55
장마 · 56
바질 · 57
설월화의 별 · 58
야간행 · 59
술래잡기 · 60
절단의 해변 · 61
느린 사랑 · 62
고백(告白) · 63
모래성 · 64
장르 · 65
나의 질문 · 66
어룽어룽 · 67
나눠 먹자 · 68
바라 · 69
[Side C · 본]
Blue Hour · 72
우수(雨水) · 73
지붕은 단면이다 · 74
Green Line · 75
오아시스 · 76
늘어나는 타투 · 77
그대는 서울이야 · 78
곁 · 79
사랑 없는 미술관 · 80
소낙비 · 81
잊은 영속 · 82
작고 가벼운 · 83
연주회 · 84
모래사장 · 85
그믐달 · 86
가을비 · 87
초행길 · 88
누락된 미로 · 89
우린 불안까지 닮아서 · 90
비문증 · 91
월광(月光) · 92
파랑새 · 93
라일락 · 94
소모(消耗) · 95
본 · 96
[Side D · 풍경]
유리구슬 · 100
동상(凍傷) · 101
겨울파도 · 102
멸종된 악보 · 103
심원의 수잔 · 104
모닥불 · 105
여름의 기억 · 106
아가페 · 107
유언은 사랑 · 108
야광별 · 109
섞이지 않는 어둠 · 110
닻내림 · 111
나비 한 마리 · 112
개울가의 석양 · 113
중독(中毒) · 114
눈덩이 · 115
비단 얼음 · 116
시공간의 도안 · 117
흑백영화 · 118
사르르 · 119
Hallstatt · 120
거친물결구름 · 121
외로움을 섞어 만든 꿈 · 122
몰락의 달력 · 123
주소(住所) · 124
풍경 · 125
후일담 ·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