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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근대, 딱지본의 책그림
수정ㆍ증보 한정판
소명출판 | 부모님 |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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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딱지본'은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장터에서도 볼 수 있었고, 10여년 전만해도 헌책방에 가도 한두 권 만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이 책은 딱지본 자체, 무엇보다 딱지본 표지에 주목하면서, 딱지본 800여 책을 대상으로 딱지본의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가급적 표지 이미지를 크게 하고, 표지뿐만 아니라 판권지까지 영인하며, 원본의 이미지를 최대한 그대로 반영했다. 그리고 딱지본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하며, 딱지본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연구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글도 5편이 실려 있다.

이 책을 출간(2018.11.30 초판)한 후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표명해 왔다. 출판사로서는 큰 부담인 이 책을 초판 출간 후 발견된 부분적인 오류들을 바로잡고, 이후 발견되었거나 미처 싣지 못했던 원고들을 30쪽 가량 추가하여 새롭게 수정ㆍ증보판을 한정판으로 출간하게 된 것은 그러한 관심들에 대한 책임감과 완성도 높은 책을 남기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출판사 리뷰

딱지본의 소환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딱지본’은 학술분야에서 처음 만들어져 쓰이기 시작한 단어가 아니라 서적의 유통시장과 이를 애독했던 독자들에서 의해서 붙여진 명칭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딱지본의 ‘주인’은 국문학 연구자들이었다. 고소설 연구자들이 딱지본 연구의 서막을 올렸고, 근대소설 연구자들이 그 뒤를 이어서 딱지본을 사유화해왔다. 그 결과 딱지본은 ‘구활자본 고소설’과 동의어가 되기도 했고, 다른 한편 ‘신소설’과 동의어가 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국문학 연구자들이 딱지본을 독점하기 시작하면서, 딱지본이 지닌 본래의 의미와 가치는 배제되고, 책의 내용만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미술사학이나 디자인史 분야에서 딱지본을 다루게 되면서 딱지본에 대한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근본적으로 수정되고 있다. 딱지본 자체, 무엇보다 딱지본 표지에 주목하면서, 이를 그린 특정 화가에 대한 연구, 딱지본 책의 표지나 삽화 등 장정과 관련된 시각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새로운 접근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딱지본은 더 이상 문자텍스트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화려하고 재미있는 이미지 텍스트로서의 딱지본, 딱지본 표지가 갖는 의미를 회화적, 미술사적, 사회사적 의미, 한 단계 더 나아가 출판사적 의미까지 찾아야 할 시점이다.
근대서지학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국문학 연구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딱지본의 존재가 올바르게 알려지고, 연구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근대서지총서’ 12호를 오래된 근대, 딱지본의 책그림으로 간행하게 되었다.

수정ㆍ증보판 / 한정판의 의미

이 책을 출간한 후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표명해 왔다. 출판사로서는 큰 부담인 이 책을 초판 출간 후 발견된 부분적인 오류들을 바로잡고, 이후 발견되었거나 미처 싣지 못했던 원고들을 30쪽 가량 추가하여 새롭게 수정ㆍ증보판을 한정판으로 출간하게 된 것은 그러한 관심들에 대한 책임감과 완성도 높은 책을 남기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애초 이 책을 출간할 때 최상의 결과물을 값싸게 보급하기 위해 수익적인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처럼, 수정ㆍ증보판 또한 동일한 취지를 유지했다. 다만, 소량의 한정판을 제작하는 만큼 부득이하게 제작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책값의 조정은 불가피했음을 밝힌다.

딱지본의 복원

딱지본은 70~8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장터에 가면 한구석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그리고 십여 년 전만 해도 변두리 헌책방만 가도 한두 권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근자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풍속도는 이미 사라졌고, 급기야는 딱지본조차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딱지본이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생활 속 친근한 출판물로 자리해온 것은 틀림이 없으나 다른 한편으로 그만큼 학문적 조명을 받지는 못한 존재였다. ‘딱지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단행본은 현재 한두 종에 불과하다. 따라서 딱지본에 대한 안내서와 실질적 의미를 탐구한 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먼저 규명되어야 할 것은 딱지본의 정확한 어원과 시작이다. 우선 ‘딱지본’이란 ‘딱지’와 ‘본’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이다. 딱지본은 옛날에 주로 남자 아이들이 갖고 놀던 딱지처럼 울긋불긋하고 화려한 색깔과 모양으로 표지를 꾸민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딱지본은 ‘울긋불긋한 그림을 그린, 표지의 꾸밈이 황홀한, 여느 책에 비해서 활자 포인트도 크고, 정가도 비교적 싼’ 책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다.
딱지본이라는 말의 사용 시기는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다. 일제강점기에도 딱지는 있었으며, 50~60년대를 거쳐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어린이 놀이문화로서 딱지가 존재했었다. 그렇지만 문헌을 통해서는 딱지본이라는 용어는 70~80년대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정황을 참고한다면 처음에는 ‘이야기책’(또는 ‘얘기책’)이라 부르다가 1950년대부터 ‘딱지본’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70~80년대 들어와서 일반명사로 자리매김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딱지본 800여 책을 대상으로 딱지본의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①가급적 표지 이미지를 크게 하고, ②표지뿐만 아니라 판권지까지 영인하며, ③원본의 이미지를 최대한 그대로 반영했다.
이 책에 수록된 딱지본의 이미지 배열순서는 필자들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1908년경의 딱지본 초기부터 시작하여 1950년대 이후로 끝맺는 통시적 배열이 가장 무난한 방식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배열해본 결과, 동일 제목(내지는 이본 관계에 있는) 작품들이 발행 연도에 따라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그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처음 이 책을 준비할 때, 딱지본에는 수량 면에서 많지는 않지만, 소설책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요집은 물론이고 실용서(척독류 등)와 같은 다양한 딱지본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려 하였다. 그래서 1908년부터 1950년 이전까지의 배열을 기본적으로 ‘소설’과 ‘비소설’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그 결과 ‘통시적 배열’과 ‘내용에 따른 카테고리 구분’이라는 두 요소를 함께 고려하여 배치하였다.
이러한 원칙에 의거해 이 책에 수록된 자료의 총계는 다음과 같다.

① 딱지본 이전의 책표지 24종 26책
② 딱지본 소설 414종 605책
③ 딱지본 비소설 35종 36책
④ 1950년대 이후 딱지본 소설 90종 115책
⑤ 1950년대 이후 딱지본 비소설 12종 12책
누계 575종 794책

딱지본의 재조명, 새로운 자리 매김을 위한 논의들

이 책은 딱지본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하며, 앞으로 딱지본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연구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글도 실려 있다. 오래된 근대 딱지본의 매혹(유석환, 성균관대)에서는 딱지본의 개념, 딱지본의 흥망성쇠, 딱지본 연구의 새로운 관심에 대한 필자의 입장을 기술했고, 딱지본 소설책의 표지 디자인(서유리, 서울대)에서는 191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딱지본 소설 표지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추적했다. 그리고 고소설 연구에서 딱지본과 딱지본의 표지(유춘동, 선문대)에서는 딱지본 연구의 동향, 딱지본 표지의 의의, 딱지본 연구의 방향을 살폈으며, 딱지본 소설 목록의 양상과 문학사적 가치(김영애, 청주대)에서는 새로 발굴한 400여 종의 딱지본 소설 중에서, 사랑의 싸움, 인간고락, 봄을 맞는 처녀 등을 상세히 검토했다. 마지막으로 옥중화에 나타난 이도영의 목판화 도상 연구(홍선웅, 판화가)에서는 도화서(圖署) 출신의 화가였던 안중식(安中植)의 수제자 관재(貫齋) 이도영(李道榮)이 그렸던 딱지본 표지의 면모와 그 중에서 고소설 옥중화의 도상(圖像)을 자세히 다루었다.
지금까지 딱지본은 국문학 연구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시대적 감각이 시각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딱지본에 대한 관심이 전 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이들에게 중요한 참고 서적 및 연구를 위한 공구서(工具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메멘토 모리, 1968년 6월 15일
누군가 사납게 문을 두드렸다. 밤 11시 10분경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누구일까. 무슨 일일까, 문을 열었더니 아래 길가 아랫집에 사는 농사꾼 아저씨다. 집 앞 길가에 세 집이 있었는데 떡집 위로 다음다음 집 아저씨였다.
“큰일 났어요. 아무래도, 집주인이신 거 같아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김 선생 들어오셨는지요?”
“아뇨, 아직…….”
“사고가 났어요. 타이어가 퍽, 터지는 소리가 났는데, 암만해도.”
아내 김현경의 머리칼이 쭈뼛 선다.
“큰 소리가 나서 도로가 보이는 창문을 열어보니 버스가 서 있었어요. 잠시 후 널브러져 있는 사람을…….”
아랫집 아저씨는 말을 잇지 못한다.
“방금 버스가 쓰러진 사람을 싣고 갔는데, 필시 김 선생 같아요. 빨리 그 버스가 어디로 갔나 찾아보셔야지.”
잔뜩 미간을 찌푸린 아저씨는 울상이다. 부들부들 떠는 아내는 제대로 옷을 챙겨 입지도 못한다. 오한 걸린 몸처럼 떨릴 뿐이다. 침착하자, 먼저 파출소에 가서 신고하자. 집 앞 언덕 위에 있는 파출소로 가려는데, 마침 순찰하는 지프차가 길가에 서 있다. 아내는 남편을 찾기 위해 지프차를 탄다. 마포 공덕동에 불켜진 병원이 있어 순경과 들어갔더니 의사가 말한다.
“아, 왔었어요, 우리 병원에서는 손 못 댈 상태라서 얼른 큰 적십자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방금 갔어요.”
아내는 다시 지프차를 타고 적십자병원으로 향한다. 사랑하는 남편과 지냈던 아름답고 신기했던 혹은 부부싸움 했던 영상들이 고장난 영사기처럼 엉켜서 덜컹이는 차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적십자병원 중환자실에 남편은 산소호흡기를 하고 누워 있다. 사고 날 때 타박상인지 불어터지듯 부은 손에는 이미 시꺼멓게 멍이 퍼졌다. 거렁거렁 목에서 끓는 소리를 내는 그의 큰 눈은 천장을 향해 있었다.

“그이가 술을 좋게 마시고 기분 좋게 들어오는 날 밤이면, 우리 집안은 무지개가 뜨는 듯 참으로 환하고 즐거운 집이 되었습니다. 그런 날이면 그는 두 아들을 숫제 광적으로 사랑합니다. 이 부실했던 아내까지도. 아이들과의 약속은 아무리 술에 곤드레만드레가 되어도 꼭 지켰습니다. ‘XX수련장’이 필요하다면 여하한 곳이든 샅샅이 뒤져 구해가지고 오는 열성 아버지였습니다. 아이들의 학교에도 잘 갔습니다. 물론 담임선생이나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게 몰래몰래 갔다 와서는, 아이들의 거동을 지켜본 얘기를 제게 다정하게 하곤 했습니다”
(김현경, 『김수영의 연인』, 177면)

아내 김현경의 표현에 따르자면 김수영은 분명 두 아들을 ‘종교’처럼 생각했다. 그래서 김수영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우리나라가 종교국이라는 것에 대한 자신을 갖는다”(1연 1~2행)고 말한다. 이 시에서 종교라는 단어는 7번 나온다. 종교라는 단어는 김수영 시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그가 시대에서 “위대한 것”이라고 할 때는 종교적일 때이다. 예이츠를 인용하면서도 종교적 성향을 들어 위대한 시인이 되는 근거로 제시한다. 김수영 시의 근저에는 ‘숨은 신’(Hidden God)의식이 숨어 있다. 여러 번 언급했듯이 거제 포로수용소 시절 3년간 그가 성경에 의존하여 살았다는 기록도 참고할 만하다.
포로수용소에서 겪었던 설움 속에서 기댈 것이 없었던 김수영에게 성경은 적지 않은 힘을 주었나 보다. “의지할 곳이 없다는 느낌이 심하여질수록” 그는 “전심을 다하여 성서를 읽었”다. 성경에서 얻었던 초자아적 힘이 이후 아이들을 희망으로 보는 종교로 바뀌는 것이 아닐까. 그에게 진정한 종교는 혁명이자 시의 정점이었다. 닭을 키우며 절망 속에서 살아가는 김수영이지만 그 ‘절망’은 시인의 “목뼈는 못 자른다”(1연 3행). 그것은 다만 “겨우 손마디 뼈를/새벽이면 하프처럼 분질러놓고”(1연 3~4행) 갈 따름이다. 절망적인 상황은 공부를 못하는 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아들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1연 5행)다라고 김수영은 단언한다. 아들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는 “선생, 어머니, IQ”(1연 6행)가 나쁘기 때문이라고 김수영은 판단한다. 아들 혹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가망성에 대한 신뢰를 시인은 포기하지 않는다.
2연에서는 ‘상상’이라는 단어가 7번 나온다. “마당에 서리가 내린 것”는 “나에게 상상을 그치라는 신호”라고 하니 ‘서리’는 부정적인 의미로 연상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상상이 있다. 앞에 있는 상상은 일종의 잡념이다. 헤겔이 말한 즉자적 상상일 수도 있다. 뒤에 나오는 상상은 메타적 상상이다. 시를 쓸 수 있는 창조적 상상이다. 마당에 서리가 내린 것은 나에게 시를 쓰는 후자의 상상을 그치라고 압박하는 신호라고 본다. 꿈은 잡념의 상상이지만, 내가 꿈을 그릴 때 그것은 창조적 상상이 된다. 술은 잡념을 일으키지만, 술에 취하여 마음 열고 대화할 때 창조적 상상에 이를 수 있다. “오늘부터” 잡념적 상상이 나를 창조적으로 상상한다. 의미 있는 상상을 하려면 종교적 상상이 필요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종교국이라는 것에 대한 자신을 갖는다”고 한다. 김수영은 창조적이고 종교적 상상에 이르는 교육을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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