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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박완서 산문집
열림원 | 부모님 |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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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박완서 소설가가 가장 사랑하는 꽃 백일홍이 피는 초여름, 박완서 산문집 『호미』 출간 15주년을 기념하는 백일홍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2007년 초판 출간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2011년 선생이 돌아가신 후 맏딸 호원숙 작가가 박완서의 정원에서 어머니를 추억하며 그린 그림을 실은 개정판이 2014년에 출간되며 다시 한번 독자들에게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올해 백일홍 에디션으로 출간된 3판은 다시 박완서 소설가의 글만 담아 초판의 느낌을 되살렸다. 작가의 소박하고 따뜻한 ‘아치울 노란집’ 정원처럼 표지는 화사한 꽃과 같이, 본문은 싱그러운 풀과 같이 꾸몄다. 어느새 성큼 다가선 초여름 밤, 박완서의 선물 같은 문장들을 다시 만날 시간이다.

1부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는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아치울로 이사한 작가가 자신만의 작고 특별한 정원을 일구며 발견한 일상을 빛내는 작은 행복들을, 2부 ‘그리운 침묵’은 작가가 살아오면서 겪은 크고 작은 고난 속 바래지 않은 휴머니즘과 다음날을 향한 따뜻한 희망을, 3부 ‘그가 나를 바라보았네’는 종교적 깨달음과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순간들에 대한 감사를, 4부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호원숙 작가에게 가진 신뢰와 애정, 그리고 더없이 너그러운 우인(友人)으로 살다가신 어른들의 삶에 관해 풀어냈다.

  출판사 리뷰

그리운 작가, 박완서의 특별한 정원
꽃과 나무처럼 꾸준한 애정으로 삶을 돌보다


날마다 나에게 가슴 울렁거리는 경탄과 기쁨을 자아내게 하는 자연의 질서와 그 안에 깃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읽는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 ‘작가의 말’에서

『호미』는 박완서가 2011년 80세로 삶을 마무리하기까지 마지막 13년을 보낸 ‘아치울 노란집’에서의 소박하고 정겨운 생활을 담은 산문집이다. 그는 60대 후반에서 70대 전반까지 그 집에서 살았다. 바로 그 시절, 그 공간에서 박완서가 뿌리고 거두었을 깨달음은 무엇이었을까. 변덕스럽지만 원칙을 깨지는 않는 자연의 질서, 작고 사소할지언정 경이로운 생명들……. 나이가 들며 “나도 모르게 어질고 따뜻하고 위안이 되는 글을 소망하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 곳곳에 지친 삶을 쓰다듬는 상냥한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무들이 물을 길어 올리는 소리, 흙 속의 무수한 씨들이 서로 먼저 나가려고 부산을 떠는 소리”. 뒤숭숭한 세상을 보며 삶에 대한 비관이 솟구칠 때도 “땅에 균열을 일으키며 밑에서 솟아오르는 씩씩한 녹색”을 보면 “새로운 힘이 솟는 걸 느”낀다. 김매듯이 꾸준히 일궈온 삶이지만 “때로는 호미자루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그 결과 거둔 게 아무리 보잘것없다고 해도 늘 내 안팎에는 김맬 터전이 있어왔다는 걸 큰 복으로 알고 있다”고 작가는 얘기한다. “내가 거둬야 할 마당이” “나에게 맞는 불편을” 제공해주듯, 심심하고 담백한 일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과 평화”야말로 ‘아치울 노란집’이 그에게 선사한 진짜 선물이 아닐까.
1부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는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아치울로 이사한 작가가 자신만의 작고 특별한 정원을 일구며 발견한 일상을 빛내는 작은 행복들을, 2부 ‘그리운 침묵’은 작가가 살아오면서 겪은 크고 작은 고난 속 바래지 않은 휴머니즘과 다음날을 향한 따뜻한 희망을, 3부 ‘그가 나를 바라보았네’는 종교적 깨달음과 삶을 지탱하는 소중한 순간들에 대한 감사를, 4부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호원숙 작가에게 가진 신뢰와 애정, 그리고 더없이 너그러운 우인(友人)으로 살다가신 어른들의 삶에 관해 풀어냈다.

꺾이지 않는 삶의 태도
박완서, 시대와 호흡하는 문장들


“중학교 2학년 때 종전이 되고, 우리나라는 일본으로부터 해방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일제시대에 태어난 셈인데도 갑자기 그 시대가 덮친 것처럼 그 이질감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작가가 겪은 어린 시절의 전쟁과 우리 민족의 수난사는 한 개인, 특히 여성으로서 지나온 한국의 구체적 역사를 절절히 느끼게 한다. 그는 해방 직후 38선을 긋던 시기에 엄마와 남루한 행색으로 소련군이 주둔하던 개성을 탈출했고, “축복도 저주도 가장 낙인찍기 쉬운 말랑말랑한”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한국전쟁을 겪으며 대학을 중퇴해야 했다. 그런 그에게 “6월만 되면 되살아나는 계절병은 당연히 한국전쟁이다.” 민족 분단의 아픔과 고향에 대한 가없는 그리움이 그의 문장에는 짙게 배어 있다.
박완서는 이토록 다난한 삶을 살아오면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만나온 참된 어른들의 가르침은 흔들리는 삶에서도 그가 꿋꿋이 서 있을 수 있도록 지탱해준다. “유난히 사람을 아끼시던”, 아들과 딸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생명을 그렇게 기쁘고 극진하게 모시”던 시어머님은 모든 생명에 갖추어야 할 예우를 몸소 보여주었고, 손자들을 위해 양력설을 쇠며 “차례나 제사 지낼 때 여자들도 참예토록 한” 할아버지는 “여자로 사는 데 있어서 주눅 들거나 허세 부리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힘”을 심어주었다.
더불어 역사학자 이이화가 민족의 고통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역사의식으로 압록강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던 에피소드, 뛰어난 안목으로 자연과 혼연일체 된 갤러리를 선보인 박수근의 이야기, 이름만 봐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가 이문구 선생에 대한 작가의 존경과 그리움이 주는 깨달음은 값지다. 세대를 아우르는 박완서의 따뜻한 문장들은 그가 가꾼 정원처럼 “가꾼 티 없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마음에도 위안이” 된다. 어느새 성큼 다가선 초여름 밤, 박완서의 선물 같은 문장들을 다시 만날 시간이다.

미안하다고, 너를 죽이려 한 것도, 너의 꽃을 싫어한 것도 사과할 테니 내년에는 꽃 좀 피우라고 자꾸자꾸 말을 시켰다. 그랬더니 그 이듬해는 시원치는 않지만 꽃이 몇 송이 피었고, 지난봄에는 더 많은 꽃이 피었다. 아마 오는 봄에는 더 장하게 꽃을 피울 모양이다. 벌써부터 여봐란 듯이 자랑스럽게 준비하고 있는 솜털 보송보송한 수많은 꽃봉오리들을 보니. 그래서 나는 요새도 나의 목련나무에게 말을 건다. 나를 용서해줘서 고맙고, 이 엄동설한에 찬란한 봄을 꿈꾸게 해줘서 고맙다고.

내 마당의 꽃들이 내 말을 잘 듣는다고 해서 노랗게 피는 꽃한테 빨갛게 피라거나, 분꽃처럼 저녁 한때만 피는 꽃한테 온종일 피어 있으라는 무리한 주문은 안 한다. 무리한 요구를 안 하는 게 아마 꽃이 내 말을 잘 듣도록 길들이는 비법인지도 모르겠다. 아니지, 꽃과 나무들을 내가 길들였다고 생각하는 걸 알면 그것들이 아마 코웃음을 치거나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것들이 나를 길들였다고 정정해야겠다.

자연의 질서를 긍정하고, 거기 순응하는 행복감에는 그런 불안감이 없다. 아무리 4월에 눈보라가 쳐도 봄이 안 올 거라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변덕도 자연 질서의 일부일 뿐 원칙을 깨는 법은 없다. 우리가 죽는 날까지 배우는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사물과 인간의 일을 자연 질서대로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가 아닐까. 익은 과일이 떨어지듯이 혹은 누군가가 거두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죽고 싶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완서
“죽을 때까지 현역 작가로 남는다면 행복할 것”1931년 경기도 개풍군에서 태어나 소학교를 입학하기 전 홀어머니, 오빠와 함께 서울로 상경했다.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지만,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1953년 결혼하여 1남 4녀를 두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2011년 1월 담낭암으로 타계하기까지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며 40여 년간 80여 편의 단편과 15편의 장편소설을 포함, 동화, 산문집, 콩트집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겼다.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중앙문화대상(1993)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한무숙문학상(1995)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인촌상(2000) 황순원문학상(2001) 호암상(2006) 등을 수상했다. 2006년 서울대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소박하고, 진실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 작가.박완서는 모진 삶이 안겨준 상흔을 글로 풀어내고자 작가의 길을 시작했지만, 그것에 머무르지 않았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내면의 은밀한 갈등을 짚어내고, 중산층의 허위의식, 여성 평등 등의 사회 문제를 특유의 신랄함으로 드러냈다. 그럼에도 결국 그의 글이 가리키는 방향은 희망과 사랑이었다. 그의 글은 삶을 정면으로 직시하여 아픔과 모순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기어코 따뜻한 인간성을 지켜내고야 만다. 오직 진실로 켜켜이 쌓아 올린 그의 작품 세계는, 치열하게 인간적이었던, 그래서 그리운 박완서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목차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
꽃과 나무에게 말 걸기 │ 돌이켜보니 자연이 한 일은 다 옳았다 │ 다 지나간다 │ 만추 │ 꽃 출석부 1 │ 꽃 출석부 2 │ 시작과 종말 │ 호미 예찬 │ 흙길 예찬 │ 산이여 나무여 │ 접시꽃 그대 │ 입시추위 │ 두 친구 │ 우리가 서로에게 구인이 된다면

그리운 침묵
내 생애에서 가장 긴 8월 │ 그리운 침묵 │ 도대체 난 어떤 인간일까 │ 좋은 일 하기의 어려움 │야무진 꿈 │ 운수 안 좋은 날 │ 냉동 고구마 │ 노망이려니 하고 듣소 │ 말의 힘 │ 내가 넘은 38선 │ 한심한 피서법 │ 상투 튼 진보 │ 공중에 붕 뜬 길 │ 초여름 망필(妄筆) │ 딸의 아빠, 아들의 엄마 │ 멈출 수는 없네 │ 감개무량

그가 나를 돌아보았네
그는 누구인가 │ 음식 이야기 │ 내 소설 속의 식민지시대 │ 그가 나를 돌아보았네

딸에게 보내는 편지
내가 문을 열어주마 │ 우리 엄마의 초상 │ 엄마의 마지막 유머 │ 평범한 기인 │ 중신아비 │ 복 많은 사람 │ 김상옥 선생님을 기리며 │ 이문구 선생을 보내며 │ 딸에게 보내는 편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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