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완행 에세이집. 지나온 길에서 자신의 체취가 묻은 흔적들을 따스한 시선과 가슴으로 씨줄, 날줄로 엮은 단상들이다. 군더더기 없이 명료한 단상들이지만, 저자의 따뜻한 가슴은 짧은 생각 가운데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또한, 감추어진 사물의 이면이나 삶의 양태, 세상의 이치와 자연의 순리를 단상으로 담아내면서도, 그 단상에서 나타나는 저자의 충만한 감성은 독자로 하여금 촉촉하게 젖어들게 한다.
출판사 리뷰
‘내 삶이 머물던 곳’, 군잎 없는 따뜻한 단상 모음
이완행 에세이집 ‘내 삶이 머물던 곳’은, 지나온 길에서 자신의 체취가 묻은 흔적들을 따스한 시선과 가슴으로 씨줄, 날줄로 엮은 단상들이다. 군더더기 없이 명료한 단상들이지만, 저자의 따뜻한 가슴은 짧은 생각 가운데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또한, 감추어진 사물의 이면이나 삶의 양태, 세상의 이치와 자연의 순리를 단상으로 담아내면서도, 그 단상에서 나타나는 저자의 충만한 감성은 독자로 하여금 촉촉하게 젖어들게 한다.
저자 이완행은 현재 미국에서 거주한다. 오래 전 풍요로운 미국으로 이민을 한 그는, 한국 사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못잖게 바삐 살아가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에세이집 ‘내 삶이 머물던 곳’에서 비끼는 저자의 품성은 섬세하고 인정 많고 따뜻해 보인다.
이번 ‘내 삶이 머물던 곳’에는 단상 뿐만 아니라 시들도 몇 편 함께하였다.
방황
뒤엉켜 있어야 할 삶들이 빠져나간 가슴엔/겨울바람이 수시로 드나들며/빽빽하니 들어선 삶에/단꿈의 푸른 잎새를 마구 떨구어댄다./덩그러니 남겨진 앙상한 내 어깨/한 짐 가득 부려놓고 간 공허뿐.//자꾸만 어둠으로 채워지는 세상을/촘촘히 박힌/치열한 별들의 삶이 교차하며/빛은 내려 주지만/침침하고 높은 허공에서 맴돌며 제자리 못 찾는/
내 삶의 미련은 긴 별 그림자로 자꾸만 지워진다./꿈이 빠져나간 육체는/몹시도 춥고 긴 비릿한 한기에 떨고/봄은 아득한 먼 곳에 서 있다.(방황 전문)
사람이 사는 곳 어디에든 삶의 질곡이 없으랴만, 특히 이 시에서는 이민 생활에서 오는 디아스포라의의 고단함과 외로움이 짙게 묻어 난다. 하지만 이 시의 화룡정점 같은 마지막 구절 ‘꿈이 빠져나간 육체는/몹시도 춥고 긴 비릿한 한기에 떨고/봄은 아득한 먼 곳에 서 있다.’에서처럼 든든한 삶의 의지가 돋보여 안심케 한다. 이곳에 있거나 저곳에 있거나 우리는, 꿈이 단단히 깃든 영육을 부둥켜 안고 살아갈 일이다.
흙덩이가 그릇이 되듯
저자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왕성한 시 창작 활동을 하는 석정희 시인은 다음과 같이 저자를 말한다.
이완행 선생님께서 그동안 써 온 수필과 시편을 모아 한 권의 문집으로 엮어낸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움으로 이 글을 쓰게 된다.
이완행 선생님의 글에서 ‘그해 겨울’이 눈에 꽂힌다.
춥고 슬펐던 ‘그해 겨울’ 38년을 보내며 길고도 먼 어려운 여정을 지나면서 삭이며 녹여 온 아픔들이 가족을 향한 애틋함으로 승화되는 순간이다. 쓰라린 아픔과 고통을 지니고 있음에도 결코 충혈된 눈으로 사물을 보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내면으로 살피고 있다. 고집이 없이 녹로(물레) 위의 흙덩이가 되어 주인의 뜻과 손길에 따라 빚어지는 하나의 그릇으로 남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내고 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슬픔과 고통이 따르고 또한, 기쁨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사소한 일에 목을 매며 부딪히고 다투며 살아가는 동안에 탈출구를 찾으며 터득하는 일들도 많다. 삶의 슬픔과 기쁨 그리고 고통과 평안을 묘사한 이완행 선생님의 글에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 모쪼록 스스로 다짐하는 모든 일이 뜻과 바람대로 모든 이들에게 끼쳐져 삶의 평안과 기쁨을 누리시길 바라게 된다.
삶의 무게
계속되는 불행은 없어도 한꺼번에는 찾아오는 모양이다.
이 세상에서 고통 없는 삶은 없다지만, 지친 삶의 무게를 사람들은 얼마나 견디면서 살아야 하는지 신에게 묻고 싶다.
기분 좋은 금요일 퇴근 후 비즈니스 문제로 방문한 어느 지역에 갔다가 우연이 동네 공원에서 감원으로 회사를 떠났던 직장 동료를 만났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밝게 웃음을 주던 여인이었다.
그녀는 삶의 무게가 얹어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일 년 전쯤부터일 것이다.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이유는 아들의 큰 교통사고로, 아들은 아직도 병상에 누워 있다고 했으며, 두 번째는 회사 감원으로, 세 번째는 바다낚시 갔던 남편의 행방불명으로 그녀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게 되었다.
세상의 고통과는 별개로 화창한 금요일 오후 회사를 떠난 지, 석 달여 만에 동네 공원에서 힘없이 걷고 있는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었는지 모습이 많이 변해 있었다.
밝았던 얼굴에는 슬픔과 지친 흔적이 묻어나 보였고 뒤로 질끈 묶은 긴 머리에는 궁핍함이 어깨에 매달려 있어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그녀를 불러 새웠다.
뜻밖의 만남에 반갑게 맞아주는 미소는 금세 사라졌고 오후 햇살은 빛났지만, 삶의 무게로 지친 모습에는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다.
일 월 말이면 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곳의 햇살은 운동하기 좋은 포근함이 곁들어 있어 그녀도 세상을 잠시라도 잊고자 걷는 중이라고 했다.
위로 겸 내가 알고 있는 회사에 취직시켜 줄까 하여, 지쳐 있는 그녀의 마음을 떠보았지만, 직업 전선에 나갈 기력을 회복 중이라고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없어 수 뱉지 못하고 목에 걸린 대답이 가슴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귓가만 스치고 지나갔다.
삼십여 분의 데이트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세상에서 제일 작은 지갑에서 제일 작은 정성을 담아 그녀에게 건네면서 집 근처이니 먼저 가라고 했다.
가녀린 몸으로 홀로 세상에 남겨진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안타깝고 미안해서……
지속되는 불행은 없다지만 한꺼번에 찾아든 삶의 무게를 견디며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애잔한 아픔이 되어 날카롭게 가슴을 찌른다.
팔꿈치의 통증
숨 가쁜 삶이고 숨찬 일상이다.
더위와 긴 하루 그리고 촘촘한 스케줄에 무거워진 육체를 끌고 다니며 수많은 사건 사고와 하지의 뜨거운 태양 밑에서의 싸움이 힘에 겨운 요즘이다.
더운 여름 탓은 아니지만 언젠가부터 시작된 팔꿈치의 통증이 왔지만, 모르는 체 아니면 바쁜 일정에 느끼지 못하고 일을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의식 없이 아픈 팔꿈치로 긴 하루를 버티어오며 큰 문제는 없겠지, 위로하며 따가운 여름 햇살과 싸우면서도 팔꿈치 통증보다도 육체의 피로가 겹쳐 내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싶었다.
늘 피로가 누적되어 걱정 반 염려 반이었지만 어디서 온 피곤함인지 모르고 그저 좀 잡다하고 신경질적인 일들이 겹쳐 와서 그런가 하며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하면서 피로도 가시겠지 했지만, 여전히 저녁때만 되면 녹초가 되었다.
아침 아니 새벽에 일어나 나갈 때는 말짱하다가 귀갓길에 들어서면 극에 달한 피곤함이 눈꺼풀까지 잠으로 무겁게 내리눌렀다.
그게 다 팔꿈치의 통증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피로는 쓸모가 다 되어 가는 육체의 하소연이고 통증으로는 쉬어가라는 무언의 충고인 것을 끊임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육체의 온갖 통증에 즉시즉시 반응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기에 외면하였는데 이번에는 제법 심각하다.
더위와 찾아온 긴 하루에 많은 일이 더욱 팔꿈치를 괴롭히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기다리는 영원한 안식이 있기에 이승에서의 조그만 육체의 고통쯤은 즐기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무거운 짐을 처리할 때의 통증이 괴롭다.
하지만 때론 육체의 고통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삶의 희열일지도 육체의 고민이 없었던 되돌리고픈 스무 살 무서운 것 없었고 무엇이든 이루고자 하면 다 할 것 같았던 스무 살 청춘은 아득하게 추억에 잠겼다.
세월의 바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일렁이며 향기 없는 이미지만 어른거린다.
이제는 꿈을 가꾸는 일손 짧지도 길지도 않은 세월이 지나면 거두어야 한다는 조금은 서글픈 나이에 와 있기에 지금 느끼는 통증을 견디어 낼 수 있는 현재가 내게는 아직 행복한 시간일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완행
1957년 충남 서천 출생.
목차
작가의 말 4
추천사 | 흙덩이가 그릇이 되듯-석정희 6
1.
작은 뜰 14
어머님의 부재 18
하지의 하루 21
한 남자 24
어둠 속의 인생 28
보스의 죽음 32
작은 소동 35
낙엽 38
방황 40
첫서리 42
새해 저녁 44
모임 46
산다는 이유 49
2.
호박잎 56
사는 재미 60
생일 63
고향 추억 66
봄 풍경 68
만남 70
허리끈 73
여행 종점에서 76
현대 사회 81
사월 아침 84
몸살 86
유월 90
뒤뜰의 유월 94
임 98
3.
그 여인의 손은 예쁘다 102
육십 대의 입구에 서서 105
세월 108
휴가 110
이 아침에 113
컵 속의 난 116
가을 118
그해 겨울 119
들깨의 청춘 123
태월의 육 년 126
짧아진 하루 129
팔꿈치의 통증 133
내 차 키는 어디에 136
어버이날쯤에서 139
평수 고민 143
4.
추억을 꺼내며 150
붉은 장미 152
밤비 154
유쾌하고 힘든 여행 156
이월 161
커피 164
새해 앞에서 166
라면 169
홍어 회무침 173
오늘 아침 176
출근길에서 178
봄 180
나는 오늘 182
삶의 피로 184
삶의 무게 186
바쁜 하루의 일지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