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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운명, 책을 탐하다 1
한 장서가의 탐서 생활 50년의 기록
궁리 | 부모님 |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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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저자는 지난 2011년 그동안 수집한 장서 14,636권을 정리해서 <윤길수책>이란 한국근현대도서 목록집을 펴낸 바 있다. 이 책은 개인의 장서목록이기도 하지만 개화기 이후 한국근현대도서 100년의 역사를 처음으로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한 <운명, 책을 탐하다>는 그러한 자료를 토대로 계간지 <문학선>에 연재한 글들 중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책과 사람 이야기, 그리고 한국문학 작가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은 것이다. 장서가로서 책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평소 책과 문학에 대한 저자 자신의 생각을 담고자 했다.

  출판사 리뷰

선생은 내가 서점에 들어서자 안경 너머로 한번 흘깃 쳐다보고는 미동도 하지 않고 책을 손질하고 있었다. 좁은 가게의 서가에는 빈틈없이 책이 꽂혀 있었고, 진열되지 못한 책은 바닥에서 허리춤까지 쌓여 있었다. 매캐한 담배연기 속에서도 고서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는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내 눈에는 모두가 다 보물같이 보였다. 나는 다짜고짜 “정지용 시집 있어요? 임화의 현해탄 있어요?” 하고 물었다. 그때 미동도 하지 않던 선생이 벌떡 일어나더니 그런 책 없다며 나를 가게 밖으로 거칠게 몰아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영문도 모르고 닫힌 문짝만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후 계속된 방문에 송 선생은 나를 가게 안으로 불러들여 쫓아낸 이유를 말해주었다. 내가 찾는 책들은 이북으로 넘어간 작가들의 금서로 판매할 수도 없고 만약 팔다가 걸리면 곤욕을 치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직 이런 책을 보기에 너무 어리고 학업에 지장이 있으니 대학에 들어간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그러나 한번 빠진 문학에의 열병은 쉽게 치유될 수 없었다. 집요한 나의 방문에 결국 선생은 두 손 들고 내게 책에 대한 지식과 체계적으로 책을 모으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본문 21∼22쪽

“아무래도 이 책의 주인은 윤 선생 같소!”

장서가 윤길수가 들려주는 책과 사람, 그리고 서점 이야기
지상의 아름다운 책들이 맺어준 그들의 따뜻한 우정 50년!


책 수집가들에게 희귀본을 꼽아보라고 하면, 책의 희소가치나 독자들에게 끼친 영향 등을 고려해봤을 때, 맨 앞자리에 단연 김소월의 『진달래꽃』이 놓일 만하다. 시집 『진달래꽃』은 2011년에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 이 책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장서가 윤길수.

그는 지난 2011년 그동안 수집한 장서 14,636권을 정리해서 『윤길수책』이란 한국근현대도서 목록집을 펴낸 바 있다. 이 책은 개인의 장서목록이기도 하지만 개화기 이후 한국근현대도서 100년의 역사를 처음으로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에 새롭게 출간한 『운명, 책을 탐하다』는 그러한 자료를 토대로 계간지 『문학선』에 연재한 글들 중 독자들이 흥미로워할 책과 사람 이야기, 그리고 한국문학 작가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은 것이다. 장서가로서 책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평소 책과 문학에 대한 저자 자신의 생각을 담고자 했다.

윤길수 작가가 장서가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언제쯤이었을까.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학교 근처 헌책방에서 우연히 정지용 시인의 시편을 접하고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그는 서점 주인의 소개를 받아 정지용 시집을 구하기 위해 고서점 경문서림을 찾아가게 되었다. 그때 경문서림 송해룡 선생은 막무가내로 저자를 서점에서 쫓아냈다. 한참 나중에야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는데, 윤 작가를 종로경찰서 형사가 보낸 프락치로 알았다는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정지용과 같은 월북문인들의 책은 금서로 거래가 불가능할 때였다. 이 일은 계기로 그는 송해룡 선생과 오랜 인연을 이어가며 장서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책은 읽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온전한 책의 물성을 완성하는 것은
활자, 디자인, 종이의 재질과 그 냄새 등
책을 둘러싼 그 모든 것이다!


윤길수 작가가 그동안 모은 장서들 면면을 보면, 특히 문학 방면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 그 이유는 한 편의 시나 소설 등 문학 작품이 주는 감동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서 중에서 중요한 도서를 몇 권 꼽아본다면, 최초의 양장본으로 거론되는 유길준의 『서유견문』(1895)과 최초로 문화재가 된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1925)을 들 수 있다. 또한 한용운의 『님의 침묵』(1926), 『정지용시집』(1935), 김기림의 『기상도』(1936), 이광수의 『무정』(1925), 이태준의 『가마귀』(1937)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장서가 윤길수에게 책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오랫동안 책을 수집해오면서 책이 읽기 위해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활자로 새겨진 내용은 책의 구성요소 중 일부이고, 나머지 또 중요한 요소로 종이 재질, 활자, 디자인, 제작방식 등 책의 물성을 이루는 외부의 요소들을 꼽을 수 있다.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읽으며 소리내어 낭송하고 책의 냄새를 맡는 등, 책은 오감을 총동원해야 하는 독특한 물건이라 할 만하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등이 다양하게 출시되며 책의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어가지만, 종이책의 운명은 영원할 거라고 확신하는 장서가 윤길수는 또 다른 지상의 아름다운 책을 발견하기 위해 다시 서점으로 향하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윤길수
한국전쟁의 포연이 채 가시지 않은 1952년 충남 논산의 산골마을 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1965년 숙부가 계신 서울에 올라와 한성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군에 입대했다. 1976년 만기전역 후 사회에 진출하여 ‘정직과 성실’을 좌우명으로 삼고, 삼진궁천전자부품(주), (주)동우데타판, 한국이콜랩(주)에서 근무를 하다 정년을 맞이했다. 퇴직 후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하여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학창시절 운명처럼 헌책방에서 정지용 시인의 시편을 접하고 책에 빠져들어 ‘한 권의 책이 세상을 구하고 나를 구원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50여 년의 탐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1992년 대한출판문화협회로부터 모범장서가상을 수상했고, 그 무렵 어렵게 구입한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매문사, 1925)이 근대문학 유물로는 처음으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그간 모은 장서를 정리하여 『윤길수책』(도서출판b, 2011)을 펴냈고, 동인지 『맥』, 문예지 『문학선』에 6년간 서지 관련 글을 발표해왔다.

  목차

책머리에

1부 내 인생을 바꾼 책 이야기
1. 지상의 책을 찾아서
2. 수집가와 장서가
3. 최초 문화재가 된 시집 『진달래꽃』
4. 내가 만난, 세상에서 아름다운 책
5. 조선 최고의 무용가와 음악가
6. 일제강점기 영화소설과 박누월
7. 조선을 사랑한 이방인들

2부 내가 아끼는 한국문학 작가와 그 책들
8. 한국문학의 남상(濫觴)
9. 희귀본, 한정본 시집
10. 책과의 인연
11. 1930년대 동인지 문학
12. 한국문학의 금서
13. 백석의 삶과 문학

에필로그―나의 책방 순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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