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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걷기로 하였다
수필in | 부모님 |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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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트렌디한 라이프 스타일 시대. 근래 유행하는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를 행하고 있는 김경만 작가. 몸의 자유로운 감각을 깨우는 걷기라는 행위, 천천히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직접, 있는 그대로 느끼며 글로 표현하는 삶은 촌스럽고 소박하지만 풍요롭기만 하다. [그래서 걷기로 하였다]는 숲에서 길을 묻고 느리게 걷기 통해 얻은 지혜를 담아 그려낸 자연의 숨결 담긴 위로의 편지다. 이번 책에는 귀향 전 일상에서 사유하였던 것들과 고향 거제도로 돌아와서 바다와 숲과 더불어 사계를 지내며 찾아든 상념을 담았다. 살면서 많은 것과 관계하며 사유한 것에 대한 그리고 사랑한 것을 기억하였다.

  출판사 리뷰

김경만 작가의 혹독한 시련,
이젠 과거가 되고


2013년 출간된 김경만 작가의 수필집 [그래도 동그랗게 웃기]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남다르지 않은 유년과 청년기를 보내고 대학에서 만난 지금의 아내와 결혼생활을 한 지 2년여 만에 우리에게 불행이 닥쳤다. 아이의 첫돌을 지낸 얼마 뒤였던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하여 창원에 있는 업체로 향했다. 납품한 기계에 문제가 생겨 며칠째 A/S기사와 함께 하자 보수 작업이 한창인 시기였다. 어렵사리 일을 마무리하고 부산 사무실에 도착하니 오후 3시경이 되었다.
여느 때와는 달리 피곤함이 밀려왔다. 곧 나아지겠지 하고는 계약 건이 있어서 모 업체를 방문했다. 젊은 혈기로 살아가던 이즈음 건강에 대해서는 자만심까지도 가졌던 시절이었으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약속된 업체로 향했다. 업체 사장과 가격 인하 문제로 줄다리기하던 중에 갑자기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딴에는 열을 내려 보려는 심산으로 수돗물에 얼굴을 씻었다. 그러나 몸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비틀거리는 몸으로 겨우 계단을 내려가 1층 사무실 여직원에게 회사로 연락을 부탁하고서는 이내 의식을 잃고 말았다. 이것이 건강한 육체적 생활의 마지막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불행은 이렇게 갑자기 다가왔다. 조금만 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 채……. '과로, 스트레스에 의한 뇌출혈' 수술 후 사흘 만에 의식을 되찾은 나에게 이러한 병명으로 육체의 반을 고스란히 앗아갔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주어진 시련으로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아내에게는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어디 아내뿐이겠는가? 나를 아껴주고 격려해 주던 모든 사람에게 무거운 마음의 짐을 안겨 주고야 말았다. 사흘 만에 깨어난 흐릿한 내 눈에 비친 어머니 주름진 얼굴은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장성한 막내아들 몸뚱이 앞에서 눈물로 지새운 한스러운 눈빛은 지금도 고향으로 마음이 향할 때마다 떠오르곤 한다. 뇌수술 후 재활치료와 한방치료에 전념한 결과, 아이 걸음마 수준이지만 다시 걷게 되는 기쁨을 갖게 되었다. 현대의학으로는 더는 호전이 없을 것이라는 담당 의사 말이 왜 그렇게도 가슴을 아리게 하던지……. '장애 3급, 왼쪽 팔다리 사용 제한 그리고 노동력 영구 상실. 하루아침에 내려진 무거운 형벌 앞에 건강했던 청년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힘든 5개월여 병원 생활과 일명 용하다는 의원들을 찾아 나선 긴 시간을 아내와 함께하였으나 호전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절망의 골은 깊어만 갔다. 병과 씨름하는 동안 죄 없는 아이는 부모 사랑을 받지 못한 채 남에게 맡겨져야만 했다. 이때부터 아내 역경은 가히 눈물겹도록 안쓰럽다. 생활력이 남다른 아내는 눈물 속에서도 꿋꿋이 살림을 꾸려나갔다. 돌이켜보면 생활의 무게보다도 남편의 정신적 히스테리를 감당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운동을 시킨다고 어르고 달래서 혹 길거리에 나서기라도 하면 남다른 시선들을 감내하기에는 정작 나보다는 힘이 들었을 것이다. 아내 나이 겨우 스물일곱이었으니…….
-중략
이즈음 난 심한 대인 기피증과 좌절감으로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는 잠에서 깨어나 보니 집안이 너무 조용하고 적막감마저 들었다. 아마도 늦잠을 잔 모양이다. 아이는 놀이방에 갔을 것이고 아내는 일을 나갔을 것이다. 아내는 이즈음 동네 가게에서 일할 무렵이다. 심한 공복감에 냉장고를 뒤져서 허기를 채웠다, 꾸역꾸역. 서러움이 밀려왔다. 그리고 잠시, '내가 이러고 왜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쉽게 이야기하지만 혼자 옷 입는 일도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비참한 현실에 대한 고뇌의 극. "이렇게 살 바엔 생을 끝내자." 이 생각만이 상처 난 내 머리에 가득 찼다. 아파트 옥상으로 향했고 반기기라도 하듯이 문이 열려 있었다. 문을 여는 순간 강렬한 햇빛이 나를 반겼다. 찡그리며 두리번거리는데 소형 콘도라만 보일 뿐 휑한 바람만이 불고 있었다. 옥상이라는 곳이 그랬다. 반신불수 몸으로 끝자락을 올라갈 수 있는 곳이란 없었다. 바동거리기를 십여 분이 지났을까, 온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내 포기하는 마음이 되고 그대로 차가운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무척이나 맑아서 구름 한 점 없었다. 비웃기라도 하듯이……. 혼자 시작해서 홀연히 끝낸 서글픈 자살소동은 아무도 모르게 이렇게 막을 내렸다. 당시 고뇌는 극에 달했고 극복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으리라.]
-하략이후 김경만 작가는 육체적 불편함을 안은 채 아이들 독서, 논술 지도를 10여 년 하다 사단법인 한국독서문화재단 상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독서, 논술 지도자를 양성하고 독서전문가로 활동하였다. 2021년 귀향하여 지금은 고향 거제도 언덕에 조그마한 집필실 마련하여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자판을 두드리는 데 남들보다 불편한 몸으로 김 작가는 그동안, 수필집 『그래도 동그랗게 웃기』 산문집 『점멸등에 걸린 바람』 장편소설『 소설 거제도』 등을 발표하였으니 피땀 흘리리며 수천 매의 원고를 썼다.

10월 26일
북병산이 파스텔 톤북병산이 톤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연한 홍조 띤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니 계곡 물소리가 청량감을 보탠다. 수채화 유화는 지고 모자이크로 그려낸 가을 가지마다 팔 색 단풍 달리고 화들짝 불을 지른다. 흙은 더 단단한 뿌리로 내린다. 갈바람에 창살은 기어이 울음소리를 낸다. 바람과 나뭇잎의 조우. 산책길 위 그 사내는 기꺼이 세상과 하나가 되고 주체할 수 없었던 뜨거운 마음 식어 내린다.
걸으며 명상에 젖어든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느린 걸음으로 자연을 바라보며 내 생각을 한다. 때로는 느리게 걸음으로서 특별한 풍경을 응시한다. 허상도 기만도 없이 내 숨소리와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듣는다. 가벼운 먼지와 동류의식을 느낄 정도로 작아진 나를 그제야 만난다. 인간은 고독의 경지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자신의 실존에 탐닉하게 되고 살아 있음을 체득하게 된다.
잎 떨어지기 시작한 나무들이 일렬로 서있는 산등성이의 산새가 낙엽의 운명을 걱정한다. 가을빛 가득 내려 오동나무 늙어가고 흰 구름 서산에 걸어둔 채 스산한 갈바람 앞세우고 걷는다. 툭툭 떨어지는 허공에 곤두박질치는 세월의 아픔이 서럽다. 아래로 내리던 슬픔은 낙엽 되어 땅에 내린다. 떨어짐은 기다림이다. 한 개 점 되어 오롯이 고독을 채집하고 있다. 자잘한 슬픔이 북받쳐 올라 마음이 자꾸만 안쪽으로 밀린다. 본향을 찾아가는 목적의식분명하다. 기어이 한 점 섬이 되고 만다.
아라, 너에게 간다. 새 살 돋울 힘 얻을까. 가을 깊어가자 냄새나는 눈물이 돌돌돌 흐른다. 빛 고운 숨결은 기어이 눈부신 하루를 내려놓는다. 모두 외롭진 말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하늘 담은 고추잠자리 어깨 위 가만히 내리니 우리를 더욱 사무치게 한다. 저 파란 공간은 무엇이 있기에 저리도 그리울까.
“어머니, 당신이 계셔서 마냥 행복합니다. 차가운 바람 내치시고 황홀한 노을만 품으소서.”

10월 28일
TV에서 벤허가 재방영된다. 다시 눈길 멈추어 집중해 본다. 명화 중 최고로 꼽는 것이 벤허이다. 벤허의 웅장한 서사 중에서도 주인공 벤허와 메살라가 말 다루는 장면이 나온다. 둘 다 말을 잘 다루지만 방법은 다르다. 메사라가 말을 채찍으로 후려치는 반면 벤허는 안짱다리 힘만으로 잘 달리게 한다. 벤허는 시합 전날 말과 눈 맞추고 어루만지며 정서적으로 교감하여 이미 하나가 된다. 그의 용인술이 한 수 위였던 것이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 최고의 용인술이다. 누군가와 진실하게 마음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다면….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찾았다.

만약 내가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작가 소개

지은이 : 김경만
시인, 소설가, 수필가, 독서전문가, 심리상담사늘 푸른 거제도에서 태어나 초, 중, 고를 마치고 부산으로 건너와 부경대학교에서 공부하였다.젊은 날, 불현듯 맞이한 중도장애라는 삶의 고빗사위를 걸림돌 아닌 삶의 디딤돌로 여기고 글 쓰며 재기하였다.2002년 산재수기 당선하고 2003년 문학저널 신인문학상 수상하며 문단 생활 시작하여 테마수필 필진으로 활동 중이다.아이들 독서, 논술 지도를 10여 년 하다 사단법인 한국독서문화재단 상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독서, 논술 지도자 양성하고 독서 전문가로 활동하였다.40여 년을 대처에서 생활하다 2021년 귀향하여 고향 언덕에 조그마한 집필실 마련하여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2019년『 출판과 문학』 소설 부문,『 문학도시』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하며 문단에 재 입문하였다.2017 부산문학상 우수상 수상하였으며 저서로는 수필집 『그래도 동그랗게 웃기』 산문집 『점멸등에 걸린 바람』 장편소설『 소설 거제도』가 있다.제3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수상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거제문인협회 회원, 테마수필 필진

  목차

작가의 말 순례자의 길 4

1부 어제의 나를 만나는 시간들
-미완은 반성이자, 새로움을 위한 여정의 노래
바다에 서서 10
바이올렛 연가 15
쉬고 싶지만 쉬지 못하는 이에게 17
시계를 돌리는 사람 23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25
자라투스트라를 다시 기억하며 29
나그네 되어 31
왜 위반해야만 하는가 33
길을 떠나야 할 때 35
혼자 걷는 길은 없다 39
그래서 나는 걷기로 하였다 42

2부 바다와 바람과 숲의 날들
숲속 일기 51
회상 316

3부 숲속 삶, 그 이후
고향을 추억하다 기어이 들어선 나의 길 368
행복한 숲에서의 삶 370
그 이후 372
그리고 빨랫감…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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