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쿠데타를 쿠데타라 부르지 못하고 민주화운동을 ○○사태로 부르던 시대의 이야기. 《백서》는 군 독재 시절을 지나 온 각계각층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으로, 각 단편마다 등장인물, 시간대는 조금씩 다르나 모두 군 독재 시절의 그늘에 잠겨 있는 모습이다. 민주주의 효용과 존립 가치가 시험받는 요즘,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출판사 리뷰
- 백서가 백서(白書)가 아니었던 시절
- 군 독재 시절의 흑암 속 고군분투를 그린 이야기들
지금은 5.16, 12.12사건을 말할 때 군사정변, 쿠데타 용어가 사용되지만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쿠데타를 쿠데타라 부르지 못하고 민주화운동을 ○○사태로 불렀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이제야 제대로 된 명칭으로 부르게 되었지만 지금도 그때의 상처는 잔존해 있고,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백서》는 군 독재 시절을 지나 온 각계각층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국무총리실의 사무관, 정보부대 군인, 대통령, 그리고 누군가의 가족. 각 단편마다 등장인물, 시간대는 조금씩 다르나 모두 군 독재 시절의 그늘에 잠겨 있는 모습이다.
‘백서(白書)’는 최규하 대통령이 하야하던 시기 국무총리실에서 사무관으로 재직하던 공직자의 이야기다. 정부 백서 발행을 담당하던 그는 어느 날 독재 정권을 미화하는 백서를 간행하라는 지시를 받게 되고, 차마 이에 따를 수 없어 사직하고 미국 유학에 떠난다.
‘솔’은 전두환 정권 시절 있었던 아웅산 묘지 테러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당시 북한 공작원의 폭탄 테러로 그 자리에 있던 정·재계 인사들 대다수가 사망하고 말았다. 테러가 일어나기 전 외무부 아시아과의 문건 유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실제로 사건을 보고 있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게 사건을 재구성한다.
‘군복(軍服)’은 이제는 이름조차 남지 않았을 누군가의 기록이다. 그는 일본군, 국군, 북한 의용군 총 세 벌의 군복을 입었다. 화가 될까 그 숱한 우여곡절을 차마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아들에게만 조용히 군복을 숨긴 곳을 알려 준다. 끝에서 세 벌의 군복과 함께 잠드는 그의 모습은 우리 근현대사의 균열을 대표한다.
‘의인(義人)’은 김재규가 박정희를 저격한 사건을 그린 이야기이다. 사건 이후 김재규가 사형되기까지의 내면 묘사가 흥미롭다. 김재규는 자신을 안중근 의사에 빗대어 자신의 행동이 민주주의를 위한 의거라고 말한다. 자신의 의로움은 후대 역사가 제대로 평가해 줄 것이라 그는 굳게 믿는다.
‘기미정난(己未靖難)’에서는 군부 세력에 의해 압박을 받던 최규하 대통령이 결국 하야를 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서두에서부터 다급하게 대통령을 재촉하는 말소리들은 최규하 대통령이 버텨야 했던 압박의 무게를 보여 준다. 수양대군에 의해 살해당한 김종서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장면은 군부 세력에게 정부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최규하 대통령의 침통함을 잘 드러낸다.
‘누구는 너만 못해서’는 20년간 직업 군인이었던 남자가 사회에 나와 부적응을 겪는 이야기이다. 군인 시절 규칙을 잘 준수하는 건실한 군인이었던 그는 사회에서 나와서는 영 요령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어렵게 얻은 경비직에서 해고당한 그는 며칠 뒤 전 직장에서 일어난 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하게 된다.
‘쓰리세븐(777)’ 연평해전 당시의 군부대 상황을 실감나게 그린 단편이다. 정보 관리장교인 한광훈은 북한의 심상치 않은 동태를 접하게 된다. 원래대로라면 군에 경고성 문구와 함께 공격 준비 지시가 내려와야 하지만 실제로 군에 내려온 정보는 경고성 문구가 삭제된 단순 요약 정보였다. 한광훈은 다른 관계자들과 합심하여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지만 그의 힘만으로는 참사를 막기 역부족이다. 햇볕정책의 명암을 연평해전 당시 군부대의 상황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생생히 드러냈다.
‘뒷모습’은 승진을 하지 못하고 제대하게 된 어느 군인과 그의 가족 이야기이다. 그가 가장 아끼는 딸의 시점에서 아버지의 쓸쓸한 말로가 그려진다. 한때는 잘나가는 직업 군인이었지만 타협을 모르는 성격 탓에 승진하지 못한 아버지는 결국 사회로 내몰리고 만다. 또한 명민한 남동생은 직업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조언으로 순조롭게 군생활을 하다 전역을 앞두고 모종의 사건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만다.
8편의 이야기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지나온 한국인들의 단면들을 하나씩 나눠 가지고 있다. 그 편린들은 아직도 우리 가슴속 어딘가에 깊숙이 꽂혀 있다. 민주주의 효용과 존립 가치가 시험받는 요즘, 시민들이 피 흘려 쟁취한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을 우리는 잘 지키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함문평
- 1962년 강원도 횡성군 강림에서 출생. 고향에서 초등학교를 5년을 다니고 6학년 때 서울 D초등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한 곳은 5년을 다니고 졸업장이 없고 한 곳은 졸업장은 있어도 친한 친구가 없습니다.- 중·고등학교 교훈인 ‘의(義)에 살고 의에 죽자, 참에 살고 의에 죽자’를 실천하려고 젊은 시절 애를 썼습니다. 지금은 해운대 송정 신시가지가 된 곳이 200평의 탄약창이었던 시절에 3경비중대장을 했습니다.- 200만 평에 경보기를 설치하기 전에 우리 중대에서 400미터 구간에 시험평가를 했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도 삑- 개나 고양이가 지나가도 삑- 바람이 불어도 삑- 하는 제품에 중·고등학교 교훈처럼 ‘군납불가’로 보고했다가 정작과장에게 혼나고 ‘군납가능’ 보고를 했습니다.- 책 제목이 백서(白書)인데 검은색으로 표현한 것은 그 시절 백서가 흑심 가득한 백서라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현대시선》 2021년에 〈부적〉으로 등단했습니다.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목차
책을 펴내며
1. 백서(白書)
2. 솔
3. 군복(軍服)
4. 의인(義人)
5. 기미정난(己未靖難)
6. 누구는 너만 못해서
7. 쓰리세븐(777)
8. 뒷모습
책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