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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해석
문학고을 | 부모님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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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문학고을시선 18권. 박덕근 시인은 존재자로서 소중한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표현한다.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본연의 의미와 임무로 무거운 무게에 짓눌리지만, 삶의 잔해 속에서 자신을 깨달으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출판사 리뷰

박덕근 시인은 존재자로서 소중한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표현한다.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본연의 의미와 임무로 무거운 무게에 짓눌리지만, 삶의 잔해 속에서 자신을 깨달으며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머니의 미소가 자신을 다독이던 그곳에 절대자가 있다. 이에 시인은 시린 발끝으로 다시 일어선다. (그림자의 여행).
만선의 깃발을 펄럭이며 항구에 도달하고 싶은 시인의 소망은 항상 등댓불 맑은 항구로 향하고 있다. 계절은 이방 땅의 바람으로 떠돌고 만나는 얼굴은 낯설고, 불면은 깊어 핏기없이 일어서는 아침이 허기진다. 거기에서 말씀이 걸어 나와 생명이 되고, 힘들지만 구부러진 길 위에 있어도 그 하루가 두렵지 않다. (슬픔보다 깊은)
그러는 중에도 포기의 밑바닥에서는 겨울바람이 불지만, 사랑하는 것을 시간의 그물에서 만나는 오묘한 진리는 깊다. 그렇게 시를 쓰면서, 자음 모음이 일어서서 시가 되고 있다. (선택한 고통)
박덕근 시인의 시는 존재와 견딤이라는 화두를 떠올린다. 영혼을 치유하는 경전과도 가까이 있는 시편들은 무엇보다 생명을 담아 내고 있어 든든하다. 박덕근 시인의 깊고 오묘한 시세계와 해맑은 영혼은 우리의 사회를 더 밝고 맑게 비출 것이라 믿는다.
― 김신영 (문학박사, 가천대 교수)

4월 어느 날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지금 피어야 할 모든 꽃 함성보다 힘차게 소리치며
펄럭이는 깃발로 일제히 솟아나는
4월 어느 날

꽃 메아리가
적막한 가슴속 흐린 동굴에
봄 편지로 밀려오면,
그리움의 뒤편에서 숨죽여 기다린
벌, 나비 등불 들고 들썩이는 어깨로 모여
꽃을 더욱 꽃 되게 하는 계절의
심장

꿈 푸른 씨앗으로 겨우내 숨죽여 기다린
망설임보다 아픈 두 기다림
그 목마른 만남, 이 한나절 이렇게
눈부시게 이루어지는구나.

사랑하라 마음껏 사랑하라.
꽃을 사랑하고
벌, 나비끼리 서로 서로 몸 비벼라.
꽃이 지기 전에
해 저물기 전에
그리운 이름 가슴에 묻지 말고
서로 사랑으로 사랑하라

오후의 바람, 속 물결로 밀려오면
향기 담장 너머 수신인 없는 엽서로 날아가고
음정 맑은 생명의 합창은
꿈을 품고 살아낸 모든 것들의 흔적으로 돌아누우리니

지금도 가야 할 길이 있는 생명은
꽃그늘에서 한 모금 의미가 되고
아직은 삶의 무게가 남아있는 모든 것은
그것으로 아름답다.

한나절 남은 시간에
꽃들 목숨 걸고 피어나는
4월 어느 날

8월을 보내며

가을은 소리로 첫 문을 연다.
돌아가는 잔돌 길도 녹 쓸어 삭아 내린 묵정밭머리
흔적 지키고 있는 이랑 서 너 개
젊은 맥박으로 점령한 기억보다 무성한 잡초 밑에서
숨 막는 땡볕 온몸으로 갉아먹고
밤이슬로 몸 헹궈 하루하루 속살 찌운 가난한 생명들이
목숨 걸고 삶을 짜는
마지막 씨줄 날줄 소리 푸득푸득 일어서고 있다

하늘은 정오를 기다려 한 겹씩만 정직하게 깊어가고
이승과 저승 사이에 서기 전
마지막 유혹을 준비하는 잎
초록 호흡을 모아 언덕을 넘는다.

머잖아
뒷모습이 되어 심장에 가라앉을 가을을
기억하는 게 버거운 강물은
아무도 이름 부르지 않는 마른 흔적만 남기고
죽기 위해 바다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고
철새가 날아와 남은 흔적 몇 개 먹어치우겠지

잔 바람에 흔들릴 일만 남은 갈대 속
노래는 떠나가도 설음은 기어이 남아
열사흘 달을 품고 밤새워 흔들릴 것이다

마침내 모든 노래도 색깔도 다 지워지고 나면
내 생애에 남아 있던 가을 하나가
이별의 간이역에서 스스로 그림자 지우고
촛불을 끄겠구나.

홀로 남겨진 나는
겨울이 올 때까지 어둠 파먹으면서
아무 약속도 없는 절망의 끝을 어루만지며
가을의 문을 닫는 바람의 뒤편에
뜨거운 커피가 식을 때까지 서 있고 싶다.

장미 가시

가시는
장미 피 한 방울을
내 심장에 넣어주는 손짓이다.
맑은 이슬로 들은
하늘 나이테에 새겨진 비밀이
내게로 흐르고
고이 접은 이별 무게로 자란 내 사랑이
장미의 빛과 향기를 품고
하늘로 걸어가는 통로다.

피 한 방울로 하나가 되는 우리

첫사랑이기를 기도하든 그때
너를 만나는 동안 매일 이별을 만나고 있었다.
별 없는 밤을 골라 너에게 불던 휘파람
그 마디마디에
채 피지도 못한 장미 꽃잎은
바람의 언어보다 더 빨리 흩어지고
하늘 나이테에 새겨지는 이별의 눈금이 시리다.

장미 가시를 찌른 뒤
하늘과 한 피가 되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덕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 졸업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LG전자 창립50주년기념 문예공모전 대상 수상제 5회 창원성산문학 문예공모전 대상 수상수필문학으로 수필가 등단문학고을 신인 작품상 수상문학고을 등단 시부문문학고을 자문위원김해문협회원

  목차

4 시인의 말 | 삶의 길 한 겹 지나며

제1부 그림자의 여행
12 4월 어느 날
14 8월을 보내며
16 장미 가시
17 개미에게
19 하관
21 그 마을에 내리는 겨울비
23 새벽 없는 날
25 9월
27 나비와 어머니
29 바람의 반항
30 최후 변론
31 그림자의 여행
33 두 번째 고백(결혼 42주년 기념)
35 바람이 사는 마을
37 한의원에서
39 손주
40 시를
42 애비 편지
45 주홍 글씨
48 청량대운도 앞에 서다

제2부 목선을 위한 만가
52 꽃은
54 꽃무릇
56 소나기
58 겨울 밤 애가
60 나무서리
62 소쇄원에서
64 건너는 방법
66 낙엽의 유언
67 비밀 연애
69 특별한 선물
71 꿈을 확인 사살하고 난 후에도
73 디스 이즈 미
75 목선을 위한 만가
77 반란의 광장에서
79 사람은 몇 번 태어나는가?
81 쉬는 일
84 풍경 하나
86 연탄재
87 주홍글씨 키우기
89 초승달 지는 밤

제3부 슬픔보다 깊은
92 돌아서는 봄날
94 능소화 변론
97 인연의 무게 너머
98 겨울 편지
100 무청 시래기 한 줄
101 장사도 동백 터널
103 고엽
104 낯설음의 언덕에서
106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108 풍금
110 물의 생애
112 마지막 예의를 위하여
114 믹스커피
116 부활
118 새가
120 슬픔보다 깊은
122 아버님 전 상서
124 일용할 양식을 위하여
126 질문 앞에서

제4부 선택한 고통
132 진달래 피는 날
134 들꽃
136 쌍어의 꿈
140 바람과 세월
142 12월 31일 새벽에
144 근황
145 너와 보고 싶은
147 안내 방송
149 가을 나기
150 돌아앉고 싶은 날
152 머리카락 사냥
154 바람과 깃발
156 불협화음
159 선택한 고통
161 승부역에서
163 아직도 가끔은
165 존재와 해석
168 집으로 가자
170 커피가 죽는 오후
172 허기

124 추월가秋月歌
126 낙화유수落花流水
127 범이 내려왔네
128 개판이네
130 독야송獨也松

132 심사평

140 해설 우리가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것은? |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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