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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탈을 쓴 어느 짐승 이야기
토담미디어(빵봉투) | 부모님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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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김소희 소설. 제주 4.3의 세밀화이다. 내용은 잔혹한 서북청년단의 만행과 이를 단죄하지 못 하는 역사의 무력함을 그리고 있다. 오히려 그들이 사회 지도층으로 행세하며 아직도 평범한 시민들을 억누르고 있는 현실에 눈을 맞추고 있다. 지속적으로 4.3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가의 치열하고 꼼꼼한 시선이 돋보인다.동막 앞으로 몰려든 그들은 각자의 속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당장에라도 방에서 끌어내 조리돌림이라도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딴 것에 쫄 동막도 아니었다. 가소롭다는 듯 패거리를 쭉 훑어보더니 맹수의 본능으로 이빨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가장 센 기철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으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기철의 목덜미가 찢겨나갔고 피가 하늘로 솟구쳤다. 동맥이 끊어진 것이다. 덤벼들던 놈들은 짐승 같은 짓거리에 뒷걸음쳤고 고통에 버둥대던 기철이 잠잠해졌다. 죽은 것이다! 삽시간에 피 냄새가 진동했고 목덜미 살점을 질겅거리며 나머지 놈들을 노려보는 동막의 기세는 사납다 못해 살이 떨릴 지경이었다. “또 누게 살점을 물어뜯을 거라? 듬벼보주 빙신새끼들아!” 벌겋게 일어난 얼굴에 피로 범벅이 된 이빨! 공포 그 자체였다. 더는 나서는 이가 없었고 몇 놈은 오줌을 지렸는지 피비린내에 지린내가 붙었다. 반란의 전의는 사라졌다. 눈앞에서는 해가 완전히 사라졌고 피비린내에 섬뜩함이 더해졌다. 피 묻은 입을 손으로 쓰윽 닦고는 얼빠진 패거리를 뒤로 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 피 묻은 손가락과 이빨로 먹다 남은 밥알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먹고서야 밖으로 나왔다. 패거리는 동막의 눈을 피했고 고개를 숙인 채 꽁지까지 감추었다. 항복을 몸으로 말하고 불만은 속으로만 군실거렸다. ― 「1948년 여름」 일부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소희
제주 감물과 먹을 중심으로 한 제주 관련 그림을 그리며 글을 쓰고 있다. 이미 낸 책으로는 『순자야 놀자』(2022년), 『365 인생』(2021년)이 있으며 2022년, 2023년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학작품 발간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2014년 프랑스 루브르 아트페어 개인전.2015년 프랑스 루브르 아트페어 개인전.

  목차

할마시
치매 앓이
뜻밖의 소식
꿈결
후회
1948년 여름
만나기 전
상견례
배신과 배신
끝나지 않은 끝
오해와 착각
드러난 진실
몰살의 서막
잔혹한 밤
다시 시작
어린 순영
밝혀지는 시간
구사일생
시작된 파국
부산으로
오해는 깨어지기 마련
연줄
충격
새 집
희망이란 게
또 헤어짐
모든 게 드러나다
다시 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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