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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이야기 7
쬐꼬만 고양이라 부르지 마
동문선 | 부모님 | 202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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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동화 《얀 이야기》의 마지막 권으로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 이스탄불 혹은 중앙아시아 어느 나라 어느 낯선 마을에 사는 고양이 얀과 시궁쥐, 북방하늘다람쥐, 삽살개 등 동네 친구들과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때로는 ‘픽!’ 하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소소한 사연이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형언할 수 없는 아련함과 뭉클한 감흥을 선사한다.

  출판사 리뷰

“아, 이런 게 진짜 동화야!”란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작품.
본서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동화 《얀 이야기》의 마지막 권으로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 이스탄불 혹은 중앙아시아 어느 나라 어느 낯선 마을에 사는 고양이 얀과 시궁쥐, 북방하늘다람쥐, 삽살개 등 동네 친구들과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때로는 ‘픽!’ 하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소소한 사연이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형언할 수 없는 아련함과 뭉클한 감흥을 선사한다. 여느 동화처럼 억지스럽지 않고 너무도 자연스러워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절로 동화되어 누구나가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본문 중간 중간에 저자가 직접 그린 원색 삽화가 이국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층 북돋운다.

…………
그렇게 저렇게 우리는 싱거운 수다를 마냥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주 잠깐 우리의 대화가 끊겼을 때, 북방하늘다람쥐가 “저기, 큰고양이님, 다시 또 들어볼까요?”하고 내게 물었다.
“그래, 좋아.”
조용한 서곡. 조금 불안한 음계. 그리고 또 그 코러스.

주여, 우리의 통치자시여,
온 땅에 그 명성이 드높으신 분이시여!


북방하늘다람쥐는 가느다란 바늘의 떨림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당신의 수난을 통하여 우리에게 보여주소서!
진정한 하나님의 아들이신 당신께서
그 어느 때에나…….


나의 각설탕은 겨우겨우 녹아들어서 마치 침전물처럼 찻잔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빗방울의 흐름을 따라 흙먼지가 들러붙어 있는 창으로 부드러운 빛이 비껴들어, 그 빛살이 검은 음반에까지 이르러 있었다. 그리고 그 빛살 너머로 북방하늘다람쥐의 모습이 엷은 베일을 드리운 양 부옇게 일렁였다.
살며시 졸음이 밀려들었다.
“……듣고 싶다…….”
“……어? ……아, 그래…….”
“……큰……고양……님, 차…….”
“……어? ……아, 그러네…….”

그 무렵부터 나는 누군가를 만날라치면, 아니 문득문득 생각이 떠오를 때면 북방하늘다람쥐가 그토록 듣고 싶어 하던 수난곡의 음반을 혹여 소장하고 있지는 않는지, 아니 아니 애당초 그것을 소장하고 있을 리 만무한 이들이기에 어딘가 그 음반이 있을 만한 곳은 없는지를 묻고 다녔다.
먼저 가까이에 사는 시궁쥐는 “누가 재난을 당했다고요?”하고서, 도리어 나에게 되물어 왔다.
“그야, 모름지기 예수 그리스도이시지.”
“그럼 그리스도가 지은 곡이겠군요. 나야 알 리가 없죠.”
도대체 이치에 맞지 않는 소리뿐이었다.
다음으로 그 하얗고 작은 심술꾸러기 고양이에게도 일단 물어보기는 했다. 어차피 별다른 수확이 없으리라는 걸 익히 알면서도 말이다.
잠자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구나 싶었는데, 예의 심술꾸러기 고양이는 “……바흐? ……바아보? ……바보?”하고 내뱉고는 골목께로 사라져 버렸다.


이런 일을 몇 차례 되풀이하듯 겪고 나서,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이들에게 이러한 물음은 무의미하다는 걸 깨달은 나는, 이 부근에서 유일하게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안다는 고양이를 만나러 갔다.
…………

마침내 짧은 여름이 끝나 버렸다.

(수난곡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마치다 준
1951년 도쿄 출생. 게이오대학 경제학부 졸업. 1993년부터 1996년까지 도쿄 시부야에, 터키의 국제 도시 이스탄불 교외에 있는 역사적인 ‘카페 피에르 로티’의 분위기와, 흑해에 면한 제정 러시아의 남쪽 관문인 오데사의 이미지를 겹쳐놓은 카페 ‘오데사 이스탄불’을 연다. 러시아 혁명의 혼란기에는 크리미아나 오데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스탄불을 경유해 파리나 런던 등지로 망명했다. 물론 이스탄불에 몸을 숨긴 이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망명이라는 말은, 무책임한 방관자에게는 감미로운 여운을 지닌 언어이다. 그것은 누구나가 그 비밀스러운 가슴속에 이 폐쇄적인 상 황 속에서, 지금 여기에서, 이 자리에서 정신적인 망명을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한 순간의 망명처의 하나가 ‘오데사 이스탄불’ 이었던 것은 아닐까? (‘오데사 이스탄불’은 도시계획 도로 건설을 위해 현재 폐점중)

  목차

쬐꼬만 고양이라 부르지 마
나의 생일
극장
죽음의 침상에 대한 기록
쫑긋한 귀
수난곡
세 노인과 세 마리의 고양이
나는 삽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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