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하기 싫은 일은 철저하게 하지 않은 은자들의 행적이 실려있는 허균의 《한정록》을 번역한 책이다. 조선 중기 실학사상의 대두 허균은 경직된 양반사회를 향해 신분계급의 타파와 적서(嫡庶)를 구별하지 않는 과감한 인재등용을 주장했다. 이 같은 자유롭고 혁신적인 발상은 최초의 한글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홍길동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그가 독서를 하는 중에 예전 선비들의 글을 추려서 만든 일종의 독서노트인 《한정록》의 내용을 담았다.
이 책에는 세속을 떠나 숨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 중 기이한 행적을 남긴 자와 고상한 생활을 한 사람들의 일화 등이 들어 있다. 동양의 유구한 역사상에 나타난 유명한 인물과 저서들 가운데서 동양적 사고의 진수라 할 만한 일화, 잠언, 성찰들로 이루어져 있는 책이다.
출판사 리뷰
법정 스님이 사랑한 은둔과 풍류 이야기
허균의 〈한정록〉을 작가 김원우 씨가 우리말로 옮긴 이 책에는 하기 싫은 일은 철저하게 하지 않은 은자들의 행적이 실려 있다.도연명은 소인배에게 허리를 굽히기 싫어 관직을 내팽개쳤고,위나라의 가경흥이란 이도 늘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내가 너를 저버리지 않았노니,그것은 고관에게 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노래했다.
조선 중기 실학사상의 대두 허균(許筠, 1569~1618)은 빼어난 문장과 넓은 학식으로 명성을 얻었으나 광해군 10년에 역적모의를 했다는 모함을 받고 참형을 당했다. 경직된 양반사회를 향해 신분계급의 타파와 적서(嫡庶)를 구별하지 않는 과감한 인재등용을 주장했는데 이 같은 자유롭고 혁신적인 발상은 최초의 한글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홍길동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허균은 나이 42세 되던 광해군 2년(1610)에 명나라에 파견되는 천주사가 되었으나 병을 얻는 바람에 맡지 못하고, 그 대신 휴가를 받아 틈틈이 중국의 고서들을 보면서 요양을 하게 되었다. 그는 독서를 하는 중에 예전 선비들의 글을 추려서 일종의 자신만의 독서노트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한정록』이다.
그는 『한정록』의 서문에서, ‘평소 세상일에 급급하여 조그만 이해에도 어긋날까 마음이 두려워졌고. 보잘것없는 자들의 칭찬이나 비방에도 마음이 요동하는 자신을 안타까이 여겨 옛 문인들의 글을 읽으며 옛날의 어진 이와 자신을 비교해보니 제 어리석음이 얼마나 막중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밝히고 있다. 벼슬살이에서 물러나 자연과 벗하며 한가로이 지내는 삶의 즐거움이나 독서의 즐거움에 관한 글들이 주로 엮여 있어 ‘훗날 숲 아래에서 세상을 버린 선비를 만나게 될 때 이 책을 꺼내가지고 서로 즐겨 읽고 싶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세속을 떠나 숨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 중 기이한 행적을 남긴 자와 고상한 생활을 한 사람들의 일화 등이 들어 있다. 또한 은거하며 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도가에서 흔히 거론되는 양생술에 관한 희귀한 정보도 읽을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동양의 유구한 역사상에 나타난 유명한 인물과 저서들 가운데서 동양적 사고의 진수라 할 만한 일화, 잠언, 성찰들로 이루어져 있는 아주 값진 책이라 할 수 있다.
소옹邵雍이 그 거처를 안락와安樂窩,
자호自號를 안락선생安樂先生이라 하고는,
매일 아침에 향을 피우고 조용히 앉았다가
오후 네댓시가 되면 서너 잔의 술을 마셨다.
술이 올라 얼근해지면 그만두어
한번도 만취한 적이 없었고,
흥이 날 적에는 그 자리에서 곧 시를 지어 읊조렸다.
봄가을에는 가금 성중에 나가 노닐었고
비바람이 있을 적에는 밖에 나가지 않았으며,
밖에 나갈 적에는 조그마한 수레를 이용하여
한 사람을 시켜 끌도록 하고 마음내키는 대로 즐기었다.
그러므로 그의 수레 소리가 나면
사대부의 집에서도 앞을 다퉈 그를 맞이하면서
서로 우리 집에 선생이 왔다고 하였다
그는 어질고 관대한 요모가 저절로 드러나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람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드러내거나 남들과 간격을 두지 아니하여,
여럿이 담소하는데 종일토록 남다른 행동이 없었고
남들과 만나서 그 선은 칭찬하고 악은 숨겨주었으며,
학문을 묻는 자가 있으면 열심히 대답해주었다.
신분과 나이를 가리지 아니하고
모든 것을 정성으로 대했기에,
어진 이는 그 덕행을 좋아하고
어리석은 자도 그 교화에 복종하였다.
사후에 강절康節이란 시호가 내려졌다.
-『명신언행록名臣言行錄』, 본문 중에서
또한 이 책은 법정 스님이 사랑한 50권의 책으로도 선정되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스님 자신과 같이 번잡한 속세를 떠나 안분지족(安分知足)의 행복을 누린 작가로 평소 아끼던 소장목록에 올라 있다. 스님의 청정한 삶과 뜻을 그가 읽고 사랑한 책에서 그대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허균(許筠)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문학가. 1597년 문과에 급제한 후 여러 벼슬을 거쳐 1610년에는 명나라에 가서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1617년에는 인목대비 폐모론을 주장하는 등 대북파의 일원으로 왕의 신임을 받았으며, 시문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천재였으나 그의 삶은 파란의 연속이었다. 세 번의 파직, 그리고 12세 때에는 아버지를 여의고, 20세에는 형, 22세에는 누이 허난설헌, 임진왜란 당시에는 처와 아들을 잃었다. 그 자신도 광해군 때인 1618년 반란을 계획한 것이 탄로나 처형을 당했다.
편저 : 김원우
소설가, 등단 이래 읽으면서 쓰고 쓰면서 읽는 한결같은 걸음을 걸어왔다. 그의 소설 문장은 이제 그 자체로 한국어의 개별 장르이자 계보가 되면서 우리 삶의 세부를 켜고 전망의 허실을 가늠하는 각별한 상징의 자리에 이르고 있다. 소설집 『무기질 청년』 『장애물 경주』 『세 자매 이야기』 『아득한 나날』 『벌거벗은 마음』 『안팎에서 길들이기』 『객수산록』 등과, 장편소설 『짐승의 시간』 『가슴 없는 세상』 『일인극 가족』 『모노가미의 새 얼굴』(전2권) 『모서리에서의 인생독법』 등이 있다. 한국창작문학상, 동인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