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카프카의 소설 『소송』은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와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함께 작가, 비평가, 문예학자 그리고 다양한 언론 매체 등을 통해서 20세기 독일어권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의 하나로 평가되어 왔다. 그런 만큼 이 소설은 발간된 지 80년이 지났음에도 독자들에게 여전히 생생한 현실감을 부여하고 있으며 다양한 관심과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출판사 리뷰
신비적 체험과 성찰의 극치
『소송』의 시작은 매우 독특하다. 주인공 요제프 K는 서른 살 되는 날 아침 자신의 침대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두 명의 낯선 사나이에 의해서 체포된다. 이렇게 카프카의 소설 속의 사건은 어떤 동기나 원인도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데 그 매력이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우연 같은 사건이 꿈과 현실, 잠과 깨어남, 그리고 무의식과 의식의 중간 상태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왜 카프카는 사건을 이렇게 꿈과 현실, 무의식과 의식의 중간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일까. 이 작품을 번역한 서강대 이주동 교수는 “현대 작가로서의 카프카 자신 역시 처해 있는 인간 존재의 위기 상황을 다층적이며 다양한 시각에서 드러내 보이려는 그만의 고도의 예술적 전략”이라고 말한다.
또한 카프카에게 있어 꿈이나 잠 혹은 무의식의 세계는 숨어 있던 ‘정신적인 것’, ‘영혼적인 것’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카프카는 『소송』에 관한 유고 단장에서 이것과 관련된 얘기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잠과 꿈속에서, 적어도 깨어 있는 상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무한한 정신이 현존하거나 혹은 영혼에 대해서도 현실에서보다 더 나은 준비태세가 되어 있어서 눈을 활짝 뜨는 순간에도 현재 존재하는 모든 정황을 파악할 수 있다.”
『소송』, 그 대강의 줄거리
은행 대리인 요제프 K는 자신의 30세 되는 생일날 아침 자기 침대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체포된다. 그는 처음엔 이 일을 직장동료들의 장난쯤으로 여기나 사건이 전개되면서 점점 미로 속으로 빠져든다. 결국 요제프 K는 끝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법원(법)의 의미가 무엇인지 밝히지 못한 채 두 명의 사형집행인들에 의해 ‘개처럼’ 사형당한다.
이 작품은 읽는 이의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으로 나뉠 수 있다. 여기에 언급되는 “법정” 혹은 “법”은 도처무처에 현존하면서 인간의 죄를 언제든지 묻고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약성서>적인 “신”의 세계이거나 종교적인 율법의 세계일 수도 있고, 존재론적 철학의 의미에서의 현존재의 근원으로서의 “존재의 세계”일 수도 있다. 또한 모든 인간의 일거수일투족이 초법적인 국가 권력에 의해, 특히 극단으로 발전된 기술 정보매체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되고 감시되고 있어서 개인적인 사고나 행동이 전혀 불가함을 반영하거나, 초법적인 정권에 의해 개인에게 자행되는 정치적 폭력을 예견한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
M.패슬리의 비판본을 원본으로 삼은 『소송』
이 책은 기존의 막스 브로트판이 아닌 M. 패슬리의 비판본을 그 원본으로 삼았다.(역자 후기 참조) 역자는 패슬리의 비판본에서는 막스 브로트판의 모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누구나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철자의 실수 등과 같은 사소한 것들을 제외하고는 카프카 원고가 그대로 편집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브로트판보다 카프카 자신이 배열하고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원고의 장의 구분 등이 카프카 작품 구성에 더 적합하고 타당하다고 패슬리가 여겼기 때문이다. 자세한 브로트판과의 차이점은 본문 <역자후기>를 보면 될 듯하다. 아무튼 M. 패슬리의 비판본 『소송』은 카프카의 독특한 파편화된 구성과 미완의 형식을 그대로 되살려 “완결된 작품이 아니라 열려 있는 것, 종결될 수 없는 것, 불완적한 것”의 형식을 그대로 살려놓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원래의 원고 텍스트와의 동떨어진 해석을 잠재우고, 카프카의 고유한 방식의 글쓰기를 직접 접하게 함으로써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목차
결정본 `카프카 전집`을 간행하며
일러두기
체포
그루바흐 부인과의 대화. 다음에 뷔르스트너 양
첫 심문
빈 법정에서. 대학생. 사무처
태형리
숙부.레니
변호사.제조업자.화가
상인 블로크.변호사와의 해약
대성당에서
종말
[미완성된 장들]
B의 여자 친구
검사
엘자에게로
차장과의 싸움
관청
어머니에게로 가는 길
역자 후기
경계선상의 마술사,카프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