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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파수꾼에게
시인동네 | 부모님 |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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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201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나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의 파수꾼에게』가 시인동네 시인선 249로 출간되었다. 이나영의 시집에서 당신은 호기심과 결여, 회한과 상처의 다른 이름이다. 그런데 그런 당신이 놀랍게도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을 준다.

  출판사 리뷰

어떤 결핍과 치유의 기록

201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나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의 파수꾼에게』가 시인동네 시인선 249로 출간되었다. 이나영의 시집에서 당신은 호기심과 결여, 회한과 상처의 다른 이름이다. 그런데 그런 당신이 놀랍게도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을 준다. 당신이 곁에 있었던 시절과 결핍이 가득한 현재를 오가면서 ‘나’는 그 기이한 위안을 받아들인다. 사랑할 때 당신은 ‘나’를 지키는 ‘파수꾼’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당신은 무수히 변신하면서 내 곁에 존재한다. 편재하는 당신에게 안부를 물으면서 시적 주체는 이별을 받아들인다. 아무리 진실된 사랑이라도 전락과 배신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사랑할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실과 상처의 대상이 된다. 이나영의 이번 시집 『나의 파수꾼에게』는 상실의 고통에 장악당한 주체가 스스로 해방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해설 엿보기]

‘결여’는 시의 절대적인 동력이다. 이나영의 시적 주체는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라는 결여를 계속 확인한다. 『나의 파수꾼에게』의 1부에 수록된 시들은 자기동일성과 자기애의 극단에 이른 자기 모멸의 기록이다. 주체는 “내가 나로 사는 것을/견딜 수 없”(「나의 파랑」)다고 토로한다. “다짐만 반복되는/아침”(「파도를 믿는다면」)을 맞이하면서 “오래 품은 말”(「물수제비」)들이 흩어지는 날들을 온몸으로 견딘다. ‘나’가 고통스러운 이유는 누군가의 부재 때문이다. 이제 ‘나’가 사랑하는 대상은 없다. 그 사람은 추억으로만 내 곁에 머문다. ‘나’는 너를 만질 수 없고, 포옹할 수 없다, ‘나’는 다만 추억할 뿐이다. 추억은 하나의 세계다. 그 세계 안에 이별 이후의 너는 없다. ‘나’는 그 과거의 시간을 움켜쥐고 그 안의 너를 붙들려고 한다. 그렇지만 시간은 무심히 흐르고, 부재는 극복되지 않는다.
텅 빈 당신의 부재와 상처 앞에서 ‘나’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는 필사적으로 부재에 매달리며 상처를 응시할 뿐이다. 그 사람이 없어도 살아온 시간들을 ‘나’는 견디기 어렵다. 사랑이 끝나고 그 사람이 떠나도 말은 되돌아온다. 그 말들이 ‘나’를 괴롭게 한다. 유효기간이 끝난 그 말들은 당신의 부재를 확인하게 한다. ‘나’는 그 말들을 곱씹는다. 실체 없는 말들을 만지면서 ‘나’는 당신이 곁에 있는 것처럼 혼자 중얼거린다. 1부의 시들은 흔적을 견디는 자의 ‘혼잣말’로 넘친다. 아직 ‘나’는 당신을 떠나보내지 못한 상태다. 첫 번째 수록된 시 「나의 파랑」을 읽는다.

내가 나로 사는 것을
견딜 수 없을 때

새카만 나를 벗어
바다에 내던진다

수평선 가장 먼 곳까지
떠내려가 보려고

혼잣말 한 방울씩
물결에 풀어내며

밤낮으로 유영하면
침묵이 찾아올까

파도를 견디고 나면
투명한 내가 될까
― 「나의 파랑」 전문

누구나 삶 속에서 특별한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은 ‘나’에게 생의 특별한 비의를 가르쳐준다. 우리는 대개 그 진실을 이별 이후에야 알게 된다. 떠난 대상을 그리워하면서 “잘하고 싶던 마음”(「유속의 허기」)을 떠올리지만, 그 대상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 사람은 없고, 비의만이 남겨진다. 사랑하는 사람은, 진실을 알려주고 떠난 후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시적 주체는 부재를 앓으면서 괴로워한다. 하지만 사랑이 끝나도 계절은 다시 오고, 삶은 계속된다. 어쩌면 당신은 처음부터 부재한 것이 아니었을까. 사랑이 끝난 후에도 ‘나’는 여전히 살아간다. 이것이 ‘나’가 “바늘로 나를 꿰매면서 눈물로 깨달”(「산란의 기분」)은 유일하고도 진부한 사실이다. “다급한 물음표”(「밤의 문법」)를 마주하면서 ‘나’는 처연하게 부재를 앓는다.
― 이정현(문학평론가)

[시인의 산문]

이제는 미래를 의심하지 않기로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맺힌 말과 마음을 마음껏 따먹어도 시간이 모자라니까요.
누가 더 마음을 쏟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졌습니다. 바다가 내어주는 말들을 듣다 보면,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진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당신께 매일 고백합니다.
그래도 모자란 것 같습니다.

더 주고 싶은 마음끼리 함께 산다는 건 이렇게 나를 구합니다.

찌릿한 장면들이 자꾸만 들끓는걸

여기서 떨어지면?
저 칼이 나를 향하면?

질문의 단면을 잘라
입속에 머금는다

넘치는 호흡으로 천천히 먹어치워

식도를 타고 가는
뜨듯한 반짝임들

무색의 핏줄이 물드는
감각도 나쁘지 않아

무뎌진 머릿속에 빛들을 들이부어

얼굴을 찾고 나면
기뻐하며 그만할게

기다려, 멈출 때까지
물음이 시들 때까지
― 「랜덤 플레이」 전문

서랍에 초콜릿은 하나쯤 넣어두렴
한 조각 입에 넣고 입속을 굴려보면
요령을 알게 되겠지
문장을 녹여 먹는

한 줄씩 늘어나는 이름을 떠올리며
매일 도착하는 속삭임을 듣고 있니
마침표 찍기 전까지
긴장을 놓지 말자

단어가 잡아먹는 비문을 보기 위해
쓰려고 쓰지 않는 습관을 지닌 네게
함부로 행운을 빌어
계속해서 태어나길
― 「보송한 얼굴의 너에게」 전문

당신이 주머니에 내 손을 가져간 날
나는 끝도 없이 내일을 의심했어요
내 몸의 빈틈 어딘가
차오르는 찌릿한 느낌

당신과 녹여 먹던 긴 밤을 곱씹으면
시큼한 레몬 향이 입속을 어질렀어요
잃을까 두려워져서
꼭꼭 숨어 먹은 걸 아나요

가지 쳐도 꿋꿋하게 자라난 나의 숲이
뱃속을 간지럽히며 초록을 쏟아내요
내 볼에 맺힌 레몬을
당신께 따다 줄게요

레몬을 깨물어서 입속에 넣어주니
촘촘한 고백들이 두 눈에 글썽입니다
노랗게 영근 울음을
영원이라 불러도 될까요
― 「레몬」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나영
1992년 대구에서 태어나 한양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언제나 스탠바이』가 있다.

  목차

제1부
나의 파랑13/파도를 믿는다면14/아, 하고 입 벌려 봐16/밤의 구원18/유속의 허기20/산란의 기분22/달의 노래23/랜덤 플레이24/오늘은 가장 긴 산책을 하자26/물수제비28/파도의 효능30/밤의 문법32/서신34/세월35/경청36/보송한 얼굴의 너에게38

제2부
레몬41/나의 파수꾼에게42/노 토킹 존44/치사량을 지키는 법45/단어 수집46/꽃의 소원48/선잠49/이름을 입력하세요50/편지52/눈덩이가 굴러온다53/쉿,54/닮아가는 밤56/포옹의 뒤편57/오래된 연애58/몽유병을 앓던 밤마다60

제3부
다이빙63/바디체크64/숨겨둔 노래66/봄의 동선67/오늘은 시계를 벗자68/환상통을 기다리는 밤70/타히티의 여인들71/트라우마72/항해74/새해 인사를 못한 건요75/나의 곡선76/숟가락의 힘78/싱크홀79/샤워80/절연81/스위치를 꺼야 해82

제4부
웃으면 복이 올까요85/선글라스86/가위87/텅 빈 지도를 향해88/몽중(夢中)90/식물 킬러의 변명91/무중력 고백92/음 소거93/끝말잇기94/나마스떼96/멈추지 말기로 하자97/배를 접는 마음98/청소100/6:30 am101/독백102

해설 이정현(문학평론가)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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