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분석 철학과 마음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고전이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1956년 발표 이후 현대 철학의 지형을 바꾼 윌프리드 셀러스의 핵심 논문에, 로버트 브랜덤의 상세한 스터디 가이드와 리처드 로티의 서문을 더해 한 권으로 엮었다. 경험과 인식, 마음과 언어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하게 만든 ‘주어진 것의 신화’ 비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이 책은 감각적 경험을 지식의 토대로 삼는 전통적 경험주의를 넘어, 이유와 정당화가 작동하는 ‘이유들의 논리적 공간’을 제시한다. 셀러스의 논지를 브랜덤의 해제로 따라가며 분석 철학의 전환점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정문열 교수의 치밀한 번역과 주해는 난해한 논의를 학습 가능한 사유의 과정으로 안내한다. ‘마음학 총서 8’권은 분석 철학이 흄적 단계에서 칸트적 단계로 이동하는 결정적 장면을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마음 철학을 열어젖힌 후기 분석 철학의 기념비적 저작
“셀러스의 모든 저작 중에서 ?경험론과 마음 철학?은 가장 널리 읽히고 가장 접근하기 쉬운 글이다. 이 글은 대부분의 분석 철학자들이
셀러스에 대해 아는 것의 전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거의 충분할 정도로, 이 글은 하나의 완전한 철학 체계의 전형이다.”
- 리처드 로티, ‘서문’
이 책을 발행하며
도서출판 b에서 2013년부터 펴내고 있는 ‘마음학 총서’ 여덟 번째 책인 윌프리드 셀러스의 <경험론과 마음 철학>이 발간되었다. 이 책은 ‘분석 철학’ 혹은 ‘마음 철학’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은 모두 알고 있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독서이자 현대 철학이 반드시 경유해야 할 거대한 관문이다. 1956년에 발표된 이래로 분석 철학의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자리 잡은 셀러스의 논문과 함께, 그의 뒤를 이어 ‘피츠버그 학파’를 이끌고 있는 로버트 브랜덤이 ‘스터디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상세한 해제를 붙여 한 권의 책을 완성했고, 이 책에 저명한 철학자 리처드 로티가 서문을 썼다. 셀러스-브랜덤-로티, 이 세 이름이 한데 모인 것만으로도 이 책은 관심을 가질 가치가 있다.
셀러스의 이 책은 20세기 분석 철학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한 고전으로, 경험과 인식, 마음과 언어의 관계에 대한 통념을 정면에서 도전한다. 셀러스가 이 책에서 겨냥하는 핵심 표적은 전통적 경험주의가 암묵적으로 전제해 온 ‘주어진 것의 신화(the Myth of the Given)’이다. 이는 감각적 경험이나 지각적 주어짐이 개념이나 추론의 매개 없이도 지식을 정초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리킨다. 셀러스는 이러한 관점이 경험을 인식론적으로 특권화하는 동시에, 정당화와 이유 제시라는 지식의 본질적 차원을 은폐한다고 비판한다.
셀러스에 따르면, 어떤 믿음이나 판단이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과적으로 야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반드시 이유를 요구받고,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 규범적 공간, 곧 그가 유명하게 명명한 ‘이유들의 논리적 공간(space of reasons)’ 안에 위치해야 한다. 감각적 경험은 우리의 믿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역할은 정당화의 최종 토대라기보다 개념적으로 구조화된 판단과 추론의 과정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로써 셀러스는 자연과학이 다루는 인과적 설명의 영역과, 인식론이 다루는 규범적 정당화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면서도, 둘을 단절시키지 않는 정교한 틀을 제시한다.
<경험론과 마음 철학>은 경험론 비판을 넘어, 인간을 자연적 존재이자 규범적 존재로 동시에 파악하려는 야심찬 시도이다. 이 책은 오늘날에도 인식론, 심리철학, 언어철학 전반에 깊은 영감을 제공하며, ‘경험이 어떻게 개념과 이유의 질서 속으로 편입되는가’라는 물음을 새롭게 사유하도록 이끄는 놀라운 저작이다.
로티는 ‘서문’에서 셀러스의 이 책을 초기 분석 철학에서 후기 분석 철학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세 편의 기념비적인 저작 중 하나로 소개한다(다른 둘은 윌러드 콰인의 <경험주의의 두 가지 교리>와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이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의 완전한 철학 체계의 전형”을 이룬 이 책에서 셀러스가 분석 철학을 흄(Hume)적 단계에서 끌어내려 칸트(Kant)적 단계로 이끌고자 한 기획 전체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이 책은 “‘마음에 주어진 것’과 ‘마음에 의해 더해진 것’ 사이의 구분을 공격함으로써 경험주의적 토대주의를 붕괴시키는 데 기여”했고, 그에 따라 분석 철학은 “논리 경험주의자들의 토대주의적 지향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셀러스의 논문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학부 및 대학원 과정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아가 셀러스의 숲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수년에 걸쳐 작성된 노트”를 쓴 셀러스의 후계자 로버트 브랜덤의 ‘스터디 가이드’ 역시 이 책을 읽을 중요한 이유다. 독자들은 셀러스의 논문과 브랜덤의 해제를 번갈아 보면서 한 학자의 글을 다른 학자가 어떻게 분석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난해할 수 있는 셀러스의 논지들을 브랜덤의 해설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옮긴이인 정문열 교수(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학과)는 수년간 이 책의 원서를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고 공부하며 셀러스의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옮긴이는 ‘단 한 문장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마치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이 문장을 번역하고, 수많은 역주를 달았다. 특히 이 책의 정수라고 여겨지는 8장(32~38절)의 주해를 따로 써서 철학 입문자와 대중을 위해 정성껏 셀러스를 설명하고 있다.
셀러스라는 원천을 향한 브랜덤, 로티, 정문열 각자의 철학적 열정이 ‘마음학 총서 8’권을 탄생시켰다. 철학이 지식에 대한 탐구와 도전이 아니라 교양의 ‘소비’로 변하고 있는 우리 시대에 도서출판 b는 철학적 탐구와 도전을 근본적으로 보여주는 이 책을 자랑스럽게 내놓는다.
“나는 주어진 것의 철학적 아이디어, 또는 헤겔의 용어를 빌리면, 직접성을 공격한 철학자들이 어떤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추론하는 것과, 예를 들어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보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추정한다. 만약 “주어진 것”이라는 용어가 단순히 관찰된 것을 관찰된 것으로 지칭하거나, 우리가 관찰을 통해 결정한다고 말해지는 것들의 진부분집합을 지칭한다면, “자료”의 존재는 철학적 난제의 존재만큼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주어진 것”이라는 구절은 전문적인 ─인식론적인 ─업계 용어로서 상당한 이론적 입장을 수반하며, 이 의미에서 “자료”가 있다는 것, 또는 무언가가 이런 의미에서 “주어졌다”라는 것을 이성에 반하지 않고도 부인할 수 있다.” (1절)
“이제, 초록이라는 개념을 가지기 위해, 즉 어떤 것이 초록색임을 알기 위해, 사람이, 실제 상황에서, 표준 조건에 있을 때, 초록색 물체들에 대해 “이것은 초록이다”라는 음성 표현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 조건은 물체의 색깔을 보는 데 적합한 종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주체가 이러한 종류의 조건들이 적합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는 각자가 그 조건들을 알기 전에 개념들을 먼저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초록의 개념이 하나의 요소인 다양한 개념들의 집합을 가짐으로써 초록의 개념을 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초록의 개념을 습득하는 과정이─실제로 그렇듯이─다양한 조건에서 다양한 물체에 대한 반응 습관을 조금씩 습득하는 오랜 역사를 포함하지만, 시공간 안의 물체들이 가진 관찰 가능한 속성들에 관한 모든 개념, 그리고 우리가 보게 되겠지만, 그 외에도 훨씬 더 많은 개념을 가지지 않으면, 이 속성들에 관한 어떤 개념도, 중요한 의미에서,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19절)
“어떤 에피소드나 상태를 앎의 에피소드나 상태로 특징지을 때, 우리는 그 에피소드나 상태에 대한 경험적 서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유들의 논리적 공간에, 즉 각자가 말하는 바를 정당화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공간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36절)
작가 소개
지은이 : 윌프리드 셀러스
미국의 분석 철학자로, 특히 지식·의식·규범성·과학적 실재론에 관한 혁신적 이론을 제시한 20세기 철학의 핵심 인물이다. 1938년부터 아이오와대학교, 미네소타대학교, 예일대학교에서 가르쳤으며, 1963년 이후부터는 피츠버그대학교에서 철학과 교수를 지내면서 동시대 분석 철학의 중심 흐름이 된 ‘피츠버그 학파’ 철학 전통의 기초를 확립했다. 셀러스는 미국 실용주의의 요소를 영미 분석 철학, 오스트리아, 독일 논리실증주의와 종합하려고 한 최초의 철학자였다. 주요 저서로는 <과학, 지각, 실재>(1963), <과학과 형이상학>(1967), <철학 및 그 역사에 관한 에세이>(1974), <자연주의와 존재론>(1979) 등이 있다. 셀러스의 사상은 언어철학, 심리철학, 메타윤리학 등 현대 철학 전반에 영향을 미쳤으며, 존 맥도웰과 로버트 브랜덤으로 대표되는 피츠버그 학파 철학자들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목차
서문 · 리처드 로티 7
경험론과 마음 철학 9
Ⅰ 감각 자료 이론 내 개념적 모호성 25
Ⅱ 다른 언어? 43
Ⅲ “보인다”의 논리 55
Ⅳ 보인다를 설명하기 75
Ⅴ 인상과 관념: 논리적 논점 87
Ⅵ 인상과 관념: 역사적 논점 95
Ⅶ ‘의미하다’의 논리 107
Ⅷ 경험적 지식은 토대를 가지고 있는가? 115
Ⅸ 과학과 언어의 일상적 사용 135
Ⅹ 사적 에피소드: 문제 145
생각: 고전적인 견해 151
우리의 라일적 조상들 155
ⅩⅢ 이론들과 모형들 161
ⅩⅣ 방법론적 행동주의 대 철학적 행동주의 167
ⅩⅤ 사적 에피소드의 논리: 생각 173
ⅩⅥ 사적 에피소드의 논리: 인상 181
참고 문헌 195
스터디 가이드 · 로버트 브랜덤 199
ㅣ옮긴이 보론ㅣ 관찰 보고는 어떻게 지식을 표현할 수 있는가 291
ㅣ옮긴이 후기ㅣ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