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겨울을 지나는 사람들을 위한 앤솔러지. 빛과 볕, 흐름과 소리를 손에 쥐고 건너는 시간의 기록. 사계절 중 하나이자, 가혹한 시기의 비유인 겨울. 우리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마음의 문을 꼭 닫아건 채로 이 시기를 살아낸다. 그렇게 하면 고통에 무뎌질 수 있다는 듯이. 하지만 얼어붙어 있는 사이, 어쩌면 기쁨에조차 둔감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살아 있는 마음은 이 겨울을 버티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그 끝을 향해 나아가보자고 속삭인다.
『겨울 연습―빛, 볕, 흐름, 소리』는 저마다의 겨울을 지나는 사람들을 위한 앤솔러지로, 혹독한 시간을 건너가기 위한 상징적 방법들을 담고자 했다. 소설가 김화진과 정기현의 단편소설, 영화 평론가 정지혜와 번역가 황은주의 에세이를 통해 환한 빛과 따뜻한 볕, 또 얼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는 흐름과 소리에 대한 감각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겨울을 겪고 있는 누군가가 이 책과 함께 그 시기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기를.
출판사 리뷰
저마다의 겨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더이상 얼어붙어 있기를 거부하는 마음,
삶이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생생하게 받아안고 싶은 마음이
어느 순간에는 고개를 든다는 것을.
사계절 중 하나이자, 가혹한 시기의 비유인 겨울. 우리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마음의 문을 꼭 닫아건 채로 이 시기를 살아낸다. 그렇게 하면 고통에 무뎌질 수 있다는 듯이. 하지만 얼어붙어 있는 사이, 어쩌면 기쁨에조차 둔감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 살아 있는 마음은 이 겨울을 버티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그 끝을 향해 나아가보자고 속삭인다.
『겨울 연습―빛, 볕, 흐름, 소리』는 저마다의 겨울을 지나는 사람들을 위한 앤솔러지로, 혹독한 시간을 건너가기 위한 상징적 방법들을 담고자 했다. 소설가 김화진과 정기현의 단편소설, 영화 평론가 정지혜와 번역가 황은주의 에세이를 통해 환한 빛과 따뜻한 볕, 또 얼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는 흐름과 소리에 대한 감각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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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소설 「앉은 자리」
“나는 네가 내가 쓴 문장에서 멈춰 서서
가슴에 손을 올리고 조금 슬픈 마음이 솟는 걸
기쁜 마음으로 맞이했으면 해.”
소설가 김화진에게는 ‘볕’, 즉 온기를 담아달라 요청했다. 독자는 작품 속에서 선명한 볕 조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후의 볕과 그것이 몰고 오는 잠기운, 불면을 앓는 이에게 권하는 데운 팥 주머니, 달콤한 팥죽 한 그릇과 덕분에 무겁고 따뜻해진 뱃속 같은 것들을. 하지만 조금 더 눈여겨 살펴본다면 약간 다른 결의 온기도 느낄 수 있다. 한 인물의 내면에 담겨 있던 잘 살고 싶다는 열망, 그 잔열을. 이 미세한 열기는 주인공 수이가 품은 감정의 온도이기도 하다. 곁에 없는 존재에게 자꾸 말을 걸 때, 그 마음은 사랑일까, 우정일까. 혹은 미안함일까. 김화진은 그 관계에 이름을 붙이는 대신, 뜨겁다고도 차갑다고도 말할 수 없는 미묘한 온기를 계속해서 풀어놓는다. 그저 온전히 느껴보라는 듯.
정지혜 에세이 「플로모션」
“물은 이길 수 없어요. 물은 이기는 게 아니에요.
물과 함께 흘러가야죠. 그렇게 물을 타 넘어야죠.”
영화 평론가 정지혜에게는 ‘흐름’을 주제로 에세이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정기현 첫 소설집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의 해설을 통해, 언어로 붙잡을 수 없는 대상을 거칠게 포획하려 하지 않고, 그를 향해 가만가만 나아가는 문장을 선보였던 그는 이 글에서도 문장들이 자연스레 리듬을 띠며 흘러가도록 이끈다. 그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유년 시절의 물웅덩이를 한없이 바라보게 되고, 즉흥적으로 서로의 몸이 만나고 접촉하며 움직이는 활동인 즉흥 접촉(Contact Improvisation)의 동작에 몸을 맡기게 되며, 마야 데렌, 아녜스 바르다, 기욤 브락, 린 램지, 크리스티안 페촐트, 오다 가오리 등의 영화 속 물 이미지들에 스미게 된다. 그렇게 이 글은 독자를 다시 몸과 마음의 움직임으로 이끌며, 자신만의 리듬을 발견하게끔 만든다.
정기현 소설 「밤나무 가지에 이름 모를 해조가」
“세상엔 참 재미난 일도 많지요.
걱정과는 달리 밥도 잘 해 먹고 잠도 푹 자고 그랬어요.
꿈도 하나 안 꾸고 아주 푹.”
소설가 정기현에게는 ‘빛’이라는 키워드를 건넸다. 그는 빛 광(光) 자에 볕 양(陽) 자를 쓰는 도시 ‘광양’을 배경으로 그가 가장 잘하는 일, 일상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이 작품에서 독자가 마주하는 빛은 이런 모양이다. 퇴사를 앞둔 동료와의 마지막 점심시간에 사내 휴게실로 비쳐 드는 빛 그림자, 휴가를 내고 낮잠을 잘 때 발을 달구는 햇빛. 정기현은 일하는 사람의 깊은 피로감을 다정한 빛으로 어루만진다. 그러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광양의 명물 ‘김 동상’을 통해 번쩍, 하고 빛을 쏜다. 그 순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쩐지 중요한 변화를 겪은 듯한 인물을 바라보며 독자는 어떤 해석을 할까? 그 답은 독자 자신만의 빛이 되어주리라.
황은주 에세이 「피아노 화덕」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한 이 순간이 머지않아 과거가 될 것이고,
이 충만한 현전에 하나 둘 구멍이 나기 시작할 거라고.
우리의 행복은 덧없기 때문에 아름답고, 덧없기 때문에 영원한 거라고.”
번역가 황은주에게는 ‘소리’를 제안했다. 겨울을 나는 동안 듣기에 좋은 음악을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한 것. 이 에세이에서 독자는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D.664나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모음곡 《사계》 중 〈12월: 성탄 연휴〉 같은 피아노곡들을 만난다. 그러나 겨울의 ‘소리’에는 울음소리 또한 포함된다. 그는 우울증을 겪던 시기, 리흐테르의 연주를 들으며 오열한 경험을 고백한다. “우울증을 겪는 것은 시련이지만, 거기에는 건강한 사람들의 단순하고 실용적인 정신이 구태여 보려 하지 않는 것들을 보고 생각하게 되는 인식적 힘이 있다”고 회상하며, 가장 아름다운 낙천성은 슬픈 사람의 낙천성이라고 덧붙인다. 독자는 이 소리들 중 무엇을 간직하고 싶어질까? 어쩌면 이 에세이가 지닌 명랑한 목소리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
빛과 볕, 흐름과 소리를 손에 쥐고
건너는 겨울의 기록
그런 시조가 있지 않나. 밤이 가장 긴 동짓날, 그 밤의 허리를 잘라 간직해두었다가 연인이 오는 밤, 영원하길 바라는 그 순간에 밤의 조각을 꺼내 이어붙여 펴보겠다는. 겨울을 겪고 있는 누군가가 이 앤솔러지를 읽으며 빛, 볕, 흐름, 소리가 담긴 문장들을 손에 쥐고 그 시간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면 기쁠 것이다.
구연아 나는 네가 내가 쓴 문장에서 멈춰 서서 가슴에 손을 올리고 조금 슬픈 마음이 솟는 걸 기쁜 마음으로 맞이했으면 해. 내가 쓴 문장에 오래 머물러 흔들린 너의 마음을 어떻게든 만져보려고 마음에 손을 넣고 이리저리 휘저어봤으면 해. 네가 그렇게 잠시 멈춰준다면 바랄 게 없겠어. 그게 내 말하지 못한 비밀이야.(「앉은 자리」)
뱃속 깊숙한 곳에도, 마음이 있더라. 발끝과 손끝에도, 이마와 등에도 마음이 뛰더라. 언제 또 이렇게 스튜디오 맨바닥에 냅다 드러누워 마음 가는 대로 몸을 움직이며 몸과 마음의 상태에 집중해볼까. 낯선 이들과 마구 뒹굴고, 낯선 몸들을 타 넘고, 낯선 존재들을 경계 없이 느끼겠는가. 언제 또 땀 흘리며 열 내며 몸과 호흡의 흐름과 에너지에 집중하겠는가.(「플로모션」)
왜 좋은 것은 영원할 수 없을까! / 응 아무래도 좋은 것은 영원할 수 없지. 그런데 바꿔 말해볼 수도 있다. / 영원할 수 없어서 좋은 것이다? / 응 이미 잘 알고 있구나…… / 그럼. 우리는 모두가 모두의 생각을 알지. / 응 우리는 합창하듯 대화하니까. / 질문하는 김과 대답하는 김이 이내 같아지고. / 응 그렇게 모두를, 모든 것을 알 것 같은 기분.(「밤나무 가지에 이름 모를 해조가」)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지혜
영화 평론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남도영화제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비롯해 여러 영화제의 심사위원을 맡았고, 극장?미디어센터를 오가며 영화 비평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아카입』의 책임 기획 및 필자를 맡았고 하마구치 류스케의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다는 것』 한국어판에 평설을 썼으며 『영화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에 공저로 참여했다. 비평 워크숍 플로모션(flowmotion)을 운영중이다.
지은이 : 김화진
소설가. 2021년 문화일보에 「나주에 대하여」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연작소설집 『공룡의 이동 경로』, 장편소설 『동경』,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 『개구리가 되고 싶어』 등을 출간했다. 2023년 『나주에 대하여』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지은이 : 황은주
번역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과 불문학을 공부했다. 영어와 프랑스어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창공의 빛을 따라』 『리스펙토르의 시간』 『제자리에 있다는 것』 『루소의 식물학 강의』 『다가올 사랑의 말들』 『자살의 연구』(공역) 등이 있다.
지은이 : 정기현
소설가. 2023년 문학 웹진 『림LIM』에 「농부의 피」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을 출간했다. 2025년 「슬픈 마음 있는 사람」으로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목차
김화진 소설 앉은 자리 7쪽
정지혜 에세이 플로모션 55쪽
정기현 소설 밤나무 가지에 이름 모를 해조가 91쪽
황은주 에세이 피아노 화덕 129쪽
황예인 에디터노트 밀크티 시즌 1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