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혜경』은 한국현대미술선 67번째 권으로, 30년 넘게 ‘딸’, ‘아내’, ‘엄마’라는 이름과 ‘예술가’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치열하게 줄타기해 온 작가 이혜경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책이다. 양장점을 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체득한 섬세한 감각과 천 조각들을 오리고 붙이는 꼴라주 기법을 통해, 작가는 밥, 가방, 집, 가족 등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따뜻하고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승화시킨다.
초기작인 <자화상>, <빨래널기> 등 가사 노동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뇌가 담긴 작품부터, 가족을 위해 헌신한 시간을 상징하는 <밥> 시리즈, 그리고 2024년 해남으로 떠난 소풍을 계기로 붉은 황토와 푸른 배추밭, 꽃들이 만발한 자연을 화폭에 담아낸 최신작 <소풍>, <산책> 시리즈까지 작가의 예술적 여정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이승미 행촌미술관장, 김진아 작가, 그리고 딸 박영서 등의 다채로운 에세이와 평론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한 여성 예술가가 일상의 무게를 견디며 마침내 자신만의 ‘소풍’을 떠나기까지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노동과 헌신으로 점철된 ‘아줌마’의 삶이 어떻게 예술이라는 빛나는 보석으로 거듭나는지, 그 감동적인 변화의 기록을 만나보시기 바란다.
출판사 리뷰
가족을 위해 밥을 짓던 손으로, 이제는 자신을 위한 꽃을 피우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헌신 위에서 자라납니다. 이 책은 가족의 끼니를 걱정하고 집안을 쓸고 닦느라 자신의 꿈을 잠시 유보해두었던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바치는 헌사입니다. 이혜경 작가는 밥그릇에 진주알과 꽃을 가득 채워 넣으며, 반복되는 가사 노동을 숭고한 예술 행위로 치환합니다. 그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둥글둥글한 몸매의 아줌마들과 손목에 걸린 작은 가방은 우리네 어머니, 혹은 나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공감과 뭉클한 위로를 자아냅니다.
특히 이 책은 작가가 해남의 자연과 마주하며 겪은 예술적 해방의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합니다. 밥그릇과 집안일에 갇혀 있던 시선이 넓은 들판과 바다, 만발한 꽃들로 확장되면서 터져 나오는 색채의 향연은, 삶의 무게에 지친 우리에게 "이제 당신도 소풍을 떠날 때"라고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가장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가장 빛나는 예술을 길어 올린 이혜경 작가의 작품집을 통해, 당신의 일상도 따뜻한 위로와 새로운 영감으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딸이 엄마에게, 혹은 엄마가 자신에게 선물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입니다.
이혜경의 예술세계는 예술가 이혜경의 삶을 넘어, 여성 예술가에게 요구되어온 역할과 기대의 구조를 조용히 드러내고 있다. 그녀는 미술대학 지망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림 그리는 일'을 스스로 삶의 중심에 두어왔으나, 여성 예술가로 살아온 그녀에게 추가된 다른 이름들, '딸', '아내', '엄마'는 예술가로서의 욕망과 의지와 지속적으로 충돌하며, 한편으로는 의지하며 지속 되었다. - 이승미(행촌미술관장), 「'엄마, 소풍가다'_여성 예술가 이혜경의 회화 다시 읽기」 중에서
세상 이쁜 것들과 귀한 것들을 살뜰하게 챙겨 밥 한 공기를 짓고 그려낸 '이혜경 작가'의 '고봉밥'은 보는 순간, 심장을 환하게 물들인다. 수북하게 쌓아 올린 밥알마다 복을 빌어주고 오불오불 거리는 애틋한 마음이 담긴 밥알들 사이사이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엄마의 사랑이 보이기 때문이다. 진주알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 흰 쌀밥으로 거듭난 밥 한 공기는 여자들의 일생을 압축시킨 작품이자 영롱한 시 한 편이었다. - 김진아, 「마음의 모서리까지 행복해지는 '밥'」 중에서
여자가 어른이 되면 아줌마가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 아줌마는 아줌마로서 자신을 풀어나간다. 남자나 여자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를 넘어선 존재로서 말이다. 누구나 살림을 하지만, 아무나 살림을 풀지는 못한다. 살림을 풀어 아줌마가 되어가는 일, 그 일을 오늘 우리는 본다. - 유영희(철학자), 「아줌마, 살림을 풀다」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혜경
1963년 수원에서 태어나 덕성여자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양장점 집 딸로 자라며 익힌 직관적인 색감과 바느질, 꼴라주 기법을 회화에 접목하여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초기에는 여성의 가사 노동과 일상을 주제로 한 <집사람>, <밥> 시리즈 등을 통해 '엄마'와 '아줌마'로서의 삶을 예술로 풀어냈으며, 최근에는 해남 레지던시 활동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치유를 담은 <소풍> 시리즈로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대안공간 눈, 행촌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으며, 일상의 파편을 꿰매어 삶의 온기를 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