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가까운 사람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사랑과 서운함 사이를 오간다. 관계의 어긋남과 마음의 간격을 되묻게 되는 자리에서 한 남자의 순례 기록이 시작된다. 휠체어를 탄 형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으며, 같은 길 위에서 서로의 속도를 다시 배워가는 시간을 담았다.
현역 해병 상사였던 저자는 모든 휴가를 모아 43일의 여정에 나섰다. 두 발과 네 바퀴가 같은 길 위에 서는 일, 형의 속도에 보폭을 맞추는 일은 단순한 동행이 아니었다. 계단과 턱, 침묵과 오해를 지나며 두 사람의 관계는 흔들리고 다시 이어진다.
순례길의 철의 십자가 앞에서 연평도 포격전 전사 장병의 명찰을 내려놓는 장면까지, 이 기록은 강함을 찬양하지 않는다. 오래 붙들어 온 ‘강해야 한다’는 믿음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 그리고 끝까지 무엇을 놓지 않으려 했는지를 조용히 묻는다.
출판사 리뷰
가까운 사람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지 않나요? 우리는 사랑하면서도 화를 내고, 고마우면서도 부담을 느끼는 사이를 오가며 살아갑니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아이가 남긴 흔적을 치우다 보면 문득 숨이 내려앉는 저녁, 답장 하나에 하루의 감정이 뒤집히던 연애 시절, 부모님의 안부 전화가 반갑기보다 업무에 눌린 하루 끝에서 잠시 버겁게 느껴졌던 순간들. 서운함과 미안함이 뒤엉켜 ‘어디서 어긋나기 시작했을까’를 되묻게 되는 그 자리 위에, 이 책은 살며시 손을 올려놓습니다.
당시 현역 해병 상사였던 저자는 모든 휴가를 모아 43일의 국외 여정에 들어갔습니다. 휠체어를 탄 형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기로 한 결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이라 불렀고, 시간이 흐르며 ‘형님’이 되었으며, 끝내 ‘형’이라 부르게 된 사람과의 길이었습니다. 그와의 떠남은 군대의 규율과 가족의 책임, 조직의 질서를 잠시 내려두고 한 사람이 품은 의지 앞에 서 보기로 한 일이었습니다. 두 발과 네 바퀴가 같은 길 위에 선다는 것. 비포장 흙길과 긴 오르막을 함께 넘는다는 것. 그것은 말처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형의 속도에 발을 맞춘다는 건 보폭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래 익숙해 온 걸음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순례길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여러 번 흔들립니다. 한 사람은 감정을 안으로 눌러 담았고, 다른 한 사람은 말을 꺼내기까지 긴 시간을 건너야 했습니다. 같은 말도 서로 다른 온도로 스며들었습니다. 계단 몇 칸, 식당 의자 사이의 간격, 도로의 턱 같은 구조물들은 극복하지 못할 장애라기보다 잠시 멈추게 하는 장면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진짜 간격은 눈에 보이는 곳이 아니라 침묵 속에서 벌어졌습니다. 이어지지 않는 말과 길어지는 침묵 속에서, 그는 혼자 의미를 덧붙이고 있었습니다. 이게 당연한 일인지, 괜히 예민해지는 건 아닌지, 말해야 하는지 말하지 말아야 하는지 스스로를 여러 번 검열하는 사이, 틈은 조금씩 깊어졌습니다.
앞서기도 하고, 뒤에서 속도를 맞추기도 하는 동안 물리적 거리는 좁혀졌지만 마음은 쉽게 닿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발걸음과 바퀴의 진동은 완전히 등을 돌리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문득 이렇게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내 곁의 사람과 같은 속도로 걷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을 품은 채 걷던 어느 날, 순례길의 한가운데, 철의 십자가 앞에서 그는 가방에 달아온 작은 명찰을 떼어 들었습니다. 연평도 포격전에서 전사한 장병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었습니다. 수백 킬로미터의 바람과 흙먼지를 지나며 색은 바래고 가장자리는 닳아 있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십자가 기둥에 조용히 기대어 두었습니다. 손끝에 남은 거친 결을 쓸어보며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멈춰버린 시간 하나를 이곳에 잠시 세워 두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켰습니다.
『너니까 하는 거야-함께 간다, 끝까지』는 누군가와 나란히 걷는 동안 드러난 마음의 결을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강함을 찬양하지도, 극복을 선언하지도 않습니다. 오래 붙들어 온 ‘강해야 한다’는 믿음이 관계 안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무엇을 끝내 놓지 않으려 했는지를 담아냅니다.
끝까지 버틴 사람의 기록이 아니라, 끝까지 지워지지 않으려 했던 한 사람의 시간입니다.
삶은 덜어내기보다 쌓여갑니다. 함께 걷기 위해 고른 선택들은 그 위에 겹쳐집니다. 누군가의 속도를 살피며 마음을 낮춰 본 적이 있다면, 이 이야기는 쉽게 지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출판사 서평
우리는 오랫동안 '잘 버티는 사람'이 되기를 배워왔다. 조직은 책임을 강조했고, 관계는 이해를 요구했으며, 사회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태도를 성숙이라 불러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기준에 대해서는 거의 묻지 않았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멈춘다. 오래 버티는 삶이 아니라, 무엇을 지키며 버틸 것인가를 다시 묻는다.
『너니까 하는 거야-함께 간다, 끝까지』는 그 질문을 다시 꺼내는 책이다. 강함을 찬양하지도, 극복을 선언하지도 않는다. 대신 우리가 오래 붙들어 온 '강해야 한다'는 믿음의 방향을 차분히 되짚는다. 오래 버티는 사람을 더 믿음직하다고 여겨온 기준, 참고 견디는 일을 성숙이라 불러온 관성, 배려하는 동안 점점 희미해지는 자신의 자리까지.
이 책은 순례의 기록에서 출발하지만 성취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속도를 맞춘다는 것은 누군가를 대신해 주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지우지 않는 방식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움은 앞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라, 곁에 남아 보폭을 맞추는 움직임으로 그려진다. 완주의 환호 대신 멈춰 서서 방향을 다시 묻는 장면들이 반복되며, 강함의 기준은 조금씩 이동한다. 끝까지 버티는 힘에서, 관계 안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기준으로. 강함은 오래 견디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끝내 내려놓지 않을지 스스로 정하는 결단에 놓인다.
이 책이 향하는 독자는 분명하다. 늘 먼저 감당해 온 이들, 무너지지 않는 것이 의무였던 이들, 괜찮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스스로를 뒤로 미뤄온 이들. 하루는 끝났지만 집 문을 닫는 순간에야 어깨가 무거워졌던 이들. "괜찮다"는 말을 건넨 뒤, 혼자 남은 자리에서 마음이 낮게 가라앉던 이들.
이 책은 위로로 마무리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 앞에 질문을 남긴다. 버티는 일은 언제부터 스스로를 지우는 일이 되었는지, 강함은 단단함이 아니라 방향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끝까지 붙들어 온 기준은 과연 우리의 것이었는지.
당신이 붙들고 있던 강함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그 안에, 당신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
"끝까지 걷는다는 건 완주가 아니다. 그 길에서 함께 울고, 함께 기다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잊지 않는 일이다."
800km의 끝에서 저자가 세운 기준은 도착이 아니었다. 함께 있기로 한 선택, 그 선택을 매 순간 다시 확인하는 일. 걸음마다 흔들렸지만, 그래서 더 단단해진 약속이었다.
"형이 들어갈 수 없다면, 나도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우리가 택한 경건은 안쪽이 아니라, 닫힌 문 앞에서 서로를 남겨 두는 방식이었다."
800km를 걸어 도착한 산티아고 대성당. 그러나 휠체어는 들어갈 수 없었다. 저자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완주의 감격보다, 함께 멈추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 장면은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기준 위에 서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도움은 해 주는 일이 아니라, 곁에 남아 리듬이 먼저 오가게 두는 일이었다."
비포장 흙길에서 바퀴가 빠지고, 오르막에서 숨이 거칠어질 때. 저자는 손을 먼저 내밀지 않았다. 대신 형의 리듬을 기다렸다. 앞에서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곁에 남아 보폭을 맞추는 것. 그것이 관계 안에서 서로를 지우지 않는 방법이었다.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죠. 그래도 안 되면, 친구가 일으켜 줄 거예요."
형이 순례길 위에서 건넨 이 한마디에 두 사람의 관계가 담겨 있다. 넘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래도 옆에 있겠다는 선택. 서로의 한계를 알면서도 함께 걷기로 한 그 약속이 800km를 가능하게 했다.
"강함은 혼자 버티는 완고함이 아니라, 함께 흔들리는 순간에도 끝내 무너지지 않는 유연함이었다."
트럭이 오가는 아스팔트 위에서, 순례자 전용 흙길 대신 돌아가야 했던 현실 속에서. 저자는 강함의 뜻이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혼자 견디는 힘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곁을 지키는 일이 진짜 강함이었다.
"두 분은 어떤 사이세요?-우린 친구랍니다. 올드 프렌드, 영 프렌드."
나이도, 처지도 다른 두 사람. 순례길의 누군가가 던진 질문에 형이 웃으며 답했다. 800km의 길 위에서 그들 사이를 규정한 것은 조건이 아니라, 함께 선택한 시간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신현승
20년간 해병대 부사관으로 복무했다. 명령보다 앞서 책임을 붙들었고, 흔들림이 허락되지 않는 자리에서 버티는 시간을 통과해 왔다. 사람들은 그를 강한 사람이라 불렀다. 그 말이 쌓일수록 그는 오히려 한 발 물러나 자신을 뒤에 두었다."나는 왜 늘 마지막에 나를 두는가."2023년, 그는 모든 휴가를 모아 휠체어를 밀며 산티아고 순례길 800km에 들어섰다. 비포장길에서는 바퀴가 빠지지 않을 틈을 찾고, 오르막에서는 숨의 간격을 나누며 속도를 맞췄다. 방향은 같았지만 속도는 달랐다. '함께'라는 말은 누군가를 대신해 짊어지는 결심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무게를 인정한 채 같은 쪽을 바라보는 선택에 가까웠다.길 위에서 돌아온 뒤에도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출근 시간, 같은 보고, 같은 명령. 그는 다시 조직의 시간표 안에 섰다. 달라진 것은 단 하나였다. 질문을 더는 미루지 않았다는 사실.그 질문은 결국 문장으로 향했다. 오래 버티는 일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간이 있었고, 책임의 이름으로 밀려났던 자신을 다시 불러 세울 언어가 필요했다. 글은 감정을 털어놓는 배출구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우지 않기 위해 남겨 두는 자리였다. 누군가의 등을 밀어주는 문장을 쓰기 전에, 먼저 자신의 발이 딛고 설 땅을 확인하는 일이었다.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았다. 야근과 당직이 겹친 날이면 글은 가장 먼저 밀려났다. "이게 내 한계인가." 쓰다 멈추기를 반복했고, 멈출수록 문장은 더 짧아졌다. 짧아진 문장 사이에서 그는 깨달았다. 오래 버티는 방식만으로는 자신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견디는 시간을 늘리는 대신, 남겨 두어야 할 것을 정하기로 했다. 스스로를 지우지 않는 쪽으로.2025년 전역 후 그는 고철 현장에서 한낮을 보낸다. 절단기의 불꽃이 튀고, 쇳덩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손에 남는 것은 금속의 진동과 무게다. 쇳덩이를 옮길 때마다 팔과 어깨에 힘이 실리고, 그 무게는 하루의 길이를 가늠하게 한다. 그 자리에서 그는 생각한다. 사람을 지치게 하는 건 약함이 아니라, 멈춰 설 기준 없이 흘러가 버리는 시간일지도 모른다고. 밤이 되면 그는 책상 앞에 앉아 낮에 미뤄둔 문장을 다시 꺼낸다. 낮에 들었던 쇳소리와 밤의 고요가 겹치는 자리에서, 그는 다시 자신의 이름을 적는다.그의 글은 성공담이 아니다. 극복을 외치는 구호도, 개인의 의지를 치켜세우는 이야기도 아니다. 대신 구조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오래 버티는 일을 미덕으로 배워왔는가. 책임과 기대가 겹쳐질수록, 왜 가장 먼저 자신을 접어두는가.《너니까 하는 거야-함께 간다, 끝까지》는 완주를 증명하려는 기록이 아니다. 속도가 다른 사람과 나란히 걸으며, 끝내 자신의 걸음을 놓지 않으려 했던 시간에 더 가깝다. 이 책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써온 사람들의 자리에서, 우리가 무엇을 붙들고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묻는다. 버티는 일은 언제부터 자신을 지우는 일이 되는가.당신은 지금, 누구의 기준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는가. 그 하루 속에, 당신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PART 1 · 함께라는 말의 시작
사우나에서 시작된 작은 질문
길 위에서 마주할 답
길을 준비하는 마음의 시간
PART 2 · 함께 걷는다는 것의 현실
관계는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
다른 속도, 다른 방향
우연의 얼굴, 마음의 시선으로
길 위의 선택, 함께 간다는 것
PART 3 · 다름을 이해하는 시간
한계를 넘어, 피레네
동행의 끝, 혼자 걷는 법
홀로 걷는 시간, 나와 마주하다
순례길이 아니면 길이 아닐까
속도를 맞추는 법
아직, 용서할 수 없기에 걷는다
휠체어, 버팀의 끝에서
라면 한 그릇, 같이 먹을 수 있을까?
마음이 먼저 미끄러질 때
예기치 않은 정지선
같은 곳을 향하여
PART 4 · 길 위에서 마주한 세계
이곳은 우리를 위한 곳이 아니다
통과하지 못한 600m
서툰 마음을 안고 걷는다
나는 함께 걷는 사람인가?
길을 잃는 것도, 결국 길의 일부다
길 위에서 우리는 "함께"일까?
순례자의 길, 도전자의 길
기억되는 것
라면 하나에 담긴 온기
우리는 함께 가고 있었을까?
"형은 말없이, 나는 말로"
관계의 고민, 함께 걷는 일
부딪침을 피한다고 갈등이 사라지는 걸까?
PART 5 · 익숙함의 끝에서, 이별을 배우다
철의 십자가, 기억의 무게
멈추지 않는 법
예상치 못한 순간, 관계는 변한다
순례길에서 마주한 뜻밖의 선물
길 위에서, 경계를 넘어
기억될 수 있다면
사랑은 길을 따라 흐른다
사랑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어려운 것
돌봄의 무게를 견디며, 나를 돌아본 날
함께, 그 말의 무게
기묘한 동행, 그리고 약속
PART 6 · 서로의 걸음으로 완성되는 길
길 위에서, 함께 걷는 법
익숙해질 때, 이별이 다가온다
오늘이다. 순례길의 목적지
마지막을 조심해야 했다
도착, 그리고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
친구라는 말이 남긴 자리
이 책을 읽을 당신에게
에필로그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