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오스트레일리아, 베트남, 일본, 중국, 한국 시인들이 한 권의 앤솔러지 안에서 함께 시의 여행을 이어가는 『시평, SIPYUNG』 57호. 《설악산 포엠 주스》 3호로 다양한 언어와 시적 감각을 모았다.
설악은 『님의 침묵』이 탄생한 장소로, 한국 시의 중요한 지점을 형성한 공간이다. 이번 호는 간행 백 주년을 기념하며 설악과 금강 주변에서 태어난 작품과 시적 전통을 함께 조명한다.
230여 장의 사진과 함께 설악의 풍경과 시를 엮어, 언어와 기억, 삶과 역사가 교차하는 자리를 담았다. 국내외 시인들의 작품과 동인 활동이 어우러진 시 앤솔러지다.
출판사 리뷰
자기 마음 하나의 달을 가지고 응조(凝照)하며 언어를 다듬는 꿈
『시평(詩評), SIPYUNG』 57호이자 《설악산 포엠 주스》 3호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피터 보일(Peter Boyle) 엠티씨 크로린(MTC Cronin) 아멜리아 월커(Amelia Walker) 시인, 베트남의 마이 반 펀(Mai Vn Phn) 응웬링키에우(Nguyn Linh Khiu) 카잉찌(Khnh Chi) 호앙리엔썬(Hong Lin Sn) 시인, 일본의 가와즈 기요에(河津聖) 고이케 마사요(小池昌代) 미야타 나오야(宮田直哉) 사이토 미쓰구(藤貢) 시인 등을 초청했다,
특히 중국 상하이의 두오엘(而) 풀리밍(傅黎明) 리홍타오(李洪)송치위안(宋憩) 4인 시인은 2024년에 결성된 상하이의 ‘새로운 시의 힘(新詩力)’의 동인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시 동인 ‘12+’가 《설악산 포엠 주스》 안에서 기이한 창간호를 내게 되었다. 김묘숙 김백형 김이안 박현주 이기린 이정훈 정우림 정준화 8인 시인이다. 이곳에 참가한 시인들은 한 권의 앤솔러지 안에서 동인 아닌 동인으로서 함께 시의 여행을 하게 되었다.
설악은 만해 한용운이 99년 전에 『님의 침묵(沈默)』을 탈고한 산이다. 백두대간의 주봉인 설악에서 1926년에 『님의 침묵』이 탄생한 것은 우리 시의 최고의 경사였다. 지금 다시 읽어도 그 ‘적은 길’을 찾아 걷게 되는 「님의 침묵」은 이 땅의 모든 세대에게 남긴 만해의 마지막 고별 시였다.
아울러 김시습과 일연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님의 침묵』(1926) 간행 백 주년을 영북에서 자축하며 설악 금강 주변에서 태어난 7편의 명편을 모았다. 「신결천입지新決泉入池 원유고안재중爰有孤在中」 「님의 침묵」 「구룡폭포」 「칡넝쿨」 「목마와 숙녀」 「절간 이야기 27」 「고향의 천정」이다. 김창흡의 작중 장소가 어딘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설악 속에서 10여 년간 고투한 조선 후기의 최고 시인이었다.
모든 시는 밤하늘을 지나가는 반달과 같은 얼굴이다. 시인의 마음은 검은 설악의 절벽 밑에서 달을 쳐다보는 어둠의 눈과 같다. 언어의 꿈은 어느 손가락으로도 지적하기 불가한 영역이다. 모든 시인을 그 속에 갇혀 있어서 무명(無名)과 작고(作故)는 동의어이다. 일상에선 만날 수 없으므로 언어로만 우리는 만난다. 어둠 속에 있으므로 밖을 더 잘 내다볼 수 있을지라도 시인은 홀로 존재하는 시간도 공간도 아니다. 모두 인연이 있어서 있다.
이번 호의 제목을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로 정한 것은 설악을 다시 보기 위함이다. 동쪽은 해가 찾아오는 아침의 바다이고 서쪽은 해가 지는 일몰의 산이다. 그는 거대한 문을 닫고 내리는 가장 고요한 시간을 선물한다. 바다는 정화의 물이고 설악은 눈을 열어준다. 설악을 사랑한 이름들은 삶과 역사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담기 위해 항상 바다와 산을 바라보며 살았다. 그런 의미에서 김진형 씨의 산문은 우리에게 흰빛을 선물한다.
찬란한 설악을 중심에 놓고 특별한 세 분의 시인을 모셨다. 뇌병변장애 시인 설미희, 뇌성마비 시인 고명숙, 지체장애 시인 서성윤의 작품은 최근의 구상솟대문학상 수상작이다. 언어의 촉수에 걸린 절망과 희망, 한계와 초월이 번득인다. 어느 시인이 이들처럼 사물과 정황을 각고하고 언어를 다듬고 시를 쓸까. 불편한 몸을 데리고서도 이토록 아름답고 절실한 언어를 토해내는 시인들에게 감사의 말을 드린다.
일상의 소란과 분진 등 숱한 장애 속에서도 해가 질 때 시의 눈 속을 찾아오는 밤이 있다, 우리를 껴안고 모든 시인이 진시(眞詩)를 저절로 말하게 해 달라고 밤에게 기도하리라. 문청과 무명, 작고 시인의 이름을 불러보며 자기 통로를 찾아 응조(凝照)하며 언어를 다듬는 꿈이 영원한 것임을 깨닫는다. 무명과 작고란 말이 시와 언어의 본질에 해당하며 모든 시인이 돌아가야 하는 고향과 미래의 이름이기도 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구절이지만 설악의 꿈과 정경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님의 침묵」의 제2행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설악산 포엠 주스》 제3호의 표제로 삼았다. 230여 장의 사진을 실은 《설악산 포엠 주스》 제3호가 하나의 작은 의미가 되고 시인들에게 기억이 되길 바란다.
목차
서(序)
자기 마음 하나의 달을 가지고 응조(凝照)하며 언어를 다듬는 꿈 4
설악(雪嶽)의 시인 7인선
신결천입지新決泉入池 원유고안재중爰有孤在中 / 김창흡(金昌翕) 13
님의 침묵(沈默) / 한용운(韓龍雲) 15
구룡폭포(九龍瀑布) / 조 운(曺雲) 17
칡넝쿨 / 조영출(趙靈出) 18
목마(木馬)와 숙녀(淑女) / 박인환(朴寅煥) 20
절간 이야기 27 / 조오현(曺五鉉) 22
고향의 천정(天井) / 이성선(李聖善) 25
다시 보는 설악산
설악의 침묵 속에 피어난 연가 / 김진형(金鎭灐) 28
오스트레일리아 3인 시편
거꾸로 가는 생일들 / 피터 보일(Peter Boyle) 36
유리 곰 / 엠티씨 크로닌(MTC Cronin) 47
카우라 카운티 앤스티 힐의 배경음악 / 아멜리아 월커(Amelia Walker) 63
한국, 12+ 동인 8인 시편
편자 꽃 / 김묘숙(金妙淑) 76
삼부연폭포/ 김백형(金伯炯) 86
썸네일 스케치 / 김이안(金怡岸) 98
사랑이 텍스트를 부르러 오면 나가봐야지 / 박현주(朴賢珠) 112
회복기 / 이기린(李麒麟) 125
쏘가리, 호랑이 / 이정훈(李政勳) 135
사각보의 정원 / 정우림(鄭雨林) 146
달려라 밤나무 / 정준화(鄭俊和) 159
인도네시아 4인 시편
비밀의 친구 / 우미 쿨숨(Umi Kulsum) 170
나이 / 나나 사스트라완(Nana Sastrawan) 182
도시의 몸체, 말의 몸뚱이 / 에미 수이(Emi Suy) 190
나는 시를 쓴다 / 소시아완 레악(Sosiawan Leak) 203
한국 4인 시편
친밀한 타인 / 설미희(薛美姬) 214
운명의 기도 / 고명숙(高明淑) 222
동네에서 같이 살기 / 서성윤(徐聖潤) 233
산천어 눈빛 닮은 당신 / 김춘만(金春萬) 244
베트남 4인 시편
지독할 만큼 공정함 / 호앙 리엔 썬(Hong Lin Sn) 254
바위와 물의 사랑 이야기 / 카잉찌(Khnh Chi) 265
빗방울 / 응웬링키에우(Nguyn Linh Khiu) 276
날개를 접다 / 마이 반 펀(Mai Vn Phn) 287
일본 4인 시편
백 년의 사막 / 가와즈 기요에(河津聖) 298
나무보다 늦게 / 고이케 마사요(小池昌代) 309
추상·풍경(Abstract·Landscape) 203 / 미야타 나오야(宮田直哉 322
저녁노을팔이 / 사이토 미쓰구(藤貢) 331
중국, 신시력(新詩力) 동인 4인 시편
만가 / 두오엘(而) 344
네모 테리토리 / 풀리밍(傅黎明) 356
비밀 / 리홍타오(李洪) 367
혼인 / 송치위안(宋憩) 3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