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셔터가 눌리기 전부터,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세상이 멈춰가는 사진작가 서이에게 하와이 오아후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기록을 위한 종착지였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태온은 서이의 멈춰가는 세계를 다시 흔들어 깨운다. 파도와 하나 되어 숨 쉬는 태온의 역동적인 모습은 서이의 렌즈를 투과해 심장 깊숙이 박힌다.
찍고 싶지만 누를 수 없는 셔터, 담고 싶지만 흘러가 버리는 시간. 뮤즈라는 이름으로 묶인 두 존재는 서로를 기록하고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소설은 단순히 한 남녀의 로맨스를 넘어, 소멸해가는 육체 속에서 어떻게 인간의 영혼이 더 단단해질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찰나의 '클릭' 소리가 영원이 되는 순간을 향한, 가장 시리고도 찬란한 여정이 펼쳐진다.
출판사 리뷰
원예령의 소설 《Click》은 채도 높은 하와이 오아후섬의 해변에서 시작되어, 무겁고 차분한 현실의 공기가 흐르는 한국의 바다로 이어지는 두 영혼의 여정을 다룬다. 루게릭병으로 인해 세상이 멈춰가는 사진작가 서이와, 과거의 상실로 인해 마음이 굳어버린 서퍼 태온은 숨 쉬는 법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의 결핍을 알아본다. 이들의 만남은 찰나를 붙잡으려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쉼 없이 밀려오는 파도의 운동성 사이에서 묘한 긴장과 깊은 위로를 자아낸다.
작품은 육체가 굳어가는 비극적 현실을 단순히 슬픔으로만 소모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대신 온전히 마주하라는 서이의 철학을 통해, 규정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복잡한 결을 탐구한다. 작가는 세밀한 감각 묘사를 통해 멈춰가는 손가락 끝에 맺힌 삶의 의지와, 그 곁을 지키는 투박하고도 헌신적인 진심을 서정적으로 그려낸다.
소설 《Click》은 상실의 그림자 속에서도 기어코 피어나는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 "사랑은 아닌데 마땅히 표현할 단어가 사랑밖에 없는" 이들의 관계는 통념적인 로맨스를 넘어 영혼의 깊은 연대와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셔터가 눌리는 그 짧은 순간처럼, 우리 생의 가장 아픈 감정들조차 눈부신 기록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이별의 무게를 짊어지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숭고한 감동을 선사한다.

분명 셔터는 눌러졌다. 서이는 태온을 분명히 담아버렸다.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지만, 이미 태온은 자신 안에 깊이 찍혀버렸다.
숨 쉬는 것. 감정이 무너지고 정화되는 것. 나 자신이 나답게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 말로 다할 수 없는 내면의 고통을 대신하는 것. 그것들이 그들이 생각하는 숨을 쉬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사진을 찍는다는 것, 파도와 숨을 겹치는 것 전부 숨을 쉬는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원예령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열한 살, 소설 《트리갭의 샘물》을 읽으며 찬란한 문장의 힘을 믿기 시작했다. 어린 날의 막연한 동경은 열세 살 겨울, 예기치 않게 찾아온 우울의 심연 속에서 비로소 구체적인 사명이 되었다.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글이 건네는 온기를 직접 체험한 뒤로, 타인에게 받은 그 위로를 다시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사람이 되겠노라 다짐했다.그림만을 고집하던 아이는 이제 활자로 마음의 형상을 그리는 작가로 성장했다. 인간의 내밀한 감정과 성장의 궤적, 그리고 존재의 본질적인 의미를 탐구하며 독자의 무너지는 숨을 지켜주는 문장을 짓는다. 한 줄의 문장이 누군가의 세계를 바꾸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전할 수 있다고 믿기에, 오늘도 삶의 모든 뮤즈에게 감사를 전하며 단 한 사람을 단단하게 지탱해 줄 단어들을 고른다. 위로의 깊이가 곧 삶의 깊이가 되는 글을 쓰기 위해, 여전히 더 넓고 깊은 치유의 바다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