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서정의 본질을 구성하면서, 그것을 현대적 감각과 상상력으로 재조립한 시집이다. 이 시집은 단순히 아름다운 감정을 노래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이 생성되는 구조, 기억이 형성되는 방식, 그리고 존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섬세하게 탐문한다. 이는 시인이 지닌 언어적 감각뿐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에서 비롯된다.무엇보다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상상력의 물질화’다. 송시올의 시에서 상상력은 추상적이거나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인 사물과 결합하며, 촉감과 무게를 지닌 실체로 변환된다. 예컨대 ‘구름 세탁소’라는 이미지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삶의 시간과 기억을 세탁하고 다림질하는 물질적 공간으로 제시된다. 구름은 더 이상 하늘에 떠 있는 존재가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다룰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변환은 시인의 언어가 지닌 힘을 증명하는 동시에, 독자의 인식을 전복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
출판사 리뷰
시 읽기가 텍스트를 둘러싼 여러 맥락과의 긴장 속에서 시인이 숨겨놓은 감동을 발견하고 독자가 다채롭게 의미를 구성해 내는 역동적 대화 과정이라 할 때, 필자는 송시올의 시야말로 사물의 기원과 우주를 향한 근원 상상력의 특징을 필두로, 시의 한결같은 깊이와 서정을 지키면서도 상상력의 자유로움과 유머, 모성에 대한 묘사와 내밀한 사유의 깊이가 스스럼없이 잘 녹아있는 시라고 생각한다. 이는 이 지면에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어릴 적 고향과 친구와의 추억, 첫사랑 같은 개인적 서사를 다룬 시편에서도 한결같이 나타난다.
시인의 시는 형식과 내용, 서정과 현실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이를 적절히 변용하고 결합하는 내공을 가지고 있다. 이 탄탄하게 다져진 서정의 내공은 사물과 유적을 다루는 시편은 물론 가족 서사를 다룬 시편에서도 드러난다. 시인의 시에서 특히 어머니는 개인사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당시를 살았던 모든 부모의 전형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지점을 확보하고 있다.
서정과 상상력, 현실이 적절한 긴장과 조화를 유지하고 있는 시인의 시편이 더욱 개화하여 우리 시단의 큰 개성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믿는다.
- 손진은(시인·문학평론가)
『구름 세탁소』는 일상과 자연, 기억과 감정을 촘촘히 엮어낸 서정의 시집이다. 시인은 사소한 사물과 풍경을 통해 삶의 결을 포착하며,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비추는 상상력을 펼쳐 보인다. 구름, 숲, 바람, 꽃과 같은 자연의 요소들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존재와 시간의 층위를 드러내는 매개로 작용한다. 특히 중심 이미지인 ‘구름 세탁소’는 삶의 흔적과 기억의 얼룩을 다듬고 회복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하며, 인간 존재가 스스로를 정화하고 다시 구성하려는 내적 욕망을 은유한다.
이 시집은 공간과 계절의 흐름을 따라 전개되면서, 개인적 기억에서 출발해 모성과 상실, 그리고 존재의 근원으로까지 사유를 확장한다. 여기서 시간은 직선적으로 흐르지 않고, 감각과 기억 속에서 중첩되며 현재를 끊임없이 재구성한다. 이는 존재가 단일한 현재가 아니라, 축적된 시간의 결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나아가 시인은 세계를 대상화하기보다, 몸의 감각을 통해 세계와 접촉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러한 감각적 인식은 존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송시올은 삶의 흔적을 지우기보다 그것을 다시 만지고 다듬으며 의미를 부여하는 ‘구름 세탁소의 주인’으로서 세상의 세탁소와는 변별성을 가진다. 유머와 서정, 감각과 사유가 교차하는 이 시적 공간에서 독자는 자신만의 기억과 감정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이 시집은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품은 채, 삶의 미세한 결들을 따라 근원적인 층위를 더듬어가는 여정일 것이다.”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필)
*출판사_서평
『구름 세탁소』는 서정의 본질을 구성하면서, 그것을 현대적 감각과 상상력으로 재조립한 시집이다. 이 시집은 단순히 아름다운 감정을 노래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이 생성되는 구조, 기억이 형성되는 방식, 그리고 존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섬세하게 탐문한다. 이는 시인이 지닌 언어적 감각뿐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상상력의 물질화’다. 송시올의 시에서 상상력은 추상적이거나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인 사물과 결합하며, 촉감과 무게를 지닌 실체로 변환된다. 예컨대 ‘구름 세탁소’라는 이미지는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삶의 시간과 기억을 세탁하고 다림질하는 물질적 공간으로 제시된다. 구름은 더 이상 하늘에 떠 있는 존재가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다룰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변환은 시인의 언어가 지닌 힘을 증명하는 동시에, 독자의 인식을 전복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러한 상상력은 유머와 결합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시집의 유머는 가벼운 농담이나 장식적 요소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의 균열을 드러내는 방식이며, 삶의 비극성을 견디게 하는 장치다. 예컨대 일상의 장면들이 다소 과장된 방식으로 제시되거나, 사물들이 인간적인 감정을 지니는 순간, 우리는 그 안에서 웃음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 웃음은 단순한 유희를 넘어서,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깊이를 지닌다.
또한 『구름 세탁소』는 ‘모성의 시학’을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3부 ‘메멘토―엄마!’에 이르면, 시집은 한층 더 깊은 정서적 울림을 획득한다. 여기서 어머니는 단순한 개인적 기억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과 연결된 상징적 존재로 등장한다. 어머니의 몸, 목소리, 기억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형되면서도 지속적으로 호출된다. 이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존재의 기원을 탐색하는 시적 행위로 읽힌다.
이와 함께 주목할 것은 ‘시간에 대한 감각’이다. 이 시집에서 시간은 직선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현실이 교차하며, 시간은 하나의 층위로 겹쳐진다. 예컨대 어린 시절의 기억이 현재의 장면 속으로 스며들거나, 사소한 사물이 과거의 감정을 불러오는 순간, 시간은 단절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시간의 구조는 시집 전체에 깊이를 부여하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연에 대한 감각 또한 이 시집의 중요한 축이다. 숲, 나무, 바람, 물, 동물 등 자연의 요소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적 주체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존재들이다. 특히 자연은 인간의 감정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적인 생명성을 지닌다. 이러한 자연 인식은 인간 중심적 시각을 벗어나, 세계를 더 넓은 차원에서 바라보게 한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이 시집은 주목할 만하다. 송시올의 시는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정교한 리듬과 구조를 지니고 있다. 문장은 때로 길게 흐르다가도, 끊기며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 이러한 호흡의 변화는 시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독자의 읽기 경험을 풍부하게 만든다.
특히 이 시집에서 눈여겨볼 것은 ‘언어의 촉각성’이다. 시인의 언어는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다. 독자는 시를 읽는 동시에 그것을 ‘느끼게’ 된다. 이는 현대시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감각적 경험을 다시 복원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구름 세탁소』는 ‘삶을 견디는 방식’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다. 그것은 거창한 철학이나 선언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소한 장면, 작은 사물, 미세한 감정들을 통해 삶의 본질에 접근한다. 이 시집이 지닌 힘은 바로 이러한 미시적 시선에서 비롯된다. 이는 서정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그것은 전통적 서정의 감수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상상력을 결합하여 독창적인 시 세계를 구축한다. 그러므로 독자에게 단순한 감동을 넘어,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시선은 우리에게 삶을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구름 세탁소’라는 문을 닫는 순간, 독자는 아마도 자신만의 ‘구름 세탁소’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기억을 다리고, 감정을 말리고, 삶의 주름을 펴는 그 공간. 송시올의 시는 바로 그곳으로 우리를 조용히 이끌고 있다.
1부 불국사 거居
엠보싱 숲속나라
둥글게 둘둘 말린 숲을 펼쳐 본다
집들이로 받은 삼십 개들이 화장지
올록볼록 엠보싱 무늬를 풀어내니
푸드득 잠을 깨고 일어나는 나무들
온 사방에 나른한 기지개 소리가 온방 가득 퍼진다.
구름과 햇살이 보송보송 이룬 물결
나무 그늘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자
놀란 전나무 잣나무 상수리나무
빽빽한 숲우듬지들 허공으로 화들짝
멧새 되새 떼 폭죽으로 띄워 올린다
방안에 자욱이 날갯짓 소리
옷을 벗고 저 숲으로 들어가 나도 드러누워 볼까
두 발가락 사이로 흘러가는 물소리와
겨드랑일 간질이며 지나가는 바람 소리
한 번 두 번 감아쥐는 내 손아귀 깊은 곳에서
쏴아 쏴아 여름 매미가 울고
한때 나도 한 그루 나무였던 적 있다
골짜기마다 숲을 이룬 손을 펼쳐
나이테처럼 둥그렇게 말린 나를 천천히 펴본다
손바닥에 푸른 수액이 출렁거린다
첨성대
저 스스로 빈 꽃병 속에
하늘을 마주하는 우주를 꽂아 놓았다.
뿌리에서 우듬지까지 좌르르
삼백예순두 개의 돌로 나이테 굴리며
천상의 은하구 사다리 타고 걸어오는 별들
숲을 떠밀던 새들의 지저귐으로
구름의 언저리를 떠돌던 바람 소리로
지구의 옆구리에서 빛나는 행성들처럼
저 홀로 은하 건너 안드로메다까지
남동쪽으로 네모난 창하나 걸어두고
은하 물 맑게 부셔 바라보고 싶은 듯
아득히 돌아오지 않는 별들을 기다린다.
초승달 반을 채워 보름 지나 그믐으로 돌아
둥근 지구를 반 바퀴 돌아가는 달에게
자잘한 꽃씨도 뿌려보고 싶은데
일 년 열두 달 남은 이십사절기의 길흉을
오롯이 하늘의 천川이라고
한 동이 물병이라고
수많은 별꽃 오들오들 피어있다.
불국사 거居
성소聖所에 서면
가는귀 씻어 엿듣는 산색山色이 있다
유독 햇살 넉넉하고 바람 고요한 거居
부푼 돛을 올리듯 귀퉁이 청아한 무영탑
다보탑을 마주하고 두 손 모아 합장하니
물빛 풍금 소리 은은하듯 온화해지고
마당귀에 앉아 먼 길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동안
탁목조 한 마리가 산해경山海經을 읽듯
타종 소리는 토함 자락을 말아 서라벌 두드린다.
감쪽같은 염원이 대청 스님 목어 속으로
맑게 흘러 치받아서 내는 경經 소리로
숱한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동안
빛나는 염불이 머리 흔들며 일어서고
적요가 그윽하게 바라보기 때문인가
천년을 돌던 인연이 비치지 않은 그림자
도리천으로 가는 길만 층층으로 터 줄뿐
청정한 향기로 천공天空을 치켜세우는
노회한 노송 몇 그루 귀도 순해져
문득 몸 안에 배흘림의 행간으로 서서
산색山色이 화엄이라고 붓을 헹구듯 바람 소리
처마 끝 풍경이 경經 소리로 낭랑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송시올
1963년 충청남도 논산 출생2004년 포항 불빛축제 장원 수상 후 작품 활동 시작2022년 『문학청춘』 시부문 신인상 등단
목차
1부 불국사 거居
엠보싱 숲속나라·12
첨성대·13
불국사 거居·14
가을 삽화·16
핫! 핑크·17
숲, 계림·18
꽃·20
총각 꽃집·22
곤줄박이 우체통·24
고궁 집·26
재개발 5번지·27
그 기차역·28
어스름·29
2부 봄날에
구름 세탁소·32
봄날·34
봄비·35
분수·36
검은 봉지 속 고구마·38
퍼포먼스·39
고추잠자리·40
낙타의 선물·42
경주, 보문호·43
꼬. 끼. 오·44
소멸시효·46
수박·47
우주 정거장·48
3부 메멘토―엄마!
메멘토―엄마!·52
물결 밀치는 파도 소리·54
어머니의 호박·56
게오르규 25시·58
날 수 있어·59
능소화·60
눈이 부시다·62
영일만을 바라보며·64
영정사진·66
그린비·68
숨비소리·70
등대는·72
경배·74
4부 sunshine, 청둥오리
sunshine, 청둥오리·76
스위치백·77
고로쇠나무·78
떠나는 손·79
마음껏·80
휘파람·81
초등 동창회·82
단추·84
당선작·85
길을 따라·86
거울아, 거울아·88
심연·90
강의실에서·92
해설 | 손진은_서정에 바탕을 둔 상상력과 유머, 그리고 모성·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