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끝없이 나를 타인에 맞추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포닝'나도 모르게 "미안해"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사람, 거절 한마디가 모든 것을 망가뜨릴 것 같아 늘 상대의 눈치를 살피는 사람, 나를 함부로 대하는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내가 더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우리는 이들에게 말한다. "자존감을 키워야지. 선을 그어야 해." 그러나 그런 말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관계 속에서 위협과 불안을 느끼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순응’은 삶의 대응 방식으로 단단히 굳어졌기 때문이다.
《포닝(Fawning)》은 트라우마의 마지막 퍼즐, ‘순응'에 관한 책이다. 우리는 위협 앞에서 세 가지로 반응한다고 배웠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굳어버리거나. 그런데 오랫동안 이름 붙여지지 않았던 트라우마의 네 번째 반응이 있다. 위협을 감지하는 순간 싸우지도 도망치지도 않고, 오히려 상대의 기분을 맞추고, 비위를 살피는 것. 바로 '포닝', 즉 '순응'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순응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방어 기제로,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이나 관계에 오히려 가까이 다가서고 환심을 사려 하는 행동을 뜻한다. 20년의 임상 경험을 가진 트라우마 전문가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그동안 '성격'이라 믿어온 반응이 사실은 우리 몸의 치열한 생존 전략이었다고. 순응 반응은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경계가 선택한 최선의 방어였다고. 《포닝》은 순응의 메커니즘을 올바로 이해하도록 도움으로써, 비로소 여기에서 벗어나도록 이끈다.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은 심리학 이론만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겪어낸 풍부한 사례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임상심리학자이기 이전에, 본인 또한 평생 순응 반응을 안고 살아온 사람이다. 이 책에는 저자와 내담자들이 순응 반응을 온전히 이해하고 인정하며, 마침내 그 고리를 끊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책의 각 장에서는 우리 안의 건강한 투쟁 반응을 일깨우는 과정, 경계를 세움으로써 나의 중심을 되찾는 방법,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안전하게 드러내며 관계를 맺는 법을 소개한다.
저자와 내담자들을 치유로 이끈 이 접근법을 통해서, 독자들 또한 타인의 궤도를 떠나 ‘나’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과의 다정한 관계를 먼저 회복하고, 그 토대 위에서 타인과의 다정한 관계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나를 지켜왔던 생존 방식 ‘순응’을 마주할 때
비로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끝이 보이지 않는 괴로운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며 위협과 불안이 삶 전반에 공기처럼 스며드는 복합 트라우마. 한때 복합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의 중요한 특징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내’가 아닌 ‘남’을 중심에 두는 태도가 굳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갈등을 직면하는 대신 무마하고자 한다. 타인의 요구를 들어주고, 기대에 맞추며, 스스로를 낮춘다.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손을 들고 “제가 도울게요”, “제가 낼게요”라고 외친다. 심지어 나를 학대하거나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순응하며, 그들을 떠나지 못한다. 그것이 안전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학습했기 때문이다.
《포닝》은 투쟁·도피·경직에 이은, 트라우마의 마지막 퍼즐 ‘순응’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우리는 위협 앞에서 인간은 세 가지로 반응한다고 배웠다.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굳어버리거나. 그런데 오랫동안 이름 붙여지지 않았던 트라우마의 네 번째 반응이 있다. 위협을 감지하는 순간 싸우지도 도망치지도 않고, 오히려 상대의 기분을 맞추고, 비위를 살피고, 내가 작아지면 괜찮아질 것이라 믿는 것. 바로 ‘포닝’, 즉 ‘순응’이다.
이 책은 트라우마 전문가의 20년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껏 우리가 ‘성격’이라고 믿어왔던 반응이 사실은 트라우마에 대한 생존 전략이었음을 설명한다. 책에서 저자는 순응 반응을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생존 전략으로 다시 정의한다. 그리고 치유란 상처를 드러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견디기 위해 우리가 선택했던 방식들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순응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 순응한 뒤에 밀려오는 수치심은, 폭력 그 자체보다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것이다. 왜 내 입장을 내세우지 못했는지, 맞서 싸우지 않았는지,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고 비위를 맞춰 주었는지 돌이키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해야 할 질문은 “왜 그랬어?”가 아니라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라고 말한다. 순응 반응은 한때 나의 신경계가 만들어낸 최선의 방어책이었다. 그것은 괴물을 잠재우고, 관계를 유지하며, 나를 살아남게 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나는 점점 자신과의 연결을 잃었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서부터가 트라우마 반응인지조차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다.
《포닝》은 이 메커니즘을 올바로 이해하도록 도움으로써, 비로소 여기에서 벗어나도록 이끈다. 나는 더 이상 무력한 어린아이가 아니라, 누구 앞에서든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어른임을 직시할 때 우리 안의 순응은 반응은 제 역할을 다했으며, 이제 자리를 비울 때가 되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고백과 사례로 풀어낸 치유의 여정이 책이 여느 심리학 책과 다른 지점은, 이론만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겪어낸 풍부한 사례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임상심리학자이기 이전에, 본인 또한 평생 순응 반응을 안고 살아온 사람이다. 책의 첫 페이지는 열세 살 소녀가 마당의 온수 풀에 앉아 별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날 새아빠가 온수 풀 안으로 들어왔을 때, 저자의 몸은 분명한 위협을 감지했지만 투쟁도, 도피도 가능하지 않았다. 그 순간 신경계가 선택한 것은 바로 순응 반응이었다. 침착한 순응을 통해 새아빠의 성추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이후 저자는 삶에서 맺는 거의 모든 관계에서 이 대응 메커니즘을 반복하게 되었다.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스스로 순응 반응의 고리를 끊고 자신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더불어 저자의 상담실을 찾아 함께 치유의 과정을 밟은 7명의 내담자 사례가 각 장에 걸쳐 펼쳐진다. 완벽한 성공에 매달렸던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 중독자 치료 모임에 나가 자신이 ‘헤로인 중독자’라고 거짓말했던 여성, 상황과 사람에 따라 매번 다른 ‘모자’를 쓰며 자신의 본모습을 숨겼던 사람, 사람들에게 돈을 수천 달러씩 쓰거나,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지인들의 아이를 봐주고 개까지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경우까지 ‘나도 저런 부분이 있는데…’라고 느낄 만한 경험담이 책 곳곳에서 독자를 멈추게 한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와 회복 과정을 미화하지 않고 담담하게 비춰준다. 관계를 떠난 이후 찾아오는 공황, 붕괴, 극심한 불안까지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우리가 순응을 통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분명히 짚어주며, 여기에서 벗어나는 길을 차근차근 안내한다.
책은 우리 안의 건강한 투쟁 반응을 일깨우는 과정, 경계를 세움으로써 나의 중심을 되찾는 방법,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안전하게 드러내며 관계를 맺는 법을 소개한다. 저자와 내담자들을 치유로 이끈 이 접근법을 통해서 독자들 또한 나를 끌어당기던 구심력에서 벗어나 타인의 궤도를 떠나는 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과의 다정한 관계를 먼저 회복하고, 그 토대 위에서 타인과의 다정한 관계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타인을 달래는 것으로는 나의 고통을 달랠 수 없다
이론과 실천을 잇는 치유의 구조책은 2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 순응 반응이 무엇인지, 우리는 왜 순응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순응 반응의 대표적인 징후인 자기 축소, 과잉각성, 불안, 갈등 회피, 희생적 돌봄, 인정 욕구와 애정 욕구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복합 트라우마 피해자들이 흔히 보이는 성적 순응과 재정적 순응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이어지는 2부는 순응 반응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다룬다. 트라우마로 인해 왜곡된 감각을 회복하고,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다시 인식하며,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건강한 경계를 세우는 법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접근법은 ‘타인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는 것. 누군가가 마침내 나를 돌보게 만들거나, 괴롭힘을 멈추게 만드는 마법은 없다. 경계를 세우는 일이란, 상대가 달라지든 달라지지 않든 아무 상관 없이, 내가 자신을 돌보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치유는 완벽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흔들리고, 트리거에 반응하며, 때로는 다시 순응할 것이다. 때로는 두 걸음 나아 갔다가 한 걸음 물러선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저자는 그 또한 치유 과정의 일부이며, 순응 반응에서 벗어나는 것은 바로 그 복잡성을 끌어안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갈등을 피하는 대신, 갈등에 참여하는 능력을 넓혀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날카로운 모서리들을 통해 오히려 ‘진짜 나’, ‘진짜 삶’의 윤곽을 빚어갈 수 있을 것이다.

본래의 트라우마 반응은 롤러코스터의 궤적과도 같이 설계되어 있다. 한껏 고조되었다 해소되면서 우리를 위험한 상황에서 안전한 지점으로 이동시킨다. 어느 순간 롤러코스터가 멈추면 우리는 내려야 한다. 하지만 복합 트라우마와 만성적 트라우마 반응을 겪는 경우 우리는 롤러코스터의 중간 지점을 계속 맴돌면서 알람 해제가 유예된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 반응을 자신의 성격으로 오인하며 살고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디까지가 나인지, 또 어디서부터가 무의식적 트라우마 반응인지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 고착되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구처럼 굴지 말라”거나 “자기 먼저 챙겨야지.” 같은 말을 들으면 반감을 느낀다. 어린아이가 어떻게 자기를 먼저 챙길 수 있을까? 어떻게 사회적 약자가 구조적 억압 속에서 자신을 우선시할 수 있을까? 순응형 사람들은 스스로 호구라고 여겨서 순응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다만 인생의 결정적인 시기에 그 ‘나은’ 대우가 가능하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