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불교학자 안양규 교수가 첫 시집을 출간했다. 오랜 시간 불교학 연구에 매진해 온 그가 학문적 성취의 과정에서 ‘시(詩)’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사유와 체험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평생 언어의 경계에서 불교를 탐구해 온 학자가 다시 시라는 언어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그러나 그의 시는 단순한 문학적 표현에 머물지 않는다. 긴 법문의 핵심을 압축해 전하는 ‘게송(偈頌)’을 연상시키듯, 간결한 언어 속에 사유와 체험이 응축되어 있다.
시 세계는 ‘세상’, ‘자연’, ‘나’라는 세 갈래의 흐름 속에서 전개된다. 도시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현대 문명의 이면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만들고, 자연은 그 자체로 설법이 된다. 깨달음은 특별한 경지가 아니라 마음이 열리고 사랑이 확장되는 과정임을 전한다.
출판사 리뷰
불교학자 안양규 교수가 첫 시집을 출간했다.
오랜 시간 불교학 연구에 매진해 온 그가 학문적 성취의 과정에서 ‘시(詩)’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사유와 체험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어린 시절 품었던 시인의 꿈이 불교학자의 여정 위에서 결실을 맺은 셈이다.
불교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을 지향하며 언어의 한계를 끊임없이 경계한다.
그런 점에서 평생 언어의 경계에서 불교를 탐구해 온 학자가 다시 시라는 언어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그러나 그의 시는 단순한 문학적 표현에 머물지 않는다. 언어를 넘어 실상을 드러내고자 하는 자비의 또 다른 형식으로 읽힌다. 시는 그에게 개념을 넘어서는 가장 정제된 언어다. 긴 법문의 핵심을 압축해 전하는 ‘게송(偈頌)’을 연상시키듯, 그의 시는 간결한 언어 속에 사유와 체험이 응축되어 있으며,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의미에 다가가도록 이끈다.
그의 시 세계는 ‘세상’, ‘자연’, ‘나’라는 세 갈래의 흐름 속에서 전개된다.
도시와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날카롭고도 독특하다. 〈인사동 거리 풍경〉에서는 세계화된 도시의 활기를 포착하는 한편, 〈해운대 풍경〉에서는 초고층 건물마저 허망한 신기루처럼 흔들리는 존재로 그려내고, 번화한 거리의 풍경 속에서도 시인은 문명의 견고함이 지닌 허망함을 포착한다. 〈지하철〉과 같은 작품에서는 문명의 상징인 기계 문명을 ‘쇠붙이 뱀’으로 형상화하며, 그 속을 오가는 인간 군상을 생명력을 잃은 존재로 낯설게 드러낸다. 이러한 시선은 현대 문명의 이면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자연을 노래하는 시에서는 온화하면서도 깊이 있는 통찰이 드러난다. 〈어떤 바람이 불어도〉에서 나무는 외부의 변화에 흔들리면서도 해와 달을 향해 서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를 상징한다. 또한 〈평등의 계절〉에서는 낙엽이 지는 풍경을 통해 생명의 평등성을 드러내며, 죽음 앞에서 모든 존재가 다르지 않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자연은 그 자체로 설법이며, 시인은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길어 올린다.
결국 시선은 ‘나’를 향한다. 〈노화〉에서는 떨어지는 나뭇잎에서 자신의 노화를 발견하고, 허무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를 찾는다. 마음을 하나의 호수로 바라보며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을 직시하는 장면들은 수행의 깊이를 시적 이미지로 풀어낸다. 이는 연민과 자비의 시선이다. 거미줄에 걸린 벌레나 길 위에서 생을 마감한 작은 생명들에 이르기까지, 시적 화자는 그들을 외면하지 않는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에서는 모든 존재를 향한 보편적 연민을 노래한다. 난해하게 여겨지던 개념들이 일상의 언어로 풀리며, 깨달음은 특별한 경지가 아니라 마음이 열리고 사랑이 확장되는 과정임을 전한다.
이 시집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분명하다.
번뇌가 걷힌 자리에서 드러나는 맑은 세계, 그리고 모든 존재가 꽃처럼 피어나는 삶이다. 안양규 교수의 이번 시집은 오랜 수행과 학문이 응축된 결과이자, 그것을 세상과 나누는 자비의 실천이다. 독자들은 이 시를 통해 ‘지금 여기’의 삶을 새롭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안양규
동국대학교 (경주) 불교학부 및 명상심리상담학과 교수이자 한국불교상담학회 회장이다. 서울대학교 (종교학)와 동국대학교 (불교학)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밟았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동경대학교 연구원,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특별연구원 등을 거쳐,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 학장과 불교문화대학원 원장을 역임했다.역저서로 『행복을 가져오는 붓다의 말씀』, 『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 『The Buddha’s Last Days』 등이 있고, 논문으로 「思考(thinking)의 逆機能(dysfunction)과 그 해결-붓다 (the Buddha)의 가르침과 아론벡(Aaron T. Beck)의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를 중심으로」, 「불교 교학에서 본 MBCT(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의 치유 효과의 원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