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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실되는 풍경
문학동네 | 부모님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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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첫 시집 『아나키스트』를 통해 격렬한 투쟁의 언어, 혁명으로서의 사랑을 선보이며 평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은 장석원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우리가 소실되는 풍경』이 문학동네시인선 250번으로 출간되었다.

그간 여섯 권의 시집을 거치며 세계의 비정함을 부단히 폭로하고 사랑이 끝난 뒤의 폐허를 비통하게 직시해온 시인은 이제 그 모든 것들이 지나간 뒤 우리가 소실되는 풍경에 다다랐다. 통절한 감정을 리드미컬하고 능숙하게 구사하는 시인의 문장은 왈칵 쏟아질 듯 넘실거리는 그리움의 정서를 동반한다.

이때의 그리움이란 헤어진 연인에게로 한정되는 평면적인 감정이 아니다. 시인이 그려내는 이별의 감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소멸하는 우리의 현재에 대한 애틋함과, 다가올 일을 모른 채 ‘너’와 같은 시간선에 머물렀던 ‘나’에 대한 회한까지를 포함한다.

  출판사 리뷰

“내 안의 너 살아났다가 죽어버린 너
명멸하는 너와 나”

모든 정념이 불타 사라진 뒤에도 완수되지 않는 이별,
결정체처럼 남겨지는 불연성의 존재


첫 시집 『아나키스트』(문학과지성사, 2005)를 통해 격렬한 투쟁의 언어, 혁명으로서의 사랑을 선보이며 평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은 장석원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 『우리가 소실되는 풍경』이 문학동네시인선 250번으로 출간되었다. 그간 여섯 권의 시집을 거치며 세계의 비정함을 부단히 폭로하고 사랑이 끝난 뒤의 폐허를 비통하게 직시해온 시인은 이제 그 모든 것들이 지나간 뒤 우리가 소실되는 풍경에 다다랐다. 통절한 감정을 리드미컬하고 능숙하게 구사하는 시인의 문장은 왈칵 쏟아질 듯 넘실거리는 그리움의 정서를 동반한다. 이때의 그리움이란 헤어진 연인에게로 한정되는 평면적인 감정이 아니다. 시인이 그려내는 이별의 감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소멸하는 우리의 현재에 대한 애틋함과, 다가올 일을 모른 채 ‘너’와 같은 시간선에 머물렀던 ‘나’에 대한 회한까지를 포함한다. 이를 도착적으로 파헤치고 영영 기억하고자 할 때, ‘너’와 ‘나’가 사라지지 않고 명멸하는 “무한 천공”(「플랑크 타임」)의 영원이 가능해진다.

◎장석원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1. 2023년에 출간한 『이별 후의 이별』 이후 일곱번째 시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소회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시집 출간은 언제나 기쁘고 설레는 일입니다. 비로소 ‘나’가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떤 것이 마무리되었는데 곧이어 다른 어떤 것이 새로 시작되는 느낌. 어딘가에서 유실했던 것을 마침내 되찾은 느낌. 약간의 두려움과 조금 모자란 만족감과 어김없이 밀려드는 부족함의 화환 같은 느낌. 시집을 준비할 때, 시집 꼴을 막 갖춘 원고를 들고 비오는 카페 창가에서 처음으로 정독했을 때가 떠오르네요. 『이별 후의 이별』 그 너머에 무엇이 있나. 그곳에 내가 도착했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언어를 지니고 있나. 이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면서, 시집 원고를 손에 들고, 원고와 겨룰 때 필요한 염결성을 짊어지면서, 마치 결승전에 나서는 선수 같은 마음을 가져보았습니다. 그럴 때 제가 시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끼기에, 시집을 낸다는 일은 아주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본질 같다고 여기기에, 지금, 기쁩니다.

2. 제목처럼 ‘우리’가 소멸하고 소실되는 이미지들이 강렬합니다. 제목을 어떻게 고르시게 되었는지, 또 선생님께 ‘이별’이란 어떤 의미인지 들려주세요.

‘나’가 ‘너’를 발견합니다. ‘너’는 타인 ‘너’이기도 하고, 오래전 그곳에 존재했던 ‘나’이기도 합니다. 그 ‘나’와 ‘너’가 겹쳐지고 뭉개지고 분리되고 다시 합장하듯 만나는 오늘의 이곳에서 ‘우리’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또한 개인적으로 ‘우리’가 소실된 후에 누가 또는 무엇이 새로 태어나고 나타날까. 이런 질문 속에서, 알 수 없고 가볼 수 없는 미래를 단념하고, 현재의 우리가 또 헤어지고 더 많이 부서지고 마침내 불꽃에 먹혀버리는 경과와 풍경을, 묵묵하게 먹먹하게 체험한 나와 너와 우리의 “이 미 지”를 집약할 수 있는 구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별은 힘들고 아픕니다. 문득 “이별은 싫어 추억의 그림자가 너무 많아”라는 노랫말이 떠오르네요. 저에게 이별은 살면서 건너갈 수 없는, 닿을 수 없는 피안의 그 무엇 같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어제까지 만났던 친구가 결석했는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연탄가스를 마셨다고, 이제 못 볼 것이라고. 그 덤덤함. 그땐 어려서 그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는데요. 그후로 정말로 다시 보지 못했는데, 그 친구 얼굴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습니다. 떠나간 사람들이 많아요. 이별의 주체와 대상은 언제나 동시적입니다. 나를 떠났거나 내가 떠난 경우. 사랑하면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사람,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거짓말한 사람, 영원 속으로 떠난 후에야 사랑을 발견하고 주저앉아 우는 사람. 모두가 제 안에 살면서 떠나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언어로 이미지로 남아서 저에게 시로 나타날 때가 있어요. 다시 만나려고 떠나지 않았나봅니다. 이별하지 않으려고 여태 머물고 있었나봅니다. 시가 별사(別辭)가 된다면, 시가 지방(紙榜)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3. 특이한 행 배치와 기호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시집을 열어주는 첫 시 「플랑크 타임」에는 점(●)들이 등장하는데요. 이와 같은 설정에 의도하신 바가 궁금합니다.

가까운 시인과 평론가들이 모여서 특강을 듣는 모임이 있었는데요. 어느 대학의 총장인 소설가께서 이상의 시를 주제로 삼아 「선에 관한 각서 3」에 나오는 ‘●’을 보여주셨어요. 시간을 응집하는 어떤 것, 이미지를 응결하는 어떤 것이 그때 제게 절실하게 필요했는데, 그 특강에서 ‘●’이 단자(單子)로서의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구절에서는 그냥 점으로, 다른 구절에서는 ‘점’이라는 주어나 목적어로, 또 어떤 구절에서는 ‘나’로 지시되는 시각 이미지로 쓰였습니다. 검은 동그라미의 변주라고 할까요. 또한 저의 네번째 시집 『리듬』에 실린 장시 「black」 속 구절 “spin my black circle”과도 연결되고요. 「플랑크 타임」에서는 계량될 수 있는 최소 시간 단위의 결정(結晶)으로, 분절된 시간의 상태로, 그리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영원한 시간의 구멍―블랙홀이기도 한―으로 인식했는데, 그러한 의도가 시에 적절히 드러났는지, 독자분들께서 충분히 알아주실지 궁금합니다.

4. 수록작 중 가장 아끼는 한 편을 꼽는다면 무엇인지, 이유와 함께 소개해주세요.

아무래도 「수색역에서, 1988」이 아닐까 싶어요. 첫 시집에도 ‘수색’이라는 지명이 들어가는 노래 같은 서정시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수색역 앞을 지나가던 어느 날, 1988년의 수색역 앞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수색(水色) 또는 수색역과 연관된 작품 하나를 더 쓰고 싶다는 욕구가 솟았습니다. 지금의 경의선 전철이 아니라 교외선 역, 통일호가 다니던 역. 이 작품에서 그날의 ‘나’를 만났습니다. ‘너’는 그곳의 ‘나’였습니다. 물론 그때 강의를 땡땡이치고 친구와 함께 있기는 했지만요. 어쩌면 가장 ‘나’답지 않은 시 또는 어깨에 힘주지 않고 노래처럼 흘러나오는 시에 언제나 애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5. 시 속 화자는 ‘너’를 끊임없이 호명하는데, 그로써 단절되어 있는 상황이 더욱 강조되는 듯합니다. 화자가 겪는 슬픔과 고통은 몸을 “짓찢는” 정도로 묘사되고 있고요. 독자들의 마음에 이 감정이 어떻게 전해지면 좋을지 말씀해주세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고통이어야 하는데 고통이 아닌 것이 되고, 고통일 수 없는데 반드시 고통이 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이별’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단순히 사랑하는 두 사람 ‘나’와 ‘너’의 이별이 아닌, 불교 용어를 빌리자면 회자정리(會者定離) 정도로 넓혀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별 후에 이별이 또 찾아오더라도, 이별의 주체이자 대상인 우리가 소실되더라도, ‘나’와 ‘너’는 살아야 하고 살다보면 살아가게 하는 또는 살아지게 하는 ‘사람/사랑’을 만나지 않을까요. 저 너머에서, 반드시, 다시 만나지 않을까요. 우리가 겪은 이별은 언젠가 어느 날 폼페이의 ‘그라디바’처럼 발굴되지 않을까요. 이별은 폼페이를 덮쳤던 ‘라바’처럼 여전히 생생하겠지만, 살아 있는 우리를 통과해서 우리보다 빠르게 소멸하지 않을까요. 고통이지만 살아 있음의 표징…… 아픈 우리를 시가 손잡아주고 안아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곳은 연속적이고 연쇄적이다 ●●●●
이곳에 내가 있다는 것, 그곳에 네가 있다는 것, 얽힘

이곳과 그곳, 영원히 반복되는 1초 전과 후는
인접할 뿐, 너에게 건넸던 발화(發話)처럼
_「플랑크 타임」에서


네가 떠나고 나는 이끼처럼 흐느끼겠지 산창(酸愴)은 물컵 안에서 열렬하게 식어가겠지 난 꿈틀거리겠지 극복하겠다고 되뇌면서 (…) 불붙기 전에 몸이라도 편취했다면 나의 미래 달라졌을까 봉별 후 정맥에서 어둠이 퍼져나오네 너의 눈에 밤의 우적(雨滴) 떨어진다
_「나를 불태워줘」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부러지는 것
나를 의심하지 않는다

무모하고 부질없기 때문이다
무모하고 부질없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인정할 수 없었지만, 혼자는
뺨에 닿던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었고, 소나무의 뿌리처럼
보고 만질 수 없는 것
생생했다 세계는 굳건했다
_「견고한 대지와 늪」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장석원
2002년 대한매일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아나키스트』 『태양의 연대기』 『역진화의 시작』 『리듬』 『유루 무루』 『이별 후의 이별』, 산문집 『우리 결코, 음악이 되자』 『미스틱』 등이 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배타 원리
플랑크 타임

2부 절명의 피막
묘혈/ 절곡(折曲)/ 충무로역 1번 출구에서/ 나를 불태워줘/ 절곡(絶穀)/ 견고한 대지와 늪/ 힘 힘 너머로/ Nothingness/ 파주/ 환면(幻面)/ 문산/ 조준 사격/ 착한 에세이/ 영현(英顯) 처리/ 기체 인간/ 혼유석(魂遊石) 앞에서—Contaminate me/ 쌍분(雙墳)/ 꽃 무덤

3부 보존 처리
폼페이, (그)라(디)바

4부 별사
적열(赤熱)/ 맥주를 들고 집으로/ 단자(單子)의 플롯/ 회회(蛔蛔)/ 가소성/ 훈증/ 화장장에서/ 단자의 리스페리돈/ 메틸렌 블루/ 대속(代贖)과 구령(救靈)/ 출장길, 뒤돌아보니 인중과 아미(蛾眉)가/ 조운트조(soundso)/ 수색역에서, 1988/ 더 멀리, 우리의 색신/ 두 눈으로 우는 우리는 사후(死後)에/ ●/ 폭장(曝葬)

해설| 눈물이 쉬루르_양순모(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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