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청각장애인에게는 수어가 있고,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가 있다. 신체의 장애가 삶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장벽이 되지 않도록 일찌감치 평등한 의사소통 기반을 마련해 둔 것이다. 하지만 글자를 읽을 수는 있어도 그 뜻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사람들, 가령 발달장애인이 겪는 정보 불평등에 관해서는 그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쉬운정보’(Easy Read)는 바로 이 지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평한 선택의 출발선을 위해 탄생했다.
정보 이해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된 정보를 쉬운정보라고 한다. 해외에서 쉬운정보는 대체로 ‘있으면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 ‘없으면 문제가 되는 영역’에 가깝다. 반면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쉬운정보 기반을 갖추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이 책은 9년 전 ‘쉬운정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쉬운정보 전문 제작 회사를 설립해 사회 곳곳에 쉬운정보를 전파해 온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의 이야기다.
사실 사회 곳곳에서 어려운 정보를 맞닥뜨리고 답답함을 느끼는 일은 거의 모든 사람이 겪는다. 매년 봐도 헷갈리는 연말정산 용어, 공공기관의 비일상적인 한자어,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들여다본 적도 없는 법률 및 행정 용어로 애먹은 일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다.
실제로 인지 저하를 겪는 고령자, 어려운 표현에 서툰 어린이, 우리말이 낯선 이주민, 빠르게 변하는 기술 앞에서 문해력의 한계를 느끼는 다양한 정보 약자 모두가 쉬운정보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한다. 쉬운정보의 개념과 우리 사회의 환경, 그 뒤에 숨겨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한 번쯤 귀 기울여 보아야 할 이유다.
출판사 리뷰
정보의 문턱을 낮추는 사회의 ‘기반 시설’을 짓는 일에 관하여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 삶을 자기 뜻대로 살 자유가 있습니다. 타인의 간섭이나 개입 없이 오롯이 내가 내린 선택이 모여 우리 각자의 삶을 구성하지요. 어디서 누구와 살지, 무엇을 먹고 어떤 일을 하며 살지 같은 수많은 선택지를 인지하고 매 순간 자신에게 적합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유로운 삶, 나아가 존엄의 기본일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이 선택권만큼은 성별과 장애를 포함한 어떤 이유로도 제한되어서는 안 되지요. 이 권리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의사소통 환경’과 직결됩니다. 우리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유입니다. 신체의 장애가 삶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데 장벽이 되지 않도록, 전 세계가 일찌감치 사회적 기반 시설을 갖추어 놓은 겁니다. 하지만 글자를 읽을 수는 있어도 그 뜻을 이해하기는 어려운 사람들, 가령 발달장애인이 겪는 정보 불평등에 관해서는 그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쉬운정보’(Easy Read)는 바로 이 지점,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평한 선택의 출발선을 위해 탄생했습니다.
정보 이해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표현된 정보를 쉬운정보라고 하지요. 해외에서 쉬운정보는 대체로 ‘있으면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 ‘없으면 문제가 되는 영역’에 가깝습니다. 영국은 1990년대부터 쉬운정보 제작이 시작되어 현재는 전문 제작 기관이 20여 곳에 이릅니다. 호주 정부는 공공 문서를 모든 시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평이한 언어로 작성해야 한다는 지침을 세우고, 필요한 경우 그보다 더 쉬운 언어로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춰 두었고요. 캐나다는 쉬운정보의 표준을 국가가 책임지고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사실 사회 곳곳에서 어려운 정보를 맞닥뜨리고 답답함을 느끼는 일은 거의 모든 사람이 겪습니다. 매년 봐도 헷갈리는 연말정산 용어, 공공기관의 비일상적인 한자어,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들여다본 적도 없는 법률 및 행정 용어로 애먹은 일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테지요. 나뿐 아니라 모두가 어려워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제공하는 쪽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쉬운정보 기반을 갖추는 데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쉬운정보』는 9년 전 그야말로 쉬운정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쉬운정보 제작 전문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사회 곳곳에 쉬운정보를 전파한 ‘소소한소통’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소소한소통의 대표이자 이 책의 저자인 백정연은 전작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삶에서 인권과 감수성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의 일상을 아는 일”이라고 강조했지요. 이번 책에는 “쉬운정보는 발달장애인의 알 권리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정보 앞에서 소외되는 모든 이를 위한 새로운 언어”라고 주장합니다. 특정 집단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사회가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이라고요. 실제로 인지 저하를 겪는 고령자, 어려운 표현에 서툰 어린이, 우리말이 낯선 이주민, 빠르게 변하는 기술 앞에서 문해력의 한계를 느끼는 다양한 정보 약자 모두가 쉬운정보의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쉬운정보의 개념과 우리 사회의 환경, 그 뒤에 숨겨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한 번쯤 귀 기울여 보아야 할 이유입니다.
세상에 쉬울 필요 없는 정보는 없다
이 책에는 쉬운정보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쓰여서 우리 삶의 존엄성을 더 보장하는지 보여 주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간 자신의 노동 조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 근로계약서 마지막 장에 서명만 해 온 발달장애인 노동자가 ‘쉬운 근로계약서’ 덕에 처음으로 타인의 도움 없이 자신의 의무와 권리를 정확히 인지하고 서명한 사례가 대표적이지요. 선거 공보물에 적힌 공약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해 이전까지 “누구를 뽑았는지 기억나지 않는 투표”만 해 왔다는 이가 ‘진짜’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쉬운 선거 공보물’이나 어려운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춰 BTS의 RM도 주목하게 만든 ‘쉬운 전시 해설’은 우리가 잊고 지낸 ‘이해할 권리’가 일상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증명합니다.
저자는 쉬운정보가 ‘좋은 일’, 즉 시혜적인 공익사업의 결과물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제작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야 지금보다 더 많은 조직이 쉬운정보 제작에 뛰어들 것이고, 서로 다른 철학과 기준을 갖고 치열하게 논쟁하며 쉬운정보 생태계를 건강하게 진화시킬 테니까요. 소소한소통이 사회적기업이자 주식회사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사이에서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입니다.
쉬운정보는 여전히 생소하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쉬운정보 제작 전문 회사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이 작은 회사가 9년 동안 묵묵히 걸어온 덕분에 지금 한국의 쉬운정보는 영국의 선배 기업들조차 시도하지 못한 분야로까지 진출해 있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저자는 확신합니다. 쉬운정보가 닿지 못한 곳은 아직 너무 많지만, 빠르게 사회 곳곳으로 퍼져 나갈 것이며 단번에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누군가의 삶에 놓인 장벽을 조금씩 무너뜨릴 거라고요. 더 많은 사람이 쉬운정보에 관심을 갖고 우리 사회의 소통 문턱을 낮추는 연대에 함께해 주어야 할 때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백정연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 대표. 일상의 소소한 순간까지 소통의 어려움이 없는 삶을 지향하며 세상의 모든 정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한다. 사회복지사로 15년 넘게 현장과 정책 영역을 오가다가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준비 과정에 참여하면서 쉬운정보의 필요성과 부재를 깨닫고 2017년 4월에 창업했다. 이후 한국장애인개발원·한국장애인고용공단·법원행정처·국립중앙박물관·서울시립미술관·카카오·우아한형제들 등과 협업하며 장애인 정책 종합 계획·쉬운 법률 용어 사전·쉬운 전시 해설·앱 사용 설명서 등을 제작했다.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학교 가는 길이 너무 멀어』 『장애를 왜 이해해야 할까요?』 『누군가의 곁에 있기』(공저) 『공부가 인생에 무슨 쓸모인지 묻는다면?』(공저) 『사회적경제로 사회복지 하기』(공저)를 썼다.
목차
들어가는 말-약자 중심의 소통이 세상을 쉽게 만듭니다.
1장 쉬운정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
1 이 모든 일의 시작, 발달장애인법 10조
2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회사는 어디에?
3 쉬운정보는 모두를 위한 정보
4 복지 영역을 넘어 일상 영역으로
2장 쉬운정보 불모지 개간 작업
5 기준 없는 법의 빈틈, 저희가 메워도 되나요?
6 다른 나라의 쉬운정보
7 선배 기업을 찾아 영국으로
3장 세상에 쉬울 필요 없는 정보는 없다
8 하나도 쉽지 않은 쉬운정보 만들기
9 어려운 안전문자는 안전하지 않고, 난해한 법은 아무도 보호하지 못하니까요
10 연애를 쉬운정보로 배웠어요
11 인공지능은 쉬운정보 제작을 어떻게 바꿀까
4장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사이에서
12 취지만으로 시작한 무모한 사업
13 좋은 일 하는 회사와 좋은 회사는 다르다
14 투자자를 찾지 않는 이유
15 인식부터 바꿔야 시장을 만들 수 있다
5장 어느덧 10년, 앞으로의 10년
16 우리는 얼마나 멀리 왔을까
17 쉬운정보가 아직 닿지 못한 곳
18 소소한소통이 꿈꾸는 다음 10년
19 사회적기업으로 살아남기
나오는 말-우리가 쪼아 낸 절벽 사이로 빛이 들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