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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들 | 부모님 | 202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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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농민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박석면의 또 다른 얼굴인 시인의 면모를 만날 수 있는 첫 시집이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17살 때부터 학생운동의 리더로 살았던 저자는 열혈청년이자 시인이었으며, 1970년대에 쓴 작품들을 비롯한 오랜 시간의 시 세계를 한 권에 담았다.

「동전 두 개」, 「가설극장」, 「껌을 씹으면서」 등 젊은 시절의 작품들은 시대의 현실과 삶의 풍경을 특유의 통찰력으로 포착한다. 특히 네 줄의 시 「여자」는 가난한 농촌에 시집온 여성의 삶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며, 민요와 같은 가락과 간결한 언어로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영진 시인은 발문에서 “신춘문예나 등단의 절차와 상관없이 이미 한 사람의 뛰어난 시인이었다”고 평가한다. 해학적인 어조와 건강한 생명력으로 삶의 고단함을 견디는 사람들의 하루를 그려내며, 오랜 세월 묻혀 있던 시인의 목소리를 다시 만나게 하는 시집이다.

  출판사 리뷰

농민운동가 박석면 시인 고희에 첫 시집
김남주 시인 첫 시집 발간에도 관여
- 시인 이영진 발문/박몽구 표사/화가 김경주 인물 사진 참여

소년 문사 박석면

흔히 농민운동가로 알려진 박석면 씨. 그를 시인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오랜 친구인 이영진 시인은 이번 시집의 발문에 이렇게 적었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이던 17살 때부터 박정희 군부독재와 맞짱을 뜨던 학생운동의 리더였다. 열혈청년이자 시를 쓰던 시인이었다.”
저자 약력에는 2022년 『무안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돼 있다. 시집을 펼치면 얘기가 다르다. 「동전 두 개」 「가설극장」 「껌을 씹으면서」 등 1970년대에 쓴 시들이 적지 않다. 그의 고교 재학 시절 작품들이다. 그 가운데 단 네 줄로 “가난한 농촌에 시집온 당대 여성의 압축된 일생”을 “농축”한 시 「여자」를 보자.

“불 땔라/아기 볼라/콩 깔라/우케 챌라”

이게 다다. “우케”는 마당 덕석 위에 널어놓은 곡식을 이른다. 놀라운 통찰력과 표현이다. “라”로 끝나는 종결 어미와 민요와 같은 가락이 눈앞에 막 상황이 펼쳐지는 느낌을 준다. “단 한 자도 더하거나 뺄 수 없이 팽팽하다.”
“한 사람의 하루이면서 수백만 아니 수천만 이 땅의 ‘어머니’들이 견디고 감당해 내는 ‘하루’다. 그런데도 우울하거나 절망스럽거나 감상적이지 않다.” “시의 해학적인 어조와 주인공이 드러내는 건강한 생명력이” “여자의 ‘하루’를 만든 보이지 않는 지배질서”를 해체해 버린다. “이 시를 쓸 무렵 박석면은 신춘문예나 등단의 절차와 상관없이 이미 한 사람의 뛰어난 시인이었다.”(이영진 시인의 ‘발문’)

학생운동, 농민운동의 리더
박석면은 친형인 박석무(다산연구소 이사장, 전 국회의원)의 영향으로 고등학생 때부터 자연스레 민주화운동의 길로 들어섰다. ‘함성지’ 사건으로 박석무, 김정길, 이강, 김남주 등이 투옥되면서 우리 사회의 모순을 깨닫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가고자 했다.
그는 1974년 광주일고 2학년 때 유신철폐 운동을 전개했다. 이듬해 김상진 열사 추도식을 주도하면서 제적당했다.
감옥에서 나온 김남주는 광주 장동 로타리 인근에 카프카 서점을 열었다. 군부독재 치하의 유일한 숨구멍이었다. 박석면은 이곳에서 김남주와 함께 숙식하며 책을 읽고 시를 썼다. 제적생으로 백수와 다름없던 그가 왕성하게 시화전과 문학발표회를 치러 낸 것도 모두 이곳에 기식할 때 이루어진 일이었다. 어쩌면 김남주와 카프카 서점은 박석면의 또 다른 고향이자 지울 수 없는 내면일지도 모른다.
대학 진학에 실패한 그는 1977년 고향 무안으로 낙향했다. 배종열 씨의 추천으로 전국단위 크리스찬아카데미(의식화)교육을 이수하고 농촌 문제의 본질, 관과의 싸움, 농민권력 향상 등을 위한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이력으로 치자면 그는 농민운동사의 첫 장에 이름이 올라 있는 원로다. 그는 현재 광주·전남농민운동역사관 건립추진위원장이다. 한국 농민운동은 물론 민주화운동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아온 ‘함평고구마 사건’의 중심에도 그가 있었다.
농협 전남지부와 함평군 농협이 고구마 전량수매 공약을 불이행해 총 160농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농민들이 피해보상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군단위 자생적 계조직인 ‘무안농사형제계’를 조직한 그는 1978년 선두에서 전국 73명의 전국 농민운동가와 8일간의 단식투쟁에 함께했다. 이른바 함평고구마 사건은 전국 단위 단식투쟁 돌입으로 번졌고 결국 당국이 피해보상 금액 309만 원을 보상하고 마무리됐다.

김남주 시인 첫 시집 발간에도 관여
함평고구마 사건 이후 군에서 휴가 나왔을 때 5‧18을 겪은 그는 1982년 전남대에 입학했다. 이후 탈반민속연구회와 인사대 극회를 결성하고 공연 등 문화운동을 통해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한편으로 그는 김남주 시인의 첫 시집 『진혼가』의 발간에도 관여했다

광주항쟁 이후 3년쯤이 지난 1984년 그가 찾아왔다. “야! 후배 시인이라는 놈들이 감옥에 있는 선배 석방 운동도 안 하고 시집 출간해 줄 생각도 안 하고 뭐하냐!” 5월시 동인지가 두 번째로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나는 담뱃갑 은박지에 눌러쓴 「학살」 연작을 남도예술회관 다방에서 읽었다. 남주 형과 함께 징역을 살던 석무 형이 출감하면서 몰래 숨겨가지고 나온 시들이었다. 결국 ‘남민전 간첩’ 김남주의 첫 시집을 내가 편집장으로 근무하는 청사 출판사에서 출간하게 되었다.(이영진 시인의 ‘발문’)

이러한 김남주와의 인연 때문인지 이번 시집에는 「카프카 서점」 「전라도 시인」 등 김남주와 관련한 시 7편이 수록돼 있다.

“형님, 어쩌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주위의 집들이 다 헐려 큰 빌딩이 들어서고/건설회사 사옥이 들어서고/고급 호텔이 들어섰는데/튀김집과 카프카 서점만이 그 자리에 남아/하나는 중국집으로/하나는 아메리카노를 파는 커피숍으로 이름만 바뀌었다니/정말 신기하지 않나요/형님의 꿈이 아직도 그곳에 남아 있는 건 아닐까요”(시 「카프카 서점」 일부)

“그때는 몰랐다/형의 물구나무서기 운동이/오장육부를 바로 세우는/단순한 신체 운동인 줄로만 알았다/바로 서서 세상을 차마 볼 수가 없어/거꾸로 서서 세상을 보는 하나의 몸짓이었다는 것을/땅에 머리를 박고 거꾸로 세상을 보지 않으면/세상을 바로 볼 수 없다는 하나의 메시지였다는 것을/그때는 몰랐다/직립보행이 낳은 문명의 병폐를/물구나무서기를 통해 이겨내고자 했던/처절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시 「물구나무서기」 일부)

시인 이영진 발문, 박몽구 표사, 화가 김경주 사진
이영인 시인의 기록에 따르면 박석면은 3년 전부터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시집을 내기까지 나이 일흔이 되도록 시인으로 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고교 시절 박몽구, 이영진 등과 <울림>이라는 문학 동인을 만들어 맹렬한 활동을 펼치며 시를 썼다. ‘행동 문학’ 발표회는 ‘시가 무기가 되어야 한다!’는 선언으로 당시로서는 첨예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고2 때인 1974년 무렵 쓴 시 10여 편과 최근 3년여 동안 쓴 70여 편을 친구인 이영진 시인에게 보내 출간을 상의했고, 문학들 출판사와 인연이 되어 시집으로 출간된 것이다. 그와 중학 동기인 이영진 시인이 발문을, 화가 김경주가 인물 사진을, 그리고 박몽구 시인이 표사를 쓰며 뜻을 보탰다.

“아직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50년을 고향에서 살았는데/마지막 고향엔 아직 돌아가지 못했다”(시 「귀환」 첫 연)

그는 50년을 고향에서 살았지만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나이 70에 시를 통한 자기 갱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부활을 꿈꾼다. 그의 마지막 고향은 ‘시’다. 그는 “매일 아침 맨발로 십 리를 간다” 하지만 그가 “도착한 곳은/출발했던 바로 그 자리다”

“나는 매일 아침 맨발로 십 리를 간다/산 넘고 바다 건너/어제는 조금나루 백사장 노을길/오늘은 감방산 둘레길/엊그제는 내 어릴 적 뛰어놀던 뒷동산에 올라갔다/십 리를 맨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찾아갔지만/그곳에는 조금나루 백사장도/감방산 둘레길 삼나무숲도/소나무에 매어 놓은 송아지도/보이지 않았다/나는 매일 아침 십 리씩 걷는데도/내가 도착한 곳은/출발했던 바로 그 자리다”(시 「맨발 십리길」 일부)

이영진 시인은 그의 시 쓰기를 고향으로의 귀환 의식과 동일한 것으로 분석했다. 박석면은 “50년 동안 기꺼이 제자리걸음의 귀환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자신이 설정한 고향 혹은 시, 순수한 유년의 절대공간 등이 그가 이르고자 하는 귀착지인데 이는 오직 그만이 아는 시공간이고 아직 쓰이지 않은 대지다.”

“이제 겨우 50년/17살 풋내기/고향으로 내려와/시에게 묻는다/고향 가는 길을”(시 「귀환」 마지막 연)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석면
전라남도 무안군 현경면 평산리에서 태어났다. 2022년 『무안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무안문협,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이다.

  목차

5 시인의 말

제1부
13 맨발 십리길
14 어머니는 종일 밭을 매셨다
16 상사화가 또 피었습니다
18 송도항 겨울바다
20 망월
22 어느 면소재지 풍경
23 넌 짝 없이도 사랑을 할 수 있다지
24 정현이 묘소 가는 길
25 눈꽃 상여
26 텃밭 옆 산모퉁이에
28 고구마 농사는 자식 농사다
30 풀들의 전쟁
32 아! 이제 나도 농민이다
34 앉을 자리가 없다
36 귀환
37 무안
38 친구 아버지와 아들
40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제2부
45 누가 무한히 서러워하랴
46 산모퉁이 때죽나무 꽃 다 밟을라
47 참깨
48 사람 농사
50 암태도 사람들
52 동지가 선거에서 적이 되었다
54 오사카 성
55 하루 종일 봄비가
56 시간 다 보내 버리지 않았습니까
58 대독 축사
60 말과 총알
62 갓꽃
64 때밀이 찬가
67 죽은 자의 세계
68 추모식
70 토일이
72 카프카 서점
74 물구나무서기
76 30작전
78 송기원 시인의 죽음

제3부
83 나무에 핀 꽃만 꽃인 줄 알았다
84 수박
86 우주는 우주의 것
88 돈도 없이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
90 퍽퍽하고 간이 잘 배지 않은
92 언제 어디에서 다시 만나랴
94 살아남은 자의 변명
96 육아일기
98 머리 어깨 무릎 발
99 시

제4부
103 여자
104 동전 두 개
106 가설극장
108 껌을 씹으면서
110 전라도 시인
112 나의 안식처
114 사격날 나의 임무는 정찰병이었다
116 꽃
117 1981년 7월 18일 이후

121 발문 시의 대지를 향한 대장정 _ 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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