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낮은 목소리로 삶의 비극과 인간을 위로했던 레너드 코헨의 음악에 기댄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밤에 대한 서정적인 기록이다. 그 시절의 음악들이 어떻게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을 형성하게 되었는지를 증명한다.
이 책은 단순히 한 가수의 연대기나 작품 해설이 아니다. 고영범 작가의 고백과 최영진 교수의 온기 번지는 비평이 있다. 레너드 코헨이라는 하나의 산을 두고 서로 다른 코스로 올라간 두 사람이 오랜 시간 마음에 담아 두었던 사랑과 슬픔, 상실과 그리움을 되돌려 놓는다.
레너드 코헨의 음악은 달콤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사랑에 끝이 있다는 냉혹한 이해를 건네고, 언젠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절대적인 어둠과 죽음의 자리를 가만히 응시하게 만든다. 부서진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빛처럼, 상처받은 우리의 영혼을 온전히 보듬는 가객 코헨을 만나는 밤이다.
출판사 리뷰
“모든 것엔 균열로 생긴 틈이 있지,
빛은 거길 통해 들어오지”
“내 생각에 음악은, 절반 이상이 기억이다.
이 책에 실린 몇 편의 글들은 여태 나와 같이 이 세상을 건너온 음악과,
그걸 같이 들었던 벗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음악들 중에서 레너드 코헨은
노래가 또다른 말이라는 걸 가르쳐줬다.”
_고영범, 「프롤로그」에서
코헨을 듣는 이 밤, 그의 노래 속에서 점잖게 앉아
나를 응시하는 노년의 신사 코헨을 마주하고서 나는
가만히 나의 심장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그렇게 귀를 기울여본다.
_최영진, 「에필로그」에서
낮은 목소리로 삶의 비극과 인간을 위로했던 거장,
코헨의 음악에 기댄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밤에 대하여
4, 50대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시절이 있다. 학교 앞 술집에서 들국화의 노래를 고성방가로 따라 부르고, 시나위와 백두산의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던 기억. 그리고 1995년 어느 가을 밤, 뉴욕의 작은 공연장에서 어쿠스틱 기타 한 대만 들고 서서 우리를 울리던 청년 김광석의 생생한 목소리. 어떤 음반을 간직하고 내려놓아야 하는지 고민하던 순간들, 핑크 플로이드, U2, 레드 제플린, 롤링 스톤스, 그리고 레너드 코헨까지. 『코헨을 듣는 시간』은 그 시절의 음악들이 어떻게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을 형성하게 되었는지를 증명하는 서정적인 기록이다.
그날 밤은 즐거웠다. 한두 시간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곡들을 며칠 굶고 난 뒤의 허기를 채우듯이 허겁지겁 들었을 때까지는.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고 나자, 놔두고 온 음반들, 그 안에 들어 있을 온갖 세계들, 내가 어쩌면 영영, 최소한 당분간은 알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것들이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_고영범, 「다시 들은 코헨」에서
코헨의 음악을 탐닉했던 두 사람의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복기하는 밤
이 책은 단순히 한 가수의 연대기나 작품 해설이 아니다. 먼 이국땅 뉴욕에서 15킬로그램이 넘는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결혼식 촬영 아르바이트를 하던 고단한 청춘의 새벽, 단골 아이리시 펍에 앉아 기네스 생맥주의 밀도 높은 거품을 입술에 묻히며 원래의 나로 돌아오던 고영범 작가의 고백이 있고, 2020년 미국 유타의 삭막한 기숙사에 갇혀 여러 만년필의 촉 끝으로 코헨의 노랫말을 필사하며 시의 본질을 찾아가던 최영진 교수의 온기 번지는 비평이 있다. 레너드 코헨이라는 하나의 산을 두고 서로 다른 코스로 올라간 두 사내가 오랜 시간 마음에 담아 두었던 사랑과 슬픔, 상실과 그리움은 뜨거웠던 우리들의 지난날을 고스란히 되돌려 놓는다. 이렇듯 카세트테이프의 양면처럼 엇갈려 구성한 표지와 본문도 코헨을 향한 두 저자의 서로 다른 세계의 표현이다.
코헨이 발표한 여러 노래와 시를 이야기했지만,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을 따라 코헨이라는 큰 산을 올랐을 뿐이다. 그 산을 오르는 길은 너무나 많고 나의 지식과 정서는 지극히 제한적이라, 레너드 코헨이라는 큰 산의 모든 면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임을 잘 알고 있었다. _최영진, 「에필로그」에서
부서진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한 줄기 빛처럼,
상처받은 우리의 영혼을 온전히 보듬는 가객(歌客) 코헨을 만나는 밤
한 시절, 한 세상을 함께 건너온 음악과 다정한 벗들의 기록
레너드 코헨의 음악은 달콤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에 끝이 있다는 냉혹한 이해를 건네고, 언젠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절대적인 어둠과 죽음의 자리를 가만히 응시하게 만든다. 그러나 신비롭게도 그의 차가운 자각과 절망의 끝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평화와 회복의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고향을 떠나 드넓은 바다 위에서 일렁이던 히드라섬의 옛 사랑 메리앤을 향한 코헨의 마지막 고별사처럼 애틋하고, 평생을 이어온 참선 수행 끝에 벌새와 나비의 날갯짓으로 눈을 돌리던 코헨의 후기 음악처럼 정갈하다. 두 저자는 코헨의 노랫말 속에 숨겨진 찰나의 섬광들을 하나씩 건져 올린다. 다윗 왕의 비밀스러운 코드에서 시작된 성스러운 찬송이 어떻게 지상의 부서진 외침과 중첩되는지, 흑백사진처럼 낡아 가는 삶 속에서도 끝내 내던져버려도 다시 돌아오는 용기가 무엇인지를 나직하게 읊조린다.
“벌새에게 귀를 기울이라 / 우리가 그 날개를 볼 수 없는 새 / (…) // 나비에게 귀를 기울이라 / 사흘이면 목숨이 다하는 존재 / (…) // 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라 / 들을 필요가 없는 소리 / (…) / 나를 듣지 말고”
_레너드 코헨, 〈Listen to the Hummingbird〉에서
내 방에는 자신의 우울을 견고하게
붙들고 있는 레너드 코헨이 있었다
이 책은 세월의 무게에 눌려 잊고 살았던 4, 50대들의 감성을 다시 깨운다. 코헨의 단단하고 풍성한 저음이 방안 가득 울려 퍼지던 그 시절의 밤으로 돌아가, “몇 년 놀았으니까 이제 좀 써보든지”라며 툭 던지던 선배의 목소리를 기억해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가진 힘이다. 이제, 지나온 수십 년 동안의 내 저녁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코헨의 음악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갈 시간이다.
“누군가의 절망적인 이야기가 듣는 이에게 위로와 격려가 된다는 건 이상한 일이지만, 어쩌면 그게 시, 소설, 그림, 노래 같은 것들이 감당하는 일들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이 노래를 듣고, 음반을 뒤집어 거의 오만한 예언자의 음성처럼 느릿느릿하게 이어지는 〈Last Man Year’s〉을 들었다. 그리고 책꽂이 맨 아래 칸에서 서로에게 기대서 있는 이제 겨우 서른 장 남짓 되는 음반을 한 장씩 들춰보았다. 이 정도면 뉴욕이라는 이 만만치 않은 동네에서도 살 만할 것 같았다.” _고영범, 「다시 듣는 코헨」에서
내가 이 앨범을 손에 넣은 건 90년대 중반이었다. 나는 뉴욕에 있었고, 언제 어디서 닥쳐올지 모르는 폭력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지만, 그런 폭력적인 세계를 함께 외면하고 혹은 싸우며 견뎌나갔던 선후배, 벗들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거친 바다를 떠나면 그 안의 섬도 함께 버려야 한다는 걸 미처 몰랐던 시절이었다. 나는 낸시와 낸시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코헨의 세계에 이웃처럼 익숙해졌다. 비슷한 정도로 외로운 이국식 이웃이었다.
_고영범, 「들국화와 럭키 모노륨」에서
코헨은 〈Hallelujah〉에서 망가진 가슴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르는 할렐루야를 이야기하는데, 그러나 이른 새벽의 6411번 버스가 떠오른 이상, 우리가 하고 싶었던 ‘민중자서전’ 이야기가 떠오른 이상, 그런 계획과 꿈들이 망가지고 내가 망가뜨리고 결국 내가 버리고 사라진 과정이 떠오른 이상, 혀 짤린 아버지의 이미지가 떠오른 이상, 그 노래들을 들었던 내 평온한 시간의 이야기들은 아직도 뜨겁고 두텁고 물컹거리는 이것들을 뚫고 나올 힘이 없었다. 어떤 것들은 사라졌지만, 그리고 오래되었지만, 영영 회복되지 않는다.
_고영범, 「부고」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고영범
연세대와 뉴욕공과대학에서 각각 신학과 다큐멘터리를 공부했다. 장편소설 『서교동에서 죽다』와 〈이인실〉 〈에어콘 없는 방〉 등의 희곡, 기행전기 『레이먼드 카버』를 썼다. 로버트 맥키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시리즈, 『펄프헤드』 등을 번역했고, 단편영화 〈낚시가다〉를 만들었다.
지은이 : 최영진
연세대와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에서 각각 영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하였다. 블루스, 로큰롤, 포크, 록음악 등과 60, 70년대 미국 영화에 대한 글을 써왔으며, 현재는 중앙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미국 대중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목차
【고영범 편】
프롤로그
다시 들은 코헨
헤비메탈과 코헨
부산에서 만난 코헨
들국화와 럭키 모노륨
아임 유어 맨
엔디콧 교수
부고
메멘토 모리
에필로그
【최영진 편】
프롤로그
1부 레너드 코헨에 대한 기억들
1983년 신촌 | 1995년 뉴욕 | 2012년 뉴욕 | 2025년 서울
2부 노래의 세계로 들어간 시인
시와 노래의 만남
시인 코헨이 만난 음악
1950년대의 미국 대중음악: 로큰롤과 브릴 빌딩 팝
1960년대의 미국 포크 음악과 레너드 코헨
3부 코헨을 듣는 밤
플라멩코 기타와 왈츠 리듬
코헨의 배킹 보컬들
히드라섬의 사랑: 〈So Long, Marianne〉
연인과의 작별: 〈Alexandra Leaving〉
빛을 향한 어둠의 갈망: 〈If It Be Your Will〉
지상으로 내려온 찬송: 〈Hallelujah〉
낭만적 상상력: 〈Joan of Arc〉와 〈Come Healing〉
빛과 어둠: 〈Anthem〉과 〈Darkness〉
세상 밖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First We Take Manhattan〉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