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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계절 모두, 북해도
안온북스 | 부모님 | 202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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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소설집 《재구성》, 《겨울에 대한 감각》, 장편소설 《달력 뒤에 쓴 유서》, 《어떤 가정》 등을 출간한 소설가 민병훈이 산문집 《지나간 계절 모두, 북해도》가 안온북스의 ‘작가의 작업 여행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출간됐다. 작가는 겨울과 여름에 걸쳐 홋카이도를 종주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관광지인 삿포로와 오타루, 비에이 등은 물론이고 시레토코, 아바시리, 왓카나이와 같은 아직은 생소한 도시까지 홋카이도의 모든 계절을 지나가겠다는 듯이, 움직인다. 열차를 타고 도시를 이동하며 로프웨이로 산을 오른다. 뚜벅이 걸음으로 오래 산책하고 문득문득 카메라를 꺼낸다.

대부분의 여행에서 그는 혼자였다. 작가는 혼자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 보인다. 혼자 여행하며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하고, 현재를 기록한다. 과거의 어떤 것은 이미 상실한 그 무엇이기 마련이라, 작가가 기록하는 현재는 결국 상실의 서사다. 홋카이도에서 그는 잃어버린 계절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새하얀 겨울에서 푸르른 여름까지……. 그러다 여행의 끝에서 작가는 만개할 미래를 그려낸다. 홀로 나선 이 무리한 여행에서 작가는, 결국 미래를 찾아내고야 만다. 거기에는 아마 약간의 자유와 조금의 회복이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북해도에서 마주한 새하얀 눈송이와 깊은 녹음
찰나와 영원의 반복 속에서 다시 찾은
지나간 계절과 만개할 미래


■ 소설과 여행의 쓸모

작가는 뭔가를 더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여행을 떠났다. 그 무언가가 삶을 영원히 망가뜨리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는 여행지에서 자꾸만 과거의 누군가를 떠올리고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이와 마주치는 상상을 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임을 아는데도 그랬다. 그에게 여행은 상실감을 회피하려는 유희였던 걸까. 하지만 그가 외면할 수 있는 상실은 없다. 애써 외면하려고 하지 않는다.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에 가서 과거를 떠올리고, 타인의 상실을 떠올린다. 잃어버린 과거를 연상하며 여행지의 현재를 채워나간다. 곰을 생각하며 지금 쓸 수 있는 것을 상상한다. 그에게 여행은 과거를 살피며 현재를 살게 하는 힘이 된다. 그렇게 써내는 소설은 단 한 명에게 쓸모 있더라도 괜찮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소설은 그를 조금 자유롭게 했다. 나아가 그의 소설은 타인의 회복과 애도를 도왔다. 홋카이도에서의 회상은 자연스레 소설과 문학의 쓸모를 논하는 데까지 발을 디딘다. 거기에 곰 발자국이 있다손 치더라도, 작가의 걸음은 계속될 것이다.

■ 만개할 미래를 상상하기

민병훈 작가의 여행은 글뿐 아니라 48장의 사진으로도 책에 남았다. 1부와 2부 사이, 홋카이도의 다양한 색을 소거한 채, 글의 정서만을 담백하게 담은 사진이 실렸다. 이후의 글은 카메라를 든 작가를 상상하며 읽을 수 있다. 안개와 함께 맞이한 구시로의 여름 축제, 일본의 최북단 도시 왓카나이와 최동단 도시 네무로, ‘신들이 노니는 정원’이라 불리는 카무이 민타라 등등. 작가는 우리가 아는 홋카이도에서 몇 발짝 더 나아가는 방식으로 홋카이도를 종주한다. 그건 과거의 이별을 떠올리며 극복하는 여행이자 현재의 상실을 맞이하며 받아들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픔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결국 여행이었다. 여행자는 자기 자신에게 계속 말을 건다. 작가는 그 대화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최선을 다해 아팠다고. 잘 견뎠다고. 작가는 이제는 사라져버린 패치워크의 자작나무를 보러 간다. 그곳은 나무가 잘려 나간 자국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왜 굳이 그곳에 가느냐는 택시 기사의 말에 작가는 말을 삼킨다. 여행자는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존재니까. 그러고 이렇게 말한다. 그 자리에 다시 새 생명을 얻은 나무들이 자라서 잎을 만개할 미래를 잠시나마 상상해보고 싶다고.

나는 왜 자꾸 과거로 돌아가는지, 발 딛고 서 있는 곳에 집중할 수는 없는지, 어쩌면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 여행을 하는 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전망대로 향했다. 케이블카가 산 정상으로 향할수록 눈이 그쳤다. 날이 추울 것 같아 야상을 챙겼는데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상점에서 털모자와 장갑을 샀다. 오타루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벤치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지금 어디쯤일까. 공항에 도착했을까.

왜 하필 곰이었을까. 소설을 쓰기 위해 곰을 상상하는 일과 실제 곰이 출몰한 장소에서 곰을 상상하는 일은 전혀 달랐다. 나는 두 곰을 비교하며 혹은 연관 지으며 다시 걸었다. 소설 속 현실과 소설 외부의 현실이 교차됐다. 걷는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멀리서 사슴들이 무리 지어 뛰어갔다. 해가 저물었고 곰은 나타나지 않았다. 센터에 도착해 방울을 반납하려는데 다른 직원의 안내를 받았다. 그는 오전에 만난 직원과는 다르게 곰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는 이제 그 기억에서 멀어졌다. 무엇이 분명하고 명백하게 해소되었다곤 말할 수 없지만, 예전과는 다른 자유를 느낀다. 내게 약간의 자유가 허락되기를,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회복될 수 있기를, 소설을 쓴 나와 소설을 읽은 모두가 평안하게 잠들 수 있기를.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을 기다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민병훈
소설가. 여행을 가는 것보다 여행을 상상하는 게 좋다. 꼭 입을 옷과 읽을 책을 사지만, 가끔 친구들에게 그것들을 선물한다. 소설집 《재구성》, 《겨울에 대한 감각》과 중편소설 《금속성》, 장편소설 《달력 뒤에 쓴 유서》, 《어떤 가정》을 펴냈다.

  목차

1부 나는 오랫동안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을 기다렸다
나카야마 미호 / 나란히 앉아 목욕하는 사람들 / 눈으로 만든 꿈 / 시레토코와 곰 / 아주 약간의 자유 / 한 명을 위한 쓸모 /

2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안개의 도시 / 읽기 방식 / 여기가 끝 / 사람이 보이지 않는 마을 / 신들이 노니는 정원 / 잘 먹는 일 / 부처의 언덕 / 유빙 / 혼자가 아닌 / 마지막 여행 / 나무가 잘려 나간 자리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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